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03 lines
13 KiB
Markdown
303 lines
13 KiB
Markdown
|
|
소림사의 방장 정해 대사는 최근 들어 이마에 주름이 더 깊어진 느낌이었다.
|
|
|
|
여러 일로 번뇌를 일으키는 일이 많은 와중, 찾아온 연단각주를 보자 그동안의 수양도 무색하게 가슴까지 답답해졌다.
|
|
|
|
연단각주의 표정이 극히 어두웠던 탓이다.
|
|
|
|
"방장님,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
|
|
|
"우려했던 일이라...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오?"
|
|
|
|
"올 해 초, 유난히 기후 변덕이 심해 어쩌면 연단의 마지막 단계를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할지 모른다는 말을 기억하십니까?"
|
|
|
|
대환단 연단기간은 평균 30년. 그러나 기후 조건에 따라 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
|
|
|
전국의 약초꾼들이 50년 이상의 화령초를 찾기 위해 온 산들을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
|
|
|
그런데 여기서 연단을 더 급하게 진행해야 한다면 정말 30년간 공들인 일이 실패로 돌아갈지 모른다.
|
|
|
|
"기억나는구려. 시간이 얼마나 남았소?"
|
|
|
|
"원래 한 달은 더 여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요 며칠 사이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지더니 오늘 아침에는 변질이 일어나고 있더군요.
|
|
|
|
아무래도 사흘 안에는 시작해야 온전한 약효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늦어도 보름 안에는 마지막 단계를 진행해야 일할의 효과라도 건질 수 있습니다."
|
|
|
|
"사흘 말이오? 그건... 쉽지 않아 보이는군. 보름... 그것도... 끙."
|
|
|
|
"그리고 그 이상이 넘어간다면..."
|
|
|
|
연단각주가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
어느새 정해 대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었다.
|
|
|
|
'대환단 제조는 실패로 끝나고, 거기에 투입된 시간과 자금은 모두 허공으로 날리는 셈이 되겠지.'
|
|
|
|
아무리 수많은 속가제자들을 거느리고 있고 천하인들이 들러 시주를 하는 소림사라 해도, 대환단을 연단하는 일은 엄청난 자금을 소모하는 일이다.
|
|
|
|
한 번의 연단으로 7~8개 정도의 대환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
|
|
효과 하나만큼은 천하 제일이라 할 만하지만 단점도 여럿 있다.
|
|
|
|
30년의 연단 기간, 한 번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극히 적은 수량. 그런 어려운 연단 과정 후에도 영구히 보존할 수는 없다는 점 등.
|
|
|
|
그래서 대환단은 당대의 소림사 방장, 그리고 소림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사대금강에게 하나씩 돌아간다.
|
|
|
|
나머지 두어개를 가지고 소림사에 큰 은혜를 베푼 자들에게 내주기를 수백 년이다.
|
|
|
|
'그동안 다른 진귀한 영약들을 다 모아 아무 문제없이 연단해 오고 있었건만 상대적으로 흔한 화령초를 구하지 못해 실패할 위기라니, 부처님의 뜻은 내가 헤아리기 어렵구나.'
|
|
|
|
자기 대에 처음으로 연단에 실패하게 되는 상황을 정해 대사는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
|
|
|
"아미타불..."
|
|
|
|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
|
|
|
바깥에서 그를 찾았다.
|
|
|
|
"연단각주는 일단 돌아가 있으시오."
|
|
|
|
"...예, 방장님."
|
|
|
|
정해 대사가 나가자 승려 하나가 말을 전했다.
|
|
|
|
"방장님, 낙양 의방의 의원 백유성이라는 자가 찾아와 말하기를, 약초꾼 초산의 유품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
|
|
|
"...!"
|
|
|
|
약초꾼 초산.
|
|
|
|
정해 대사가 아직 소림사의 방장이 아니던 시절 알게 된 인연이다.
|
|
|
|
그는 깨달음을 정리하기 위해 한적한 장소를 찾다가 필사적으로 절벽 끄트머리를 붙잡고 버티고 있던 어린 약초꾼 초산을 만났다.
|
|
|
|
거의 힘이 빠져 떨어질 뻔한 초산을 구해주었고, 그는 큰 감사를 표했다.
|
|
|
|
"감사합니다! 미끄러져서 정말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지 뭡니까? 다시는 절벽 근처는 쳐다도 보지 않으렵니다."
|
|
|
|
초산은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소림사를 종종 찾아와 시주도 하고 정해 대사와 편하게 잡담을 나누다 돌아가고는 했다.
|
|
|
|
그런데 꼭 화령초를 구해다 주겠다고 큰소리 치던 오랜 벗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
|
|
|
"그분을 접객당으로 안내해주게."
|
|
|
|
"네, 방장님."
|
|
|
|
***
|
|
|
|
깊게 들은바가 없기에, 유성은 초산과 정해 대사의 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
|
|
|
문지기 승려에게 말을 전할 때만 해도 과연 소림사 방장과 만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는데.
|
|
|
|
"아미타불. 내가 바로 정해요. 시주께서 내 오랜 벗의 유품을 가져오셨구려."
|
|
|
|
눈빛에 정광이 흘러 넘치면서도 인자한 인상의 정해 대사가 직접 유성을 만나러 온 것이다.
|
|
|
|
"두 분이 벗이셨습니까?"
|
|
|
|
정해 대사가 과거를 회상하는 듯 아련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
|
|
"소림사에 박혀 무공만 익히던 내가 소림사 바깥에서 처음으로 사귄 벗이오."
|
|
|
|
그런 친화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
|
|
|
유성도 몇 번 안 되는 짧은 만남에도 초산에게 친근함을 느끼지 않았나?
|
|
|
|
정해 대사 역시 마찬가지였던 듯싶다.
|
|
|
|
잠깐 이야기를 나눈 유성이 품에서 목함을 꺼냈다.
|
|
|
|
"초산이 방장님께 전해 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
|
|
|
정해 대사가 조심스럽게 목함을 열었다.
|
|
|
|
"이건..."
|
|
|
|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해 대사가 50년이 되지 못한 화령초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
|
|
|
"초산은 과거 목숨을 구해 준 방장님께 50년 이상 된 화령초를 구해주고 싶어 했습니다. 이걸 캐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
|
|
|
"절벽... 다시는 쳐다도 보지 않겠다더니..."
|
|
|
|
어딘가 슬퍼 보이는 정해 대사가 말을 이었다.
|
|
|
|
"설마 초산이 이 화령초가 50년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소?"
|
|
|
|
"아닙니다. 그때는 이미 앞을 볼 수 없어서요. 단지 느낌이 좋다고 했습니다."
|
|
|
|
"그나마 편히 눈을 감았겠군."
|
|
|
|
"그렇습니다."
|
|
|
|
"아미타불. 부처님의 보살핌이오."
|
|
|
|
유성은 정해 대사의 표정을 살폈다.
|
|
|
|
안도하고 있다. 진심이 엿보인다.
|
|
|
|
벗이 마음 편히 극락왕생 하기를 빌어 준 듯하다.
|
|
|
|
이제 정해 대사가 초산을 기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았다.
|
|
|
|
유성은 모든 할 일을 끝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
"그럼 저는..."
|
|
|
|
갑자기 가슴이 꿈틀거렸다.
|
|
|
|
충만한 느낌이 차오른다.
|
|
|
|
정해 대사가 유품을 전해준 그에게 감사함을 전해 늘어나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
|
|
|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충만한 신성력 상승.
|
|
|
|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신성의 씨앗을 싹 틔웠을 때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
|
|
|
유성은 깨달았다.
|
|
|
|
알 수 없는 이유로 한 번에 엄청난 신성력이 차오르며 [촉진]과 [해독]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
|
|
|
"이제 가시려는가?"
|
|
|
|
정해 대사는 초산의 마지막을 전해준 유성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으나 그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
|
|
|
나중에 낙양 의방을 찾지 않는 한 더 이어질 리 없는 인연.
|
|
|
|
그러나.
|
|
|
|
"실례지만 혹시 지금 구해진 화령초 중 가장 많이 자란 것이 몇 년 정도 되었습니까?"
|
|
|
|
정해 대사의 시선이 목함으로 향했다.
|
|
|
|
"초산이 남겨 준 것이 가장 많이 자란 것이라오."
|
|
|
|
유성은 화령초를 잠시 내어달라 부탁하려고 했다.
|
|
|
|
처음 키워 보는 약초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매일 진료시 신성력을 남겨 화령초를 키워나가면 기한 내에 충분히 50년 산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른다.
|
|
|
|
그러나 정해 대사의 말이 더 빨랐다.
|
|
|
|
"시주께서는 신경 쓰지 마시구려. 어차피 이번 대환단은 실패라고 보는 게 맞소. 다른 변수가 생겨 사흘 후에는 시작해야 온전한 대환단을 얻을 수 있다오."
|
|
|
|
상황이 생각보다 급박하지 않은가?
|
|
|
|
유성은 다급해졌다.
|
|
|
|
초산과는 작은 인연으로 시작했으나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유성은 대환단 제조를 성공 시키고 싶었다.
|
|
|
|
촉진 스킬이 생기지 않았다면 포기했겠지만 지금은 가능성이 크다.
|
|
|
|
그리고.
|
|
|
|
속물적이지만 대환단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면 소림사에서 그에게 얼마나 큰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인가.
|
|
|
|
무려 30년간 공들인 일이라는데.
|
|
|
|
"죄송하지만 제가 여기에 사흘간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그 화령초도 잠시만 내주십시오."
|
|
|
|
사흘간 촉진 스킬로 화령초를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
|
|
|
그러나 만드라고라를 포함한 여러 약초들을 키워 본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화령초를 10년 정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
|
|
|
시간이 촉박하니 소림사를 오가는 시간도 아껴 촉진 스킬을 사용해 볼 셈이었다.
|
|
|
|
"사흘이라... 초산의 넋이라도 기리려는 것이오? 그렇게 하시오. 백 시주도 초산이 뒤를 부탁한 분이시니."
|
|
|
|
초산의 유품을 가지고 나름대로 삼일장이라도 치른다고 생각한 것인지 정해 대사가 흔쾌히 허락했다.
|
|
|
|
유성은 목함을 받아들고 다른 승려의 안내로 거처로 이동하면서 물었다.
|
|
|
|
"혹시 약초를 심을 만한 좋은 땅이 있습니까?"
|
|
|
|
"아직 준비 중인 약초밭이 있습니다만 그건 왜 물으시는지요?"
|
|
|
|
"방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만 사흘간 동료의 넋을 기리려 합니다."
|
|
|
|
"약초밭에서 말입니까?"
|
|
|
|
"사정이 있어서요."
|
|
|
|
"어차피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는 곳이라 깨끗이만 써 주십시오."
|
|
|
|
다행히 승려는 의아해하면서도 순순히 약초밭을 내주었다.
|
|
|
|
아무도 없는 너른 공터였으나 문외한인 유성이 봐도 흙 상태가 나쁘지 않아 보였다.
|
|
|
|
이번 화령초 사건으로 인해 직접 필요한 약초들을 재배할 계획이라도 세워둔 것일까?
|
|
|
|
그는 제일 먼저 화령초를 약초밭에 심었다.
|
|
|
|
초산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흙뿌리 채 캐온 것인지 화령초의 뿌리 상태가 아주 좋았다.
|
|
|
|
다시 심으면 키울 수 있을 것이다.
|
|
|
|
촉진은 넓은 약초밭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도 있고 한 개체에 집중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
|
|
|
단 하나의 화령초에 집중하여 촉진 스킬을 발동시켰다.
|
|
|
|
스르르-
|
|
|
|
신의 힘은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
|
|
|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령초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
|
|
|
'됐다!'
|
|
|
|
화령초의 특징인 잎에 붉은 기운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길이만 살짝 길어졌다.
|
|
|
|
'사흘이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
|
|
|
유성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
|
|
|
이제 하루에 몇 번씩 일정 간격으로 스킬을 사용해주면 되는 것이다.
|
|
|
|
"참, 의방에 소식을 전해야지."
|
|
|
|
유성은 다른 사람들을 찾았다.
|
|
|
|
오늘은 휴무지만 이틀은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
|
|
|
눈에 불을 켜고 신성력을 쌓아 온 유성은 낙양 의방 생활을 하며 휴가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
|
|
|
이번 기회에 몰아서 사용하면 된다.
|
|
|
|
"아니, 백의원님! 휴무 날 소림사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빈민가에 가셔서 좋은 일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
|
|
|
마침 그를 알아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
|
|
|
"사정이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혹시 낙양 의방에 말씀 좀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
|
|
|
"아! 물론이지요.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
|
|
|
"제가 중요한 일로 내일과 모레 이틀간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구요."
|
|
|
|
"물론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전하겠습니다."
|
|
|
|
낙양 의방건은 확실하게 해결되었다.
|
|
|
|
헛걸음 하는 환자도 있겠지만 그 부분까지는 어쩔 수 없다.
|
|
|
|
지금 중요한 일은 이쪽이니까.
|
|
|
|
유성은 마음 편히 약초 재배에 집중했다.
|
|
|
|
***
|
|
|
|
이튿날 오전.
|
|
|
|
낙양 의방으로 향하는 제갈영영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
|
|
|
새벽에 드디어 천문진법총해의 첫 번째 진법을 완벽히 깨우친 것이다.
|
|
|
|
'최고의 날이야. 막바지라서 평소보다 진도를 더 뺐더니 머리가 상당히 아프지만, 어차피 백의원님께 침 맞으면 낫는 거고. 의방에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참으면 돼.'
|
|
|
|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착한 곳에서 그녀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
|
|
|
"아이고 어쩌죠, 총군사님? 백 의원님은 휴가 사용하셨습니다만..."
|
|
|
|
"뭐, 뭐라구요? 그, 그럼 내일은, 내일은 나오시는 거 맞죠?"
|
|
|
|
"그게... 내일도..."
|
|
|
|
그녀는 충격으로 살짝 비틀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