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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조의원에게 두통 치료를 받기 전, 당연히 양의원에게도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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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날 수 있는 사람 중 제일 실력이 좋다고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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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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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별다른 수가 없소. 그저 업무를 줄이고 잠을 푹 자는 수밖에. 정 견디기 힘들면 지어드린 약을 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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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인 이야기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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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수 없다는 건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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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원들에게도 몇 번 찾아가 보았고, 모두 처방은 대동소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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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조의원이 친절하여 그를 자주 찾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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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새로 왔다는 의원 백유성이 거의 죽었다고 생각한 소녀를 살려내는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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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을 거침없이 푸는구나. 대단한 사람이야. 이야기라도 나눠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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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한번 찾아가 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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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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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진 정도 두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 효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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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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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책을 좋아했기에 어렸을 때도 머리가 무거운 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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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에게 치료받은 후 느껴지는 상쾌함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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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도 다시 잘 돌아가서 업무 과부하도 줄었고, 무림맹의 일로 바빠 제대로 시작도 못한 천문진법총해 공부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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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성 없었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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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유성 덕분에 무림맹 내의 생활이 약간 편해진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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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척마대주 정립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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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사람들이 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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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마대주님과는 친해지기 힘들지. 딱 자기 할 일만 하는 분이시라. 화경의 고수와 친분을 다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몰려갔는데 다 퇴짜를 맞았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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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립이 먼저 제갈영영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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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치료해준 유성을 잔뜩 찬양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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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시오, 총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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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직하게 힘을 실어 주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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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둥절했으나 그 일이 있고 나서 그녀는 무림맹 생활이 한결 편해진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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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에 다녀온 유성의 집에 제갈영영이 찾아갔다 온 후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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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모르겠지만, 그날 정립이 유성의 집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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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의 경지에 도달해 폐관을 푼 날로, 유성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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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기척으로 유성의 집 안에 이미 선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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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립은 유성에 관해서 만큼은 평소와 같은 모습이 사라지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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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내공을 집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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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해요... 최고예요, 백의원님... 하아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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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오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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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누군지나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내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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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립은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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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시더니... 비밀은 지켜드리겠소, 총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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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도들도 모르는, 오직 정립만 아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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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제갈영영에게 있어 유성은 현존하는 최고의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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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수작이 없는 한 당연히 백 의원님은 의각 시험에 합격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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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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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모용림 장로를 예의 주시하다가 시험관에게 달려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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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해 보이시는데 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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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총군사님은 갑자기 왜 오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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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 점이 있으면 도와드리러 왔어요. 저와 모용림 장로님도 오셨으니 편하게 이야기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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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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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이 결과표가 적힌 종이를 꽉 움켜쥐며 모용림 장로에게 시선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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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림이 힐끗 주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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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림맹 장로들과 의원들이 서서히 의구심을 가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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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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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험관에게 한마디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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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결과가 나왔으면 나온 대로 발표하지 않고 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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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요.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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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은 은밀히 술자리를 가졌던 모용림도 저렇게 말해주자 편안 마음으로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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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발표하겠소. 합격자는... 합격자는 백유성 의원이오. 축하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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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발표되자 유성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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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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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무림맹에 들어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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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 의방을 한 다리 걸치지 않아도 무림맹 무사들과 직접 인연을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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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금처럼 여러 의원에게 분산되는 것이 아닌, 무림맹 무사들 대부분을 독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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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에 백유성이 있는데 굳이 그를 피해 낙양 의방으로 갈 만한 사람은 얼마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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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도 여전히 피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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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속이니 오히려 더 굳건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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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불끈 쥐는 유성에게 조금 전 일로 통성명 한 여러 의원들이 앞다투어 축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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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소! 덕분에 허가놈의 코를 납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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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상이라는 의원이 침을 튀기며 알 수 없는 말을 쏟아 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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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양의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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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했음에도 처음보다 표정이 밝고 후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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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하네, 백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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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필기시험이 정말 어려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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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기는 나도 실수가 없었으니 필기에서 판가름 난 것 같네. 몇 문제나 모르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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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네 문제를 몰랐습니다. 두 문제는 손도 제대로 못 댔고 두 문제는 제 생각대로 답안을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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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나... 그럼 모르는 문제마저 두 개 맞춘 셈이군. 나는 세 문제를 몰랐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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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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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에서 이긴 후라 양의원이 꿍해 있다면 쉽게 말 붙이기 어려웠겠지만 그가 편하게 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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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도 하고 싶은 말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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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로 나왔다면 정답이 있다는 소린데 궁금하긴 하군요. 의각에서 정식으로 일하게 되면 그 질병들의 치료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양의원님도 관심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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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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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 새로운 치료법에 관심이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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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의선에게 배운 것만 고집하는 타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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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하던 찰나 양의원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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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별일없으면 함께 술이라도 한잔 하겠나? 의각에서 정식으로 일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오늘 자네가 궁금해한 치료법도 알려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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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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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얼굴에 의구심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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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공개되지 않은 문제의 치료법을 양의원이 어떻게 알려 준다는 말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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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금 있다가 보세. 난 아까 중독된 환자를 보고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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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앞으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양의원은 중독당한 무사를 살피겠다고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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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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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험 결과가 발표되자 모용림은 사람들의 이목이 백유성에게 쏠린 틈을 타 시험관에게 다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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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야기 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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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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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건가? 채점에 실수는 없었나? 어떻게 백유성 점수가 더 높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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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직 시험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백 의원이 일 점 더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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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한번 시험지를 보세. 혹시 잘못되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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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림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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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양의원에게 사람을 보내 책자까지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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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몇 개 다르게 보냈다고 양의원이 답을 틀렸을 리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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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림과 시험관은 시험 보조인들에게 다가가 양의원과 백유성의 시험지를 받아 함께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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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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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림이 침음성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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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병에 대한 문제는 총 다섯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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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모든 문제에 도전했으나 양의원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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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문제에는 단 한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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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점수를 줄 수가 없었겠군. 제 복을 발로 차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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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성을 미는 총군사를 물 먹이고, 은혜를 입은 의선의 제자를 챙겨 주기 위함이었는데 그게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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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셨으면 이제 시험지를 보존해도 되겠습니까, 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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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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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는 양의원이 잘 이해되지 않았으나 괘씸한 얼굴들은 따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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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로들 앞에서 자신이 사과해야만 하게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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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 그리고 백유성 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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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억눌린 말을 내뱉던 모용림이 갑자기 흠칫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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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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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겠지...? 그래도 조심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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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목을 잔뜩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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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누군가 있는지 연신 살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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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의 고수와 생사결을 벌이는 건 너무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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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의각 담당자로부터 의각 운용 방식과 출근 일정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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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도 준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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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을 해도 되지만 무사들의 편의를 위해 세워진 곳이니만큼 의각에 머물러 주는 게 더 좋겠지요. 혹시 출퇴근하실 생각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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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청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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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의각을 보조할 하인들도 뽑을 계획이니 참고하십시오. 혹시 봐 둔 사람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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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원이나 양의원 말고는 의방에서 특별히 인연을 맺은 자가 없었다. 둘은 하인이 아니니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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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대신 관련 경험이 있는 자들이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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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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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마친 유성에게 제갈영영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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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의원들이 많아서인지 접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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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요. 같이 식사하며 축하하는 자리라도 가져야 하는데 긴급 회의가 소집되어서요. 오늘은 밤늦게 끝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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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하기로 중독된 무사가 깨어나 무언가 중요한 말을 전해 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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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각에서 근무하게 되면 자주 볼 텐데요. 어차피 오늘 저녁은 술 한잔하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 힘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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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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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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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정적이 흐르다가 제갈영영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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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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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갑자기 여자는 무슨... 양의원님과 마실 겁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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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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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정적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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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이제 곧 따로 근무하시게 될 텐데 두 분 인사 나누셔야죠. 그럼 전 이만 회의가 있어서요. 아, 늦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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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날씨임에도 제갈영영이 얼굴에 부채질하며 뒤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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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이마를 탁-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경공을 펼쳐 사라져 버린 제갈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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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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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오늘 일부러 진법 공부를 하지 않은 사실도 모른 채, 유성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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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오늘 시험 때문에 침을 못 놔드렸네. 상태가 안 좋으실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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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일 침을 놔줄 때 또 즐거운 광경을 보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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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모습의 그녀를 상상하며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은 유성은 무림맹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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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과 만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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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에서 근무하면 오늘처럼 위중한 환자를 많이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신성력을 더 많이 쌓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거처도 무림맹 내에 마련해 줄 수 있다니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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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계획을 세우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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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시야에 조금 앞쪽에 걸어가는 양의원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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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순간을 넘겼으니 중독된 환자 치료가 쉽게 마무리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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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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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부르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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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표정이 무척 밝으십니다, 양의원님. 제가 뭐라했습니까. 제가 사드린 맛있는 합격 떡 드시고, 한 번에 탁! 합격 축하드립니다! 이제 꽃길만 걸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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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난 차의원이 꽃다발과 커다란 보따리를 양의원에게 쥐어 주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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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약간 있음에도 유성에게 아주 잘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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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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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과 차의원이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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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원이 양의원의 손에서 꽃다발과 커다란 보따리를 뺏다시피 건네받고는 고개를 세 번쯤 조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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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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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과 눈이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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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백의원님! 제가 뭐라 했습니까! 제가 사드린 떡— 이제 꽃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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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차의원을 본 유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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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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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뻔뻔함에 감탄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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