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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는 천운석 가공 때문에라도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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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한 번씩 필요한 경우에는 천운석을 움켜쥐고 신성력을 증폭시켜 사용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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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에 비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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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의 형태면 환부에 깊숙이 접근 할 수 있어 신성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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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치료에 있어서는 침의 모양인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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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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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천으로 가는 게 최선이다. 사천으로 나갈 일이 또 언제 있을지 모르니까. 그런데 사천당가에 들를 시간을 낼 수 있을까?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무림맹의 공적인 일로 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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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파의 일은 하나도 걱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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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 스킬은 치유 스킬과 달리 단계별로 효과가 나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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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유천진인이 독에 중독된 거라면 해독 스킬로 도왕처럼 쉽게 치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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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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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파의 일을 마무리 짓고 어떻게 사천당가에 들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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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천당가에 가서 천운석으로 침을 만들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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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암기를 만드는데도 바쁘다고 들었는데 내 의뢰를 받아 줄까? 천운석 가공 난이도가 결코 쉽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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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리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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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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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가서 기회를 만들어 보자. 이번이 아니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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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굳히고 청성파의 장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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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도와야지요. 청성파는 무림맹의 오랜 우방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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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는 크게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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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소, 의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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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는데만 해도 시일이 꽤 걸릴 텐데 그때까지 유천진인께서 버티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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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은 힘들지만 운기하며 버티고 있으시니 가는 동안은 괜찮으실거요. 하지만 최대한 빨리 출발할 수 있으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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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준비되는대로 출발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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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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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파 장로와 대화가 마무리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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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총군사 제갈영영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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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결정 내려주셔서 감사해요, 의각주님. 번거로우시겠지만 한 가지 일을 더 부탁드리고 싶어요. 청성파의 일을 도운 후, 사천당가에 들러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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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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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강호 정세가 심상치 않으니 그들의 지원을 얻고 싶어요. 설득은 다른 분이 할 거예요. 다만 복귀하는 일정이 조금 지체될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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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여주던 부드러운 눈빛과는 달리 무림맹 회의실에서 의견을 내는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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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평소 일할 때 모습이라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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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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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제갈영영이 나서서 사천당가 이야기를 꺼낸 것이 자신을 위한 거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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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유성이 천운석을 가공하기 위해 사천당가에 가고 싶어 했던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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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미리 논의된 일은 아니지만 좋은 생각이오. 당가가 힘을 보태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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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청성파로 가야 할 일이 있어 떠올렸을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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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로들과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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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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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 선물이라도 사다 드려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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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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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유성은 사천으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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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파 장로가 최대한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니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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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 있는 자들에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다고 연락을 돌린 후, 의각의 일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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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님, 차의원님. 제가 사천에 다녀와야 하니 의각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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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네. 내가 양의원님 잘 모시고 있을 테니 잘 해결하고 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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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이번에 따로 양의원과 독대하며 작은 항아리 몇 개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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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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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항아리를 슬쩍 열어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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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변화를 크게 보이지 않는 그인지라 색다른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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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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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약입니다. 성수라고 이름 붙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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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유성이 틈틈이 만들어 둔 성수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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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으로 빛나는 신비한 약… 설마 전에 군사부에서 간자 사건이 있었을 때 총군사님이 사용했다는 약이 혹시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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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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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랍군.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꼭 한번 그 약의 존재를 보고 싶었는데 이걸 의각주가 만든 것인 줄 전혀 몰랐네. 가능하다면 나도 영술이라는 걸 배우고 싶을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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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갈영영은 성수를 우연히 구한 약이라고 사람들에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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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의 정체가 공개되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비밀로 해왔던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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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처럼 장기간 의각을 비워야 할 때 유성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 성수만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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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의각에서 제일 믿을 만한 양의원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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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품은 믿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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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사용하셔야 합니다. 가능하면 비밀을 지킬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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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겠네. 스승님께도 비밀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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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의 효능과 사용 방법 등을 양의원에게 상세히 설명해 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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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환자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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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평소보다 훨씬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제갈영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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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빠, 빨리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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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머리를 붙잡고 유성에게 달려와 침을 놔줄 것을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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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르 떨리는 손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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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재빨리 제갈영영의 머리를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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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녀의 머리카락을 헤집다 보니 눈으로 보지 않고 두피만 만져 봐도 백회혈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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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굳이 백회혈에 시침할 필요는 없지만 신성력 소모도 줄일 수 있고, 뜻밖에 손맛도 즐기게 되어 평소처럼 백회혈에 시침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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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살았다. 고마워요. 통증이 싹 가셨어요. 오늘 무리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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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훨씬 안 좋아 보이시기는 했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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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몸을 부르르 떨며 새벽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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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진법총해 두 번째 진법이 거의 마무리 단계야. 몇 달간 의각주님이 안 계시니 오늘 마무리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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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도 공부해야 할 분량을 하루 만에 마무리 짓기 위해 잠도 줄이고 새벽같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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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진법보다 더 난해했지만, 꾸준히 공부하다 보니 결국 두 번째 진법도 모두 익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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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함을 느낀 것도 잠시, 그녀는 참기 힘든 두통에 유성에게 달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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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성이 없으니 당분간 세 번째 진법 공부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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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보내고 싶지 않지만, 화경의 고수를 잃어서는 절대 안 돼. 게다가 의각주님도 사천당가에 볼일이 있으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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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아쉽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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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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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의각주님이 안계시니까 무리해서 공부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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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라면 제가 따로 준비한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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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그의 진료실 안쪽에서 무언가 꺼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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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항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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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입니다. 몇 달간 쓸 양은 되지 않지만 공부하시다가 참기 힘든 두통이 찾아오면 조금씩 드십시오. 훨씬 나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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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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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상황에서 다른 환자들에게 쓸 양은 따로 있으니 부담가지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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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성수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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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성수를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이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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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인해 부군사 태정헌이 죽음에서 생환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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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목숨마저 구할 수 있는 귀한 성수를 단순히 공부하며 머리 아플까 봐 만들어 준 유성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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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아껴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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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런데 어제 사천당가에 들러달라는 이야기는… 제가 생각한 거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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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때문에 일부러 사천당가 행을 끼워 넣은 게 아니냐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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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 뭘 물어요? 사람 민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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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살짝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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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고마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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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마침 사천당가의 지원을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아시다시피 그들의 독공은 집단전에서 큰 도움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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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지요. 당가의 지원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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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석 가공도 꼭 성공하세요. 그걸로 침 만들고 싶어 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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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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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의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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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안전한 곳에 계시길 바랐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네요. 부디 몸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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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의 일까지 마무리 지은 유성은 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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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물품으로는 역시 침통과 여러 의료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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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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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석 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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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성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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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 함께 청성파로 떠나는 일행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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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무리를 이끄는 책임자와 먼저 인사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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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 어서 오게, 이번에 내가 일행을 이끌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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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청운 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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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장로는 곤륜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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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의각 시험을 볼 때, 유성이 영술을 익히지 않았냐고 지레 짐작하여 사람들에게 대신 설명해 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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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스킬을 영술로 포장하여 지금처럼 자유롭게 신성력을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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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요즘 나도 나이가 먹었는지 예전 같지 않네. 가면서 몸도 좀 살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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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과장되게 두들기며 씨익 웃는 모습이 엄살로 보이지만, 유성은 차의원 덕에 사회생활에 대해 배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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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사천까지 가는 동안 일행들의 건강은 제가 책임 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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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호언 장담에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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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무사들은 이미 의각에도 여러 번 찾아와 안면이 익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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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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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일행의 후미에서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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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소저도 지원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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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의각주님. 저도 같이 가게 됐어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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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이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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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까지 가는 일인데 너무 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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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괜찮아요. 그런데 저희 언제 출발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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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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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조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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