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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의 개념이 정확히 잡힌 것은 꽤 현대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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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는 개념 정도는 있었으나 질환으로 취급된 것은 한참 후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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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은 선천적 요인도 있고 후천적 요인도 있는데, 유성이 경험한 것들은 주로 후천적 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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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판타지는 절대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었고 다양한 전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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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여러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신성력으로 뇌에 회색 아지랑이가 감지되는 것이 정신병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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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겨 보면, 팽지산은 남궁유린과 관계되었을 때, 유성에게 강한 공격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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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신질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 팽지산의 증상을 대략 정의할 수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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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그저 평범하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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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조현병, 망상 장애, 분노 조절 장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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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가끔 접한 적 있는 질병들만 대략 아는 수준으로는 명확히 진단 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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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팽지산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가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만 약간 이해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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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밉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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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일단 도왕에게도 이 사실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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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을 설명하는 것도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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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미친놈이라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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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응이 돌아올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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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지금은 치료할 방법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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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질환은 의선의 손녀 임연화 만큼의 정신 오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정신에 작용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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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스킬을 얻어야 치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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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의선의 손녀를 치료해 준 후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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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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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한 팽지산이 눈을 뜨며 상체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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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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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어리둥절 두리번거리던 그가 유성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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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허망한 시선과 유성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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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얼굴이 일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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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유린을 차지하기 위해 여태 실력을 숨겨 왔다니, 너같이 음험한 녀석에게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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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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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이 팽지산의 뒤통수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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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네가 노래 부르던 대로 사내 대장부라면 결과에 승복하거라. 어서 의각주님께 사과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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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버지.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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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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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도왕과 얼마간 투닥거렸으나 그도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체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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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흑! 미안하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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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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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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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는 도왕도, 맞는 팽지산도 꽤 익숙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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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남궁유린쪽을 보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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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그녀와 사귀다가 실연이라도 당한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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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의각주님, 죄송합니다. 그동안 무례했던 언행들 모두 사, 사과드리고 약속대로 팽가로, 크흑…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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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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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무림맹 내에 유성의 과거 경지가 널리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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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을 철저하게 깨부순 후 더 이상 유성이 절정 고수였다는 것을 의심하는 자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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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긴 했으나, 그 시선도 곧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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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계속 절정 고수였다면 모를까, 동정 어린 시선조차 그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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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무림학관을 그만둔 팽지산을 숙소에 처박아 둔 채 도왕이 팔의 치료를 마무리 짓기 위해 유성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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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습격 관련해서 무림맹 회의에 참여해 꽤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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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놈은 내가 철저히 교육시킬 테니 나를 봐서라도 용서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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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 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봤을 때는 팽 소협이 더 성숙해져 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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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도 점차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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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앓고 있는 이름 모를 정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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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치료하지 못하면 여전할 것 같지만 도왕의 통제 하에 있으면 유성을 더 이상 귀찮게 하지는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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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궁유린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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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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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을 꺾은 후, 남궁유린이 유성을 따로 찾아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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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 팽 소협을 이겨 주셔서 감사해요. 그동안 얼마나 절 괴롭혔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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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랬군요. 저도 쌓인 게 많았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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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큰 눈을 반짝이며 신이 나서 재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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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이 많은 모습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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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조용하고 뒤에 빠져 있는 모습만 봐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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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을 지켜보는 게 괴롭지 않은 건 처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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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그 말을 뱉고 나서 아차 싶은 표정으로 황급히 인사하고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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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인 남궁세가의 자제가 대련을 지켜보는 게 괴롭다는 건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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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의문을 가졌으나 그녀의 속이라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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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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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휴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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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만 챙겨든 유성이 무림맹 정문으로 나서자, 커다란 마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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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안에 익숙한 얼굴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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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뵈어요, 의각주님. 그동안 내부 정리가 끝나지 않아 저번 휴무일에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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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소옥님. 이제 문주님이라고 불러드려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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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동갑녀가 민망한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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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편하게 불러 주세요. 취임식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어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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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그런데 바쁘실 텐데 오늘은 왜 직접 나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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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매 주 나오고 싶은데, 이제 그 정도 여유는 없어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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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옥은 얼마 전 정식으로 하오문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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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이 요양을 핑계로 태상문주로 물러났으며, 그 사이 여러 장로들이 교체되는 등 하오문이 꽤 시끌벅적 했다고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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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에 타고 이동을 시작하자 소옥이 작은 비단 주머니를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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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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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네모난 돌멩이 같은 게 들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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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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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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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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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 열어 보니 정말 천운석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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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크기가 너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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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구한 천운석보다 더 작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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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양을 구하는 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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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약간 실망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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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받는 처지에 성과가 미미하다고 화를 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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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계속 신경 써 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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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많이 구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천운석을 가진 자들에게 충분한 돈만 지급하면 되살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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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하오문에 기대한 부분도 그런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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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운석이 떨어져 천운석을 새로 발굴해 내지 못하는 한, 중원 전역에 퍼져 있는 천운석을 사모으는 게 최선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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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중원 전역에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하오문이나 개방이 최고겠지만, 개방은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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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문제가 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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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옥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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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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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입니까? 혹시 돈이 부족하면 제가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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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들을 치료할 때 필요한 약재나 환경을 모두 하오문에서 제공해주니 유성이 돈 쓸 일이 확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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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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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천운석을 수집한 이력이 있던 부호들을 수소문해봤는데, 대부분이 그걸 도둑 맞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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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석을 도둑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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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직 널리 퍼지지 않은 이야기지만, 천운석을 훔쳐 간 자리에는 검은 나비 표식이 새겨져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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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나비요? 저는 견문이 짧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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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나비는 전설적인 도둑 무영신투가 사용하던 표식이에요. 오십 년 전 마지막으로 발견된 후 여태 흔적이 없었으나,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시 나타났어요. 물건을 훔치고 그 자리에 표식을 남겨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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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귀찮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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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천운석을 훔쳐 가는 도둑이 활동한지 수년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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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중원이 넓다지만 도둑의 손길이 어디까지 퍼졌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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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훔치지 못한 천운석들이 많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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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 혼자 모든 걸 훔칠 수는 없겠죠. 대신 천운석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자들은 거의 도둑맞은 게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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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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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문도들이 열심히 알아보고 있으니 분명 더 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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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상심한 표정을 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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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옥이 조심스럽게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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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안 된다면 그 도둑의 정체라도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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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그 부분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어쩌면 한 번에 의각주님이 원하시는 만큼의 천운석을 얻게 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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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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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둑만 잡으면 오히려 그가 여태 모아 놓은 천운석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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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를 돌려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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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는 곧 하오문에서 준비한 장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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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저마다 꾸민 기녀들 십여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빈민가에서 온 듯 허름한 복장을 한 사람들도 스무명 정도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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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얼마나 환자를 보실지 몰라 가장 상태가 안 좋은 자들로 준비해봤어요. 만약 원하시면 환자를 늘릴 수도, 줄일수도 있으니 제 마부에게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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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옥은 이전에 본 적 있는 마부를 소개해 주고 잠시 일을 보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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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진료실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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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들 중 제일 중해 보이는 자들을 치료해 준 후, 유성은 기녀 한 명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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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렇게 잘생기셨는 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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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가 들어서며 유성에게 눈웃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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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직업인지라 교태가 몸에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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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예쁘긴 하지만 화장도 진하고… 요즘 내 눈이 너무 높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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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과 남궁유린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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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과 반딫불 정도로, 기녀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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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한 기녀를 봐도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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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을 앓고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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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이거 때문에 일도 못하고 죽겠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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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툴거린 기녀가 예고도 없이 치마를 활짝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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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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