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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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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는 짓궂은 구석이 있었다.
겉 치마 안에는 또 다른 치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다.
“...그럼 증상을 정확히 말씀해주십시오.”
정연과 처음 만났을 때, 지금은 태상문주가 된 정연이 기녀들의 상태를 대략 설명해 주었다.
남자를 상대하는 기녀들이 걸리는 괴질.
그걸 듣자마자 유성은 당연히 성병을 의심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다.
치료할 때 환부를 전혀 안 볼 수는 없기에,
기녀의 짓궂은 행동을 무시한 채 최대한 담담하게 행동했다.
환부에서 고름이 나오고 안 좋은 냄새가 났다.
가려움과 통증도 있다니, 불편함이 심했을 거다.
손님도 받기 힘들었겠지.
유성의 성병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는 매독인지 임질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병명을 모른다고 치료까지 못 하는 건 아니다.
조용히 침을 꺼내 들었다.
“침 놓으시게요? 안아프게 놔주세요~”
“좀 아플 겁니다.”
“아이 참, 안아프게— 앗!”
기녀에게 신경 써서 가장 아프게 침을 놔주고, 치유 스킬을 발동시켰다.
역시 치유 스킬은 질병에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기녀도 처음에만 따끔하지, 가려움증과 통증이 가시는지 신기해했다.
이어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다른 기녀들도 모두 치료해주었다.
한참 후, 소옥이 돌아왔다.
“벌써 치료 다 마치셨다면서요? 아무도 치료하지 못한 괴질인데… 무슨 병이던가요?”
소옥과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기는 조금 민망해 유성은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해 주었고.
“낙양에 이런 기녀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꽤 많아요. 급속도로 퍼지고 있거든요.”
성병은 신체 접촉으로 퍼진다.
피임기구도 없으니 예방도 잘 안 될 테고.
환부가 좀 그렇지만, 사용할 수 있는 신성력의 양만 늘어난다면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기녀들을 더 늘릴 수 있다.
주기적으로 신성력을 파밍 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천운석으로 침을 만들 수 있으면 좋다.
“혹시 천운석을 가공할 수 있는 장인은 알아 보셨습니까?”
“마침 관련된 소식을 듣고 오는 길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천하에 이름이 알려진 자들 중에서는 사천당문이 유일해요.”
“역시 거기 뿐입니까?”
버츄얼 판타지에서 드워프들이 오리하르콘을 다루었으니, 여기서도 많지 않으리라 예상은 했다.
그러나 실제로 사천당가로 확인 되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원래 철가장이라는 곳도 있었어요. 유서 깊은 대장장이 가문인데 일할 때 도움이 되려고 비전 무공까지 익힌 자들이에요. 보유한 실력 좋은 대장장이만 해도 수십 명에 가까웠다고 하죠.”
“...”
“그들 중 일부 장인들은 천운석을 다룰만한 실력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십 년 전, 철가장이 망해 버렸어요.”
“그렇게 실력 좋은 장인들이 왜 망했습니까?”
“소문으로는 중요한 납품건에서 심각한 품질 문제가 있었다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긴 해요.”
석연치 않아도 이십 년 전 있었던 일이라면 이제 와서 어떻게 밝힐 방법도 없다.
“그런데 혹시 철가장이 망했어도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남아 있지 않습니까?”
소옥이 고개를 저었다.
“의각주님의 부탁을 받고 그들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가 방금 나온 거예요. 철가장의 후인들이 한 명도 남김없이 실종되었어요.”
이상한 일이지만 이제 와서 그들을 찾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사천당가 뿐이라고 하신 거군요.”
“맞아요.”
유성이 사천에 다녀오려면 이동 시간만 해도 최소한 두, 세달은 걸릴 거다.
무림맹에 매여 있는 몸으로 아무 명분없이 몸을 뺄 수 있을 리 없다.
혼자 가면 위험하기도 하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
유성이 의각에서 일 한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
그사이 의각이 꽤 바빠졌다.
매일 환자들이 줄을 선 것은 똑같았으나 호기심에 찾던 어중이떠중이들은 찾아와도 진료받지 못할 만큼 환자가 몰렸다.
그중에는 꽤 심각한 부상을 당한 자들도 있었다.
듣기로, 여러 일들이 터져 무림맹 무사들의 외부 임무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거의 머릿수 채우기 용으로 따라다닌 무림학관 생도들도 조금씩 다쳐 돌아오는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무사들의 몸이 성할 리 없다.
“단주님까지 다치실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습니까?”
종학진이 경증을 파악한 순서에 따라 이번에는 백호단주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전에 백호단원들도 여럿 다쳐와서 그의 상태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살펴보니 외상은 없으나 가슴에 내상을 입은 채였다.
시퍼런 손자국. 장법의 흔적이다.
“사파놈들이 뭉쳐 다니면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더군. 방심해서 한대 얻어맞았을 뿐이네. 그런데 치료할 수 있겠나?”
“당연하지요. 말끔하게 치료해드리겠습니다.”
“후, 다행이군. 복귀하는 날 친구들과 한잔하기로 했거든. 의각주도 생각 있으면 함께 하겠나? 내 친구들도 정식으로 소개해주지.”
“...”
이런 술에 미친 사람을 봤나.
처음으로 유성은 백호단주가 술을 끊게 만들었어야 하나 후회했다.
다친채로 돌아오면서도 내내 술과 고기를 뜯을 생각만 했을게 아닌가?
그러나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어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보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술 끊으라는 말을 순순히 들을 리가 없지.
백호단주를 치료해준 후에도 진료줄은 끊이지 않았다.
신성력이 늘어나는 점은 반갑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도 필요하고 신성력을 아낄 필요도 있다.
며칠 후.
반가운 얼굴들이 도착했다.
“이야~ 드디어 여기서 일하게 되는군. 이게 다 의각주 덕이야!”
한 명은 의각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유성의 손을 붙잡고 연신 흔들었고.
“혼자 고생 많았네. 바쁘다고 들었는데 내일부터 최선을 다해 돕겠네.”
다른 한 명은 믿음직하게 유성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의원과 양의원이다.
차의원은 유성이 개인적으로 평가한 시험에서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을 받았다.
양의원에게 듣기로, 유성이 차의원에게 시험을 볼 거라고 통보한 후,
그는 귀찮을 정도로 양의원을 찾아와 함께 의술을 공부하자고 했단다.
올 때마다 손에 뭔가를 바리바리 싸왔다던가.
나름대로 의각에 들어오기 위해 그만의 방식으로 노력한 모양이다.
낙양 의방에서 두 명을 쏙 빼왔기에 소옥에게 조금 미안 했는데,
그녀는 유성의 말을 듣고 웃었다.
-낙양 의방은 걱정하지 마세요. 무림맹 의각 의원 세 명을 모두 여기서 배출했다는 말에 천하에 이름난 의원들이 지원하고 있어요. 환자들도 더 신뢰하는 분위기예요.
-그렇군요. 괜히 사람 빼와서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걱정했습니다.
-물론 의각주님을 대체할 사람은 없겠지만요. 양의원님도요.
소옥은 차의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의 합류는 유성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튿날부터 의각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성은 중상 환자부터 받아 쉽게 완치가 가능한 자는 치료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상태를 완화시켜 양의원과 차의원에게 넘긴다.
양의원은 굳이 유성의 도움이 필요 없는 환자들을 받다가 유성에게서 넘어온 환자들을 맡고.
차의원은 주로 경상 환자를 보다가 가끔 중상 환자들을 보는데 손을 보탠다.
그리고 밤마다 한 명씩 돌아서 의각에서 잠을 자며, 혹시 밤에 찾아올 수 있는 환자를 바로 돌볼 수 있도록 대처했다.
의각은 잘 굴러가고 있다.
그런데 유성의 눈에, 얼마 전부터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 남궁유린이 들어왔다.
팽지산이 무림학관을 그만둔 후 표정이 밝아져 의각 내 총각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그녀가 말이다.
남궁유린은 의각 경계 임무에 지원한 유일한 무림학관 생도.
유성과 친분도 있다.
의각의 대소사를 챙길 의무가 있는 유성은 근무가 끝나고 남궁유린에게 다가 갔다.
“요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표정이 안 좋으신데요.”
몸이 아픈 게 아니라면 유성이라고 해도 남궁유린을 도와줄 방법이 없다.
사실 안부 인사에 가까웠다.
남궁유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혹시 제가 여기에 있는 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앞뒤 다 자르고 그렇게 물어 오는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
“물론이지요. 남궁소저가 있어 의각 분위기도 더 밝았고 여러모로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워요.”
표정이 한결 나아 보인다.
유성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런 입바른 말 하나로 약간의 근심거리가 가신다면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다.
며칠 후, 그녀의 의각 경계 임무 지원 기간이 끝났고, 이번에는 남궁유린 대신 다른 생도들이 의각에 배치되었다.
같은 임무의 지원은 한 차례 건너 가능하단다.
***
떠벌이 장칠은 퇴근하여 집에 가기 전 푸줏간에 들렀다.
“부드러운 소고기로 넉넉히 주시오!”
백정을 향해 호기롭게 외쳤다.
‘역시 의각주님을 따라오길 잘했지.
이번에 받은 월급이 들어 있는 전낭이 두둑하다.
소고기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여 장칠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어머니의 안부를 살피는 거다.
그는 혼인도 하지 않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오늘은 월급 받아서 소고기 사 왔어요.”
어머니는 약 5년 전부터 눈이 흐려져 별다른 일도 못하고 집에만 계신다.
전에 양의원에게 진료 받았는데, 노안이라 어쩔 수 없단다.
다행히 흐릿하게나마 사물을 구별하니 더듬으며 집안일 정도는 할 수 있다.
장칠은 함께 고깃국을 끓여먹고 오늘 무림맹에서 있었던 여러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 글쎄 의각주님이 여 무사 한 명이랑 눈빛을 교환하는데 불꽃이 튄다니까요? 그 여자가 어찌나 예쁜지 종학진 형님도 한때 짝사랑 했다고…”
그도 사리 분별은 한다.
기밀 이야기는 전할 수 없지만 이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아직 소녀 같은 마음을 지닌 어머니는 신이나 이것저것 질문하고는 한다.
장칠은 이야기에 계속 조미료를 쳤다.
어느새 남궁유린과 백유성은 무가의 여식과 무공을 잃은 의원으로, 가문의 반대에 부딪혀 서로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애절한 연인 관계로 변해 있었다.
조미료를 치다 못해 세상에 없는 요리를 만들어낸 거다.
곧 어머니가 잠들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그런데.
“쿨럭!”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이야기 듣던 어머니가 갑자기 선홍빛 피를 토했다.
“어머니!”
하얀 이불이 붉게 물드는걸 보며, 장칠이 떠올린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당장 의각주님을 모셔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