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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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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조의원에게 두통 치료를 받기 전, 당연히 양의원에게도 찾아가 보았다.

그는 만날 수 있는 사람 중 제일 실력이 좋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건 별다른 수가 없소. 그저 업무를 줄이고 잠을 푹 자는 수밖에. 정 견디기 힘들면 지어드린 약을 드시오."

원론적인 이야기만 들었다.

별수 없다는 건 잘 안다.

다른 의원들에게도 몇 번 찾아가 보았고, 모두 처방은 대동소이했으니까.

그나마 조의원이 친절하여 그를 자주 찾았을 뿐.

어느 날, 우연히 새로 왔다는 의원 백유성이 거의 죽었다고 생각한 소녀를 살려내는 것을 목격했다.

'비법을 거침없이 푸는구나. 대단한 사람이야. 이야기라도 나눠볼까?'

호기심에 한번 찾아가 보았는데.

'하나도 안아파?'

몇 시진 정도 두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 효과도 아니다.

완벽한 치료!

제갈영영은 책을 좋아했기에 어렸을 때도 머리가 무거운 감이 있었다.

유성에게 치료받은 후 느껴지는 상쾌함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수준이었다.

머리도 다시 잘 돌아가서 업무 과부하도 줄었고, 무림맹의 일로 바빠 제대로 시작도 못한 천문진법총해 공부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유성 없었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다.

더불어 유성 덕분에 무림맹 내의 생활이 약간 편해진 점도 있다.

바로 척마대주 정립 덕분이다.

무림맹 사람들이 말하길.

"척마대주님과는 친해지기 힘들지. 딱 자기 할 일만 하는 분이시라. 화경의 고수와 친분을 다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몰려갔는데 다 퇴짜를 맞았다더군."

그런 정립이 먼저 제갈영영을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치료해준 유성을 잔뜩 찬양한 후.

"내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시오, 총군사."

믿음직하게 힘을 실어 주고 돌아갔다.

어리둥절했으나 그 일이 있고 나서 그녀는 무림맹 생활이 한결 편해진 걸 느꼈다.

소림사에 다녀온 유성의 집에 제갈영영이 찾아갔다 온 후 벌어진 일이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그날 정립이 유성의 집을 찾아갔다.

화경의 경지에 도달해 폐관을 푼 날로, 유성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인기척으로 유성의 집 안에 이미 선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립은 유성에 관해서 만큼은 평소와 같은 모습이 사라지고는 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내공을 집중했고.

"황홀해요... 최고예요, 백의원님... 하아아... 좋아..."

큰 오해가 생겼다.

'이런,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누군지나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내 실수다.'

정립은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시더니... 비밀은 지켜드리겠소, 총군사.'

개방도들도 모르는, 오직 정립만 아는 이야기다.

어쨌든, 제갈영영에게 있어 유성은 현존하는 최고의 의원이다.

'더러운 수작이 없는 한 당연히 백 의원님은 의각 시험에 합격해야 해!'

굳건한 신뢰.

그것이 모용림 장로를 예의 주시하다가 시험관에게 달려간 이유다.

"곤란해 보이시는데 무슨 일인가요?"

"저, 총군사님은 갑자기 왜 오셨는지..."

"곤란한 점이 있으면 도와드리러 왔어요. 저와 모용림 장로님도 오셨으니 편하게 이야기해 보세요."

"그것이..."

시험관이 결과표가 적힌 종이를 꽉 움켜쥐며 모용림 장로에게 시선을 던졌다.

모용림이 힐끗 주위를 살폈다.

다른 무림맹 장로들과 의원들이 서서히 의구심을 가지는 듯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그는 시험관에게 한마디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큼, 결과가 나왔으면 나온 대로 발표하지 않고 뭐 하나?"

"아, 그렇지요.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시험관은 은밀히 술자리를 가졌던 모용림도 저렇게 말해주자 편안 마음으로 결과를 발표했다.

"그럼 발표하겠소. 합격자는... 합격자는 백유성 의원이오. 축하하오!!"

결과가 발표되자 유성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해냈다!'

꼭 무림맹에 들어오고 싶었다.

낙양 의방을 한 다리 걸치지 않아도 무림맹 무사들과 직접 인연을 맺을 수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여러 의원에게 분산되는 것이 아닌, 무림맹 무사들 대부분을 독점할 수 있다.

의각에 백유성이 있는데 굳이 그를 피해 낙양 의방으로 갈 만한 사람은 얼마 없을 테니까.

병역도 여전히 피할 수 있고.

직속이니 오히려 더 굳건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을 불끈 쥐는 유성에게 조금 전 일로 통성명 한 여러 의원들이 앞다투어 축하를 건넸다.

"정말 고맙소! 덕분에 허가놈의 코를 납작하게-"

마구상이라는 의원이 침을 튀기며 알 수 없는 말을 쏟아 냈고.

그중에는 양의원도 있었다.

패배했음에도 처음보다 표정이 밝고 후련해 보인다.

"축하하네, 백의원."

"아닙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필기시험이 정말 어려웠거든요."

"역시. 실기는 나도 실수가 없었으니 필기에서 판가름 난 것 같네. 몇 문제나 모르겠던가?"

"총 네 문제를 몰랐습니다. 두 문제는 손도 제대로 못 댔고 두 문제는 제 생각대로 답안을 적어 봤습니다."

"그랬나... 그럼 모르는 문제마저 두 개 맞춘 셈이군. 나는 세 문제를 몰랐다네."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양의원.

승부에서 이긴 후라 양의원이 꿍해 있다면 쉽게 말 붙이기 어려웠겠지만 그가 편하게 대해주었다.

유성도 하고 싶은 말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다.

"문제로 나왔다면 정답이 있다는 소린데 궁금하긴 하군요. 의각에서 정식으로 일하게 되면 그 질병들의 치료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양의원님도 관심 있으십니까?"

양의원이 고개를 저었다.

의원이 새로운 치료법에 관심이 없다니.

뜻밖에 의선에게 배운 것만 고집하는 타입인가?

의아하던 찰나 양의원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저녁에 별일없으면 함께 술이라도 한잔 하겠나? 의각에서 정식으로 일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오늘 자네가 궁금해한 치료법도 알려주겠네."

"네...? 그게 무슨..."

유성의 얼굴에 의구심이 떠올랐다.

정답이 공개되지 않은 문제의 치료법을 양의원이 어떻게 알려 준다는 말인지 의문이다.

"그럼 조금 있다가 보세. 난 아까 중독된 환자를 보고 가겠네."

무림맹 앞으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양의원은 중독당한 무사를 살피겠다고 가 버렸다.


한편, 시험 결과가 발표되자 모용림은 사람들의 이목이 백유성에게 쏠린 틈을 타 시험관에게 다가 갔다.

"잠깐 이야기 좀 하지."

"네, 장로님."

"어떻게 된 건가? 채점에 실수는 없었나? 어떻게 백유성 점수가 더 높을 수 있지?"

"저도 아직 시험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백 의원이 일 점 더 높았습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한번 시험지를 보세. 혹시 잘못되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지."

모용림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일부러 양의원에게 사람을 보내 책자까지 전달했다.

토씨 몇 개 다르게 보냈다고 양의원이 답을 틀렸을 리도 없지 않은가?

모용림과 시험관은 시험 보조인들에게 다가가 양의원과 백유성의 시험지를 받아 함께 확인했다.

"음..."

모용림이 침음성을 흘렸다.

희소병에 대한 문제는 총 다섯 문제.

유성은 모든 문제에 도전했으나 양의원은 그렇지 않았다.

세 문제에는 단 한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래서야 점수를 줄 수가 없었겠군. 제 복을 발로 차버리다니.'

백유성을 미는 총군사를 물 먹이고, 은혜를 입은 의선의 제자를 챙겨 주기 위함이었는데 그게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다 보셨으면 이제 시험지를 보존해도 되겠습니까, 장로님?"

"그렇게 하게."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는 양의원이 잘 이해되지 않았으나 괘씸한 얼굴들은 따로있다.

모든 장로들 앞에서 자신이 사과해야만 하게 만든.

"총군사, 그리고 백유성 이 자식—"

자기도 모르게 억눌린 말을 내뱉던 모용림이 갑자기 흠칫 놀랐다.

그리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없겠지...? 그래도 조심해야겠군.'

그는 목을 잔뜩 움츠렸다.

혹시 누군가 있는지 연신 살피면서.

화경의 고수와 생사결을 벌이는 건 너무 두려운 일이다.


유성이 의각 담당자로부터 의각 운용 방식과 출근 일정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들었다.

"거처도 준단 말입니까?"

"출퇴근을 해도 되지만 무사들의 편의를 위해 세워진 곳이니만큼 의각에 머물러 주는 게 더 좋겠지요. 혹시 출퇴근하실 생각이셨습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청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의각을 보조할 하인들도 뽑을 계획이니 참고하십시오. 혹시 봐 둔 사람이 있으십니까?"

차의원이나 양의원 말고는 의방에서 특별히 인연을 맺은 자가 없었다. 둘은 하인이 아니니 제외.

"없습니다. 대신 관련 경험이 있는 자들이면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유성에게 제갈영영이 다가왔다.

아까는 의원들이 많아서인지 접근하지 않았다.

"아쉽네요. 같이 식사하며 축하하는 자리라도 가져야 하는데 긴급 회의가 소집되어서요. 오늘은 밤늦게 끝나겠어요."

추측하기로 중독된 무사가 깨어나 무언가 중요한 말을 전해 준 듯하다.

"이제 의각에서 근무하게 되면 자주 볼 텐데요. 어차피 오늘 저녁은 술 한잔하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 힘들었을 겁니다."

"술이요?"

"네."

잠깐 정적이 흐르다가 제갈영영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여자?"

"네? 갑자기 여자는 무슨... 양의원님과 마실 겁니다만."

"아."

다시 한번 정적이 흐른다.

"그래요, 이제 곧 따로 근무하시게 될 텐데 두 분 인사 나누셔야죠. 그럼 전 이만 회의가 있어서요. 아, 늦겠다."

선선한 날씨임에도 제갈영영이 얼굴에 부채질하며 뒤돌아섰다.

손으로 이마를 탁-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경공을 펼쳐 사라져 버린 제갈영영.

정말 빠르다.

제갈영영이 오늘 일부러 진법 공부를 하지 않은 사실도 모른 채, 유성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시험 때문에 침을 못 놔드렸네. 상태가 안 좋으실만 해.'

어쩌면 내일 침을 놔줄 때 또 즐거운 광경을 보게 될지도.

망가진 모습의 그녀를 상상하며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은 유성은 무림맹을 나섰다.

양의원과 만나기 위함이다.

'의각에서 근무하면 오늘처럼 위중한 환자를 많이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신성력을 더 많이 쌓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거처도 무림맹 내에 마련해 줄 수 있다니 최고야.'

가까운 미래 계획을 세우는 사이.

유성의 시야에 조금 앞쪽에 걸어가는 양의원이 들어왔다.

위험한 순간을 넘겼으니 중독된 환자 치료가 쉽게 마무리된 듯했다.

"양—"

그를 부르려는 순간.

"아이고, 표정이 무척 밝으십니다, 양의원님. 제가 뭐라했습니까. 제가 사드린 맛있는 합격 떡 드시고, 한 번에 탁! 합격 축하드립니다! 이제 꽃길만 걸으십시오!"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난 차의원이 꽃다발과 커다란 보따리를 양의원에게 쥐어 주며 외쳤다.

거리가 약간 있음에도 유성에게 아주 잘 들렸다.

"..."

양의원과 차의원이 대화를 나눈다.

차의원이 양의원의 손에서 꽃다발과 커다란 보따리를 뺏다시피 건네받고는 고개를 세 번쯤 조아린다.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린다.

유성과 눈이 마주친다.

"아이고, 우리 백의원님! 제가 뭐라 했습니까! 제가 사드린 떡— 이제 꽃길만—"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차의원을 본 유성은.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어, 진짜."

그의 뻔뻔함에 감탄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