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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는 짓궂은 구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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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치마 안에는 또 다른 치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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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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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증상을 정확히 말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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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과 처음 만났을 때, 지금은 태상문주가 된 정연이 기녀들의 상태를 대략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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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상대하는 기녀들이 걸리는 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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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듣자마자 유성은 당연히 성병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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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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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할 때 환부를 전혀 안 볼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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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의 짓궂은 행동을 무시한 채 최대한 담담하게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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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부에서 고름이 나오고 안 좋은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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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움과 통증도 있다니, 불편함이 심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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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도 받기 힘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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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성병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는 매독인지 임질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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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병명을 모른다고 치료까지 못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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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침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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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놓으시게요? 안아프게 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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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아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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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참, 안아프게—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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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에게 신경 써서 가장 아프게 침을 놔주고, 치유 스킬을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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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치유 스킬은 질병에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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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도 처음에만 따끔하지, 가려움증과 통증이 가시는지 신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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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다른 기녀들도 모두 치료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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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 소옥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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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치료 다 마치셨다면서요? 아무도 치료하지 못한 괴질인데… 무슨 병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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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옥과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기는 조금 민망해 유성은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해 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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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에 이런 기녀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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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아요. 급속도로 퍼지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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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은 신체 접촉으로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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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기구도 없으니 예방도 잘 안 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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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부가 좀 그렇지만, 사용할 수 있는 신성력의 양만 늘어난다면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기녀들을 더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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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신성력을 파밍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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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천운석으로 침을 만들 수 있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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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천운석을 가공할 수 있는 장인은 알아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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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관련된 소식을 듣고 오는 길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천하에 이름이 알려진 자들 중에서는 사천당문이 유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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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거기 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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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판타지에서 드워프들이 오리하르콘을 다루었으니, 여기서도 많지 않으리라 예상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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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사천당가로 확인 되자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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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철가장이라는 곳도 있었어요. 유서 깊은 대장장이 가문인데 일할 때 도움이 되려고 비전 무공까지 익힌 자들이에요. 보유한 실력 좋은 대장장이만 해도 수십 명에 가까웠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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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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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일부 장인들은 천운석을 다룰만한 실력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십 년 전, 철가장이 망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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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실력 좋은 장인들이 왜 망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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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으로는 중요한 납품건에서 심각한 품질 문제가 있었다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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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치 않아도 이십 년 전 있었던 일이라면 이제 와서 어떻게 밝힐 방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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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혹시 철가장이 망했어도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남아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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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옥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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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의 부탁을 받고 그들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가 방금 나온 거예요. 철가장의 후인들이 한 명도 남김없이 실종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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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지만 이제 와서 그들을 찾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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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천당가 뿐이라고 하신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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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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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사천에 다녀오려면 이동 시간만 해도 최소한 두, 세달은 걸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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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에 매여 있는 몸으로 아무 명분없이 몸을 뺄 수 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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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면 위험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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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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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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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의각에서 일 한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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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의각이 꽤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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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환자들이 줄을 선 것은 똑같았으나 호기심에 찾던 어중이떠중이들은 찾아와도 진료받지 못할 만큼 환자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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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꽤 심각한 부상을 당한 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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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 여러 일들이 터져 무림맹 무사들의 외부 임무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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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머릿수 채우기 용으로 따라다닌 무림학관 생도들도 조금씩 다쳐 돌아오는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무사들의 몸이 성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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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주님까지 다치실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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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이 경증을 파악한 순서에 따라 이번에는 백호단주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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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백호단원들도 여럿 다쳐와서 그의 상태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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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보니 외상은 없으나 가슴에 내상을 입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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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런 손자국. 장법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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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놈들이 뭉쳐 다니면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더군. 방심해서 한대 얻어맞았을 뿐이네. 그런데 치료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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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요. 말끔하게 치료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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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다행이군. 복귀하는 날 친구들과 한잔하기로 했거든. 의각주도 생각 있으면 함께 하겠나? 내 친구들도 정식으로 소개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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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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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술에 미친 사람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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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유성은 백호단주가 술을 끊게 만들었어야 하나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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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채로 돌아오면서도 내내 술과 고기를 뜯을 생각만 했을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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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어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보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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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술 끊으라는 말을 순순히 들을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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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단주를 치료해준 후에도 진료줄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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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력이 늘어나는 점은 반갑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도 필요하고 신성력을 아낄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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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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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얼굴들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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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드디어 여기서 일하게 되는군. 이게 다 의각주 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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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은 의각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유성의 손을 붙잡고 연신 흔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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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고생 많았네. 바쁘다고 들었는데 내일부터 최선을 다해 돕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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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 명은 믿음직하게 유성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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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원과 양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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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원은 유성이 개인적으로 평가한 시험에서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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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에게 듣기로, 유성이 차의원에게 시험을 볼 거라고 통보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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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귀찮을 정도로 양의원을 찾아와 함께 의술을 공부하자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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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마다 손에 뭔가를 바리바리 싸왔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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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의각에 들어오기 위해 그만의 방식으로 노력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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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 의방에서 두 명을 쏙 빼왔기에 소옥에게 조금 미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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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유성의 말을 듣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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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 의방은 걱정하지 마세요. 무림맹 의각 의원 세 명을 모두 여기서 배출했다는 말에 천하에 이름난 의원들이 지원하고 있어요. 환자들도 더 신뢰하는 분위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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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괜히 사람 빼와서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걱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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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의각주님을 대체할 사람은 없겠지만요. 양의원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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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옥은 차의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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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들의 합류는 유성에게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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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부터 의각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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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중상 환자부터 받아 쉽게 완치가 가능한 자는 치료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상태를 완화시켜 양의원과 차의원에게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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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은 굳이 유성의 도움이 필요 없는 환자들을 받다가 유성에게서 넘어온 환자들을 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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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원은 주로 경상 환자를 보다가 가끔 중상 환자들을 보는데 손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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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마다 한 명씩 돌아서 의각에서 잠을 자며, 혹시 밤에 찾아올 수 있는 환자를 바로 돌볼 수 있도록 대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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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은 잘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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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성의 눈에, 얼마 전부터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 남궁유린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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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무림학관을 그만둔 후 표정이 밝아져 의각 내 총각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그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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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의각 경계 임무에 지원한 유일한 무림학관 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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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과 친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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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의 대소사를 챙길 의무가 있는 유성은 근무가 끝나고 남궁유린에게 다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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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표정이 안 좋으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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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 게 아니라면 유성이라고 해도 남궁유린을 도와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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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부 인사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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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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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여기에 있는 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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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다 자르고 그렇게 물어 오는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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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요. 남궁소저가 있어 의각 분위기도 더 밝았고 여러모로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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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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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한결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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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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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입바른 말 하나로 약간의 근심거리가 가신다면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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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그녀의 의각 경계 임무 지원 기간이 끝났고, 이번에는 남궁유린 대신 다른 생도들이 의각에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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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임무의 지원은 한 차례 건너 가능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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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벌이 장칠은 퇴근하여 집에 가기 전 푸줏간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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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소고기로 넉넉히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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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을 향해 호기롭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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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의각주님을 따라오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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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받은 월급이 들어 있는 전낭이 두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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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여 장칠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어머니의 안부를 살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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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혼인도 하지 않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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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 왔어요. 오늘은 월급 받아서 소고기 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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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약 5년 전부터 눈이 흐려져 별다른 일도 못하고 집에만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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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양의원에게 진료 받았는데, 노안이라 어쩔 수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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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흐릿하게나마 사물을 구별하니 더듬으며 집안일 정도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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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은 함께 고깃국을 끓여먹고 오늘 무림맹에서 있었던 여러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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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쎄 의각주님이 여 무사 한 명이랑 눈빛을 교환하는데 불꽃이 튄다니까요? 그 여자가 어찌나 예쁜지 종학진 형님도 한때 짝사랑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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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사리 분별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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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이야기는 전할 수 없지만 이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아직 소녀 같은 마음을 지닌 어머니는 신이나 이것저것 질문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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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은 이야기에 계속 조미료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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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남궁유린과 백유성은 무가의 여식과 무공을 잃은 의원으로, 가문의 반대에 부딪혀 서로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애절한 연인 관계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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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를 치다 못해 세상에 없는 요리를 만들어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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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머니가 잠들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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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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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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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이야기 듣던 어머니가 갑자기 선홍빛 피를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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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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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이불이 붉게 물드는걸 보며, 장칠이 떠올린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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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의각주님을 모셔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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