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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이 자기 장기를 살려 무림맹 한복판에서 내기판을 벌이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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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낙양 의방 출신 하인 하나도 그의 장기를 살리고 싶어 안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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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벌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칠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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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와 팽지산이 대련을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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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을 모르는 누군가를 붙잡고 소문을 내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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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종종걸음으로 의각을 가로질러 가는 군사부 소속 하인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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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 태정헌이 의각에 올 때 자주 대동하고 다니던 하인으로, 이미 장칠과 안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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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은 재빨리 그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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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많이 바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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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부 하인은 군사부로 부지런히 발을 놀리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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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 빨리 전해야 하는 물건이 있으니 할 말 있으면 같이 가면서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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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진득하게 이야기할 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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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도 대련을 구경하러 돌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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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을 다신 그는 빠르게 핵심 상황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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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조미료를 치는 것도 잊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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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각주님과 팽지산 소협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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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서 다들 저렇게 모여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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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 이 내기에 뭐가 걸렸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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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나 떠드는 장칠의 말을 흥미롭게 들은 군사부 하인이 군사부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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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복귀하자마자 총군사실로 향하는 부군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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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에는 보고서가 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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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 태정헌은 백유성에게 생기는 모든 일을 직접 챙기기 원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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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구함 받은 뒤로 군사부 일을 제외하면 항상 의각을 예의주시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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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에게 듣는 소식이 있으면 말해 달라 당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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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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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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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각에서 일이 하나 벌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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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에서? 자세히 말해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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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부 하인은 방금 장칠에게 들은 소식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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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이 말을 전하자 마자 부군사가 크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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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의각주님이 팽지산과 대련이라니! 어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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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실 인근 복도에서 난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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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한 보고서들을 처리하고 차라도 한잔 할까, 하던 제갈영영의 손길이 우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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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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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라면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절정 고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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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유성의 대련이 어떻게 성사된 건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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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걱정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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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아니라 대련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걸 보니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다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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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절정 고수였을 수도 있다는 추측은 그녀도 했지만, 무공에 손 놓은 지 오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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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쳐도 금세 치료할 만큼 신비한 의술을 펼치는 사람이지만 그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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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 자세히 물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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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총군사실을 나서기 위해 문손잡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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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 사람이 남궁유린을 포기하기로 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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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더 이상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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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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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실 문이 열리며, 매서운 눈빛의 제갈영영이 신법을 펼치며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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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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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와 하인이 놀라 그쪽 방향을 바라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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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을 낼 때 자기 엉뚱한 추측을 더하기로 낙양 의방에서 악명 높았던 장칠은 이번에도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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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무사들과 쑥덕거리는 모습은 당연히 맹주의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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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시력과 청력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렸으나 맹주는 눈감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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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대결을 자신마저 흥미롭게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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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 역시 마찬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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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는 남들에게만 엄격한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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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나도 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아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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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세가 출신도 아닌 무림맹주는 체통을 지키느라 가만히 있을 뿐 다른 남자들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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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속으로 유성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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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대련 준비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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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보다 열배는 더 이글거리는 눈빛을 한 무사들이 둥글게 원을 만들어 놓은 공터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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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과 유성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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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비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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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궁금하군요. 제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대련 제안을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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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당연히 질 거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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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서나 뒤적이더니 정신이, 큼, 정상적인 판단이 안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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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서점에서는 본인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면서 공평한 척 그런 대련을 제안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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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성이 제안한, 내공 없는 맨몸 대련은 전에 팽지산이 먼저 꺼낸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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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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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할 말이 없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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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이 자신 있게 하북팽가 호신 권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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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고수답게 그럴듯한 자세가 잡힌 모습에, 무림맹 무사들 사이에서 작은 감탄성과 함께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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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 소협 힘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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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그가 호감이라 응원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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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들이 평소 지니고 다니던 돈은 많지 않았고, 모두 합쳐도 남궁유린이 내놓은 돈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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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팽지산이 이기면 그들은 한몫 단단히 잡게 된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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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의각주에게 큰 도움을 받은 적 없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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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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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막까지는 잘 모르는 팽지산의 어깨가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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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절 응원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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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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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육합권의 기수식을 취하자, 잘난 체 하려던 팽지산의 말이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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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일반인처럼 흐트러진 유성의 자세만 보아왔던 그는, 갑자기 상당한 수준으로 자세가 잡힌 유성을 보고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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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무공을 익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 수준이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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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이 절정 고수일 리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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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무 살이라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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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호로부터 유성이 열일곱에 주화입마에 걸렸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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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팽지산은 유성이 마공이라도 익힌게 아니냐고 몰아세웠으나, 정말 절정 고수여서 주화입마에 걸렸던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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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에 절정 고수라니, 절대 그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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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현실을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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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혹시 그렇더라도 자신이 육합권 따위에게 질 리 없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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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 당사자는 현실을 부정했으나, 유성의 정보를 토대로, 절정 고수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던 맹주는 기수식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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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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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천고의 무재가 어쩌다가 주화입마에 빠졌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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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무림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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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내공 금제를 핑계로 단전 부근을 살폈을 때, 산산조각 난 단전 조각들을 직접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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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 모르지. 의각주는 모든 의원이 포기했던 정립을 치료할 정도로 신비한 의술을 사용하는 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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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유성이 주화입마를 치료할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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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립과 유성의 친분이 깊으니 자신이 도와주면 충분히 포섭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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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지금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지만 맹주도 백리세가를 키우고 싶은 야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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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도 유성의 자세를 보자마자 맹주쪽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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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가 무공을 익히고 있었구나. 게다가 스물에 저 정도 수준… 대단하구나. 맹주는 이미 알고 있었어. 어쩐지 전혀 말리지 않더라니… 의각주에게서 승산을 본 거구나. 서로 내공을 금제했으니 의각주가 권의 고수라면 지산과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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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지금 보여주는 자세에 비해, 내공 수준이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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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에는 내공 수준이 드러나지 않는 특수한 심법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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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도왕은 유성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에 착각한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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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왕은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유성이 아들놈을 이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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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훨씬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지금 한번 꺾여 정신을 차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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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만으로 가주가 결정되지 않는 팽가에서, 만장일치로 도왕이 가주로 결정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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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원래 선공을 양보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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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 앞에서 선공을 양보하고 유성을 통쾌하게 꺾는다면 더 멋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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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성이 상당한 수준인 걸 알게 된 이상, 그럴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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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멋지게 보이는 것보다 일단은 이기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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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서로 기수식을 취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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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기습적으로 보법을 밟으며 유성의 가슴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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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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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공격 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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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방어하면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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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피하면 다음 초식으로 이어가려 했으나, 유성이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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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만 그럴듯 하지 별거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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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변초도 준비하던 그가 일권에 온 힘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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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유성이 형편없이 뒤로 나뒹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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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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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이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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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신력도 닿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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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사선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간발의 차이로 그의 주먹을 피하고 반격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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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이겼다고 방심해 온 힘을 실었기에 자세가 살짝 흐트러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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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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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으며 방어초식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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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유성의 공격이 자기 팔에 가로 막힐 거라 의심하지 않아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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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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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뻗을 것 같던 주먹이 마치 뱀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팽지산의 팔을 타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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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은 황급히 몸을 뒤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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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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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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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주먹이 간발의 차이로 팽지산의 코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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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스친 코에서 코피가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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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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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지산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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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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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지르며 돌진하는 모습이 화가 단단히 난 황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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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코피만으로는 부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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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끊어질 때까지 몸통에 창을 하나씩 꽂아 넣어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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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기꺼이 투우사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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