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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양의원이 의각 당직을 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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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원은 요즘 인맥을 다지겠다며 백호단주 무리의 술자리에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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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 부군사의 초대로 한번 참여했다가 거기 사람들과 친분을 다질 필요가 있어 보이는지 자주 참석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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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약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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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저녁에 무림학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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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고민했지만, 역시 직접 살펴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남궁유린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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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의각 경계 임무 기간이 끝났기에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그녀를 만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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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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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유성을 알아본 무림학관 생도가 아는체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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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림학관 생도들이 종종 다쳐 의각에 찾아오기에 친분이 생긴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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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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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남궁유린 소저를 찾고 있습니다. 혹시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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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이라면 아까 저 안쪽 정자에 앉아 있는 걸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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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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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생도가 알려 준 곳에서, 용이 수놓아진 푸른 무복을 입은 남궁유린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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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홀로 정자 한쪽에 걸터앉아 보름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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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자태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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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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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놀라움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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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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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남궁 소저. 말도 없이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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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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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이 엉덩이를 움직여 옆자리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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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에 앉혀두고 본론만 꺼내기도 애매해 사양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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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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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부분이 그녀가 남겨둔 체온으로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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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녀들의 성병을 치료하고 와서 그런지,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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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생각, 착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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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시선 둘 곳이 없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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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도 자리를 권하기는 했지만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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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유성이 옆에 앉자 괜히 민망하여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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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앉아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고 있는 남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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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보일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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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하게, 어색할지언정 지금 이 순간이 싫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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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간질간질 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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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만약 팽지산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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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 의각주님을 누구한테 비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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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생각하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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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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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넷? 뭐,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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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부드러운 목소리와 그 내용에 순간 남궁유린의 사고가 마비되어 멍청하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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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요. 왜 저걸 보고 계셨는지 이해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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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죠? 저도 그래서 자주 봐요. 달빛 아래 있으면 세상 모든 게 잠시 멈춘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도 잊고 괴로움도 잊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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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꽤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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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유성이 남궁유린을 찾아온 이유가 방금도 그녀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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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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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언가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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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대련을 지켜보는 게 괴롭다는 말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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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오늘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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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찾아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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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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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남궁유린이 침 삼키는 소리가 유성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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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조용한 정자라서 그런지 유독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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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소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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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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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말은 멀리서 그를 부르는 한 사람의 소리에 끊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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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보니 이미 퇴근했던 장칠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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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은 처음 의각으로 뛰어갔다가, 유성이 무림학관 쪽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수소문 끝에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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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은 당직을 서는 중이기도 하고, 유성에 비해 실력이 떨어져 이런 상황에서 유성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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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궁유린과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평소와 달리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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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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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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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가 위독하십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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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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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 식구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데 한가하게 급하지도 않은 남궁유린의 진료를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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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의 행실과 관계없이 환자부터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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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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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누워계시다가 갑자기 피를 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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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병이 의심되지만 직접 보지 않고는 확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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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확실한 건, 좋지 못한 징조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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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어디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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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 계십니다! 바로 의각으로 가서 호위무사를 모셔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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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틈이 없으니 빨리 출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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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호위도 없이 장칠을 따라 달려갈 기세로 보이자 남궁유린이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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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호위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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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드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드는 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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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무림맹 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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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수준의 흑도 정도만 가끔 돌아다니는 이곳에서 유성도 자신을 지킬 힘이 있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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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빨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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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 곳은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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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방문을 열고 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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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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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주위에 도움받을 사람이 없었는지 집 안에는 장칠의 어머니만 홀로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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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가 풍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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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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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얼른 장칠의 어머니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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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색이 창백하지만 피를 한번 토한 후로 추가적인 토혈은 없는지 조금만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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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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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이 약하지만 다행히 아직 버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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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피를 토했다는 건 몇 가지를 의심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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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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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되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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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침통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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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 저희 어머니 사, 살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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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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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유성이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장칠이 보기에 어머니의 안색이 너무 창백하고 지금도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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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게 아닌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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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장침을 꺼내 장칠 어머니의 가슴에 찔러넣으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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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중이니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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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신성력을 흘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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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서 장칠에게 들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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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하며 토한 게 아니고, 평소 그의 어머니는 쉽게 피로해하고 소화불량도 호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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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간쪽의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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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간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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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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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탄력 있는 원래의 간과 달리 울퉁불퉁하고 단단해 보이는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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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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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굳어 피가 그쪽을 통과하지 못하니, 식도쪽으로 몰려 혈관이 터져 버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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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의원은 외과적인 시술을 하기 어려우니 이대로 환자를 놓쳤겠지만, 유성에게는 치유 스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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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급한 혈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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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쪽을 타고 주욱 살펴보자 한 가닥 혈관이 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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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터진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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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대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사망하고 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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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이 유성을 불러오는 동안 그의 어머니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혈관이 작게 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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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게 신성력을 컨트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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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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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이 곧바로 아물며 새어 나오던 피가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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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의각주님! 어머님 입에서 피가 조금 덜 나는 거 같은데요? 제가 잘못 본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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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이 놀라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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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눈치챌 만큼 효과는 즉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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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피가 새어 나오지 않게 되었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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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대꾸하지 않고 이번에는 굳어 있는 간을 향해 치유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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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상처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치유 스킬이 간에 퍼지자, 굳어 있던 간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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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접할 때는 자세히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아마 치유 스킬이 작용하는 건 세포나 그런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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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려 상태가 악화된 부위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주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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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 노화에는 효과가 없었지만, 병에 걸린 부위의 정상화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게 아닐까, 유성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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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다시 말랑말랑하고 탄력 있는 간의 모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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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꾼 초산의 일로, 항상 신성력을 어느 정도 남겨두고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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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그 후로도 정밀하게 몸 이곳저곳 살펴 안 좋은 장기를 치료 후, 장침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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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떻습니까? 치료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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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칠에게 씨익 웃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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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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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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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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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장칠의 어머니가 신음성을 흘리며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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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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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와 부둥켜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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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람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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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서 소매로 눈가를 찍는 남궁유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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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보자 그녀가 민망한지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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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이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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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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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남궁유린은 감수성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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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이 좋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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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진정된 장칠이 넙죽 큰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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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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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이유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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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력이 차오르며 그의 진심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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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식구끼리 도와야지요. 그런데 혹시 어머님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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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 어머니는 눈에 제대로 초점이 잡히지 않았고, 잘 안 보이는지 옆을 더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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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며 무언가를 찾아 유성에게 건네주려는데 목표물을 한 번에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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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눈동자 색도 탁하고, 아무래도 눈이 불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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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몇 년 전에 양의원님이 봐주셨는데 노안이라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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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선이나 양의원이라고 해도 현대에 알려진 질병까지 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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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는 노인에게 나타나면 늙어서 그렇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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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의 치매도 그런 경우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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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장칠의 어머니에게 직접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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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혹시 앞이 전혀 안 보이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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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전혀는 아니예요.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긴 한데 앞에 뭐가 있다 정도는 대충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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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질문 끝에, 그녀는 희미한 시력에 의지해 간신히 사물의 존재를 인지하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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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으로 시력이 나빠질 수는 있어도 앞이 거의 안 보이는 정도까지 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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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알기로 그렇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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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백내장 같은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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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은 노화로 인한 노안과 달리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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