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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이와 유사한 상황을 현실 세계의 인터넷으로 접한 적이 있다.
'영화 보러 가자는 남자에게 언젠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그날 약속있다고 철벽치는 여자!'
그런데 반대의 경우를 당하게 되니 묘한 기분이다.
언젠지도 모르면서 시간이 많다고 하는 무림맹 총군사라니.
그녀가 꼭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눈치라 유성은 그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골동품 이야기를 안 꺼냈으면 모를까 안 데려가면 가만 안 둘 기세인데 어떻게 거절해.'
며칠 후.
미리 약속을 잡고 유성은 제갈영영과 함께 청강문으로 향했다.
유성은 청강문이라는 문파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었다.
이 세계에 빙의한 것도 5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과거에 이름 좀 날렸던 곳이 아니라 중소문파라면 애써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갈영영은 달랐다.
"원래 중소문파가 무림 문파로 먹고 살수 있는지 없는지는 절정 고수의 유무에 따라 갈려요. 절정 고수가 있다면 흥하고 절정 고수를 배출하지 못하면 힘을 쓰기 힘들죠."
호남에서는 절정 고수도 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생아임에도 절정 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유성을 보고 그의 아버지가 끼고 돌았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무림맹이 있는 대도시 낙양에서도 절정 고수의 위상이 상당한 듯했다.
"청강문은 원래 작은 표국도 운영하고 있었어요. 청강표국이 청강문의 기반이었던 거죠. 아마 전대 청강문주는 표국 사업을 하며 전국의 골동품을 모았나 봐요."
"청강표국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만."
호남에서 낙양으로 오면서 여러 표국의 신세를 졌던 유성은 표사들이나 쟁자수들의 대화에서 청강표국의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럴 거예요. 전대 청강문주가 죽은 후 낙양에서 서로 경쟁 관계에 있던 천영표국이 청강표국을 다 흡수했거든요. 아마 청강문이 어려워 진 것은 표국이 거기로 넘어가서 생긴 일일 거예요."
유성은 살짝 무서운 생각을 떠올렸다.
전대 청강문주가 살수에게 죽었다.
보통 그럴 때 용의자는 가장 큰 이득을 취하는 자가 되지 않던가?
들어 보니 천영표국이 제일 큰 이득을 본 듯했다.
천영표국은 그 후로도 꾸준히 몸집을 키워 중원에서 가장 큰 표국이 되었다고 한다.
제갈영영이 유성의 표정을 읽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 천영표국이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무림맹에서 살문의 본거지를 찾아내 덮쳤을 때도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해요."
"그렇군요."
"미심쩍은 구석은 남아 있는데 이건 넘어가요. 이제 다 왔어요."
청강문의 외벽은 허름했다.
꾸준히 보수공사를 하는 대문파들과 다르게 오랫동안 보수하지 못한 흔적이다.
듣던 대로 형편이 어려운 듯했다.
문주 서완정이 마중을 나왔다.
무림 문파 치고는 무사들도 거의 보이지 않아, 슬슬 문파를 정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유성과 제갈영영에게 통성명 한 후 의아해했다.
"그런데 무림맹 총군사님은 무슨 일이신지요?"
"아, 오늘은 무림맹 일로 온 게 아니에요. 백 의원님이 저에게 꼭 골동품 감정을 부탁한다고 하셔서 감정사로 따라온 거랍니다."
"그러셨군요. 총명하시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골동품에도 조예가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보통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 좋아하는 취미시잖아요."
"저희 할아버지도 골동품을 모으는 고상한 취미가 있으셨어요."
둘은 골동품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성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절대 제갈영영을 콕 집어 부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골동품에 대해 좀 아는지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고 그녀가 꼭 따라오고 싶어 데려온 것뿐이다.
'언제 인지도 모르면서 그날은 하나도 안바쁘다고 하면서 말이지.'
살수가 찾아온 이튿날, 제갈영영은 사색이 되어 서점까지 유성을 찾아온 적이 있다.
유성이 휴가를 쓰고 소림사에 다녀오는 동안 애타게 그를 기다린 제갈영영을 보면 자신이 무사한지 꼭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번 골동품 감정을 위한 청강문 방문도 그런 의미로 봐야 한다.
아마 그녀는 또 있을지 모르는 암살 시도에 대비하여 유성이 외부 활동할 때 딱 달라붙기로 결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갈영영과 서완정은 곧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서완정이 유성과 제갈영영을 골동품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어두운 밤이라서 등불로 방 안을 훤히 밝혀놓았다.
방 하나에 목재로 만든 진열대가 여러 개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도자기나 철로 만든 여러 물건들, 기타 자질구레한 골동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것들이 부군이 생전 모은 골동품들입니다."
"양이 상당 하군요. 방 하나를 꽉 채우시다니."
"오랫동안 표국을 운영하며 하나, 둘 모은 것들이라 많기는 합니다. 유성님이 필요하신 것들을 챙기시면 나머지는 천천히 처분할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것들은 곧바로 주인을 찾기 어려워 현금화에 시일이 오래 걸리지요."
서완정은 골동품들이 부군의 유품이라 손대지 않았으나, 살수도 잡아 일부나마 한을 풀었기에 이제 그만 놓아주고 청강문이 진 빚을 갚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무사를 키운다는 것은 돈이 참 많이드는 일이다.
"그럼 편히 둘러보십시오. 오늘 고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셔도 된답니다."
서완정이 돌아간 후, 유성은 눈을 빛내며 주위를 둘러보는 제갈영영에게 말했다.
"저는 골동품에 대해 잘 모릅니다. 괜찮은 게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현금화가 쉬우면 더 좋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벌써 괜찮아 보이는 것들이 눈에 띄네요. 백의원님도 심심하실 테니 둘러보세요."
정말 골동품에 조예가 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골동품들을 살펴보는 그녀를 두고, 유성도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진열대 사이를 돌아다녔다.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하긴, 지금, 이것들을 현실 세계로 가지고 나간다면 대단한 골동품이기는 하겠네.'
그런 쓸데없고 이뤄질 수 없는 망상을 하던 중.
유성의 시선을 잡아끄는 물체가 하나 있었다.
손가락 한 개 정도의 길쭉한 크기였는데 짙은 청록빛을 띤 금속 같았다.
'잠깐, 내가 잘못 봤나?'
유성은 놀라서 진열대에서 그것을 들어 보았다.
청록빛의 금속이 틀림없다.
무게도 같은 크기의 철보다 가벼웠다.
등불에 비추어 보자 청록빛을 띈 금속은 각도에 따라 황금빛이나 자줏빛으로 보이기도 했다.
표면에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물결무늬가 흐르고 있었다.
유성은 한 가지 금속에 생각이 미쳤다.
"이게 왜 여기에 있지...?"
"뭘 보고 계세요?"
유성의 혼잣말에 제갈영영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코앞에서 그녀가 솟아나자 은은햔 향내가 풍겼다.
내성이 없는 유성이 살짝 거리를 벌린 후 손에 든 것에 대해 물었다.
"혹시 총군사님은 이게 뭔지 아십니까?"
"천운석이군요."
물어보자마자 답이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이것이 그만큼 흔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 이거 아시는 겁니까?"
제갈영영이 익히 아는 것처럼 평이한 어조로 말하자 유성은 김이 팍 식었다.
'그 금속인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지. 그냥 좀 닮은 금속인가 보네.'
그녀가 유성에게 천운석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저도 할아버지에게 듣기만 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정말 예쁘게 생겼네요. 아주 보기 힘든 거라는데."
"흔한 게 아닙니까?"
"절대요. 천운석,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이라는 뜻이죠. 말 그대로 운석 사이에서 가끔 발견된다고 해요. 그런데 수집욕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실제 가격은 크게 비싸지 않을 거예요.
쓸모가 없거든요. 예쁜 돌멩이와 비슷한 취급을 받아서요. 그럼 전 다른 걸 둘러볼게요."
유성은 제갈영영이 다시 돌려준 천운석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이상해. 확인해 보는 건 간단하니까.'
제갈영영이 등 돌리고 있는 사이, 신성력을 살짝 불어넣어보았다.
화악-!
금속이 마치 솜이 물을 먹듯이 유성의 신성력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금속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의 양은 유성이 주입한 양의 열배에 달했다.
'역시 맞았어!'
신성력이 증폭되었다.
유성이 아는 금속중에 그런 성질을 가지는 것이 딱 하나 있다.
'신의 금속 오리하르콘! 이곳의 천운석이 바로 오리하르콘이었어! 이 세상에 왜 오리하르콘이 있는 거지?'
유성은 애써 희열을 감추었다.
혼자 있는 곳이었다면 비명이라도 지르며 기뻐했겠으나 옆에 제갈영영이 있다.
'일단 챙기자.'
조사는 나중에 해도 괜찮다.
얻을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챙겨두기로 했다.
"이것도 같이 챙길 테니 셈에 포함시켜 주세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무심한 듯 제갈영영에게 말했다.
천운석을 힐끗 본 그녀가 물었다.
"예쁜 거 좋아하시나 봐요?"
"아뇨, 제가 예쁜 걸 좋아하는 건 아니구요."
멈칫.
제갈영영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천운석은 가볍고 예쁜 거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금속인데 예쁜 걸 좋아하는 게 아니면 왜 챙기려고 할까?'
그녀는 사실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예쁜걸 좋아하지 않으면, 예쁜 걸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려는 게 아닐까?
'설마 얼마 전에 본 남궁유린은 아니겠지...?'
유성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갈영영은 골동품들을 감정하느라 흘러내려온 긴 흑발을 귀 뒤로 살짝 넘겼다.
입가에 미소를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도 천운석이 탐나는데 혹시 오늘 수고비로 저 주시면 안 돼요?"
유성은 화들짝 놀랐다.
최대한 관심을 끌지 않으려 했으나 제갈영영이 오리하르콘을 탐내는 것이다.
신성력을 증폭시킬 수 있고, 다른 이능도 있는 신의 금속 오리하르콘을 발견했는데 이걸 넘겨줄 수는 없었다.
유성이 해 줄 말은 하나뿐이다.
"절대 안 됩니다!"
"아."
제갈영영의 눈이 짜게 식었다. 입가에 미소도 지워졌다. 속눈썹도 파르르 떨렸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표정.
"한번 해 본 말인데 너무 단호하시네요."
이내 그녀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무슨 생각하는지 눈빛도 조금 매서워졌다.
'이런, 내가 너무하긴 했구나. 웃으면서 한 말에 너무 정색했어.'
유성이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그렇게 정색할 건 아니었는데 이걸 제가 꼭 쓸 곳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제갈영영의 입술이 달싹였다.
무언가 묻고 싶은 게 있는 듯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그 천운석 어디다 쓰실건가요? 혹시 다른 사람 주려고 챙기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오리하르콘은 이 세상에서 유성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금속이다.
그 누가 달라고 해도 내줄 생각이 없다.
"절대 아닙니다. 제가 쓸 겁니다."
그 순간 제갈영영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언제 매섭게 쳐다봤냐는 듯이 눈매도 다시 부드러워졌다.
"그래요. 꼭 백의원님이 사용하시도록 해요."
유성은 의아했다.
'화 난 듯 보였는데 별거 아니었나?'
어쨌든 잘 풀려서 다행이다.
꽤 친해졌고, 이렇게 다양한 도움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인맥과 틀어지면 몹시 곤란한 일이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그럼 계속 감정해볼게요."
다시 골동품 감정에 집중하는 그녀는 꽤 홀가분해 보였다.
유성은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다.
'오리하르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