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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망토를 흔들어 도발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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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황소는 이미 머리끝까지 분노로 가득 차 있어, 망토 없이도 투우사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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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그의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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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에 대해서 만큼은 멍청하지 않은지, 이번에는 팽지산의 주먹이 횡으로 변화를 일으키며 쫓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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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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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보법의 묘리가 가미된 유성의 독문 보법이 펼쳐지자 변초마저 무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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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 위험하겠지만 혜강 스님과 비교하면 어린아이 수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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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후기의 고수와 절정 초입의 차이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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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각법을 주력으로 삼는 소림의 절예에 비하면 팽지산이 펼치는 권법은 깊이도 얕았고, 숙련도도 한참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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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공을 배울 수 있을까 기대했던 유성은 김이 살짝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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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는데 그냥 타고난 힘으로 찍어 누르는 권법일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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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까지는 그것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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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도가 주력이고, 권법은 도법을 펼칠 수 없을 때 버티는 용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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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초식을 적중시킬 수 있다면 무섭겠지만, 유성에게는 움직임이 뻔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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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계속 초식을 펼쳤으나 유성은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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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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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고 있던 모든 초식을 쏟아부어도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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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의 움직임이 점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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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성의 주먹은 그의 몸 이곳저곳에 틀어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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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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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옆구리에 또 주먹을 허용한 팽지산의 눈에 초조함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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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복부, 어깨, 팔, 옆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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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안이라 보이지 않을 뿐, 그의 몸에는 이미 여러 개의 멍 자국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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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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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주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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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인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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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에 가볍게 스치듯 맞은 것으로 보여도, 당사자인 그는 한번 유성에게 맞을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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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도 자기보다 크지 않은데 어떻게 저런 힘이 숨겨져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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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보다 더 자신 없지만 변수를 만들기 위해 각법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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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서로의 거리가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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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적으로 유성의 허벅지를 터트릴 기세로 허리를 비틀며 휘둘러진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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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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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로 발끝이 유성의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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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저딴 보법이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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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도 쓰지 못하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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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보법으로는 따라잡을 방법이 없었다. 수준 차이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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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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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로 굳건히 설 때와 비교해 형편없을 정도로 자세가 흐트러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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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간신히 자세를 잡은 팽지산의 눈앞으로 주먹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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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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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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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와중, 그는 팔을 마구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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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추가 공격이 들어오면 패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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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황급히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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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참 거리를 벌리고 나서, 유성이 그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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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팔을 휘저으며 미친 듯 물러선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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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머리끝까지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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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농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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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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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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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시퍼렇게 멍들어가는 팽지산의 왼쪽 눈을 보며 슬쩍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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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개의 창을 꽂아 넣었음에도 지치지 않는 황소는 잡을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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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성이 먼저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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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의 눈에 결연함이 떠오르더니 유성의 공격을 무시하고 마주 주먹을 뻗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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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가 고수를 상대할 때나 펼칠만한 수법이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으니 맷집을 믿고 동귀어진의 초식을 펼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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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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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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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의 회심의 일권은 유성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유성의 주먹은 그의 오른쪽 눈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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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양쪽 눈에 시퍼런 멍을 새겨 넣은 후 그 모습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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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혈도 하지 못한 코에서는 쌍코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양쪽 눈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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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그런 꼴을 하고도 항복할 생각이 없는지 다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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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아 주니 오히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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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뒤로 슬쩍 빼며 미친 소처럼 달려드는 그의 다리를 걷어차자 팽지산이 자세가 일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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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길래 몇 차례 더 걷어차주자 이제 한쪽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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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슬쩍 주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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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려했던 도왕의 표정은 뜻밖에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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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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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즐기고 싶지만 사람들이 슬슬 불편해하는 표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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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무사들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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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너무 심하게 당한다고 여기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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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평판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쯤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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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내가 봐도 몰골이 말이 아니네. 그래도 딱 한 방만 더 먹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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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황소의 숨통은 끊어 주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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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을 밟으며 팽지산의 품으로 파고든 유성은, 팽지산이 마지막 발악으로 휘두른 공격마저 피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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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경악에 가득 찬 안면이 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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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훨씬 아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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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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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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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팽지산이 눈이 풀린 채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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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의각주님이 저렇게 고수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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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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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렇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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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하나 물어 든든하게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지니고 있던 돈을 탈탈 털었던 무사들은 망연자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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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머리를 쥐어 짜는 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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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의 상태를 걱정한 자들은 하나도 없지만 돈은 중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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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상당한 돈을 잃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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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대부분의 돈을 몸에 지니고 다니던 무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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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은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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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판이 커져 수수료도 상당했고 유성에게 돈을 걸었던 것도 따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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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의 승리는 언제든지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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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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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련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고 유성을 응원했던 남궁유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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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간발의 차이로 피할 때는 비명을 지를 뻔하다가, 팽지산에게 공격을 성공 시킬 때는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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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을 보며 진심을 담아 누군가를 응원해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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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팽지산이 쓰러지자, 그녀는 방방 뛰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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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긋지긋한 팽지산을 그만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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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가 다쳐 억지로 무공을 수련하게 된 이후로, 그녀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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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어른들이 주는 압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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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처럼 지냈던 시녀에 대한 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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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수련해야 하는 무공에 대한 회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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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것이 떠오르지 않았고, 순수하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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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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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의각으로 달리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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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어느새 팽지산과 남궁유린을 두고 다툴 정도로 그녀와 사이가 진척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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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질투심이 치솟아 앞뒤 가리지 못했으나 점차 이성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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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전달 과정에서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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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주변을 매일 예의주시 했으나 그런 낌새를 눈치챈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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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이라는 입 싼 하인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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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확인해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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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갈영영은 다급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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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유성이 다칠까 봐 걱정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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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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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도착했을 때는 유성의 마지막 공격이 팽지산의 안면에 틀어박힌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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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쓰러진 팽지산이 피떡이 되어 있었음에도 유성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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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든 감정은 안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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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별로 다친 곳은 없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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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풀린 제갈영영의 귓가로, 주변 무사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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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팽지산은 팽가로 돌아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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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사과부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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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렇지. 그런데 남궁유린이랑 의각주님이 그렇고 그런 사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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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팽지산 혼자 그렇게 주장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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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남궁유린은 왜 저렇게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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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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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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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넌 내기 참여 못했지? 남궁유린이 의각주님이 이기는데 걸었거든. 돈 좀 만졌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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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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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의각 안의 남궁유린을 보니,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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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조용하면서도 당돌한 구석이 있다고 여겼으나 저렇게 즐거워할 줄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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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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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도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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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맹주와 눈이 마주쳐 제갈영영이 그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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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이 유성에게 다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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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가 무공도 익힌 줄 몰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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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은 유성의 과거를 모르기에 그가 절정 고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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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수준을 알아챌 수 없으나 강호에는 내공 수준을 숨길 수 있는 심법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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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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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이유로 단전이 깨진 것만 주화입마로 변형 시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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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수 없는 이유보다는 주화입마라는 핑계가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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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는 줄 몰랐네. 안타까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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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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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시선이 개구리처럼 뻗어 있는 팽지산에게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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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세. 상대를 제대로 만난 셈이지. 저놈은 저럴 필요가 있었네. 내가 교육 한다고 시켰는데도 저 모양이라 우려가 커. 깨어나면 내가 책임지고 사과 시킨 후 팽가로 데려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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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평소 저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는 듯하여 그런 조건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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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네. 어차피 이 대련의 결과가 어떻든 팽가로 데려갈 생각이었네. 저놈은 그게 맞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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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도왕에 대한 생각을 조금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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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여전히 밉상이고 호전적인 성격이지만, 사리 분별 할 줄 아는 진짜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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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미안한 말이지만 대련이 끝났으니 내 아들놈을 치료해 줄 수 있겠나? 꼴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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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코피가 코와 인중에 그대로 굳어 있고 양 눈이 시퍼런 모습은 시각적으로 보기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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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충분히 재미를 봤으니 그 정도는 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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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도 이렇게 부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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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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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를 멎게 하고 눈 부분의 멍기를 조금 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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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팽지산의 머리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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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정밀하게 치유 스킬을 사용하면 기절 상태를 해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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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신성력을 흘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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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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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의 뇌에 회색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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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자주 겪어본 적 있는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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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정신병을 앓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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