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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과 대련 말이오?"
"그렇습니다. 물론 제 몸 상태로는 상대가 안 되겠지요.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가능하시겠습니까?"
혜강이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좋소. 그 정도는 어렵지 않소. 그나저나 대련이라니, 예상치 못한 요청이었소. 아직 무공에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이오?"
"물론입니다. 제가 비록 단전을 다쳤지만 언젠가는 치료하고 말 것입니다."
"다행히 회복이 가능한 상태인가 보구려. 정말 다행이오."
혜강의 예상과 달리 유성의 단전은 이곳의 상식으로는 치료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신성을 깨운 유성은 지금처럼 해 나가면 언젠가는 단전을 치료할 수 있다.
요즘 신성력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최종 보스와 겨뤄야 할 날이 올 테니 무공을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된다.
혜강과 대련을 한다면 현재 수준도 파악하고 실력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너른 공터로 갑시다."
"감사합니다."
둘은 화령초와 멀리 떨어진 공터로 자리를 옮겼다.
권법의 기수식을 취한 혜강이 유성을 배려했다.
"소승이 선수를 양보하겠소."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백가장의 가전 무공에 권각법은 없었다.
유성이 평소 수련 하던 것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육합권에, 그동안 경험한 다른 무공들의 묘리를 섞은 것이다.
반면, 소림사의 칠십이종 절예들의 상당수는 권각법이다.
사대금강인 혜강은 당연히 그것들을 익혔을 것이고.
도달한 경지마저 차이나니 유성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내 한계를 시험해 보는 거다. 비록 단전을 잃었을지라도 내 무재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무재를 타고난 사람들에게 '천무지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성도 캐릭터를 만들 때 특성 목록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도 그는 천무지체를 고르지 않았다.
최상위 특성인 '무극지체'가 있는데 천무지체를 고를 이유가 없었다.
즉, 설정상 유성의 무재는 고금 제일이라 할 수 있다.
"갑니다!"
유성이 혜강의 가슴을 노리고 일권을 찌르며 비무가 시작되었다.
가볍게 공격을 흘린 혜강은 흥이 났다.
"훌륭하오!"
내공이 실리지 않았지만 공격 초식이 날카롭다.
혜강이 익히 알고 있던 정직한 육합권의 투로와 달리 날카로운 변초까지 가미되어 있었다.
원래 서로 다른 무공을 섞는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조잡해질 수 있으나, 유성의 변형 육합권은 조화로웠다.
'비록 소림의 절예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 시주가 얼마나 열심히 수련했는지 알겠구나.'
유성의 연속된 공격은 혜강에게 큰 위협을 주지는 못했다.
한 발자국.
주먹이 닿기 전 펼쳐지는 한 발자국의 보법이 만들어 내는 효과였다.
내공을 쓰지 않아도 근육이 꿈틀대며 소림의 최상위 보법인 불영선하보가 유성의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상당한 실력 차이에 기가 죽을 법 하지만 유성의 눈빛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본 혜강은 슬슬 공격을 시작했다.
"그럼 소승도 공격하겠소!"
소림의 기본 권법 나한권이 펼쳐지며 유성의 변형 육합권과 합을 이뤘다.
찌르고, 피하고, 맞받아치고.
어지러히 양 주먹이 얽혔다.
'호오, 언뜻 보기에 허술한 듯 보이나 실제로 손속을 나눠보니 나한권으로는 뚫기가 만만치 않구나. 다음은 오형권으로 가 봐야겠구나.'
용, 호랑이, 학, 뱀, 사마귀의 움직임을 흉내낸 오형권은 기본 권법인 나한권보다 훨씬 변화무쌍하다.
각 동물을 흉내낸 오형권의 초식이 펼쳐지자 유성은 수세에 몰렸다. 그는 약간 부족한 보법을 밟아가며 연신 몸을 비틀었다.
"허허! 정말 잘 피하시는구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주먹이 유성의 안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 대단하다. 한 가지 무공이 이렇게 변화무쌍 할 수 있다니. 숙련도도 대단해서 까딱 잘못하면 순식간에 당하겠다. 이게 사대금강!'
유성은 최근 이렇게 집중해 본 적이 없었다.
대련을 시작하기 전에는 한 수 배우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다 보니 호승심이 일어났다.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성은 두 눈을 부릅 뜨고 혜강의 주먹에 실린 변화를 읽었다.
왼쪽? 오른쪽? 왼쪽이다!
휙-
변화 예측에 성공했다.
다음은 가슴!
휙-
머리를 노리는 듯하더니 가슴을 공격하는 허초를 간파했다.
이번에는 다시 왼쪽!
휙-
투로가 훤히 읽혔다. 가볍게 피했다.
대단한 집중력으로 오형권의 변화를 간파한 유성이 서서히 기세를 회복했다.
처음에는 간신히 피하던 유성이 어느새 여유를 찾아가는 모습에 혜강은 내색하지 않았으나 깜짝 놀랐다.
'이 시주는 대단하구나. 내가 아무리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움직임을 읽히다니!'
혜강도 자존심이 있다.
아무리 대련이라지만 하수에게 꼴 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는 확실히 우세를 점할 생각으로 각법까지 꺼내 들었다.
무상각에 이어 항마연환선퇴로 이어진 각법들에 유성 역시 기초 각법인 칠성각의 변형으로 맞섰다.
'기초 각법으로 내 절예들에 맞서다니, 응용력이 정말 대단하구나.'
각법까지 사용한 초식 교환에서도 유성은 처음에만 몇 번 곤경에 처했을 뿐 점차 혜강과 손속을 겨룰 수 있었다.
혜강은 더 오래 끌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중간하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잘못하면 크게 망신당할 판이니 전력을 다해야겠구나.'
혜강이 오행권을 거두고 기습적으로 대력금강수를 펼쳤다.
파앙-
내공이 실리지 않았음에도 의념이 일어 주위의 공기가 변화했다. 강맹한 일권이 유성에게 쏟아졌다.
"큭...!"
그럭저럭 잘 방어해 나가던 유성이 점하고 있던 공간을 내주고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그만큼 권에 실린 힘이 강맹하여 그대로 맞서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혜강이 불영선하보를 펼쳐 바짝 거리를 좁혔다.
고수들 간의 결투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발놀림이라고 할 수 있다. 둘의 보법은 수준 차이가 극심했다.
유성은 곧 일권을 내주고 패배할 위기에 처했다.
'칫, 할 수 없나. 꼭 이기고 싶은데. 처음 해보는 시도인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있을 거다.
유성은 그의 무재를 믿었다.
깊이 없는 백가장의 보법으로 연신 뒷걸음질 치던 유성의 다리가 돌연 기이한 움직임을 보였다.
보폭이 크지 않게 줄어들며 옆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한 것이다.
"...!"
혜강의 눈이 더할 나위없이 커지며 발이 살짝 꼬였다.
그와 동시에 혜강의 텅 빈 옆구리가 훤히 드러나고 말았다.
'빈틈!'
쉬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유성의 육합권이 대련을 끝내기 위해 혜강의 옆구리로 쏜살같이 뻗어 나갔다.
혜강이 황급히 팔을 내려 투로를 차단했다.
유성의 주먹이 마치 뱀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그의 팔을 타고 거슬러 올라갔다.
그새 오행권에서 뱀의 움직임을 본 딴 사권의 묘리를 훔쳐 적용한 것이다.
'이겼다! 도망갈 곳은 없다!'
막 혜강의 얼굴에 틀어박힐 듯하던 주먹이 순간 목표를 잃고 허공을 갈랐다.
"...!"
얼른 흐트러진 자세를 고쳐잡은 유성의 눈에, 합장을 한 채로 일장이나 떨어져 있는 혜강이 들어왔다.
유성은 그 놀라운 신법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다.
"금강부동신법...!"
그리고 혜강은 유성보다 훨씬 더 놀랐다.
"조금 전 시주의 보법이 불영선하보를 닮은 것 같은데 소승이 착각한 것이오?"
무림인들은 자기 무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을 무척 꺼려한다.
이는 무공이 파훼당하거나 누군가 훔쳐 배울 것을 우려한 것이다.
무공 수련하는 모습을 한 번 본다고 훔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민감하게 구는데, 눈앞에서 절세의 보법 불영선하보의 특징을 선보인 유성.
혜강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좋은 뜻으로 대련을 하다가 무공을 도둑맞을 판이 아닌가?
"패배할 위기에 저도 모르게 얼떨결에 다리가 움직인 것일 뿐, 저는 이것이 불영선하보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스스로 불영선하보를 펼치고도 몰랐단 말이오?"
"정말입니다. 갑자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하더니 어떻게 하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다가 발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이렇게..."
유성이 다시 보법을 펼쳐보았다.
땅 위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특징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물 흐르듯 미끄러지는 불영선하보의 신묘한 움직임에 비하면 유성이 보여주는 보법은 훨씬 조잡하고 덜컥거린다.
혜강이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면 충분히 파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런, 내 착각이었구나. 족적의 위치도 전혀 달라.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여 당황하고 말았구나.'
혜강은 다른 무공도 아니고 최상승 무공인 불영선하보를 몇 번 보고 따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혹시 누군가 똑같은 순서로 족적을 밟을수 있더라도 언제 어느 부위에 얼마간 힘을 주는지에 따라 움직임은 천차만별이 되는 것이다.
"미안하오, 시주. 내가 오해했구려."
"아닙니다. 움직임이 비슷하니 오해할 만했지요."
"소승의 패배요."
합장 한 채로 일장의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금강부동신법은 내공 없이 펼칠 수 없는 공부다.
그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자 유성의 다리가 풀렸다.
"휴..."
매일 아침 수련했다지만 상대를 두고 대련을 벌여 본 것은 오랜만이다.
대련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체력이 부족해 패배할 뻔했다.
무공을 훔쳐 배운 것도 걸리지 않고 잘 넘어갔으니 천만다행이고.
'일부러 불영선하보의 일부만 조잡하게 펼친 것이 효과가 있었구나. 딱 한 번, 허를 제대로 찌르겠다는 계획이 성공했다.'
그런 속도 모르고, 혜강이 물었다.
"백유성 시주의 정체가 정말 궁금하구려. 비록 초절정에 이르지 못했으나 소승도 같은 경지에서는 쉽게 지지 않으리라 생각했거늘."
그런데 유성이 이겨 버렸으니 혜강의 심정이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지금 낙양 의방의 의원입니다."
"그게 무슨..."
방금 그를 패배시킨 사람의 정체가 의원이라는 말이 혜강을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열일곱살에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단전을 다쳤고, 그를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의원이 되었지요."
"...!"
혜강이 사대금강의 전용 연무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연단각주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사대금강 다른 동료들에게 하소연하고 있었다.
어린 동자승이었을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하던 연단각주는 사대금강을 업어키우다시피 했다.
거의 부자지간이나 다름없었다.
"면목이 없구나. 방장님 고집이 저리 세실 줄은 몰랐다. 정말 부처님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다니... 그래도 열흘 정도까지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 열흘이 넘어가면 약효가 내가 찾은 방법을 쓰는 것만 못할 테니..."
"이제는 정말 거기에 걸어보는 수밖에요. 각주님은 최선을 다하셨으니 너무 침울해하지 마십시오."
"고맙구나. 아, 혜강, 너도 왔구나."
마침 혜강을 발견한 연단각주와 동료들이 다가왔으나 그는 양해를 구하고 연무장 한쪽으로 향했다.
조금 전 깨달은 바가 많아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단전을 다치고 내공이 흩어지면 십중 팔구는 절망에 빠져 무공에서 손을 놓고 말 것이다. 그런데 백 시주는 열일곱에 절정 고수가 된 무재도 무재지만, 단전을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하자 스스로 의원이 되었을 정도로 강한 정신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나는 고작 대환단 하나 못 먹게 되었다고 한탄했다니, 너무 부끄럽구나. 나는 단전도 온전한 상태고 다른 영약들도 부족함 없이 섭취했다. 꾸준히 정진한다면 결국 초절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나를 믿자.'
대환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된 혜강의 머릿속으로 여러 기억들이 떠올랐다.
땀을 뻘뻘 흘리며 칠십이종 절예들을 수련 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르더니 사라졌다.
끊임없이 '넌 할 수 있다'고 말해주던 동료들과 연단각주의 모습이 떠오르더니 사라졌다.
그 외 여러 기억들.
그리고.
조잡한 무공만으로 자신과 맞서 싸워 결국 승리까지 일궈낸 유성의 모습이 머릿속에 아른거리더니 사라졌다.
그는 어느 순간 의식적으로는 아무런 생각도 떠올리지 못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무아지경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사대금강의 다른 동료들은 명상 중 갑자기 놀라운 기운을 줄기차게 뿜어내는 혜강의 주위로 가서 조용히 호법을 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벽을 뛰어넘는구나. 장하다, 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