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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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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천하인들은 수많은 무림세가들 중 상위 다섯곳을 골라 오대세가라고 이름 붙였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항상 첫 번째에 손꼽히는 곳은 검의 명가 남궁세가였다.
대대로 검왕을 배출해 온 그들은 안휘성을 꽉 잡고 있으며 주변 중소문파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첫 번째가 있으면 두 번째도 있는 법.
그 비운의 무림세가가 바로 하북 팽가다.
일부 사람들은 만년 이인자라고 폄하하여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패도적인 도법을 구사하는 하북팽가의 당대 가주가 바로 도왕 팽헌무다.
명예에 죽고 사는 정파 무림인의 특성상,
당연히 도왕의 목표는 검왕을 뛰어넘고 팽가가 남궁세가를 뛰어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어렵다.
뛰어난 무재로 화경의 경지에 도달했으나, 지금도 검왕에게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대의 무공을 잘 알고 있는 도왕은 검왕의 기세만 읽어도 대략적인 무위를 가늠하는 게 가능했다.
도왕은 인정해야 했다.
여전히 하북팽가는 남궁세가의 아래라는 걸.
다만.
‘미래는 그렇지 않지.
남궁세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도왕의 세 자식들은 모두 절정 고수가 되었으니까.
가문은 첫째가 물려받겠지만 무재만큼은 막내 팽지산이 가장 뛰어나다.
비록 팽지산이 검왕의 유일한 손자 남궁유현보다 한 살 늦게 절정 고수가 되었을지라도, 세 가지 이유로 팽가의 미래가 더 밝다고 할 수 있겠다.
첫째, 도왕 자신이 검왕보다 어리다.
검왕이 은퇴할 때까지 버티면 팽가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다.
둘째, 스물 둘에 절정 고수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남궁유현이 은퇴해야 하는 사고를 당했다.
새로 후계자로 거론되는 남궁유린은 성격이 유약하다. 무공을 익히기 싫어한다는 이상한 소문도 있다.
다른 방계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원래 오대세가는 직계위주로 돌아가는 곳.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남궁유린이 후계가 될 거다.
셋째, 스물셋에 절정 고수가 된 막내아들 팽지산의 존재다.
스물셋에 절정 고수가 되었다는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단순 계산으로 스물 넷에 절정 고수가 된 사람에 비해, 초절정의 벽을 뛰어넘을 시기가 한 살 어려지는 게 아니다.
확률의 문제다.
일찍 절정 고수가 될수록 상위 경지에 도달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 왔다.
가끔 전 척마대주 정립과 같은 특수한 자들도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어쨌든, 도왕은 팽지산이 절정의 벽을 넘었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다.
팽가에 경사가 났다.
친히 그를 다독이고 수련을 독려하기 위해 도왕이 무림학관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만큼 좋은 소식이다.
아마 첫마디는 이렇게 시작할 거다.
‘지산아, 네가 자랑스럽다. 네가 지금처럼 노력하면 도왕이라는 별호는 네 것이 될 것이다. 한눈팔지 말고 정진하거라.
가주 자리는 첫째에게 돌아가겠지만, 무공이 가장 뛰어난 자가 가주가 되는 게 아니니 막내도 이해할 거다.
오히려 무림맹에 속하는 것이 많은 실전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무림맹에서 요직을 차지하는 건 팽가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
형제들이 안팎으로 도우면 팽가는 더 빠르게 세를 키울 수 있다.
‘무림학관에 보낸 것이 정말 잘한 일이었구나. 역시 단체생활하면 사람이 성숙해지는 법이지.
팽지산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뛰어난 무재에도 불구하고 사리 분별 못하고 경솔한 언행으로, 팽가 내에서 사고를 많이 쳤다.
특히 한 가지에 꽂히면 앞뒤 가리지 않아, 그나마 팽가 내에서 정상에 가까운 도왕의 큰 우려를 사던 팽지산.
사람 좀 되라고 보낸 무림학관에 잘 적응하여, 큰 사고 쳤다는 소리도 없이 성과를 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았던 강호행이다.
그런데.
도왕은 호위를 몇 명 데리고 무림학관으로 오다가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습격을 받았다.
강호 정세가 불안정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놀랍게도 상대 무리에는 마공을 사용하는 화경의 고수가 끼어 있었다.
가까스로 그에게 중상을 입히고 물리쳤으나 도왕의 몸 상태도 썩 좋지 못했다.
화경의 고수가 치사하게 독까지 사용했기 때문.
역시 악독한 마인다웠다.
강력한 내공으로 독기를 억제하고 있으나 빠르게 해독하지 못하면 독은 점차 그의 몸을 좀 먹을 것이다.
죽지는 않겠지만 오랜 기간 요양해야 할 수도 있다.
도왕은 급하게 개방의 도움을 받았다.
독을 해독할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원을 물색했고,
제일 먼저 무림학관이 아니라 무림맹 의각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것이, 백유성이 갑작스럽게 도왕을 맞이하게 된 배경이다.
진료실 안에 앉아 있는 도왕은 팽지산과 비슷하게 커다란 덩치에, 턱이 각진 중년인이었다.
늙은 팽지산이란 말이 딱 어울렸다.
팽지산에게 좋은 인상이 없는 유성이 보기에는 외관상으로 밉상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떤가? 해독할 수 있겠나?”
초조함이 묻어나오는 도왕의 물음에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해독 후 팔도 봐드리겠습니다. 상처가 커 보이는군요.”
도왕의 오른팔에 길게 갈라진 상처가 남아 있었다.
혈을 짚어 지혈했는지, 피는 멎어 있으나 저절로 아물만한 상처가 아니다.
도왕의 큼지막한 도가 왼쪽 허리춤에 달린 모습을 보면 오른손잡이.
꽤 불편했을 거다.
빨리 치료하지 못하면 역시 장기 요양이 필요할 수 있다.
“흥, 이까짓 상처 쯤이야. 상대도 화경의 고수였지. 놀라운 위력의 마공을 사용했으니 아마 마교의 인물이겠지. 놈이 비겁하게 독까지 썼음에도 중상을 입혔으니 내 승리네.”
“...”
도왕은 오른팔을 다친 것을 지적한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어떻게든 상대보다 더 우위에 섰다고 주장하는 모습.
‘팽가 사람들과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구나.
유성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그럼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일침신의의 솜씨가 좋다는 말을 들었지. 그럼 부탁하네.”
해독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평소였다면 말이다.
유성은 시험해 볼일이 하나 있다.
장침으로 심장쪽을 찌르는 대신, 도왕의 맥을 잡았다.
‘최근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무림인들의 혈도 중 미세하게 더 넓은 곳들이 있었지.
유성은 그게 뭔지 알아냈다.
‘내공심법의 운기 경로!
매일 축기하기 위해 기를 운용하는 통로라 더 확장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그건 무공을 익힌 기간이 오래될수록 더 감지하기 쉽다.
그 말인 즉.
‘도왕의 독문 내공심법을 살펴볼 좋은 기회!
무림인들은 타인에게 쉽게 맥문을 내주지 않는다.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면 그것만으로 상대에게 제압당할 수 있기 때문.
의원인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오랜 기간 발전시켜 온 하북팽가의 내공심법 운기 경로를 대략라도 파악할 수 있다면.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상승무공은 구하기 어려우니까.
독을 해독하기 전, 신성력으로 도왕의 혈도 구석구석을 살펴 미세하게 더 넓은 경로들을 모두 기억해 두었다.
언젠가 자기 내공심법을 보완할 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그럼 해독 시작하겠습니다.”
유성은 한곳에 잘 모여 있는 독기를 신성력으로 감싸고, 해독 스킬을 발현시켰다.
도왕은 즉시 이변을 감지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끊임없이 그의 통각을 자극하던 정체불명의 독.
내공으로 억제해 두고 있던 부분에서 순식간에 독기가 사그라드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쉽게?”
수많은 강호 경험.
독에 중독당해 본 경험도 여러 차례지만 해독이 이 정도로 간단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화경의 고수마저 꼼짝없이 중독시키는 강력한 독이 순식간에 해독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도 잠시.
“이번엔 팔을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쓱쓱 붕대를 풀어낸 유성이 환부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자.
“...!”
도왕의 눈이 커졌다.
잘못 느낀게 아니라면 길게 찢어진 팔의 상처에서 통증이 점차 감소하는 게 아닌가?
상처도 아까보다 더 아물어 있는 듯했다.
유성은 곧 바늘과 실을 가져와 익숙하게 도왕의 팔을 꿰맸다.
봉합 솜씨가 어찌나 정교한지, 살갗을 파고드는 바늘의 간격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하다.
“다 됐습니다. 다만 며칠 정도는 이곳에 머무르며 실밥까지 제거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팔을 몇 번 움직여 본 도왕은 흡족하게 웃었다.
“역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의술이군. 실력이 정말 대단해. 큰 신세를 졌네. 여기로 찾아오길 잘했군.”
“과찬이십니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세. 알다시피 내가 다칠 일이 조금 많거든.”
도왕의 상체에는 온갖 흉터들이 남아 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수련하고 실전 경험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역시 정상인이라면 무인이 훌륭한 실력을 가진 의원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도움된다는 걸 잘 아는 법이다.
유성 역시 도왕 정도 되는 고수와 친분을 다지는 게 나쁠 일이 없다.
더 친해지면 팽지산의 무례함에 대해 넌지시 흘릴 수 있고.
“아, 무림학관에 내 아들놈도 다니고 있는데 혹시 들은 적 있나?”
“...네.”
“서로 비슷한 또래로 보이니 앞으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군.”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도 아드님의 만행을 꼰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는데요.
더 친해지면 모를까, 지금 도왕 앞에서 아들을 깎아내릴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다.
유성은 말을 아꼈다.
"그럼 가보겠네. 맹에 머물다가 며칠 후 다시 들르지."
치료가 끝난 도왕이 일어나자 하인 장칠이 말을 전했다.
“도왕 어르신, 다치셨다는 소리를 듣고 밖에 팽지산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오, 마침 잘됐구나. 백의원, 잠깐 시간 되나? 잠깐 아들놈을 소개시켜 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