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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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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님, 방금 백의원이 보던 환자가 죽었답니다요. 산에서 실족한 약초꾼인데 몇 번 백의원에게 치료받았던 자입니다요."
진료실로 슬쩍 들어와 털어놓은 하인의 말에 조의원은 신경질적으로 손짓했다.
"그게 대체 어쨌다는 말인가?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나가게."
"아니, 저는 그냥 전에 알려달라고 하셔서... 그럼 일 보십시오."
조의원의 신경질적인 태도에 머쓱한 하인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전에는 그런 거 있으면 꼭 좀 알려달라더니. 괴팍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하인이 속으로 무슨 욕을 하든 조의원은 낮은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죽을 거면 그때 척마대주가 죽었어야 했는데 그깟 약초꾼 하나 죽은 걸로 뭐가 바뀌겠나.'
조의원은 몰락했다.
아니, 몰락하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이대로 아무 변화 없이 시간이 더 흐른다면 확실하게 몰락할 것이다.
조의원과 척마대주의 일이 낙양 의방을 넘어 인근 도시에 널리 퍼진 후다.
'평생을 걸쳐 쌓아온 내 명성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이게 다 백유성 그놈 때문이다. 그놈이 의방에 들어온 후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
아무리 초절정 고수의 기세 때문이라지만, 그곳에 있는 많은 사람이 조의원의 추한 모습을 목격했다.
의술 실력이 어디 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의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실력만 보고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당장 실력으로 따지면 양의원이 더 낫고 이제는 백유성에게 밀렸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절대다수였다.
그를 찾는 환자의 수는 확연히 줄었다.
아직 찾아오는 옛 단골들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존경심을 내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그는 진료시간이 끝나자마자 자기 집으로 향했다.
새로 들였던 애첩은 약삭빠르게 이별을 통보한 지 오래였다.
그를 맞아주는 사람은 오랜 조강지처 뿐이었다.
조의원의 처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없이 돌아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대화를 청했다.
"당신, 차라리 휴무마다 빈민가로 가서 의료 봉사라도 하는 게 어때요?"
"의료 봉사?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요?"
"가난해서 의방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이 빈민가에 많다고 해요. 그들에게 의술을 베풀면서 다시 명성을 회복해 나가는 게 어떠신가 해서요. 당신 실력 있잖아요."
"의료봉사라... 가끔 그러는 게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가만,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소?"
"..."
말을 잇지 못하는 처를 보며 조의원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추궁 끝에 요즘 백유성이 그런 일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조의원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아니, 나보고 그놈을 따라 하란 말이오?!"
"좋은 의도로 말씀드린 거니 고깝게 듣지 말아 주세요. 낙양 사람들 사이에 그 일이 널리 퍼져서 백의원을 아주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대요."
"듣기 싫소! 그놈을 따라 해서 명성을 회복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소!"
처는 조의원이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으로 말을 꺼낸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게 백유성 탓이라 여기고 있는 조의원은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았다.
'이 방법은 쓰지 않으려 했건만. 그놈만 없으면 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
낙양 외곽에 허름한 객잔이 하나 있다.
대도시 낙양으로 오가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기에 장사는 제법 잘 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곳의 주인 오자성은 사십 대 남자로, 주위 사람들은 그가 낭인 생활을 청산하고 모은 돈으로 자성객잔을 차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오자성의 진정한 정체를 아는 한 노인이 자성객잔을 방문했다.
오자성이 얼른 달려가 노인을 맞이했다.
"조의원님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조용한 곳에서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네."
굳은 조의원의 표정을 보고, 덩달아 오자성의 표정도 굳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오자성은 조의원을 밀실로 안내했다.
창도 없고 문도 단단히 닫혀 있어 누가 엿들을 만한 여지가 전혀 없는 장소였다.
조의원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하나 묻고 싶네. 약속은 아직도 유효한가?"
"...물론입니다."
"다행이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겠네. 자네도 요즘 나에 대한 소문을 들었겠지?"
"..."
요즘 조의원에 대해 도는 소문은 좋지 못하다.
같은 낙양 의방 내 의원을 시기하여 수작을 부리다가 척마대주에게 큰 봉변을 당했다는 소문을 그가 듣지 못했을 리 없다.
오자성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조의원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한 사람을 죽여주게."
오자성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는 과거 조의원에게 큰 빚을 진 적이 있다.
살문의 살수였던 시절, 정파 무인 한 명을 암습하고 도망가던 중 추격자들에게 큰 상처를 입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한 민가로 숨어들었다.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그는 어쩔 수 없이 숨어든 그곳이 자기 무덤이 될 거로 생각했다.
마침 그 집은 조의원이 머물던 곳이었다.
무슨 생각인지 오자성과 차분히 대화를 나눈 조의원은 그를 치료해주었고, 회복 중인 그를 찾아다니던 정파 무인들에게 둘러대고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오자성이 조의원의 집에 숨어 치료받았던 기간은 약 세달로, 그 기간 동안 정파의 추격 뿐 아니라 살문과의 연까지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정파에서 기어이 살문의 본거지를 찾아내 멸문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마침 상위 암살자로 승진하여 통제용 독을 복용하지 않았던 것도 운이 따랐다.
얼떨결에 오자성은 자유의 몸이 되었고, 조의원은 그를 구해 준 대가로 한 가지를 요청했다.
마침 오자성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딱 한 명, 죽이고 싶은 자가 있을 때 말씀해주시기로 하셨지요. 제가 죽여드리겠습니다. 누굽니까? 척마대주입니까 아니면 백유성입니까? 미리 말씀드리면 척마대주는 제가 목숨을 걸어도 성공 확률은 채 일할도 되지 못할 겁니다."
"그럼 백유성이 목표라면?"
"구할입니다."
조의원이 의아한 듯 물었다.
"절정 고수도 암살에 성공했었던 자네가 구할? 십할이 아니라?"
"저는 백유성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법이지요.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건 알아서 하게. 한 달 안에 가능하겠나?"
"...한 달 후에 저와 백유성 둘 중 하나는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조의원은 만족하며 자성객잔을 떠났다.
'양의원에게 쓰려고 충동적으로 갈았던 칼을 이제야 써먹게 되는구나.'
10년 전에도 조의원은 자기보다 어린 양의원에게 밀려나고 지독한 열등감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때는 머지않아 이성을 되찾았고 다른 활로를 모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모든 게 끝날 판이었다.
이미 분노에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조의원이다.
조의원이 다녀간 후.
오자성은 곧 병을 핑계로 객잔 운영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었다.
그는 며칠간 변장하고 낙양 의방에 가 백유성에게 진료를 받으며 무위를 가늠해 보기도 했고, 우연을 가장해 유성의 뒤를 쫓기도 했다.
그러나 섣불리 손을 쓰지는 않았다.
이런 활동은 변수를 최대한 차단하여 성공률을 십할에 가깝게 올리기 위함이었다.
살문의 살수 시절, 일류 무사임에도 절정 고수를 암살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철저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자성은 이번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개방도들이 계속 주위에 포진해 있구나.'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개방도들이 유성 주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유성을 죽이더라도 자신은 오래 살고 싶은 오자성은 더 신중하게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
유성은 약방 내의 약재 담당자에게 묻기도 하고 낙양에서 가장 큰 약재상에 찾아가 화령초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초산이 캔 화령초는 40년이 조금 넘는 정도구나. 이를 어쩐다. 이거라도 전해 줘야 할까?'
소림사에서 대대적으로 수배를 내린 덕분에 50년 산 화령초가 필수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유성은 신성력을 가늠해 보았다.
진은선의 활약으로 상승폭을 조금 더 키웠기 때문에 매일 증가하는 양보다 넉넉히 가산하여 계산해보았다.
역시 무리다.
소림사가 말한 시일까지 촉진 스킬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안타깝지만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밖에 없겠구나.'
결국 유성은 휴무일에 빈민가 진료를 쉬고 소림사로 향했다.
가슴에는 초산이 남겨 준 화령초를 품은 채였다.
소림사로 향하는 일반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이에 끼어 소실봉으로 향하던 유성은 옆에 바짝 다가온 남자의 기척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계속 걸어가시면서 이야기하시지요. 저는 개방에서 나왔습니다."
유성이 힐끗 보니 그는 얼굴도 깨끗하고 좋은 비단옷을 입어 도저히 개방도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말끔한 모습이 부잣집 자제로 보일 지경이었다.
"정말 개방도 맞습니까?"
"사정이 있어 변장을 좀 했습니다. 알려드릴 내용이 있거든요."
슬쩍 상의를 들춘 남자의 허리춤에 3개의 새끼줄 매듭이 보였다.
일단 개방도의 표식은 맞다.
유성은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섞여 걸어가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려주실 내용이 뭡니까?"
"요 며칠간 계속 복장을 바꿔가며 의원님 주위를 맴도는 놈이 하나 있는데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는 항상 유성의 사각에서 관찰하는 오자성의 기술 때문이었으나 기감도 사용할 수 없고 뒤통수에 눈도 달리지 않은 유성이 알 도리가 없었다.
"몰랐습니다. 어떤 사람입니까?"
"저희도 파악 중에 있습니다. 무위도 상당하고 워낙 신출귀몰해서요. 그런데 좋은 의도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최악의 경우 살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가 의원님의 동선을 파악하는 느낌이니 항상 조심하십시오."
"정보는 감사합니다만 왜 저에게 이런 걸 알려주는 겁니까?"
유성의 물음에 개방도는 생각했다.
'왔다!'
그는 철저히 교육받은 대로 대사를 내뱉었다.
중요한 내용을 하나도 빼먹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목숨을 바쳐 의원님을 철저히 보호하라는 철권개 분타주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분타주님은 소운님을 따르고 있죠."
개방도의 정성이 통하여 유성은 상황 파악을 끝냈다.
'소운이 개방에서 잘 자리 잡았나 보구나. 다행이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운에게 제가 따로 고맙다고 말해야겠군요. 철권개 분타주님이 도와주신 점도 꼭 언급하겠습니다."
개방도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서렸다.
"철권개 분타주님이 무공을 익힌 개방의 제자들을 주위에 배치해 두었으니 너무 큰 걱정은 마십시오."
"요즘 제 주위에 개방도들이 많이 보이더니 그런 이유였군요."
유성은 곧 그와 헤어졌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백가장에서 내게 살수를 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가문에서 나온 것으로 끝인 인연. 그렇다면 조의원 아니면 팽지산과 진영호일까?'
무공을 잃은 몸으로 원한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무림인과 원한을 쌓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했다.
만약 주루에서 있었던 일로 팽지산이나 진영호가 사주한 것이라면 속이 얼마나 꼬인 놈들인가 싶다.
'일단 그들은 확률이 낮다고 봐야겠지. 사실상 내가 그들을 직접 자극한 적은 없으니. 가능성이 큰 건 조의원 쪽일까?'
복잡한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유성은 소림사에 도착했다.
문지기 승려가 용건을 물었다.
"저는 낙양 의방의 의원 백유성이라고 합니다. 방장님께 약초꾼 초산의 유품을 전해드리러 왔다고 말씀해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