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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해결될 거라 기대하고 뒤로 빠져 있던 도왕은 유성의 말이 거듭될수록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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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쌓인 게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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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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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겨룬다지만 절정 고수인 아들과 의원인 백유성이 어떻게 상대가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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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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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왕은 나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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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성에게 맡기고 빠지기로 선언한 이상 다시 개입하면 꼴이 우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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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의 시선이 맹주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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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가 갑자기 왜 저런답니까? 좀 말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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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음을 보냈으니 맹주가 잘 말려줄 거다. 그도 원하는 결과가 아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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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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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끼리 푸는 게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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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마저 헛소리를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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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대로 의각주가 망신 당하는 꼴을 지켜보자는 말입니까? 아들놈은 제가 나중에 잘 교육시키겠으니 어서 말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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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도왕의 전음을 뒤덮는 소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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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없냐고요? 그럴 리가! 나중에 딴소리나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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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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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덥썩, 유성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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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의각에서 진료를 봤어야 할, 대기 중인 무사들이 웅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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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팽가의 후기지수와 의각주가 대련을 한다니, 놀라운 흥미거리가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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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듣기로 여자 문제도 엮여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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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들의 가슴이 흥분으로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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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둘의 대련이 기정 사실처럼 되어 버리자 도왕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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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큰 망신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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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가에 있을 때는 진주언가와 문제를 일으키고, 무림학관에 와서는 무림맹 의각주와 또 문제를 일으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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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더니, 괜히 무림학관에 보냈나보구나. 차라리 가문에 잡아 두고 무공 수련만 시켜야 그나마 써먹을 구석이라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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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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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고, 도왕은 이 일이 큰 여파없이 마무리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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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련이 끝나자마자 팽지산을 끌고 팽가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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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사고 치게 놔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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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맹주는 나름대로 계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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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돌발행동을 자주 하고 통제가 어렵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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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북팽가에서도 망나니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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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학관에 입관하고 처음에는 괜찮은 듯하더니, 절정 고수가 되면서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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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으나, 교관들도 슬슬 버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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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무림맹에서 품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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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발생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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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맹주는 도왕과 다른 정보를 하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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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가 열여섯의 나이에 이미 절정의 벽에 도달했다지? 열일곱에 주화입마에 빠져 무공을 잃었다면 아마 그는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안정적인 정파의 내공심법은 절정 고수가 아니라면 주화입마에 빠질 확률이 극히 적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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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내공 없이 권각술로 붙는다 해도 백유성이 팽지산에게 보이는 자신감이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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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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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도 없는 몸으로 팽가의 타고난 신력을 어떻게 극복하려는 것인가, 의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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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성의 몸은 현역 무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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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팽지산의 덩치에 비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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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 체급차이 역시 분명히 고려되어야 하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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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재 하나로 무림맹주의 자리까지 오른 백리단우는 맹주가 되기 전 무공에 미친 자였고, 이 신기한 대결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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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을 정확히 하겠습니다! 제가 이기면 의각주는 유린을 깨끗이 포기하고 제 가랑, 흠, 무릎 꿇고 제게 잘못했다고 사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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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소저와 저는 아무 사이 아닙니다만 그 조건으로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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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똑똑히 봤는데! 딴소리 하지 말고 받아들일지만 결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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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이겠습니다. 제 조건은 같습니다. 제가 이기면 팽 소협은 제게 저지른 무례들을 사과하고 팽가로 돌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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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여기서 붙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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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 앞에서 유성을 망신 주겠다는 속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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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역시 거절하지 않았고, 무사들이 빙 둘러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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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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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 자리에 있으니 내가 공증을 서겠소. 오늘 대련으로 서로의 조건을 이행하고, 그 외 다른 원한을 가져서는 절대 안 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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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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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과 팽지산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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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는 팽지산과 유성을 차례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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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공을 금제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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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혈하여 팽지산의 내공을 금제한 맹주의 손길이 유성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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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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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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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의각의 정문 사이로, 여러 경계 무사들이 팽지산과 백유성의 대립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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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함께 경계를 서며 안면을 튼 무사 하나가 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는 남궁유린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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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린, 팽 소협이 쫓아 다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의각주와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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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아니에요! 팽 소협이 일방적으로 내건 조건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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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란 말이야? 그런데 팽소협은 왜 그런 조건을 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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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른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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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수치심에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경계 임무 수행 중이라 자리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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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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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은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내기를 받아들이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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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는 도법으로 천하에 이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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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팽가 정도 되는 전통 깊은 무가에는 도법 외에도 다양한 호신공이 존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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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권법 역시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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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없이 싸운다 해도 의원의 몸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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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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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를 제외한 이 자리의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떠올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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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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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은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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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그를 좋아하는 것도 종학진이 알아서 상황에 맞게 판단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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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도왕 다음 진료 차례였던 무사들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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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촌각을 다투는 급한 환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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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알고 계실 겁니다. 혹시 진료를 조금 미뤄도 되겠습니까? 어쩌면 오늘 진료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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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네. 이런 구경거리를 놓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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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찬가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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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역시 무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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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과 의각주가 내공 없이 대련을 벌이겠다는 흥미거리에 밖으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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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점은 없을지라도 원래 이런 싸움이 가장 재밌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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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결이 아닌 규칙이 존재하는 대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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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준비가 이루어지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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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사들의 의사도 모두 확인한 종학진은 습관적으로 코 옆에 박힌 커다란 점을 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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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이 생각하기에도 유성이 팽지산에게 사과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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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에게 지는 것은 절대 흠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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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팽지산이 무리한 대결을 벌였다고 욕먹을지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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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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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의 고민은 다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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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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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력 부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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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과 의각의 규정집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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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규정집을 받았을 때부터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폈기에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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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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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빈틈일 수도 있고, 전례가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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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해 보고 안 된다면 관두지 뭐. 분명 규정에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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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일 잘하는 그를 꽤 믿는다는 점도 용감한 시도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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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한번 먹더라도 잘리지만 않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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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의각 안으로 달려가 개인 짐 보따리에서 나무판 하나와 종이를 꺼내와 두 개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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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성, 팽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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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은 먼저, 경계 임무를 서고 있는 무사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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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님들, 혹시 내기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누가 승리할지를 두고 작은 판이 벌어졌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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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난 근무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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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딱히 자리 벗어나지만 않으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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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렇기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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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는 내기라는 말에 흥미를 보였다가 금방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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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 아닌가? 누가 의각주에게 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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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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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은 조심스럽게 적은 금액을 꺼내 유성에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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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역배를 노리는 무사들도 있겠으나, 일단 판이 시작 되어야 수수료라도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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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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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의각 시험에서 유성 덕에 번 돈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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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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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무사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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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금 걸어볼까. 난 팽 소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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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팽 소협에게 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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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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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내기판은 남궁유린의 앞까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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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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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그녀가 보기에도 팽지산에게 확연히 쏠려 있는 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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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유성의 이름 옆은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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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울려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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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지만 내기 조건중 하나에 그녀가 연관되어 있으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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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생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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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조금만 걸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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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별거 아니지만 돈이 많이 걸린 쪽이 승리한다는 말도 있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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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도 들어 본 적 있지. 응원 하는 셈치고 조금 거는 것도 좋아. 그럼 그 사람이 얼마나 힘이 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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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무사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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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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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응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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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팽지산 좀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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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성이 이기면 팽지산은 무림학관을 관두고 떠나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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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응원이 의각주님께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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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진 그녀를 두고 무사들끼리 의미심장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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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구석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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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전낭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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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걸자. 그냥 응원하는 건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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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이기기만 한다면 최고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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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을 잠시 접어두고 오직 팽지산의 퇴관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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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의 비단 전낭이 유성의 이름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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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째로 거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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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이 전낭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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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상 넉넉히 돈을 지니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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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대세가의 수좌이자 안휘성의 패자, 그리고 온갖 상인들이 줄을 대기 위해 방문하는 남궁세가의 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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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함의 기준이 타인과는 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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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낭을 열어본 종학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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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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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편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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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상황이라, 이번 판은 작게 열리리라 예상했던 종학진이 완전히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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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의 승리에 돈을 건 사람들의 배당률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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