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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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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이 자기 장기를 살려 무림맹 한복판에서 내기판을 벌이는 사이.

또 다른 낙양 의방 출신 하인 하나도 그의 장기를 살리고 싶어 안달이 났다.

떠벌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칠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의각주와 팽지산이 대련을 한다니!

이 사실을 모르는 누군가를 붙잡고 소문을 내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마침 종종걸음으로 의각을 가로질러 가는 군사부 소속 하인을 발견했다.

부군사 태정헌이 의각에 올 때 자주 대동하고 다니던 하인으로, 이미 장칠과 안면이 있다.

장칠은 재빨리 그에게 달려갔다.

“이보게, 많이 바쁜가?”

군사부 하인은 군사부로 부지런히 발을 놀리며 대꾸했다.

“바쁘지. 빨리 전해야 하는 물건이 있으니 할 말 있으면 같이 가면서 하세.”

아쉽지만 진득하게 이야기할 틈은 없었다.

장칠도 대련을 구경하러 돌아가야 하니까.

입맛을 다신 그는 빠르게 핵심 상황만 전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조미료를 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지금 의각주님과 팽지산 소협이 글쎄…”

“뭐?! 그래서 다들 저렇게 모여 있단 말인가?”

“물론이지. 이 내기에 뭐가 걸렸냐면…”

신이 나 떠드는 장칠의 말을 흥미롭게 들은 군사부 하인이 군사부로 복귀했다.

그는 복귀하자마자 총군사실로 향하는 부군사를 발견했다.

그의 손에는 보고서가 들려 있다.

부군사 태정헌은 백유성에게 생기는 모든 일을 직접 챙기기 원하는 사람이었다.

목숨을 구함 받은 뒤로 군사부 일을 제외하면 항상 의각을 예의주시 했고,

하인에게 듣는 소식이 있으면 말해 달라 당부해 왔다.

“부군사님.”

“아, 무슨 일인가?”

“지금 의각에서 일이 하나 벌어졌답니다.”

“의각에서? 자세히 말해 보게.”

군사부 하인은 방금 장칠에게 들은 소식들을 전했다.

하인이 말을 전하자 마자 부군사가 크게 소리쳤다.

“아니! 의각주님이 팽지산과 대련이라니! 어쩌다가!”

총군사실 인근 복도에서 난 소음.

긴급한 보고서들을 처리하고 차라도 한잔 할까, 하던 제갈영영의 손길이 우뚝 멈췄다.

‘그게 무슨…’

팽지산이라면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절정 고수가 아닌가?

그와 유성의 대련이 어떻게 성사된 건지 의문이다.

그리고 걱정도 됐다.

싸움이 아니라 대련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걸 보니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다칠 수 있지 않겠나?

유성이 절정 고수였을 수도 있다는 추측은 그녀도 했지만, 무공에 손 놓은 지 오래 아닌가.

다쳐도 금세 치료할 만큼 신비한 의술을 펼치는 사람이지만 그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물어봐야겠어.

제갈영영이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총군사실을 나서기 위해 문손잡이를 잡았다.

“뭐? 진 사람이 남궁유린을 포기하기로 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그녀는 더 이상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벌컥—

총군사실 문이 열리며, 매서운 눈빛의 제갈영영이 신법을 펼치며 뛰쳐나갔다.

의각 방향으로.

부군사와 하인이 놀라 그쪽 방향을 바라만 보았다.

소문을 낼 때 자기 엉뚱한 추측을 더하기로 낙양 의방에서 악명 높았던 장칠은 이번에도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종학진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무사들과 쑥덕거리는 모습은 당연히 맹주의 시야에 들어왔다.

뛰어난 시력과 청력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렸으나 맹주는 눈감아 주었다.

두 사람의 대결을 자신마저 흥미롭게 여기고 있다.

저들 역시 마찬가지리라.

맹주는 남들에게만 엄격한 사람이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아쉽군.

명문세가 출신도 아닌 무림맹주는 체통을 지키느라 가만히 있을 뿐 다른 남자들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속으로 유성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어쨌든, 대련 준비가 모두 끝났다.

아까보다 열배는 더 이글거리는 눈빛을 한 무사들이 둥글게 원을 만들어 놓은 공터 한가운데.

팽지산과 유성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

팽지산이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군요. 제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대련 제안을 하십니까?”

“제가 당연히 질 거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의서나 뒤적이더니 정신이, 큼, 정상적인 판단이 안 되나 봅니다?”

“그럼 서점에서는 본인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면서 공평한 척 그런 대련을 제안하신 겁니까?”

지금 유성이 제안한, 내공 없는 맨몸 대련은 전에 팽지산이 먼저 꺼낸 조건이었다.

“...시작이나 합시다.”

반박할 말이 없는 모양.

팽지산이 자신 있게 하북팽가 호신 권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절정 고수답게 그럴듯한 자세가 잡힌 모습에, 무림맹 무사들 사이에서 작은 감탄성과 함께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왔다.

“팽 소협 힘내시오!”

딱히 그가 호감이라 응원하는 건 아니다.

무사들이 평소 지니고 다니던 돈은 많지 않았고, 모두 합쳐도 남궁유린이 내놓은 돈보다 적었다.

즉, 팽지산이 이기면 그들은 한몫 단단히 잡게 된다는 소리다.

아직 의각주에게 큰 도움을 받은 적 없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런 내막까지는 잘 모르는 팽지산의 어깨가 으쓱했다.

“모두 절 응원하는 모양—”

척.

유성이 육합권의 기수식을 취하자, 잘난 체 하려던 팽지산의 말이 뚝 끊겼다.

항상 일반인처럼 흐트러진 유성의 자세만 보아왔던 그는, 갑자기 상당한 수준으로 자세가 잡힌 유성을 보고 당황했다.

‘과거에 무공을 익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 수준이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저 녀석이 절정 고수일 리 없지 않은가?

이제 스무 살이라고 들었는데!

진영호로부터 유성이 열일곱에 주화입마에 걸렸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

그때 팽지산은 유성이 마공이라도 익힌게 아니냐고 몰아세웠으나, 정말 절정 고수여서 주화입마에 걸렸던 것이라면?

‘열일곱에 절정 고수라니, 절대 그럴 리 없다!

팽지산은 현실을 부정했다.

그리고 혹시 그렇더라도 자신이 육합권 따위에게 질 리 없을 테고.


대련 당사자는 현실을 부정했으나, 유성의 정보를 토대로, 절정 고수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던 맹주는 기수식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저런 천고의 무재가 어쩌다가 주화입마에 빠졌단 말인가…’

정파 무림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 전 내공 금제를 핑계로 단전 부근을 살폈을 때, 산산조각 난 단전 조각들을 직접 확인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의각주는 모든 의원이 포기했던 정립을 치료할 정도로 신비한 의술을 사용하는 자니.

만약 유성이 주화입마를 치료할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립과 유성의 친분이 깊으니 자신이 도와주면 충분히 포섭할 수 있을 거다.

비록 지금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지만 맹주도 백리세가를 키우고 싶은 야망이 있었다.

도왕도 유성의 자세를 보자마자 맹주쪽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의각주가 무공을 익히고 있었구나. 게다가 스물에 저 정도 수준… 대단하구나. 맹주는 이미 알고 있었어. 어쩐지 전혀 말리지 않더라니… 의각주에게서 승산을 본 거구나. 서로 내공을 금제했으니 의각주가 권의 고수라면 지산과 해볼 만하다.

유성이 지금 보여주는 자세에 비해, 내공 수준이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으나.

강호에는 내공 수준이 드러나지 않는 특수한 심법도 존재한다.

물론 도왕은 유성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에 착각한 것이지만.

도왕은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유성이 아들놈을 이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앞으로 훨씬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지금 한번 꺾여 정신을 차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

무공만으로 가주가 결정되지 않는 팽가에서, 만장일치로 도왕이 가주로 결정된 이유가 있었다.


팽지산은 원래 선공을 양보하려 했다.

남궁유린 앞에서 선공을 양보하고 유성을 통쾌하게 꺾는다면 더 멋질 테니까.

그러나 유성이 상당한 수준인 걸 알게 된 이상, 그럴 여유가 없었다.

더 멋지게 보이는 것보다 일단은 이기는 게 중요했다.

어차피 서로 기수식을 취하는 상황.

팽지산은 기습적으로 보법을 밟으며 유성의 가슴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흐앗!”

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공격 초식.

상대가 방어하면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다.

허겁지겁 피하면 다음 초식으로 이어가려 했으나, 유성이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세만 그럴듯 하지 별거 없구나!

여차하면 변초도 준비하던 그가 일권에 온 힘을 집중시켰다.

곧 유성이 형편없이 뒤로 나뒹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

예상이 빗나갔다.

타고난 신력도 닿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는 법.

유성이 사선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간발의 차이로 그의 주먹을 피하고 반격을 시도했다.

팽지산은 이겼다고 방심해 온 힘을 실었기에 자세가 살짝 흐트러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복부!

그는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으며 방어초식을 펼쳤다.

이번에야말로 유성의 공격이 자기 팔에 가로 막힐 거라 의심하지 않아으나.

스르륵.

정직하게 뻗을 것 같던 주먹이 마치 뱀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팽지산의 팔을 타고 올랐다.

팽지산은 황급히 몸을 뒤로 날렸다.

‘피했다!

그러나.

유성의 주먹이 간발의 차이로 팽지산의 코를 스쳤다.

살짝 스친 코에서 코피가 뿜어져 나왔다.

쌍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팽지산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으아아!!”

악지르며 돌진하는 모습이 화가 단단히 난 황소 같았다.

‘그래, 코피만으로는 부족하지.

숨이 끊어질 때까지 몸통에 창을 하나씩 꽂아 넣어 줄 거다.

유성은 기꺼이 투우사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