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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무슨 일 있으십니까? 평소와 조금 달라 보이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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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유성의 물음에 잠깐 고민했지만, 솔직히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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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한 이야기도 털어놓았는데 이 정도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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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에게 들릴 정도로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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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할아버지가 가문으로 돌아가자고 하셔서 몰래 떠나는 거라서요. 지금 며칠 자리 비우셨는데 만약 일찍 돌아오시면 절 데려가려고 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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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습니까? 가뜩이나 오래 걸리는 임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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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검왕이 평소 엄하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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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몰래 떠났다가 뒤늦게 검왕이 알게 되면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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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돌아갈 자신이 없어서요. 몇 달 후에는... 뭐, 어떻게든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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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대책 없는 타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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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서로 인사 나눴으면 모두 모이시오. 이번 임무에 대해 설명해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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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장로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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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에 몸담은 청운 장로는 천하를 돌아다닌 경험이 풍부했고, 장거리 여정을 이끌기에 적합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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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수준도 초절정 고수로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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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림맹 고수들과 함께 하면 웬만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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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이번 임무는 의각주를 성도의 청성파까지 안전하게 호위하는 임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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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무사들은 모두 알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으나, 남궁유린은 몰랐던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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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동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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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에게 보내는 눈빛이 마치 이렇게 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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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의각주님 호위 임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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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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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장로가 이제 이동 경로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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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장안을 거쳐 관중평야를 따라 진령산맥 북쪽 길로 이동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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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파 장로, 정우 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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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관을 지나시려는 거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이 이동하기에 가장 적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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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소. 가는 길에 무림맹 분타들에서 쉬어갈 수 있소. 상황에 따라 객잔을 잡거나 며칠은 야영해야 할 수도 있지만 가장 빠른 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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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의 우두머리가 경로를 정했으니, 이제 부지런히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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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여러 대를 나눠 타고 일행은 무림맹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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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청운 장로와 함께 마차를 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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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제일 고수였고 이 무리에서 꼭 지켜야 할 사람이 유성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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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도인과 남궁유린을 포함하여 총 8명의 인원이 대형 마차에 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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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장로가 남궁유린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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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경황이 없어 묻지 못했으나 검왕께서는 가문으로 돌아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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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과 남궁유린이 검왕에 대해 나눈 이야기는 알지 못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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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금 전에 다른 일행을 챙기기 바빠 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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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다른 일이 있으시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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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남궁 소저가 이 임무에 따라 가는 건 알고 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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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맡게 된 임무라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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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검왕께서 일 보시고 무림학관에 들리시면 당황하시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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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하지만 제가 없는 거 알면 가문으로 돌아가실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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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장로는 유성에게도 의각 소식 잘 듣고 있다며 여러 말들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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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안의 분위기는 그가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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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때부터 느꼈지만 아는 바를 뽐내기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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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천에 세 차례 가 보았네. 사천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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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상을 돌아다녔던 여러 이야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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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도인은 조용한 사람이었으나 청운 장로 덕분에 마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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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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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보고서를 처리한 후, 차를 한잔 타 들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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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전각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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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을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는 건 생긴 지 얼마 안 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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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왠지 모르게 편안한 기분이 들어 바쁜 와중에도 하루에 몇 번 정도는 꼭 차 마실 시간을 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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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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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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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런 기분이 안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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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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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전각은 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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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주인이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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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몇 달 동안은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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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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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고 창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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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일 좀 미루고 청성파로 가는 행렬이라도 한번 보고 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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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두통 치료 받고 인사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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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이 있어 따로 배웅하지 못한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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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차를 재빨리 마셔버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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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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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 태정헌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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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님, 무림학관 생도 임무 현황 보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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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학관이요? 특별한 사항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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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보고들이 몰려오는 군사부의 특성상, 별 볼일 없는 건은 총군사인 제갈영영 선까지 올라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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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부군사가 무림학관 생도 임무 현황을 보고하러 온 것은 특별한 사항이 발생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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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한 건 있습니다. 이번에 사천까지 의각주님을 호위하는 장기 임무에 따라간 생도가 한 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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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요. 장기 임무인데다 급하게 잡혔는데 지원자가 있었나보군요. 잠깐, 근데 누구죠? 그 생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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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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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의각 경계 임무도 홀로 지원한 생도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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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 생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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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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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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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은 총군사가 보고서를 와락 움켜쥐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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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해요. 딴생각하다가 그만. 그 건은 알겠어요. 다른 사항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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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평온한 모습을 되찾은 제갈영영이 구겨진 보고서를 다시 피며 차분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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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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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은 다른 사항들을 보고할 동안 제갈영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러져 있는 걸 똑똑히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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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경이 날카로우신가 보군.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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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군사부에 긴장감을 심어 준 제갈영영은 퇴근 후 옷을 갈아입고 침상에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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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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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떠오르던 잘생긴 남자 얼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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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 한 척, 커다란 눈을 깜빡이던 여자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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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그녀가 갑자기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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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님과 저, 둘만의 비밀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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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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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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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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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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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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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불길한 상상으로 늦게 잠을 이루었음에도 습관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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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탁자에 앉아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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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진법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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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를 익혀냈지만 아직 여덟가지가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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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는 바로, 천문진법총해를 창안한 조상님은 다른 부분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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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여러 진법 가문들이 있었으나 조상님의 활약으로 제갈세가가 천하제일 진법 가문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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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진법에 관련된 의뢰들을 받아 제갈세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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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에서 의뢰를 맡겼다는 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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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그녀도 이 책을 다 익히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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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진법가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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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당장은 유성이 없으니 적극적으로 공부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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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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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려니까 어색하네. 삼단계가 어떤 건지 조금만 살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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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충동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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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주고 간 성수도 있으니 조금만 마셔도 두통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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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계보다 이단계가 어려웠어. 삼단계는 당연히 더 어렵겠지. 그냥 어느 정도인지 가늠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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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내린 제갈영영은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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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푸른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제갈영영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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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채 삼단계 진법에 대해 파악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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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더 복잡하지만 못 풀 정도는 아냐. 그런데 점점 어려워지면 십단계는 얼마나 어렵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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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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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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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홀린 듯 하루치 진도를 나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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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지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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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이틀째는 참기 힘들 정도로 괴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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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삼아 꾹 참고 확인해 본 결과, 삼일째부터는 두통이 서서히 줄어들다가 오일 째는 완전히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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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에게 치료받지 못할 경우, 하루치 진도를 나가면 오일은 쉬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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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한 난이도야. 이러니 조상님들도 이 책을 제대로 못 익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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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성수를 조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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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해소되며 머리가 다시 상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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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거니까 아껴 마셔야지. 당분간 공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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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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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두통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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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곧 두통의 원인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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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계부터는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은은한 두통이 지속해서 발생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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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인을 안다고 다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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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때처럼 심각한 두통은 아니지만 은은한 두통이 사라지지 않고 그녀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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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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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의 양은 매일 마실 만큼 넉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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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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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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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의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졌고, 군사들은 더 긴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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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가 군사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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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다시피 요즘 심상치 않은 일들이 많아 총군사님이 좀 예민하신 것 같다. 며칠만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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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그는 제갈영영의 날카로운 기분이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이 될 거라는 사실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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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에서 장안으로 향하는 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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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일행은 중간중간 마차를 끌다 지친 말들만 교체하며 장안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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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이 나오면 물을 마시게 하고, 식사하며 말들도 풀을 뜯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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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잘 정비되어 있으니 마차가 잘 달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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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렇지만 진령산맥 쪽으로 가면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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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을 여러 번 가 봤다는 청운 장로가 그렇다니, 맞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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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순조롭다고 생각하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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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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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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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크게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소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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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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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장로의 물음에 밖의 무사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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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의 마차를 끌던 말들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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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사람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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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괜찮은 것 같지만 말들이 다리가 부러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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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몇 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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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가 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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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차를 끄는 말들은 네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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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세 마리가 다쳤다면 다른 마차를 끄는 것도 큰 지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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