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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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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해결될 거라 기대하고 뒤로 빠져 있던 도왕은 유성의 말이 거듭될수록 당황했다.

둘이 쌓인 게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다.

그리고.

아무리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겨룬다지만 절정 고수인 아들과 의원인 백유성이 어떻게 상대가 된단 말인가?

당장 말려야 한다!

그러나 도왕은 나설 수 없다.

이미 유성에게 맡기고 빠지기로 선언한 이상 다시 개입하면 꼴이 우스워진다.

도왕의 시선이 맹주에게 향했다.

-의각주가 갑자기 왜 저런답니까? 좀 말려주십시오.

전음을 보냈으니 맹주가 잘 말려줄 거다. 그도 원하는 결과가 아닐 테니.

그러나.

-당사자들끼리 푸는 게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맹주마저 헛소리를 해댔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대로 의각주가 망신 당하는 꼴을 지켜보자는 말입니까? 아들놈은 제가 나중에 잘 교육시키겠으니 어서 말려주십시오.

다급한 도왕의 전음을 뒤덮는 소리가 있었다.

“자신 없냐고요? 그럴 리가! 나중에 딴소리나 하지 마십시오!”

“물론입니다.”

팽지산이 덥썩, 유성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원래대로라면 의각에서 진료를 봤어야 할, 대기 중인 무사들이 웅성거렸다.

갑자기 팽가의 후기지수와 의각주가 대련을 한다니, 놀라운 흥미거리가 아니겠나.

얼핏 듣기로 여자 문제도 엮여 있는 듯하다.

무사들의 가슴이 흥분으로 불타올랐다.

어느새 둘의 대련이 기정 사실처럼 되어 버리자 도왕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유성이 큰 망신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팽가에 있을 때는 진주언가와 문제를 일으키고, 무림학관에 와서는 무림맹 의각주와 또 문제를 일으키다니.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더니, 괜히 무림학관에 보냈나보구나. 차라리 가문에 잡아 두고 무공 수련만 시켜야 그나마 써먹을 구석이라도 있겠구나!

탄식만 나왔다.

맹주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고, 도왕은 이 일이 큰 여파없이 마무리되기를 빌었다.

그리고 대련이 끝나자마자 팽지산을 끌고 팽가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더 이상 사고 치게 놔둘 수는 없다.

반면, 맹주는 나름대로 계산을 마쳤다.

‘팽지산이 돌발행동을 자주 하고 통제가 어렵다지?

원래 하북팽가에서도 망나니로 유명했다.

무림학관에 입관하고 처음에는 괜찮은 듯하더니, 절정 고수가 되면서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

아직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으나, 교관들도 슬슬 버거워한다.

굳이 무림맹에서 품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이 일이 발생한 거다.

그리고 맹주는 도왕과 다른 정보를 하나 알고 있다.

‘의각주가 열여섯의 나이에 이미 절정의 벽에 도달했다지? 열일곱에 주화입마에 빠져 무공을 잃었다면 아마 그는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안정적인 정파의 내공심법은 절정 고수가 아니라면 주화입마에 빠질 확률이 극히 적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내공 없이 권각술로 붙는다 해도 백유성이 팽지산에게 보이는 자신감이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내공도 없는 몸으로 팽가의 타고난 신력을 어떻게 극복하려는 것인가, 의각주.

백유성의 몸은 현역 무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탄탄하다.

그러나 팽지산의 덩치에 비할 바는 아니다.

병장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 체급차이 역시 분명히 고려되어야 하는 변수다.

무재 하나로 무림맹주의 자리까지 오른 백리단우는 맹주가 되기 전 무공에 미친 자였고, 이 신기한 대결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조건을 정확히 하겠습니다! 제가 이기면 의각주는 유린을 깨끗이 포기하고 제 가랑, 흠, 무릎 꿇고 제게 잘못했다고 사과하십시오!”

“남궁소저와 저는 아무 사이 아닙니다만 그 조건으로 괜찮겠습니까?”

“제가 똑똑히 봤는데! 딴소리 하지 말고 받아들일지만 결정하십시오!”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조건은 같습니다. 제가 이기면 팽 소협은 제게 저지른 무례들을 사과하고 팽가로 돌아가십시오.”

“좋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여기서 붙읍시다!”

남궁유린 앞에서 유성을 망신 주겠다는 속셈이다.

유성 역시 거절하지 않았고, 무사들이 빙 둘러 자리를 마련했다.

맹주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마침 이 자리에 있으니 내가 공증을 서겠소. 오늘 대련으로 서로의 조건을 이행하고, 그 외 다른 원한을 가져서는 절대 안 될 것이오.”

“알겠습니다.”

유성과 팽지산이 동의했다.

맹주는 팽지산과 유성을 차례로 불렀다.

“그럼 내공을 금제하겠소.”

점혈하여 팽지산의 내공을 금제한 맹주의 손길이 유성에게 닿았다.

맹주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활짝 열린 의각의 정문 사이로, 여러 경계 무사들이 팽지산과 백유성의 대립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함께 경계를 서며 안면을 튼 무사 하나가 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는 남궁유린에게 물었다.

“유린, 팽 소협이 쫓아 다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의각주와는 언제…?”

“절대 아니에요! 팽 소협이 일방적으로 내건 조건이잖아요.”

“흠,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란 말이야? 그런데 팽소협은 왜 그런 조건을 걸었지?”

“저도 모른단 말이에요…”

남궁유린은 수치심에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경계 임무 수행 중이라 자리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단지.

‘의각주님은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내기를 받아들이신 거야?

하북팽가는 도법으로 천하에 이름 떨치고 있다.

그러나 팽가 정도 되는 전통 깊은 무가에는 도법 외에도 다양한 호신공이 존재하는 법이다.

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권법 역시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

내공 없이 싸운다 해도 의원의 몸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맹주를 제외한 이 자리의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떠올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종학진은 빠르게 움직였다.

유성이 그를 좋아하는 것도 종학진이 알아서 상황에 맞게 판단하기 때문.

제일 먼저, 도왕 다음 진료 차례였던 무사들에게 달려갔다.

다행히 촌각을 다투는 급한 환자는 없다.

“사정은 알고 계실 겁니다. 혹시 진료를 조금 미뤄도 되겠습니까? 어쩌면 오늘 진료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만.”

“물론이네. 이런 구경거리를 놓칠 순 없지.”

“나도 마찬가지네.”

그들도 역시 무인들.

팽지산과 의각주가 내공 없이 대련을 벌이겠다는 흥미거리에 밖으로 뛰쳐나왔다.

배울 점은 없을지라도 원래 이런 싸움이 가장 재밌는 법이다.

생사결이 아닌 규칙이 존재하는 대련이다.

여러 준비가 이루어지는 사이.

다른 무사들의 의사도 모두 확인한 종학진은 습관적으로 코 옆에 박힌 커다란 점을 긁적거렸다.

종학진이 생각하기에도 유성이 팽지산에게 사과하게 될 거다.

그러나 그에게 지는 것은 절대 흠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팽지산이 무리한 대결을 벌였다고 욕먹을지도 모르는 일.

쉽게 생각했다.

종학진의 고민은 다른 부분이다.

‘할까? 말까?

그의 주력 부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무림맹과 의각의 규정집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처음 규정집을 받았을 때부터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폈기에 확신할 수 있다.

아무 문제없다.

어찌 보면 빈틈일 수도 있고, 전례가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번에 해 보고 안 된다면 관두지 뭐. 분명 규정에는 없으니까.

유성이 일 잘하는 그를 꽤 믿는다는 점도 용감한 시도하게 만들었다.

‘경고 한번 먹더라도 잘리지만 않으면 되지.

얼른 의각 안으로 달려가 개인 짐 보따리에서 나무판 하나와 종이를 꺼내와 두 개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백유성, 팽지산.

종학진은 먼저, 경계 임무를 서고 있는 무사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사님들, 혹시 내기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누가 승리할지를 두고 작은 판이 벌어졌지 뭡니까?”

“내기? 난 근무 중인데?”

“특수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딱히 자리 벗어나지만 않으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흠, 그렇기는 하지.”

무사는 내기라는 말에 흥미를 보였다가 금방 식었다.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 아닌가? 누가 의각주에게 건단 말인가?”

“끙…”

종학진은 조심스럽게 적은 금액을 꺼내 유성에게 걸었다.

어딘가 역배를 노리는 무사들도 있겠으나, 일단 판이 시작 되어야 수수료라도 챙길 수 있다.

일종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의각 시험에서 유성 덕에 번 돈도 많고.

“일단 저부터.”

그제야 무사가 관심을 보였다.

“그럼 조금 걸어볼까. 난 팽 소협에게.”

“나도 팽 소협에게 걸지.”

“나도.”

어느새 내기판은 남궁유린의 앞까지 향했다.

“...”

잘 모르는 그녀가 보기에도 팽지산에게 확연히 쏠려 있는 배당.

남궁유린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유성의 이름 옆은 초라했다.

그러나 어울려 줄 수는 없다.

어처구니없지만 내기 조건중 하나에 그녀가 연관되어 있으니 더 그렇다.

“전 생각 없어요.”

“그러지 말고 조금만 걸지 그래?”

“그래, 별거 아니지만 돈이 많이 걸린 쪽이 승리한다는 말도 있다고 들었는데.”

“오, 나도 들어 본 적 있지. 응원 하는 셈치고 조금 거는 것도 좋아. 그럼 그 사람이 얼마나 힘이 나겠어?”

여러 무사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남궁유린은 고민에 빠졌다.

그들의 말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응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제발 팽지산 좀 그만 보고 싶다.

백유성이 이기면 팽지산은 무림학관을 관두고 떠나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내 응원이 의각주님께 도움이 될까?

고민에 빠진 그녀를 두고 무사들끼리 의미심장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순진한 구석이 있다고.

남궁유린은 전낭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걸자. 그냥 응원하는 건데 뭘.

유성이 이기기만 한다면 최고의 결과다.

타인의 시선을 잠시 접어두고 오직 팽지산의 퇴관에만 집중했다.

남궁유린의 비단 전낭이 유성의 이름 위에 올랐다.

“통째로 거시는 겁니까?”

종학진이 전낭을 열어 보았다.

남궁유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상 넉넉히 돈을 지니고 다닌다.

그녀는 오대세가의 수좌이자 안휘성의 패자, 그리고 온갖 상인들이 줄을 대기 위해 방문하는 남궁세가의 직계.

넉넉함의 기준이 타인과는 꽤 다르다.

전낭을 열어본 종학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금빛!

금편이 들어 있다.

일방적인 상황이라, 이번 판은 작게 열리리라 예상했던 종학진이 완전히 틀렸다.

팽지산의 승리에 돈을 건 사람들의 배당률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