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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각의 승려들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이미 연단중인 대환단의 변질이 시작된 상태.
변질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한 약초들을 갈아 넣고, 만에 하나 화령초가 구해지면 곧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혼합용 약초들을 준비해 두고.
그러던 중 연단각주가 연단각으로 들어섰다.
"..."
지난 몇 달.
연단각주는 매일 괴로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여러 서책들을 뒤적였다.
화령초를 대체할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다.
마침내 그가 행복한 환호성을 내지르고 나서 연단각의 분위기는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괴로움에 빠졌다.
연단각의 승려들은 자연스럽게 고개 숙이고 맡은 일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연단각주의 노고를 잘 아는 한 승려는 생각했다.
'방장님도 너무하시지. 각주님이 그렇게 고생하셨는데 각주님 말 좀 들어 주시지. 이제 와서 화령초를 어찌 구한단 말이야.'
묵묵히 약초를 갈던 그가 잠시 찌뿌둥한 고개를 들었을 때, 뜻밖에 연단각주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응?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궁금증을 참지 못한 승려가 물었다.
"흐흐, 혜강 그놈이 글쎄 벽을 넘고 있더구나."
"헉, 혜강 스님이요? 드디어 초절정 고수가 되시는 거군요!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각주님. 한시름 놓으셨겠습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춘 승려들이 달려와 축하를 건넸다.
그들도 혜강을 비롯한 사대금강과 연단각주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사정을 몰랐다면 연단각주에게 네 아들이 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다들 고맙다. 미안하지만 다시 연단에 집중해다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꾸나. 나도 돕겠다."
몇 년간 벽에 가로막혀 힘들어하던 혜강이 특별한 전조 없이 벽을 뛰어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연단각주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모든 것이 부처님의 뜻이니 연단에 실패하더라도 아쉬워하지 말자. 어차피 내가 찾아낸 방법을 후대에 전해주면 그뿐이 아닌가. 그것으로 만족하자.'
본의 아니게 여럿에게 깨달음을 준 유성은 그 이후로 별다른 방해 없이 화령초 재배에만 집중 할 수 있었다.
이튿날.
"백 시주... 정말 성공하셨구려..."
정해 대사가 그의 직위에 맞지 않게 약초밭에 무릎 꿇고 앉았다.
그리고 50년산이 넘어 보이는 화령초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초산이 캔 화령초가 아니라 이것보다 덜 자란 것이었다면 시간을 맞추기 힘들었을 겁니다."
"초산 그 친구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구려. 이 화령초와 시주를 소승에게, 우리 소림사에 보내주지 않았소?"
유성은 감격에 겨워 거듭 큰 감사를 전하는 정해 대사를 말려야 했다.
"일단 다음에 이야기하시지요. 아직 할 일이 남았지 않습니까?"
"아직 시간이 있다오. 정말 고맙소, 백 시주. 그대를 우리 소림사의 은인으로 여길 것이오."
소림사의 은인!
유성은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겸손하게.
"마음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제 내려갈까 합니다."
"낙양 의방으로 돌아가시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조만간 의방으로 찾아가겠소."
마지막까지 감사 인사를 전한 정해 대사가 화령초를 가지고 사라졌다.
'의방으로 찾아온다니, 기대되는걸. 게다가 스킬을 얻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신성력이 이만큼이나 차오르다니.'
상당한 신성력을 쌓아 만족한 유성은 짐을 챙겼다.
'완성된 대환단도 구경하고 싶지만 의방을 너무 오래비웠어. 빨리 환자를 보고 싶구나.'
그는 어느새 환자를 치료하고 얻는 보람을 즐기게 되었다.
환자를 치료하고 나면 실시간으로 신성력이 늘어나는 보상을 얻을 수 있어서 더 그랬다.
이번에 소림사에서 얻은 것이 많다.
유성은 주먹을 쥐어 보았다.
'백가장 시절, 호남의 여러 중소문파 무인들과 겨뤘을 때 타인의 무공을 훔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무공들의 수준이 낮아 가능하다고 여겼는데, 내가 소림의 절예들까지 훔쳐낼 수 있을 줄이야.'
혜강과 벌인 대련이 하나부터 열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억 난다.
제일 중요한 내공 운용법은 아직 모르지만 이미 초식들을 외워두었다.
단전을 치료하면 최선의 내공 운용법까지 찾아낼 수 있을 거다.
혜강이 펼쳤던 소림의 절예들은 유성에 의해 낱낱이 분해되어 그의 무공에 녹아들 것이다.
무극지체와 선천오성 특성의 힘이다.
오랜만에 긴장감 넘치는 대련을 가졌기 때문일까?
유성은 무공에 대한 깊은 갈증을 느꼈다.
'더 많은 상승 무공들을 견식하고 싶다. 나만의 무공을 만들어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완벽히 펼쳐 내고 싶다.'
연단각주가 최근에 제자들에게만 맡겨 두었던 작업에 손을 보태고 있을 때.
"저, 저, 저...!"
누군가 경박한 소리를 냈다.
"무슨 소란인가?"
"화, 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제자를 한심하게 쳐다본 연단각주가 돌아본 곳에는.
성인 손바닥보다 더 긴 화령초를 소중하게 들고 있는 정해 대사가 서 있었다.
"화령초!"
꿈에서 수백 번, 수천 번은 봤던 그 자태 그대로였다.
연단각주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 화령초는 무조건 50년 이상 된 것이라고.
"연단각주, 부처님의 뜻을 전하러 왔소."
"아아...! 아미타불...!"
연단각주가 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불호를 외우면서 엎드리는 광경이 괴상했으나 연단각의 다른 승려들도 마찬가지로 너도 나도 바닥에 엎드렸다.
정해 대사가 빙그레 웃었다.
"늦지 않았다면 어서 연단의 마지막 과정을 시작해주시오."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 귀한 화령초를 도대체 누가 구해왔단 말입니까?"
"내 오랜 벗과 소림의 은인이라오."
소림사를 찾아왔던 여러 사람들이 행렬을 지어 숭산을 내려갔다.
유성도 그 사이에 끼어들어 주위를 살폈다.
'개방도들이 변장하고 있구나.'
의식하고 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여럿 보인다.
개방이 비록 거지들로 구성된 방파지만 고수들까지 구걸을 시키지는 않는다.
만약 그래야 했다면 개방은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을 것이다.
정보를 팔아 번 돈으로 나름의 자금력도 갖추고 있었고, 그 자금의 일부가 이번에는 개방도들을 변장시키는데 사용된 듯했다.
다양한 직업군으로 변장한 개방도들의 은밀한 호위를 받으며, 유성은 빨리 정체불명의 남자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고생시키고 있지 않은가.
유성이 숭산의 중턱 쯤 내려왔을 때, 하늘이 노을로 물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할 시간이다.
유성도 항상 이 무렵 퇴근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가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는 해가 완전히 저문 후였다.
'만약 나를 노리는 자가 살수라면... 응? 저자는 누구지? 설마...'
펑퍼짐한 검은 장포로 온몸을 감싸고 챙이 큰 죽립을 쓴 사람 하나가 유성의 집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마침 살수에 관한 생각하고 있었기에 몹시 수상해 보였다.
유성이 은밀히 그의 근처에 있는 개방도 하나에게 속삭였다.
"혹시 저자가 저를 감시한다는 자가 아닙니까?"
개방도는 그쪽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분은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아, 그렇습니까? 이러다가 모든 사람을 살수로 의심하게 될까 봐 걱정이군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중이니 불편해도 조금만 참으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저분이라고 하시던데 정체를 아시는 겁니까?"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조금 그렇군요. 철권개 분타주님 아래 개방도들은 철저한 교육으로 입이 천근처럼 무겁습니다. 이 주변은 저희가 철저히 감시할 테니 편히 쉬십시오."
"그게 무슨..."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개방도가 슬그머니 멀어져갔다.
영문 모를 소리에 유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집 문 쪽으로 향했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죽립 괴인이 마침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번뜩!
내려쓴 죽립으로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유성은 마치 그자의 눈에서 무언가 쏘아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죽립 괴인이 신법이라도 펼친 듯 놀라운 속도로 유성에게 접근했다.
'뭐야,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유성이 여차하면 불영선하보라도 펼치려던 찰나.
죽립 괴인으로부터 가늘고 간절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꼼짝없이 키가 조금 작은 남자라고 생각했던 유성은 깜짝 놀랐다.
"백 의원님, 대체 왜 이제 오셨어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정말 저 죽는 꼴 보고 싶으세요?"
"...!"
유성은 여러 일들 때문에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 그에게 두통 치료받았던 제갈영영을 이틀간 고스란히 방치했다는 사실을.
"미안합니다. 총군사님이셨군요. 설마 두통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오신 겁니까?"
"아이 참, 빨리 들어가요. 주인 없는 집이라 들어가지도 못했다구요."
"어어?"
유성은 제갈영영이 내공까지 써서 그를 잡아끌자 할 수 없이 함께 집 안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자가 이상한 오해를 한 것은 아니겠지?'
문이 닫히기 직전, 유성은 문틈 사이로 저 멀리서 이쪽을 보고 진한 미소를 짓는 개방도와 눈이 마주쳤다.
탁-
문이 완전히 닫혔다.
오해가 깊어질 것 같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언제 올 줄 알고요."
유성이 짐을 풀고 침통을 꺼내며 물었다.
"일단 이 두통 좀 고쳐주세요.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어제도 아팠지만 오늘은 훨씬 심해져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도 거의 못했단 말이에요."
제갈영영은 심각하겠지만 투정 부리듯 쏟아 내는 말을 들은 유성은 그녀가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
연상녀에게 이런 매력을 느끼다니.
이게 다 현실에서 연애를 해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죽립을 던져 버리고 펑퍼짐한 검은 장포까지 훌렁 벗어 버린 제갈영영이 아무곳이나 찾아 드러누웠다.
항상 단정하게 입고 있던 하얀 학사복이 상당히 흐트러져 있는 것이 그녀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이었는지 간접적으로 말해주었다.
"빨리 찔러 주세욧!"
썩 꺼져라, 이 음란 마귀놈아.
뭉게뭉게 피어나는 망상을 흩어 버리고 유성도 서둘러 침을 꺼내 들었다.
"찌르겠습니다."
"어서요!"
망설이지 않고 침을 백회혈에 찔러넣고 재빨리 치유 스킬을 발동시켰다.
"으으으... 흐아아... 이 느낌이야아아아...."
제갈영영의 입에서 마치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팔을 느릿하게 허우적대는 그녀는 눈까지 풀려 있었다.
"좀 어떻습니까?"
당연히 두통이 나았냐는 질문이다.
치유 스킬을 받았으니 당연히 나았겠지만 의원으로서 예의상.
그런데.
"황홀해요... 최고예요, 백의원님... 하아아... 좋아..."
"..."
유성은 이 방 안에 단둘만 있음에 감사했다.
만약 이 소리까지 개방도가 들었다면 커다란 오해를 샀음에 틀림없었다.
그 정도로 제갈영영의 목소리와 내용이 야릇하게 들렸다.
"앗!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풀린 눈으로 이상한 감상을 늘어놓던 제갈영영이 깜짝 놀라 소리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다 죽어 가던 주제에 지금은 펄떡펄떡 날뛰는 활어같았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문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유성은 장난기가 돌았다.
"황홀할 정도로 좋으셨군요. 저도 좋습니다."
"네, 넷?!"
"총군사님께서 제 침술이 최고라고 칭찬해주시니 정말 좋군요."
그제야 유성이 놀리고 있음을 깨달은 제갈영영이 곱게 눈을 흘겼다.
"아무튼 죄송해요. 너무 추태를 부린 것 같네요. 두통이 정말이지... 아까는 참기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네?"
"다음에도 말없이 며칠간 사라지시면 저 진짜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꼭 말이라도 해주고 가세요. 아셨죠?"
"..."
입술을 삐죽이며 툴툴대는 모습을 보자 유성은 조금 음험한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이틀, 아니, 사흘에 한 번씩만 침을 놔주는 것도 괜찮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