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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그 미친 평민 새끼가, 감히 내게 똥물을 뿌려!”

판토 백작은 분노에 휩싸인 채, 손에 쥐고 있던 신문을 찢어발겼다.

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나머지, 손에 잡히는 잡동사니를 죄다 벽에 내팽개쳤다.

쨍그랑──!

유리잔이 박살 나는 소리가 방 안을 크게 울리고, 후폭풍처럼 적막이 그 뒤를 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평민 따위가.

그깟 설탕 좀 대량으로 밀수해서 정치 자금으로 삼은 게 도대체 뭐가 흠이란 말인가.

계획을 입안하고 앞장서서 실행했다 뿐이지, 민중당 의원들도 함께 그 단물을 핥아먹지 않았는가?

선거철에 잘 해먹지 않았느냔 말이다!

“……공작님께서는?”

“알아서 책임지고 잘 처리하시라고…….”

뿌득.

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면서, 판토 백작은 화를 억지로 삼켰다.

그야 그렇겠지.

자기 손을 더럽힐 만한 일도 아닐뿐더러, 자신의 선에 닿지 않도록 철저하게 언론을 매수하고 당사자를 협박하거나 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의 강대한 권력을 쥐고 있었으니까.

물론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자신 또한 권력과 인맥을 이용해서 입을 막아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주범인 이상 그런 노골적인 수를 쓸 수도 없었다.

오히려 아스테릭이란 빌어먹을 새끼를 뒤에서 모르게 지켜주어야 할 판이었다.

그가 죽는다면, 증거가 공개될 것이고.

그 제일 윗줄에는 자신의 이름이 있을 테니까.

아마 발을 어중간하게 담근 정적들은 오히려 환호성을 보내고 있으리라.

“그래서, 이 빌어먹을 카이사르라는 건 뭐냐?”

“그, 소설 주인공 이름이라고…….”

“이런, 씹. 그깟 수준 낮은 놈들이나 보는 불쏘시개 때문에 내가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한다고?”

테이블 위에 있던 술을 병째로 입에 몇 모금 털어 넣은 후, 판토 백작은 씩씩거리며 부하에게 지시했다.

“그 작가 새끼라도 담가버려. 그러면 경고가 되겠지.”

본인을 건드릴 수 없으니.

주변이라도 건드려야 조금이라도 울분이 풀릴 것 같았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진리일보에 대한 경고를 함께 곁들일 수 있으리라.


판토 백작이 분노에 휘감긴 채 밀수죄, 횡령죄에 이어 살인교사죄까지 트리플 악셀을 밟고 있을 때.

“흠. 이건 표절 소설이 아닌가?”

“하하, 역시 공작님이 소싯적 쓰신 글을 표절한 겁니──”

“아니, 전체적으로 정의롭고 위대해 보이는 것이, 바로 나, 베르투스를 표절한 게 아닌가 이 말일세.”

베르투스 공작은 서재에서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을 읽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랏일을 하다 보면, 정치를 하다 보면 이런 사소한 빗방울이 튀어 날아오는 것이야 몹시 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사소한 일’은 그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자화자찬하면서도.

공작의 머릿속에는 이 사태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여러 가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 사태에 연관된 민중파와 황제파의 의원들을 솎아낼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귀족파 몇 명 또한 칼을 피해 갈 수는 없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개들은 짖으라면 짖고,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존재다.

판토 백작에게는 아주 살짝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애초에 이렇게까지 뒤를 파헤쳐졌다는 것 자체가 그의 무능함이 드러난 지점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또.

이런 대중적인 공분을 살 수 있는 사안은, 오히려 역이용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으니.

“감히 제국 내에서 이런 부정부패가 발생했는데, 내 어찌 정의로운 마음을 참을 수 있을까. 기자회견을 해야겠어.”

“바로 신문사에 모두 연락을 돌려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파도가 밀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행동은 없었다.

가장 현명한 자는, 그 파도의 흐름에 누구보다 빠르게 편승해서 앞장서는 자다.

“우리 용감한 아스테릭 의원도 초대하게. 어찌 나 혼자 그 영광을 누릴 수 있겠나.”

그렇기에.

아스테릭 의원이 마족식 격언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흔들고 있는 아스테릭 리스트인가 뭔가가, 아주 살짝 기억에 착오가 생겨서 잘못된 기록이 남을 가능성을 조금 방지해 두는 것도 필요했다.

역시 마족식 격언을 인용해서,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소설이 참 재밌군. 작가에게 후원금도 보내도록 하지. 내 젊은 시절의 치기가 떠오를 정도였으니, 그만한 보답을 받을 가치가 있을 걸세.”

안 그래도 황제의 시선을 돌릴 거리가 필요했던 찰나에, 이렇게 완벽한 틈을 만들어 준 자에게도 응당한 보상이 필요할 것이다.

뭐.

과연, 분노한 판토 백작의 칼날을 피해 그 재화를 쓸 수 있을 시간이 생길진 모르겠지만.

.

.

.

이틀 후.

의회당에서 열릴 기자회견장에 참여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가던 중.

“……?”

제국 수도에서 발견되어서는 안 될 존재.

골드 드래곤의 오점.

왕조 파괴자, 걸어 다니는 재앙, 온갖 수식어를 통해 경고된 징조.

광룡狂龍 에스테아가 유희를 다닐 적의 모습과 유사한 형상을 본 듯한 베르투스 공작의 전신에 소름이 끼쳐 올라왔다.

“공작님, 혹시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아닐세, 아니야.”

아니겠지.

족히 삼십 년도 전에, 젊었던 그가 보는 앞에서 왕국의 왕성 하나를 통째로 잿더미로 만든 후에는 딱히 대외 활동이 없었으니까.

하필이면 거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에 그런 흉조가 제국 수도에 드리울 리가 없었다.


아스테릭인가 하는 의원이 카이사르에 너무 과몰입한 나머지 전방위 폭로 난사 대소동을 즐기신 지도 1주일 후.

……내 예상과는 달리.

놀랍게도 나에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열찬 바이럴로 인한 호재가 밀려온 나머지.

[제목: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 [현재 25화 연재]

[역사적 고증: 부합함] [완성도 평가: -]

[세간의 평가: 매우 긍정적] [일일 독자 수: 1,344명]

[다음 스킬 획득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1주일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현재 6일)]

[예상 획득 스킬: [B급] 카이■르의 ■사■]

일일 독자 수가 2배 넘게 늘어나 버리는 쾌거와 더불어서, 내일까지만 버티면 내 스킬 창에 B급 스킬이 하나 늘어날 예정이었다!

이와 더불어 인터뷰 세례 등이 마구 쏟아졌으나…….

당연히 다 거절했다.

필명은 순간이지만, 실명은 영원한 법.

그때 에스테아와 세레핀이 쿠당탕탕 용용사쇼를 할 때야, 아무리 그래도 용사랑 드래곤이니까 알려줬겠지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 이후 길포드에게 신신당부했다.

절대, 나의, 신상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그런데 내가 얼굴 까고 인터뷰?

잘못 하면 그 아스테릭 리스트…… 왠지 모르게 매카시 리스트가 연상되는 그 명단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들 게 아닌가.

아직은 보안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그런 일은 일어나진 않았지만.

뭐.

그 뒤로는 에스테아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나타나지도 않았고, 세레핀(남) 용사님께서도 마경으로 복귀하셨으니.

  • 아! 작가님! 오늘도 우연히 만나네요! 아, 이거요? 으음, 수도가 치안이 조금 좋지 않더라구요? 자꾸 어디서 벌레가 날아드는데, 청소 중이었어요!

로젤린만 빼면, 아주 평온한 일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헥토르의 용기를 달고서도, 로젤린은 여전히 마주칠 때마다 뭔가 심장이 벌렁거리는 느낌을 준다.

마주했었던 상황이 흉흉하기도 했었다.

무슨 비밀조직의 드레스 코드라도 됐는지, 검은 옷을 쫙 차려입은 사내를 아주 곤죽으로 다져놓은 채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가는 광경이었다.

저걸 과연 성녀라고 불러야 하나, 하는 신성모독적 의문이 머릿속에 감돌 정도로.

물론 치유력 하나는 역시 진짜였다.

가끔 만날 때 손목이 뻐근하다고 살짝 언질을 주면 그 즉시 종합 건강 검진 및 치료 세트가 내 몸에 끼얹어지니.

좋은 게 좋다고 할 수 있었다.

혹시 성녀는 드래곤이랑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것일까, 해서 나도 모르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 아하하! 으음, 아무래도 드래곤은 힘들죠?

힘들다고 했지, 진다고 얘기하지 않은 게 그렇게 두렵고도 듬직할 수가 없었다.

잼민이 드래곤이 날 납치하려고 하면 성녀 찬스 써야지.

그렇게 치면 아주 완벽하게 평온한 일상이었다.

.

.

.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이, 이게 다 후원금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작가님.”

행운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무려 내 소설을 높이 평가한 아주 훌륭하신 귀족님께서, 내가 지금껏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금액을 후원해 주시기까지……!

“……정말, 제가 다 받아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죠.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은데, 어찌 후원금까지 떼먹겠습니까? 하하하…….”

길포드의 웃음이 살짝 뭔가 미묘한 느낌도 들었지만.

확실히 신문 연재로 얻을 수 있는 고료가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후원금은 정말 막대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미 한 번 보안이 뚫린 집을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고도 남고, 남은 걸로 반년 이상의 생활비를 충당할 정도.

역시…….

소설은, 돈이 된다……!

행복감에 충만한 채, 길포드에게 원고를 내밀었다.

이번에 담아낸 내용은 대부분 카이사르가 본격적으로 로마의 정계에 뿌리내리는 이야기.

재무관에 선출되어 원로원에 한 발을 걸치고, 마리우스의 유지를 이어받아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연설하고.

아직 로마에 남아있는 술라파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첫 번째 부인인 코르넬리아가 사별한 후 술라의 외손녀 폼페이아와 결혼하는 담대함을 보여주기까지.

그리고.

이 대목에서.

삼두정치의 한 축이자 카이사르가 없었다면 분명히 로마를 손에 거머쥐었을 풍운아.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가 처음 등장했다.

당장 이제 본격적으로 입지를 쌓아나가는 카이사르와 달리.

전쟁에서 보여준 영웅적 업적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무려 술라 면전에서 ‘당신은 지는 해이고, 나는 뜨는 해입니다.’를 박아버린 사내.

그리고…….

카이사르의 생애에서 숙명의 라이벌이 되어줄 사내였다.

원래 이야기의 재미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잘 조형된 반동 인물Antagonist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폼페이우스는 마땅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내였다.

그래서 조금, 지금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조연으로 보일 수 있는 인물을 조망한 것이 다소 과도하지 않나 걱정했지만…….

“아주 좋습니다! 이대로만 갑시다!”

길포드는 침팬지를 닮은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척 내게 세워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마중 못 나가드려서 죄송합니다. 살펴 가십시오, 작가님!”

응접실……이 아니라.

신문의 재고가 잔뜩 쌓여있는 창고를 도망치듯 떠나면서도, 나의 영혼은 기쁨으로 충만해졌다.

주머니 속에서 짤랑짤랑 소리를 내는 은화들 덕분이라고 한다면, 맞다.

이 돈이면.

만약 히스토리에가 상태가 조금 이상하게 태어난다고 할지라도 족히 3개월은 충분히 사회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여유 자금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오늘, 나는 스킬 창에서 ‘피그말리온의 집념’을 없애버릴 것이다.

스킬을 사용함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