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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363 lines
13 KiB
Markdown

마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찾는 근육질의 사내…….
몸 여기저기에 난 오래된 흉터를 보아하니, 대략적으로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아!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A급 용사 파티, 밤하늘 소속의 용사인 세레핀이라고 합니다!”
용사, 가 맞았다.
그, 좀, 이름은 에스트로겐 넘치는데.
비주얼은 테토남 그 자체네…….
그리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찾아올 정도면.
“혹시, 히드라──”
“하하하! 맞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세 번이나 목숨을 건졌지요! 그게 아니었다면, 저기 마경 어디에서 마물들의 일용할 양식으로 나뒹굴고 있지 않았을까요!”
역시, 맞구나.
매출 정상화의 GOAT!
반가움의 의미를 담아 그가 내밀어 주신 손을 꼬옥 부여잡으려고 했건만.
“율리시스! 다시 한번 선언하지. 내 종복이 되어라!”
갑자기 금발 중2병 잼민이가 우리 사이를 파고들며, 또다시 기묘한 선언을 외쳤다.
뭐지?
정신이 조금 이상한 아이인가?
일단 용사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기에 앞서, 이 자그마한 것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는데.
“하하…….”
용사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길포드 씨는 내 시선을 최대한 외면한 채, 벽과 혼연일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이 몸의 이름은 에스테아 골든 린트베리우스! 미천한 단생종에게 이 몸을 섬길 기회를 주겠노라!”
“골든 리트리버?”
“에스테아! 골든! 린트베리우스!”
털도 금색이고, 아르르 왕왕 하는 것이 골든 리트리버 맞는 것 같은데.
내가 거기서 농담을 한마디 더 던지려는 순간──
“그, 고귀한 존재시여? 그, 작가님께서 아무래도 오해하고 계신 듯한데…….”
고귀한 존재?
이 잼민이가?
“흥, 그러면 두 눈 똑똑히 뜨고 봐라!”
왠지 모르게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야 할 것만 같은 대사와 함께.
골든 리트리버가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머리에서 손잡이 한 쌍이.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에서 도마뱀 같은 꼬리가 자라났다.
“다시 한번 소개하지! 이 몸의 이름은 에스테아 골든 린트베리우스! 위대한 골드 드래곤의 일족이니! 마땅히 숭배할지어다, 미천하지만 재주는 조금이나마 쓸만한 단생종아!”
문득 빙의 직후를 떠올렸다.
분명히 그때도, 하늘에서 날개를 펄럭거리며 날아다니는 드래곤을 보면서 혹시 스카■림 세계관이 아닌지 의심했었지.
물론 이곳에는 윈잡대가 없었지만…….
.
.
.
한바탕 유사 도마뱀 에스테아가 종복이니 뭐니, 나를 현대판 노예로 당장이라도 납치해 가려는 것을 용사님과 함께 어떻게든 버틴 후.
“오옷! 여기서 이런 전개를……!”
응접실의 소파 2개를 이어 붙인 채, 반쯤 드러누운 상태로 아직 미출판 상태인 내 비축분을 던져줌으로써 조금의 여유를 확보했다.
그리고.
“……용사님. 혹시 드래곤 사냥은 해본 적 없으십니까?”
“하하하……. 무립니다. 그리고 저 드래곤의 말이 진실이라면, 진실이겠지만, 골드 드래곤은 악룡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선한 존재죠.”
요즘 선한 존재는 출판사에 쳐들어와서 작가를 납치하려고 하나?
“그럼 악룡도 있다는 말씀이신지.”
“아, 네.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입니다. 마경에는 레드 드래곤과 블랙 드래곤의 일족이 산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전승에 따르면 모든 드래곤들이 서로 협의해서 종족 간의 갈등에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다행이지요.”
“밸런스 패치군요.”
“밸런스……? 균형이라, 흠. 틀린 말은 아니군요. 어쨌든…… 정말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작가님께 자문을 구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요.”
나한테 자문을?
마경에는 발을 디뎌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그래도 귀한 시간을 내어 여기까지 오신 용사님께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었다.
“별로 큰 도움이 되진 못할 수 있겠습니다만…… 말씀해 보십시오.”
용사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최근에, 온몸이 금속으로 된 거대한 거인 때문에 진격이 막혔습니다. 성검에도 파괴되지 않고, 모든 마법을 반사하는 성질 탓에,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용사들도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 짚이시는 게 있으실지.”
물리 면역에 마법 면역이라니.
뭐야 그게, 몰라 무서워…….
“……우회할 수는 없는 겁니까?”
“일종의 수호 병기의 기능을 하는 것 같은데, 그것이 수호하는 게 마물의 근원지 비슷한 거라…… 그냥 피할 수는 없습니다.”
흠.
금속으로 된 거인.
그리고 무언가를 지키고 있음.
간질간질…….
머릿속에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분명히, 아르고호 원정대가 크레타에 들렀을 때 상대했었던, 최초의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병기가 있었지.
“진짜 이상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아닙니다. 사소한 단서라도 좋습니다. 혹시 짚이시는 게 있으실지?”
“사람도 그렇듯, 거대한 기계 덩어리라면 당연하게 그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게 심장이나 머리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발목에 가능성을 걸어보고 싶군요.”
내 맥락 없는 제안에도, 용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당시의 기억을 반추하는 듯했다.
“발목, 발목이라…… 확실히 접근해 보지 않았군요. 머리나 심장 부분을 먼저 노렸으니까요. 물론 아무런 피해를 주진 못했지만요.”
“원동력이 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상반신보다 하반신에 있는 게 조금 더 유지 보수에 수월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발뒤꿈치?”
“흠, 흠. 참신한 접근입니다. 확인해 볼 가치가 있겠군요.”
이윽고 수첩에 메모를 마친 용사가, 활짝 웃으며 내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부여잡자, 용사는 고개를 숙여서 내 귓가에 얼굴을 들이밀고서 속삭였다.
“골드 드래곤은…… 욕심이 많습니다. 가급적, 작가님이 납치당하지 않고, 다시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내 원고를 깨작깨작 씹어먹으면서 음미하는 도마뱀을 힐긋 바라보면서.
혹시 내가 드래곤 본의 혈통을 타고난 것은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기대를 품었다.
.
.
.
용사가 내 눈치를 살짝 보면서 떠나간 후.
“다음 화 더 가져와! 아니, 다 가져와!”
입에서 불을 뿜을 기세로 진상 짓을 시작한 에스테아에 맞섰다.
어느새 응접실에는 길포드를 포함한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은, 순수한 독대 상황.
“푸스, 로 다!”
“……미친 거야?”
애석하게도 내겐 용언의 재능이 없었다.
사악한 잼민이 드래곤을 무찌르는 드래곤본의 꿈은 여기까지만 꾸도록 하자.
“그래서, 내 종복이 될래, 아니면 내 먹잇감이 될래?”
도마뱀 특유의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이 나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아까 이 눈빛을 직시한 길포드가 거의 바지에 오줌을 지릴 기세로 호달달 떨던데.
……이상하게 나는 딱히 쫄리지가 않았다.
헥토르의 용기가 내게 힘을 주고 있는 것일까.
“창작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럼, 고통을 연속으로 주면 창작이 나온다는 뜻이야?”
미친 거냐?
무슨 의사 선생이나 할 법할 대사를.
“저는 제 영혼을 깎아나가며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한 저의 자유의지에서 비롯된 일……. 만약 제가 드래곤 님에게 납치당해서 글을 쓰게 된다면, 이윽고 제 창작 욕구는 시들어 버릴 테죠. 원래 작가란 자유로운 영혼이니까요.”
“설마, 흑마법사랑 계약이라도 한 거야?”
…….
잼민이의 의사소통 능력이 조금 이상한데.
“그럴 리가요. 하지만…… 창작이 그만큼 힘들다는 사실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종복이 되는 건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일이겠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왜! 밥 먹여주고, 재워준다니까? 아침 먹고 한 편, 점심 먹고 한 편, 저녁 먹고 한 편 쓰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어려워?”
“……차라리 죽이시죠. 그냥 여기서 죽겠습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느낌으로, 눈을 감고 팔을 활짝 벌려서 가슴팍을 내밀었다.
당연히 계산된 행동.
우리 용용이 잼민이님께서 장막을 들추고 내 비축분을 엿본 데까지의 전개가 어디까지냐.
초반부, 술라의 척살령에 맞서 기지와 인맥을 통해 헤쳐나간 후.
숙청의 바람을 피해 군단에 장교로 입대하여 명성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미텔레네 전투에서 용맹스러운 활약을 거듭한 후, 가장 명예로운 장교의 증표인 오크나무 시민관을 받고서 술라 사후에 로마로 복귀하기까지.
……그리고 정치적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너 고소!’라는 금단의 초식을 시전하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서 로도스로 유학을 떠났다.
그 직후.
- 꼬우면 죽여보든가, 이 해적 새끼들아.
로도스에 유학을 가던 도중, 해적에게 납치된 후에 배짱을 부리는 장면으로 마무리지었었다.
방금까지 내 소설을 몰입해서 읽고 있었다면?
당연히 그 장면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겠지.
실눈을 슬쩍 떠서 바라보자.
“으으……!”
강아지처럼 쉴 새 없이 파닥거리는 꼬리.
난처한 듯 살짝 둥글게 말린 눈매.
손가락을 옴뇸 물어뜯는 모습.
통했다.
이게 단생종의 깡다구다.
* * *
한바탕 신문사에서의 폭풍우를 겪은 후.
진이 다 빠진 채 터덜터덜 귀갓길을 재촉했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데…….
살랑살랑.
“…….”
파닥파닥.
“…….”
이제는 숨길 생각조차 없는지.
아까 그 미친 드래곤 잼민이.
에스테아가 꼬리를 흔들면서 나를 스토킹하고 있었다.
달린 건 용 꼬린데, 왜 개 꼬리처럼 움직이는 걸까.
전생에는 개였나?
숨길 수는 있다지만, 꼬리가 저렇게 나 있으면 잠은 어떻게 자는 걸까.
똑바로 누워서는 못 잘 것 같은데, 옆으로 돌아눕겠지? 아니면 침대를 마개조해서 꼬리 구멍을 만드나?
쓸데없는 생각들을 털어내면서, 뒤로 돌아섰다.
샤샥!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몸은 숨겼지만 꼬리는 코너에 튀어나온 기묘한 모양새를 한 에스테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따라오시는 겁니까?”
내 노골적인 질문에.
“……종복이 될 존재가 어디에 사는지 정도는 알아둬야 고귀한 존재로서 체면이 서지 않겠느냐?”
“……?”
에스테아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이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음을 선언했다.
집요하네, 이거.
“그리고, 꼬리 보이십니다.”
“으갹.”
.
.
.
“자, 이제 확인하셨죠? 갈 길 가십쇼, 위대하신 드래곤님.”
“종복 후보 주제에 말투가 건방지구나! 이 몸은 알아서 할 것이다!”
결국, 내가 묵는 숙소까지 따라와 버린 드래곤.
미천한 인간이라 서러워서 살겠나.
이젠 하다 하다 도마뱀한테 스토킹도 당해보네.
뭐.
“내 특별히 위대하신 이 몸에게 공물을 바칠 기회를──”
“수고하십쇼. 저는 이만.”
괜히 또 없는 가슴을 활짝 펼친 채,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서 의기양양 소리치는 에스테아를 뒤로하고서.
잽싸게 문을 열고 호다닥 들어갔다.
그러면 펼쳐지는 나만의 스윗 마이 홈.
연구실이 나를 반겨주고.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율님. 식사부터 하실 건가요? 아니면 목욕? 혹은──』
“스땁.”
『출력을 중지했어요.』
…….
왜 내가 저딴 프롬프트를 학습시켰을까.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인 사내.
어차피 피그말리온의 집념 스킬은 아무리 고민해 봐도 히스토리에만큼 어울리는 곳이 없었으니까.
그 전에…….
미리 교육을 철저하게 해두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