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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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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양의원이 그런 말을 했다.
종종 의선과 편지를 주고받을 때 유성에 대한 내용을 쓴다고.
이번에는 영술에 관해서도 쓰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 이유 때문일까?
직접 의선이 찾아온 것이다.
눈을 가린 손녀와 함께.
“반갑습니다. 명성이 자자하신 의선님을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초대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초대는 무슨, 내가 백의원을 찾아온 것이라오. 지헌이가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오. 내가 사람들의 이목을 최대한 피하고자 그러라고 한 것이니 너그럽게 용서하시오.”
양의원을 힐끗 보자 그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는 내내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더니 스승의 명이었나보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말씀 편하게 해주셔도 됩니다. 제가 한참 어린데요.”
“그럼 편히 말 하겠네. 연화야. 너도 인사드려야지.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백유성 의원이다.”
안대를 쓴 의선의 손녀가 입을 열었다.
작은 입술에서 모기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소, 소녀 임연화라 하옵니다. 사정이 있어 안대를 쓰고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반갑습니다.”
임연화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허허, 연화가 사람을 거의 만나 보지 못해 쑥스러워 그렇다네.”
얼핏 보니 임연화의 양 볼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고작 한마디 인사만 나누었을 뿐인데 말이다.
“아, 괜찮습니다.”
“그럼 일 끝나고 시장할 텐데 식사라도 하며 이야기하지.”
곧 객잔의 하인들이 별채로 음식을 가져왔다.
온갖 산해진미가 커다란 탁자 위를 가득 채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 명이 먹기에는 과해 보이지만 얻어먹는 처지에서 이것저것 따질 필요는 없다.
“들게.”
식사가 시작되었다.
유성은 음식을 먹으며 의선이 왜 자기를 찾아왔을까 추리해 보았다.
‘임연화라. 남궁유린의 오빠와 비슷하게 눈을 다친 건가? 그렇다면 내가 눈을 치료해 주길 바랄지도 모르지. 의선이 은거했다는 이유가 손녀가 다쳐서일지도 모르고.
영술이라는 신비한 힘으로 치료한다는 유성의 말을 듣고, 양의원이 큰 관심을 가졌다.
그 일로 의선이 유성을 만나기 위해 제자가 머무는 낙양까지 찾아왔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된다.
그런데.
‘앞을 보지도 못할 텐데 어떻게 저렇게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지?
임연화가 마치 앞이 보이는 사람처럼 젓가락을 들어 자연스럽게 음식을 집어먹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번에 목표물을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양 볼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복스럽게 잘도 먹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 유성이 자꾸 힐끗거렸다.
“연화는 선천적으로 기감이 아주 뛰어나다네. 다른 사람들도 신기해하곤 했지.”
의선이 유성의 궁금증을 일부 해소해주었다.
“그렇군요.”
그래도 신기한 것은 신기한 것이다.
무인이 눈을 가리고 기감으로 음식의 형체라도 파악하려면 최소 절정 고수다.
고작 스물이나 되어 보이는 여자가 그런 경지 일 확률은 극히 낮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임연화는 무공을 익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평범한 일반인 처럼 보이는 모습.
그녀가 타고난 기감이 얼마나 예민해야 가능할지 유성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삐끗—
“아….”
임연화의 젓가락질이 빗나갔다.
“허허, 사람들이 쳐다보면 부끄럼 타는 건 여전하구나.”
그렇게 말한 의선은 유성에게도 말했다.
“백의원이 이해하게. 남들이 쳐다보는 걸 알면 항상 이렇게 부끄러워한다네.”
의선의 말을 듣고 유성이 그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실수한 듯했다.
“이해라고 할 게 있겠습니까? 잘 드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연화는 나와 단둘이 산속에서 오래 살았네. 이런 맛있는 음식을 거의 먹어보지 못했다네.”
어쩐지 네 명이 먹는 것치고는 과하게 많은 음식을 시켰나 싶었더니, 손녀를 위해서 그런 듯하다.
우물우물.
우물.
….
신경 쓰이는지 연화가 음식을 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유성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밥 먹을 때는 건드리는 거 아니라던데.
“그나저나 영술을 이용한 의술이라니, 칠십 평생 처음 들어 본 방법이네. 백의원 자네가 혼자 알아낸 방법이라지? 정말 대단하네.”
의선이 시기적절하게 손녀에게 향하는 관심을 끊어 주었다.
유성도 임연화가 맛있게 식사를 즐기도록 의선과 대화하는데 집중했다.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의선님이야말로 의술 하나로 온 강호인들의 존경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이 나를 거둬주시고 의선문에서 수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의술을 전수해주시지 않으셨다면 이런 과분한 명성을 얻지 못했을걸세. 나야말로 운이 좋았지. 자네는 기존에 없던 한 분야를 개척해 낸 것이니 가히 대종사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서로 얼굴에 금칠을 하는 사이, 양의원은 스승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인지 조용히 식사에 집중했고,
우물우물.
우물우물.
임연화는 시선이 쏠리지 않는 사이 다시 속도를 높여 식사를 즐겼다.
드디어 식사가 모두 끝났다.
유성은 의선이 무슨 말을 할지 조용히 기다렸다.
손녀에 관해서든, 아니든 분명 용건이 있어 찾아왔을 테니까.
“백의원, 예상하겠지만 나는 한 가지 부탁하러 찾아왔네. 다만 그 전에, 괜찮다면 내가 자네를 살펴봐도 되겠나? 지헌이에게 듣기로 단전을 다쳤다면서?”
그가 먼저 호의를 베풀기로 한 모양이다.
“아, 제가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낙양 의방에 들어오고 유성은 양의원에게 단전의 치료 가능성을 물어본 적 있다.
그때 양의원은 그 누구도 유성의 단전을 치료하지 못할 거라 말했다. 하지만 의선이 봐준다는데 사양하고 싶지 않았다.
신성력을 열심히 모으고 있으나 단전 치료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곧바로 치료할 방법이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최상급 요상단이라는 대환단도 하나 얻어둔 것이 있으니.
하인들이 음식을 모두 치운 후, 안채에 간식거리만 조금 준비해주었다.
임연화를 위한 배려다.
안채에 자리를 잡고 의선은 유성의 맥을 짚었다.
머지 않아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가 유성의 손목을 내려놓고 머뭇거렸다.
“저는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해주십시오. 어느 정도 들어서 각오하는 부분입니다.”
“음…, 지헌이가 말한 대로일세. 나로서는 이미 손 쓸 방법이 없겠군. 미안하네.”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 살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의선도 단전을 치료하는 건 무리라고 한다.
이제 믿을 건 정말 신성력을 쌓는 방법 뿐이다.
아마 신성력이 없었다면 절망스러웠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늦지 않게 치료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
“자네가 무림맹 의각에서 일하게 되었다지?”
의선이 갑자기 그렇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낙양 의방을 그만두었으니 며칠 후면 무림맹에서 일하게 됩니다.”
“….”
왜 그런 걸 물었을까?
의아해하는 유성에게 의선이 말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자네 단전의 상태를 보니 의심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네. 그러나 말해주자니 괜히 잘못된 정보를 전하게 될까 두렵고, 말해주지 않자니 자네가 중요한 정보를 모르고 넘어가게 될까 두렵네.”
의선의 말에 양의원이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은 그제야 양의원도 예전부터 자기 단전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의원도 의선과 같은 생각으로 비밀에 붙였나보구나.
유성은 일단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들어 보고 잘못된 정보인지 알아보는 편이 수고스럽더라도 훨씬 낫다.
“그렇다면 듣겠습니다. 다 제가 감당할 테니 말씀해주십시오.”
단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유성은 백가장 시절이 떠올랐다.
유성은 절정으로 향하는 실마리를 잡고 폐관 수련 중, 손쉽게 절정의 벽을 넘었다.
누군가는 평생을 벽에 닿지도 못하고, 누군가는 평생을 벽에 가로막혀 절망한다.
소수는 벽을 뛰어넘어 초절정의 벽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유성과 같은 타고난 천재에게는 절정의 벽은 큰 장애물이 되지 못하기도 한다.
물론 큰 장애물은 아니더라도 무공을 본격적으로 익힌지 2년 만에 절정에 도달한 것은 대단한 성과.
유성이 기쁨에 가득 차 절정 고수가 할 수 있는 여러 기예를 시험하던 중, 그 일이 발생했다.
별다른 전조도 없이 단전이 깨져 버린 것이다.
‘분명 무리한 내공 운용도 없는데 말이지.
많지는 않았으나 열심히 모았던 내공이 샅샅이 흩어지던 경험은 끔찍했다.
사기 특성에 힘입어 순조롭게 힘을 키워가던 중 발생한 사고.
그 당시도, 그리고 지금도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결국.
절정 고수가 되어 나오겠다 호언장담을 했으나.
무공을 잃고 초라하게 폐관을 마친 유성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잔뜩 기대하고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무공 말고는 그들의 관심과 사랑을 차지할 방법이 없던 사생아는 180도 바뀐 그들의 태도, 그리고 형의 잔인한 눈빛에 가문을 스스로 나왔다.
‘어차피 진짜 부모도 아니라 큰 정을 느낀 적은 없지만 잘 대해주는 모습에 평생 백가장의 아들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그런 유성에게, 의선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의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림맹 소속이 되었으니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 되겠지. 그럼 이야기해주겠네.
나는 십 년 전쯤, 한 가문에서 당하는 사람도 모르게 단전을 산산이 깨트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네. 꼭 자네 단전처럼 말이야.”
“….”
유성의 눈빛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렇다면 누군가 수작을 부려 고의로 자기 단전을 깨트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절대 그들을 가만 둘 생각이 없었다.
의선이 말을 이었다.
“사천당문의 파단독. 그 독에 당한 상대는 단전이 산산조각 나 회복할 수 없게 된다더군.”
유성은 의선과 양의원이 이 사실을 말해주는데 고민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은혜와 원한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오대 세가중 가장 악독한 손속을 지닌 사천당가가 관련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난 만독불침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