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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 의방 생활을 하며 유성은 외상 환자도 많이 받아보았다.
타박상이나 뼈에 금이 간 사람은 물론 골절을 당한 사람들도 찾아왔으나 결국 모두를 고쳐 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고칠 수 있는 수준의 사람만 찾아왔기 때문이다.
단연코 이 정도로 사경을 헤매는 환자가 의방을 찾아온 적은 없다.
가슴에 검이 박힌 자리는 까딱 잘못하면 장기를 찔렀을지도 모르는 위치로, 겉으로 보이는 출혈도 많았다.
만약 다친 장소가 인근이 아니었다면 의방을 찾아가는 동안 죽었을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당신은 다음에 봐줄 테니 자리 좀 비켜 주십시오!"
유성은 임시 진료실 안에서 진료중인 환자를 내보내고 소년을 안으로 들였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소년을 안고 온 남자가 빠르게 말했다.
"저쪽 골목길에서 소운이 실수로 흑도 놈과 몸이 부딪힌 모양입니다. 사실 무림인이라 하기도 힘든 양아치 같은 놈입니다. 그놈이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칼이 부러지자 오히려 소운에게 역정을 내더니 한번 걷어차고 가 버리길래 제가 의원님이 오시는 날인 게 생각나서 얼른 안고 온 것입니다."
"안고 오는 동안 검은 건들지 않은 것 맞습니까?"
"네, 이런 경우에 절대 뽑으면 안 된다고 설명해주신 게 생각나서 그대로 놔두고 안고만 온 것입니다. 소운을 살릴 수 있을까요? 이놈 불쌍한 놈입니다. 안 그래도 어렸을 때 흑도 무리들에게 부모를 잃고..."
손을 들어 남자의 쓸데없는 말을 막은 유성이 부러진 검날을 잡고 신성력을 흘려보았다.
'출혈이 많지만 다행히 내부가 손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검이 박힌 채 몸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안고 왔는데 이 정도면 이 소년은 아주 운이 좋은 편이다.'
유성은 바로 판단을 내리고 남자에게 말했다.
"살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이 소년을 치료해야 하니 다른 사람들은 진료 못 할수도 있습니다. 양해해 달라고 전해주시고 당신도 밖에서 대기해주십시오."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연신 고맙다고, 잘 부탁하다고 인사한 남자가 문을 닫고 나갔다.
임시 진료실 밖에서 소운을 안고 온 남자에게 사람들이 연신 질문을 던져댔다.
그중 가장 화가 난 듯 보이는 남자가 씩씩거렸다.
평소 소운을 예뻐하던 자였다.
"이보게, 불쌍한 소운을 저렇게 만들었다는 놈들이 도대체 누군가? 아무리 흑도 무리가 막 나간다지만 죄 없는 민간인까지 건들다니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
"나도 모르는 얼굴이었네."
"자네는 개방도가 아닌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지 않겠나?"
"나는 무공도 배우지 않은 일결제자일 뿐인데 무슨 힘이 있어 그런 걸 알아볼 수 있겠나. 소운이 싹싹하고 착해 자네가 아낀다는 걸 잘 알지만 일단 기다리세나. 백의원님이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네."
"기다리긴 뭘 기다려? 아무리 백의원님의 실력이 대단하다지만 저렇게 중한 상태를 어떻게 살려낸단 말인가? 그러지 말고 누군지만 좀 알아봐주게. 우리가 힘을 합치면 무림인이라도 복수할 수 있을걸세."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군. 혹시 그자가 누군지 알아낸다 해도 우리는 그자를 이길 수 없네. 허튼소리 말게. 그리고 백의원님의 소문을 제대로 못 들었나보군."
"어떤 소문?"
"백의원님이 의선도 손 놓은 척마대주님을 살려냈다는 소문 말이네. 어쩌면 소운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네."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그건 틀린 소리라던데. 척마대주님은 치료를 포기한 게 아닌가? 조용히 삶을 정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니야. 분타주님께 들은 거라 틀림없을 거네. 척마대주님이 직접 치료가 잘되고 있다고 했다네."
"그럼 정말 소운이 살 수도 있단 말인가?"
'신성력을 다 쓰고 남는 시간에 이런저런 기본 상식들을 알려주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칼을 뽑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약 뽑았다면 남은 신성력으로는 못 살렸어.'
습관적으로 장침을 꺼내려던 유성의 시선이 부러진 검으로 향했다.
'굳이 칼을 뽑아내고 침으로 치료할 필요가 없구나. 상처를 그대로 틀어막은 채 치료하면 쓸데없는 신성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손이 베이지 않게 조심하여 검날을 잡은 유성이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검이 성스러운 황금빛으로 빛났다. 상처가 심각해 힘 조절을 할 여력이 없다.
치유 스킬을 발동하자 검에 찔린 장기가 회복되며 검이 서서히 바깥으로 밀려 나왔다.
너무 빠른 속도로 빠져나오면 날카로운 검날에 불필요한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유성은 신중하게 소년을 치료해 나갔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검이 피부 근처까지 뽑혀 나오자 유성은 치유스킬의 발동을 멈추었다.
'많은 사람이 이 소운이라는 소년의 상처가 중함을 목격했다. 다행히 의방 생활을 하며 외상 환자 처치에 노하우가 쌓였지.'
유성은 능숙하게 봉합 도구를 꺼내 아물지 않은 피부를 꿰메기 시작했다.
방금 검에 찔린 곳이 씻은 듯이 나아 있다면 큰 의심을 살 수 있다. 피부를 봉합해 두면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신비한 현상을 들키지 않을 수 있다.
봉합까지 얼추 끝내고 금창약을 발랐다.
유성은 치료가 너무 일찍 끝난 것 같아 소운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김에 그를 진맥해 보았다.
기껏 치료해 놨는데 다른 지병으로 죽어 버린다면 억울할 테니까.
'응?'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유성은 조금 더 자세히 소운의 몸을 살펴보았고, 곧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단한 근골이다. 비록 잘못 먹어 왜소해 보이지만 뼈가 단단하고 혈맥이 넓게 뚫려 있어 무공을 익히기 좋겠구나. 이런 빈민가에서 척마대주보다 근골이 더 좋아 보이는 거지 소년이라니.'
이런 좋은 신체조건을 타고난 소년이 아무 무공도 익히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연히 무림인이나 의원이 살피지 않으면 겉으로만 봐서는 근골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거지인 소년은 의원에게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유성이 신기한 듯 소운의 몸을 이곳저곳 만져 보고 있을 때 그가 깨어나 몸을 일으켰다.
"소운이라고 했지? 정신이 드느냐?"
"윽... 누구십니까?"
유성은 소운에게 그의 상황을 일러 주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백의원님이셨군요. 꼼짝없이 죽은 줄 알았는데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하지만 무림인들과 분쟁은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큭... 나쁜 놈들... 저는 실수로 못 보고 부딪힌 것이지만 그자는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피하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미쳤다고 무림인에게 시비를 걸었겠습니까? 그런데 그자가 검을 휘두르고 제게 '너 때문에 내 검이 부러졌다. 재수 없는 자식'이라고..."
씩씩거리던 소운이 갑자기 휘청거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으니 무리하지 말고 이걸로 당분간은 몸에 좋은 것들을 사 먹도록 해라."
돈이 약간 든 전낭을 주자 소운이 펄쩍 뛰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비록 거지지만 다들 저를 예뻐해주셔서 어디 가서 굶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치료까지 해주셨는데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유성은 그보다 몇 살 어린 소운이 예의를 알고 어른스러워 보여 기특했다.
"이것도 치료의 일환이다. 잘 먹어야 상처가 빨리 아무니 받아두거라."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바깥에 널 데려와 준 분께도 꼭 감사하다고 하고. 그가 아니었다면 죽었을 거다."
"네, 의원님."
유성은 아직 몸을 가누기 힘든 소운을 누워 있게 하고 밖으로 나가 다른 환자들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힐끗 돌아본 소운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왜 우느냐?"
소운이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주먹을 꽉 움켜쥔 채였다.
"별거 아닙니다."
"괜찮다. 혹시 어디 불편한 곳이 있다면 말해 보거라."
망설이던 소운이 입을 열었다.
"몸은 괜찮습니다. 크게 다쳤었는데 뜻밖에 겉만 아프고 안은 멀쩡한 느낌이라 신기할 뿐입니다. 다만 제가 우는 이유는 흑도놈들 때문입니다."
"그래. 잘못한 것도 없는데 무림인에게 봉변을 당했으니 당연히 속상할 것이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부모님 생각이 나서 그렇습니다. 저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과 비슷하게 죽을 뻔했다 생각하니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유성은 아까 소운을 업고 온 남자가 털어놓은 말이 떠올랐다.
흑도 무리들에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던가?
'원래 참견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훌륭한 무재를 가졌으니 기회는 줘도 괜찮겠지.'
유성도 평범한 현대인이었던 사람으로서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힘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 흑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꽤 마음에 든 소운이 이렇게 억울하고 분해 죽으려 하는데 스스로 복수할 수 있는 방도 정도는 알려 줘도 되지 않겠는가?
"소운아, 사실 네가 정신을 잃고 있을 때 네 몸을 조금 살펴봤다. 너는 무재가 뛰어나 보이는구나."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네가 무공을 배우게 된다면 스스로 복수할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
깜짝 놀란 소운을 놔두고 유성은 진료실을 나섰다.
유성이 생각보다 많이 아끼게 된 신성력과 익히고 있는 의술로 다른 환자들을 진료하고 돌아간 후.
소운을 안고 온 개방의 일결제자는 황당한 요구를 들었다.
"뭐? 갑자기 방주님께 안내해 달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개방의 방주님이 얼마나 바쁜 분이신지 아느냐?"
"형님께는 말씀드려도 되겠죠. 방금 백의원님이 저보고 무재가 뛰어나다고 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그러니 절 소개해 주십시오. 얼마 전 형님이 그러셨잖아요. 개방 방주님이 무재가 뛰어난 아이를 찾고 있다고."
"그랬지. 그랬는데 네가 거기에 해당했단 말이냐?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하긴 내가 알아볼 방법이 없었지만."
"꼭 부탁드립니다."
"좋다. 백의원님 말씀이신데 믿을 수 있겠지. 대신 몸이 다 나으면 가자꾸나. 멀쩡해 보여도 속이 말이 아닐 거다."
소운은 가슴 부근을 건드려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봐도 속은 멀쩡하고 겉만 아픈 것 같은데... 정말 신기한 일이지.'
십만 방도를 거느리고 있는 개방 방주 용화신개 정도 되면 수많은 골칫거리가 있는 법이다.
그중 가장 큰 골칫거리는 개방의 후개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이라는 점이다.
'십만 명이 넘는 개방도 중에 쓸 만한 무재를 가진 놈이 어떻게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사실 대부분의 개방도들은 무공을 익히지 못한 일반 거지들이니 그들 모두를 살피지 못했을 뿐이지만 용화신개의 처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무림맹에 머무르고 있던 용화신개에게 용감하게도 매듭 한 개의 일결제자가 분타주를 통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취해 왔다.
"의원에게 무재가 뛰어나 보인다는 소리를 들은 녀석을 하나 데려왔답니다."
용화신개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놈들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내 절기를 물려받으려면 웬만한 무재로는 흉내만 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럼 돌아가라고 할까요?"
"음, 아니다. 혹시 모르니 한번 만나 보자. 그놈들을 데려와라."
용화신개는 소운을 직접 보고 경악했다.
"이 녀석!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난 것이냐! 내가 널 얼마나 찾아다녔는 줄 아느냐!"
마치 잃어버린 아들이라도 만난 듯 크게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