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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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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망토를 흔들어 도발할 필요는 없다.

눈앞의 황소는 이미 머리끝까지 분노로 가득 차 있어, 망토 없이도 투우사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했으니까.

유성은 그의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무공에 대해서 만큼은 멍청하지 않은지, 이번에는 팽지산의 주먹이 횡으로 변화를 일으키며 쫓아온다.

이미 예상했다.

소림 보법의 묘리가 가미된 유성의 독문 보법이 펼쳐지자 변초마저 무위로 돌아간다.

‘맞으면 위험하겠지만 혜강 스님과 비교하면 어린아이 수준이야.

절정 후기의 고수와 절정 초입의 차이도 있고,

권각법을 주력으로 삼는 소림의 절예에 비하면 팽지산이 펼치는 권법은 깊이도 얕았고, 숙련도도 한참 부족했다.

새로운 무공을 배울 수 있을까 기대했던 유성은 김이 살짝 샜다.

‘기대했는데 그냥 타고난 힘으로 찍어 누르는 권법일 뿐이구나.

아마 지금까지는 그것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어차피 도가 주력이고, 권법은 도법을 펼칠 수 없을 때 버티는 용도일 테니까.

상대에게 초식을 적중시킬 수 있다면 무섭겠지만, 유성에게는 움직임이 뻔히 보였다.

팽지산이 계속 초식을 펼쳤으나 유성은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다.

익히고 있던 모든 초식을 쏟아부어도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팽지산의 움직임이 점점 커졌다.

반면 유성의 주먹은 그의 몸 이곳저곳에 틀어박혔다.

“큭!”

방금 옆구리에 또 주먹을 허용한 팽지산의 눈에 초조함이 깃든다.

가슴, 복부, 어깨, 팔, 옆구리.

옷 안이라 보이지 않을 뿐, 그의 몸에는 이미 여러 개의 멍 자국이 새겨져 있다.

이곳저곳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올라온다.

‘무슨 주먹이!

팽지산이 인상을 썼다.

남들이 보기에 가볍게 스치듯 맞은 것으로 보여도, 당사자인 그는 한번 유성에게 맞을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덩치도 자기보다 크지 않은데 어떻게 저런 힘이 숨겨져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

주먹보다 더 자신 없지만 변수를 만들기 위해 각법도 꺼내 들었다.

마침 서로의 거리가 가깝다.

기습적으로 유성의 허벅지를 터트릴 기세로 허리를 비틀며 휘둘러진 발차기!

스르륵.

그러나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로 발끝이 유성의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간다.

‘무슨 저딴 보법이 다 있어?

내공도 쓰지 못하는 몸.

자신의 보법으로는 따라잡을 방법이 없었다. 수준 차이가 심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 다리로 굳건히 설 때와 비교해 형편없을 정도로 자세가 흐트러졌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간신히 자세를 잡은 팽지산의 눈앞으로 주먹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퍼억—!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정신없는 와중, 그는 팔을 마구 휘저었다.

지금 추가 공격이 들어오면 패배다!

팽지산은 황급히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섰다.

그러나 한참 거리를 벌리고 나서, 유성이 그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 팔을 휘저으며 미친 듯 물러선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분노가 머리끝까지 잠식했다.

“날 농락해!”

“보기 좋군요.”

“뭐?”

유성은 시퍼렇게 멍들어가는 팽지산의 왼쪽 눈을 보며 슬쩍 웃었다.

이미 몇 개의 창을 꽂아 넣었음에도 지치지 않는 황소는 잡을 맛이 난다.

이제 유성이 먼저 달려들었다.

팽지산의 눈에 결연함이 떠오르더니 유성의 공격을 무시하고 마주 주먹을 뻗어왔다.

하수가 고수를 상대할 때나 펼칠만한 수법이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으니 맷집을 믿고 동귀어진의 초식을 펼친거다.

하지만.

퍼억—!

팽지산의 회심의 일권은 유성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유성의 주먹은 그의 오른쪽 눈에 꽂혔다.

유성은 양쪽 눈에 시퍼런 멍을 새겨 넣은 후 그 모습을 감상했다.

지혈도 하지 못한 코에서는 쌍코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양쪽 눈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다.

팽지산은 그런 꼴을 하고도 항복할 생각이 없는지 다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포기하지 않아 주니 오히려 고맙다.

몸을 뒤로 슬쩍 빼며 미친 소처럼 달려드는 그의 다리를 걷어차자 팽지산이 자세가 일순 무너졌다.

포기하지 않길래 몇 차례 더 걷어차주자 이제 한쪽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린다.

유성은 슬쩍 주위를 살폈다.

가장 우려했던 도왕의 표정은 뜻밖에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더 즐기고 싶지만 사람들이 슬슬 불편해하는 표정이네.

주변 무사들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팽지산이 너무 심하게 당한다고 여기는 걸지도 모른다.

유성은 평판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쯤 하기로 했다.

‘하긴, 내가 봐도 몰골이 말이 아니네. 그래도 딱 한 방만 더 먹이고.

미친 황소의 숨통은 끊어 주어야 하니까.

진각을 밟으며 팽지산의 품으로 파고든 유성은, 팽지산이 마지막 발악으로 휘두른 공격마저 피해냈다.

그의 경악에 가득 찬 안면이 훤히 드러났다.

‘이번엔 훨씬 아플 거다.

팽지산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앙—!!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팽지산이 눈이 풀린 채 허물어졌다.


“이럴 수가… 의각주님이 저렇게 고수였다고?”

“내 돈!”

“이게 이렇게 된다고?”

호구 하나 물어 든든하게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지니고 있던 돈을 탈탈 털었던 무사들은 망연자실했다.

곳곳에 머리를 쥐어 짜는 자들도 있다.

팽지산의 상태를 걱정한 자들은 하나도 없지만 돈은 중대 문제다.

졸지에 상당한 돈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중에는 대부분의 돈을 몸에 지니고 다니던 무사도 있었다.

종학진은 신이 났다.

뜻밖에 판이 커져 수수료도 상당했고 유성에게 돈을 걸었던 것도 따게 된 것.

내기의 승리는 언제든지 짜릿하다.

‘의각주님, 충성!

그리고 대련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고 유성을 응원했던 남궁유린은.

그가 간발의 차이로 피할 때는 비명을 지를 뻔하다가, 팽지산에게 공격을 성공 시킬 때는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대련을 보며 진심을 담아 누군가를 응원해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

마침내 팽지산이 쓰러지자, 그녀는 방방 뛰며 환호했다.

‘이제 지긋지긋한 팽지산을 그만 볼 수 있어!

오라버니가 다쳐 억지로 무공을 수련하게 된 이후로, 그녀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가문의 어른들이 주는 압박감.

친구처럼 지냈던 시녀에 대한 미안함.

억지로 수련해야 하는 무공에 대한 회의감.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것이 떠오르지 않았고, 순수하게 즐거웠다.

유성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제갈영영은 의각으로 달리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유성이 어느새 팽지산과 남궁유린을 두고 다툴 정도로 그녀와 사이가 진척된 건지.

처음에는 질투심이 치솟아 앞뒤 가리지 못했으나 점차 이성이 돌아왔다.

‘이야기가 전달 과정에서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

유성의 주변을 매일 예의주시 했으나 그런 낌새를 눈치챈 적이 없다.

장칠이라는 입 싼 하인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고.

이 부분은 확인해 보면 된다.

그래도 제갈영영은 다급하게 움직였다.

혹시 유성이 다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러나.

제갈영영이 도착했을 때는 유성의 마지막 공격이 팽지산의 안면에 틀어박힌 순간이었다.

털썩 쓰러진 팽지산이 피떡이 되어 있었음에도 유성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제일 먼저 든 감정은 안도였다.

‘다행이다. 별로 다친 곳은 없는 거 같아.

마음이 풀린 제갈영영의 귓가로, 주변 무사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럼 이제 팽지산은 팽가로 돌아가는 건가?”

“그전에 사과부터 해야지.”

“참, 그렇지. 그런데 남궁유린이랑 의각주님이 그렇고 그런 사이였나?”

“그건 팽지산 혼자 그렇게 주장한 거 아닌가?”

“그럼 남궁유린은 왜 저렇게 좋아해?”

“돈 땄잖아.”

“돈?”

“참, 넌 내기 참여 못했지? 남궁유린이 의각주님이 이기는데 걸었거든. 돈 좀 만졌을 걸?”

“아…”

과연 의각 안의 남궁유린을 보니, 환호하고 있다.

평소 조용하면서도 당돌한 구석이 있다고 여겼으나 저렇게 즐거워할 줄도 알고.

색다른 모습이다.

“총군사도 왔소?”

마침 맹주와 눈이 마주쳐 제갈영영이 그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

도왕이 유성에게 다가 갔다.

“의각주가 무공도 익힌 줄 몰랐군.”

도왕은 유성의 과거를 모르기에 그가 절정 고수라고 생각했다.

내공 수준을 알아챌 수 없으나 강호에는 내공 수준을 숨길 수 있는 심법도 존재한다.

유성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단전이 깨진 것만 주화입마로 변형 시켜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보다는 주화입마라는 핑계가 편리하다.

“그런 일이 있었는 줄 몰랐네. 안타까운 일이야.”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죄송합니다.”

유성의 시선이 개구리처럼 뻗어 있는 팽지산에게 머물렀다.

“아닐세. 상대를 제대로 만난 셈이지. 저놈은 저럴 필요가 있었네. 내가 교육 한다고 시켰는데도 저 모양이라 우려가 커. 깨어나면 내가 책임지고 사과 시킨 후 팽가로 데려가겠네.”

“죄송합니다. 평소 저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는 듯하여 그런 조건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괜찮네. 어차피 이 대련의 결과가 어떻든 팽가로 데려갈 생각이었네. 저놈은 그게 맞는 것 같네.”

유성은 도왕에 대한 생각을 조금 수정했다.

외관은 여전히 밉상이고 호전적인 성격이지만, 사리 분별 할 줄 아는 진짜 어른이었다.

“그나저나 미안한 말이지만 대련이 끝났으니 내 아들놈을 치료해 줄 수 있겠나? 꼴이 좀…”

쌍코피가 코와 인중에 그대로 굳어 있고 양 눈이 시퍼런 모습은 시각적으로 보기 안 좋았다.

이미 충분히 재미를 봤으니 그 정도는 해주기로 했다.

도왕도 이렇게 부탁하는데.

“알겠습니다.”

코피를 멎게 하고 눈 부분의 멍기를 조금 빼주었다.

이번에는 팽지산의 머리를 짚었다.

뇌에 정밀하게 치유 스킬을 사용하면 기절 상태를 해제할 수 있다.

유성이 신성력을 흘려 넣었다.

그런데.

팽지산의 뇌에 회색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예전에 자주 겪어본 적 있는 증상.

‘이 새끼, 정신병을 앓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