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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성이 전작을 플레이할 때, 고아의 신분으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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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비슷할 거로 생각했지만, 뜻밖에 가족까지 있는 신분이라 신기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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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사생아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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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생아의 신분이라는 사실은 게임 속으로 빙의되었다는 걸 깨닫고 나자 사소한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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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게임 속에 갇혀 버렸는데, 진짜 부모도 아닌 자들과의 관계가 어떻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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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방황했으나 유성은 곧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만이 답임을 깨닫고 무공 수련에 열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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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호남 백가장은 유성이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곳이고 백진성은 그곳의 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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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과는 이복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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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성은 유성을 귀찮게 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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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가문을 물려받을 거로 생각했던 그의 처지에서는 갑자기 두각을 나타낸 유성이 눈엣가시 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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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무공을 잃고 쫓겨나듯 가문을 떠나던 날 비웃던 녀석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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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장이 그렇게 큰 곳은 아닌데 무림학관에 들어올 수 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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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차분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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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원래 백가장 까지는 순서가 돌아가지 않았지만 이번에 무림학관 생도 중 일부가 정식으로 무림맹 소속이 될 거예요. 빈자리를 보충하려는데 마침 백가장도 적합한 대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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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하면서 제갈영영은 유성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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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배려한 거구나. 지난번 일로 백가장에서 쫓겨난 일이 널리 퍼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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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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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상으로 백진성은 무림학관에 입관할 기준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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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갈영영은 유성을 위해 원칙을 깰 각오로 찾아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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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원치 않으면 무림학관에 탈락시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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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보고 싶은 얼굴은 아니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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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백진성이 무림학관에 들어오면 자신에게 어떤 해가 될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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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과 무림학관은 연관이 있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같은 소속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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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성은 예전부터 백진성이 무림맹 입맹을 희망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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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도 문파가 세를 키우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무림맹 소속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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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 문파와 시비가 걸려도 무림맹이 토벌 올 수 있다는 압박감을 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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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보면, 유성이 백진성을 만나 해가 될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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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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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백진성이 유성의 눈치를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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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성의 위상이 그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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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무사들이나 무림학관 생도 중 의각의 도움을 받은 자들도 많았고, 특히 친한 자들은 대부분 무림맹 고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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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위협도 되지 않는 백진성 때문에 굳이 무림맹 총군사가 원칙을 어기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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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으니 그냥 받으셔도 됩니다. 총군사님이 저 때문에 무리하시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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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리한다구요? 저 그 정도 힘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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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턱을 치켜세우며 자신만만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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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그녀가 두통으로 무너진 모습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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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책 잡힐 일은 하면 안 된다고 하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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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한잔 하며 그런 이야기도 나눈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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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모용림 장로가 기세등등 했을 때 이야기죠. 의각주님도 아시잖아요. 요즘 모용림 장로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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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무림맹 내에서 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사마세가를 열심히 밀었던 죄로 그냥 평범한 무림맹 장로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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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세가가 무림맹에 못된 짓을 하다 걸렸으니 그들과 엮이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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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유성은 제갈영영의 배려를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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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다른 정적이 나타나 꼬투리 잡으면 그녀가 곤란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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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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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자신이 과거에 백진성에게 당했던 것들을 되갚아 줄 수도 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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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의각주님이 괜찮다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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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용건은 끝났나보군요. 살펴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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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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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제갈영영의 눈초리에 유성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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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착각이었다는 듯, 어느새 그녀의 눈매는 다시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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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주세요. 목이 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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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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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왔는데 차 한잔 대접하지 않고 보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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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그녀가 주기적으로 선물해주는 차를 타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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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동안 잠깐 이야기나 해요. 그 정도는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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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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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과 별거 아닌 잡담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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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해결해야 할 안건이 있다더니, 생각보다 바쁘지 않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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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공부 잘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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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마다 찾아와 치료받게 만드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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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매일 두통을 호소할 정도니, 보통 수준의 공부는 아닐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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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이에요. 조금 있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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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주욱 펴고 뿌듯해하는 모습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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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두 살 연상이긴 하지만 현실 세계의 유성에 비하면 훨씬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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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돌아간 후, 유성은 다시 집에 딸린 작은 마당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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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차의원과 당직을 바꾸면서 해 보고 싶었던 일을 이어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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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얻은 스킬 시험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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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얻은 스킬은 버프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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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프 스킬은 자신 또는 타인에게 걸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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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활용도가 높은 스킬은 아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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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성능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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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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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몸이 순간 금빛으로 번뜩이며 신형이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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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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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학관의 한 연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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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은 넓지 않지만, 높은 담벼락이 주변의 이목을 차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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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왕이 손녀에게 가문의 비기 제왕검형을 전수하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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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표정의 검왕이 의욕 없어 보이는 손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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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니 최선을 다해 배워야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가문으로 돌아가야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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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의 얼굴에 약간의 의지가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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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돌아가는 건 무척 싫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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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극복하리라 믿지만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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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을 이끄는 사람은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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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마음을 숨기고 검왕은 제왕검형 전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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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검형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있다. 전반부는 신묘한 무리들을 품고 있어, 전반부를 대성하면 이 할애비처럼 화경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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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검형은 남궁세가의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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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가 오대세가의 수좌 자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핏줄과 제왕검형을 통해 대대로 검왕을 배출해 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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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무리를 품고 있는 제왕검형의 전반부를 이해하면, 다른 무공을 익히는 것에 비해 손쉽게 경지를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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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품고 있는 무리가 어려운 만큼 제왕검형을 익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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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검왕의 상식으로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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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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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결을 불러 주고 초식 시범을 한번 보여 준 검왕은, 약간 부족하지만 손녀가 자신이 펼쳐 보인 제왕검형의 전반부를 그럭 저럭 따라 하자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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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단 한 번 보고 따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완성도가 높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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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이보다 배우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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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궁무애검법을 전수할 무렵 남궁유린은 무공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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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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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의 남궁유린은 유성 덕분에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 풀렸고, 가문으로 끌려갈 수 없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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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짐이 다르니 익히는 속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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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창궁무애검법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아 똑같이 따라 하기는 어려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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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검형 역시 남궁세가의 무공에 뿌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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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왕의 기준으로, 남궁유린은 솜이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제왕검형을 익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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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감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차 손녀를 가르치는데 푹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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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 걸쳐 전반부를 봐 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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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이상 전반부를 봐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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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손자가 최고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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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뛰어난 검재를 가진 아이는 손녀였다니,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검왕은 계획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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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구나. 나머지는 스스로 참오하여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대신 후반부도 미리 전수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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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도요? 어차피 지금 익혀봤자 써먹지 못 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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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검형의 후반부는 화경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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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그렇게 설명 들었기에 남궁유린은 의문을 가졌으나, 검왕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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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너도 후반부 초식들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화경의 경지에 올라 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하면 신체가 버티지 못해 무너지고 만단다. 그렇기에 펼치지 말라고 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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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네게 미리 전수하는 건 네 배움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니, 틈 날 때마다 후반부 초식들이 지닌 무리들을 참오하여 화경의 경지에 도달하면 더 빠르게 나아가길 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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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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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왕은 전반부 초식들을 펼칠 때처럼 손녀와 거리를 두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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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라. 이게 네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진정한 제왕검형은 후반부 부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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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왕은 검을 들고 기수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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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에서 진기가 일어나 승천하는 용과 같은 강맹한 흐름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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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한 몸이 아니었다면 혈맥과 근육이 찢어졌을지도 모르는 파괴적인 기운과 함께, 검왕의 온몸에 푸른 기가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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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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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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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제왕검형의 후반부 초식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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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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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이 홀린 듯 검왕이 수놓는 검로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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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에서 푸른 뇌전이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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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몰랐지만, 마치 어렸을 때 창궁무애검법을 처음 보고 느꼈던 충격이 뇌리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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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진정한 제왕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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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의 몸 안에 내재된 검재가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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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만큼은 시녀의 일도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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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가 할아버지처럼 저렇게 자유자재로 제왕검형의 후반부를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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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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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하면 신체가 버티지 못한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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