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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천하인들은 수많은 무림세가들 중 상위 다섯곳을 골라 오대세가라고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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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항상 첫 번째에 손꼽히는 곳은 검의 명가 남궁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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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검왕을 배출해 온 그들은 안휘성을 꽉 잡고 있으며 주변 중소문파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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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가 있으면 두 번째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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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운의 무림세가가 바로 하북 팽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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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들은 만년 이인자라고 폄하하여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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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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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패도적인 도법을 구사하는 하북팽가의 당대 가주가 바로 도왕 팽헌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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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에 죽고 사는 정파 무림인의 특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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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도왕의 목표는 검왕을 뛰어넘고 팽가가 남궁세가를 뛰어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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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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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무재로 화경의 경지에 도달했으나, 지금도 검왕에게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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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무공을 잘 알고 있는 도왕은 검왕의 기세만 읽어도 대략적인 무위를 가늠하는 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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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은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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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하북팽가는 남궁세가의 아래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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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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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그렇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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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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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의 세 자식들은 모두 절정 고수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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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은 첫째가 물려받겠지만 무재만큼은 막내 팽지산이 가장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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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팽지산이 검왕의 유일한 손자 남궁유현보다 한 살 늦게 절정 고수가 되었을지라도, 세 가지 이유로 팽가의 미래가 더 밝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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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도왕 자신이 검왕보다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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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왕이 은퇴할 때까지 버티면 팽가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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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스물 둘에 절정 고수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남궁유현이 은퇴해야 하는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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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후계자로 거론되는 남궁유린은 성격이 유약하다. 무공을 익히기 싫어한다는 이상한 소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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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계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원래 오대세가는 직계위주로 돌아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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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남궁유린이 후계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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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스물셋에 절정 고수가 된 막내아들 팽지산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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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에 절정 고수가 되었다는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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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계산으로 스물 넷에 절정 고수가 된 사람에 비해, 초절정의 벽을 뛰어넘을 시기가 한 살 어려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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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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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절정 고수가 될수록 상위 경지에 도달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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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전 척마대주 정립과 같은 특수한 자들도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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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도왕은 팽지산이 절정의 벽을 넘었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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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가에 경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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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히 그를 다독이고 수련을 독려하기 위해 도왕이 무림학관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만큼 좋은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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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첫마디는 이렇게 시작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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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아, 네가 자랑스럽다. 네가 지금처럼 노력하면 도왕이라는 별호는 네 것이 될 것이다. 한눈팔지 말고 정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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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자리는 첫째에게 돌아가겠지만, 무공이 가장 뛰어난 자가 가주가 되는 게 아니니 막내도 이해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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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무림맹에 속하는 것이 많은 실전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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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에서 요직을 차지하는 건 팽가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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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이 안팎으로 도우면 팽가는 더 빠르게 세를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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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학관에 보낸 것이 정말 잘한 일이었구나. 역시 단체생활하면 사람이 성숙해지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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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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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무재에도 불구하고 사리 분별 못하고 경솔한 언행으로, 팽가 내에서 사고를 많이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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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 가지에 꽂히면 앞뒤 가리지 않아, 그나마 팽가 내에서 정상에 가까운 도왕의 큰 우려를 사던 팽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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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좀 되라고 보낸 무림학관에 잘 적응하여, 큰 사고 쳤다는 소리도 없이 성과를 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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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았던 강호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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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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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은 호위를 몇 명 데리고 무림학관으로 오다가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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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정세가 불안정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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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상대 무리에는 마공을 사용하는 화경의 고수가 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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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그에게 중상을 입히고 물리쳤으나 도왕의 몸 상태도 썩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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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의 고수가 치사하게 독까지 사용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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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악독한 마인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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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내공으로 독기를 억제하고 있으나 빠르게 해독하지 못하면 독은 점차 그의 몸을 좀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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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는 않겠지만 오랜 기간 요양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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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은 급하게 개방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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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해독할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원을 물색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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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무림학관이 아니라 무림맹 의각으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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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백유성이 갑작스럽게 도왕을 맞이하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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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안에 앉아 있는 도왕은 팽지산과 비슷하게 커다란 덩치에, 턱이 각진 중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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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팽지산이란 말이 딱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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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에게 좋은 인상이 없는 유성이 보기에는 외관상으로 밉상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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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해독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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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함이 묻어나오는 도왕의 물음에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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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해독 후 팔도 봐드리겠습니다. 상처가 커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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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의 오른팔에 길게 갈라진 상처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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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을 짚어 지혈했는지, 피는 멎어 있으나 저절로 아물만한 상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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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의 큼지막한 도가 왼쪽 허리춤에 달린 모습을 보면 오른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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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불편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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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치료하지 못하면 역시 장기 요양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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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이까짓 상처 쯤이야. 상대도 화경의 고수였지. 놀라운 위력의 마공을 사용했으니 아마 마교의 인물이겠지. 놈이 비겁하게 독까지 썼음에도 중상을 입혔으니 내 승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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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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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은 오른팔을 다친 것을 지적한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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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상대보다 더 우위에 섰다고 주장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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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가 사람들과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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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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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그럼 치료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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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신의의 솜씨가 좋다는 말을 들었지. 그럼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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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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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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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시험해 볼일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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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침으로 심장쪽을 찌르는 대신, 도왕의 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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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무림인들의 혈도 중 미세하게 더 넓은 곳들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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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그게 뭔지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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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심법의 운기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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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축기하기 위해 기를 운용하는 통로라 더 확장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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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무공을 익힌 기간이 오래될수록 더 감지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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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인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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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의 독문 내공심법을 살펴볼 좋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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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인들은 타인에게 쉽게 맥문을 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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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면 그것만으로 상대에게 제압당할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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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인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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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발전시켜 온 하북팽가의 내공심법 운기 경로를 대략라도 파악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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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상승무공은 구하기 어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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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해독하기 전, 신성력으로 도왕의 혈도 구석구석을 살펴 미세하게 더 넓은 경로들을 모두 기억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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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자기 내공심법을 보완할 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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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해독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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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한곳에 잘 모여 있는 독기를 신성력으로 감싸고, 해독 스킬을 발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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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은 즉시 이변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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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끊임없이 그의 통각을 자극하던 정체불명의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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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으로 억제해 두고 있던 부분에서 순식간에 독기가 사그라드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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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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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강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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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에 중독당해 본 경험도 여러 차례지만 해독이 이 정도로 간단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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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의 고수마저 꼼짝없이 중독시키는 강력한 독이 순식간에 해독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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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팔을 치료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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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쓱 붕대를 풀어낸 유성이 환부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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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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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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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느낀게 아니라면 길게 찢어진 팔의 상처에서 통증이 점차 감소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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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도 아까보다 더 아물어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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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곧 바늘과 실을 가져와 익숙하게 도왕의 팔을 꿰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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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 솜씨가 어찌나 정교한지, 살갗을 파고드는 바늘의 간격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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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됐습니다. 다만 며칠 정도는 이곳에 머무르며 실밥까지 제거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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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몇 번 움직여 본 도왕은 흡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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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의술이군. 실력이 정말 대단해. 큰 신세를 졌네. 여기로 찾아오길 잘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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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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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친하게 지내세. 알다시피 내가 다칠 일이 조금 많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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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의 상체에는 온갖 흉터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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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얼마나 열심히 수련하고 실전 경험을 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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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상인이라면 무인이 훌륭한 실력을 가진 의원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도움된다는 걸 잘 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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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역시 도왕 정도 되는 고수와 친분을 다지는 게 나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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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친해지면 팽지산의 무례함에 대해 넌지시 흘릴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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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림학관에 내 아들놈도 다니고 있는데 혹시 들은 적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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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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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비슷한 또래로 보이니 앞으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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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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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아드님의 만행을 꼰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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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친해지면 모를까, 지금 도왕 앞에서 아들을 깎아내릴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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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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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보겠네. 맹에 머물다가 며칠 후 다시 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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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가 끝난 도왕이 일어나자 하인 장칠이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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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 어르신, 다치셨다는 소리를 듣고 밖에 팽지산님이 찾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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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침 잘됐구나. 백의원, 잠깐 시간 되나? 잠깐 아들놈을 소개시켜 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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