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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양의원이 그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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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의선과 편지를 주고받을 때 유성에 대한 내용을 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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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영술에 관해서도 쓰겠다는 말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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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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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의선이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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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린 손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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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명성이 자자하신 의선님을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초대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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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는 무슨, 내가 백의원을 찾아온 것이라오. 지헌이가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오. 내가 사람들의 이목을 최대한 피하고자 그러라고 한 것이니 너그럽게 용서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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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을 힐끗 보자 그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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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내내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더니 스승의 명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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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말씀 편하게 해주셔도 됩니다. 제가 한참 어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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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편히 말 하겠네. 연화야. 너도 인사드려야지.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백유성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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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를 쓴 의선의 손녀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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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입술에서 모기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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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소녀 임연화라 하옵니다. 사정이 있어 안대를 쓰고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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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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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화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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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연화가 사람을 거의 만나 보지 못해 쑥스러워 그렇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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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니 임연화의 양 볼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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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한마디 인사만 나누었을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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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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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 끝나고 시장할 텐데 식사라도 하며 이야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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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객잔의 하인들이 별채로 음식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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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산해진미가 커다란 탁자 위를 가득 채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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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이 먹기에는 과해 보이지만 얻어먹는 처지에서 이것저것 따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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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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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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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음식을 먹으며 의선이 왜 자기를 찾아왔을까 추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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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화라. 남궁유린의 오빠와 비슷하게 눈을 다친 건가? 그렇다면 내가 눈을 치료해 주길 바랄지도 모르지. 의선이 은거했다는 이유가 손녀가 다쳐서일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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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술이라는 신비한 힘으로 치료한다는 유성의 말을 듣고, 양의원이 큰 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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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로 의선이 유성을 만나기 위해 제자가 머무는 낙양까지 찾아왔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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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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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지도 못할 텐데 어떻게 저렇게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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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화가 마치 앞이 보이는 사람처럼 젓가락을 들어 자연스럽게 음식을 집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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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번에 목표물을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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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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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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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볼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복스럽게 잘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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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신기해 유성이 자꾸 힐끗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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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는 선천적으로 기감이 아주 뛰어나다네. 다른 사람들도 신기해하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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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선이 유성의 궁금증을 일부 해소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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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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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신기한 것은 신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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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이 눈을 가리고 기감으로 음식의 형체라도 파악하려면 최소 절정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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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스물이나 되어 보이는 여자가 그런 경지 일 확률은 극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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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임연화는 무공을 익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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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반인 처럼 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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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타고난 기감이 얼마나 예민해야 가능할지 유성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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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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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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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화의 젓가락질이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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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사람들이 쳐다보면 부끄럼 타는 건 여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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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한 의선은 유성에게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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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원이 이해하게. 남들이 쳐다보는 걸 알면 항상 이렇게 부끄러워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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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선의 말을 듣고 유성이 그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실수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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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라고 할 게 있겠습니까? 잘 드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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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는 나와 단둘이 산속에서 오래 살았네. 이런 맛있는 음식을 거의 먹어보지 못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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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네 명이 먹는 것치고는 과하게 많은 음식을 시켰나 싶었더니, 손녀를 위해서 그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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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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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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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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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이는지 연화가 음식을 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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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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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때는 건드리는 거 아니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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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영술을 이용한 의술이라니, 칠십 평생 처음 들어 본 방법이네. 백의원 자네가 혼자 알아낸 방법이라지? 정말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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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선이 시기적절하게 손녀에게 향하는 관심을 끊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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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도 임연화가 맛있게 식사를 즐기도록 의선과 대화하는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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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의선님이야말로 의술 하나로 온 강호인들의 존경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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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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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이 나를 거둬주시고 의선문에서 수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의술을 전수해주시지 않으셨다면 이런 과분한 명성을 얻지 못했을걸세. 나야말로 운이 좋았지. 자네는 기존에 없던 한 분야를 개척해 낸 것이니 가히 대종사라 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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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얼굴에 금칠을 하는 사이, 양의원은 스승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인지 조용히 식사에 집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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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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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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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화는 시선이 쏠리지 않는 사이 다시 속도를 높여 식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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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식사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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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의선이 무슨 말을 할지 조용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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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에 관해서든, 아니든 분명 용건이 있어 찾아왔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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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원, 예상하겠지만 나는 한 가지 부탁하러 찾아왔네. 다만 그 전에, 괜찮다면 내가 자네를 살펴봐도 되겠나? 지헌이에게 듣기로 단전을 다쳤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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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먼저 호의를 베풀기로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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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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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 의방에 들어오고 유성은 양의원에게 단전의 치료 가능성을 물어본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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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양의원은 그 누구도 유성의 단전을 치료하지 못할 거라 말했다. 하지만 의선이 봐준다는데 사양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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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력을 열심히 모으고 있으나 단전 치료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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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치료할 방법이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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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 요상단이라는 대환단도 하나 얻어둔 것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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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들이 음식을 모두 치운 후, 안채에 간식거리만 조금 준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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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화를 위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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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에 자리를 잡고 의선은 유성의 맥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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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않아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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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유성의 손목을 내려놓고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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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해주십시오. 어느 정도 들어서 각오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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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지헌이가 말한 대로일세. 나로서는 이미 손 쓸 방법이 없겠군.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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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 살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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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의선도 단전을 치료하는 건 무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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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믿을 건 정말 신성력을 쌓는 방법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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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신성력이 없었다면 절망스러웠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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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게 치료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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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무림맹 의각에서 일하게 되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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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선이 갑자기 그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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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낙양 의방을 그만두었으니 며칠 후면 무림맹에서 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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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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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걸 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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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해하는 유성에게 의선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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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는 않지만 자네 단전의 상태를 보니 의심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네. 그러나 말해주자니 괜히 잘못된 정보를 전하게 될까 두렵고, 말해주지 않자니 자네가 중요한 정보를 모르고 넘어가게 될까 두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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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선의 말에 양의원이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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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그제야 양의원도 예전부터 자기 단전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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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도 의선과 같은 생각으로 비밀에 붙였나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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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일단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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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들어 보고 잘못된 정보인지 알아보는 편이 수고스럽더라도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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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듣겠습니다. 다 제가 감당할 테니 말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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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유성은 백가장 시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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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절정으로 향하는 실마리를 잡고 폐관 수련 중, 손쉽게 절정의 벽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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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평생을 벽에 닿지도 못하고, 누군가는 평생을 벽에 가로막혀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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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는 벽을 뛰어넘어 초절정의 벽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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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성과 같은 타고난 천재에게는 절정의 벽은 큰 장애물이 되지 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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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큰 장애물은 아니더라도 무공을 본격적으로 익힌지 2년 만에 절정에 도달한 것은 대단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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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기쁨에 가득 차 절정 고수가 할 수 있는 여러 기예를 시험하던 중, 그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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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전조도 없이 단전이 깨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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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무리한 내공 운용도 없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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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는 않았으나 열심히 모았던 내공이 샅샅이 흩어지던 경험은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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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특성에 힘입어 순조롭게 힘을 키워가던 중 발생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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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도, 그리고 지금도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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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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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고수가 되어 나오겠다 호언장담을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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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을 잃고 초라하게 폐관을 마친 유성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잔뜩 기대하고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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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말고는 그들의 관심과 사랑을 차지할 방법이 없던 사생아는 180도 바뀐 그들의 태도, 그리고 형의 잔인한 눈빛에 가문을 스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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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진짜 부모도 아니라 큰 정을 느낀 적은 없지만 잘 대해주는 모습에 평생 백가장의 아들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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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성에게, 의선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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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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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소속이 되었으니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 되겠지. 그럼 이야기해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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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십 년 전쯤, 한 가문에서 당하는 사람도 모르게 단전을 산산이 깨트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네. 꼭 자네 단전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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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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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눈빛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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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군가 수작을 부려 고의로 자기 단전을 깨트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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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다면 절대 그들을 가만 둘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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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선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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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문의 파단독. 그 독에 당한 상대는 단전이 산산조각 나 회복할 수 없게 된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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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의선과 양의원이 이 사실을 말해주는데 고민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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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와 원한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오대 세가중 가장 악독한 손속을 지닌 사천당가가 관련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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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만독불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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