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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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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의 방장 정해 대사는 최근 들어 이마에 주름이 더 깊어진 느낌이었다.

여러 일로 번뇌를 일으키는 일이 많은 와중, 찾아온 연단각주를 보자 그동안의 수양도 무색하게 가슴까지 답답해졌다.

연단각주의 표정이 극히 어두웠던 탓이다.

"방장님,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려했던 일이라...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오?"

"올 해 초, 유난히 기후 변덕이 심해 어쩌면 연단의 마지막 단계를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할지 모른다는 말을 기억하십니까?"

대환단 연단기간은 평균 30년. 그러나 기후 조건에 따라 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전국의 약초꾼들이 50년 이상의 화령초를 찾기 위해 온 산들을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연단을 더 급하게 진행해야 한다면 정말 30년간 공들인 일이 실패로 돌아갈지 모른다.

"기억나는구려. 시간이 얼마나 남았소?"

"원래 한 달은 더 여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요 며칠 사이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지더니 오늘 아침에는 변질이 일어나고 있더군요.

아무래도 사흘 안에는 시작해야 온전한 약효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늦어도 보름 안에는 마지막 단계를 진행해야 일할의 효과라도 건질 수 있습니다."

"사흘 말이오? 그건... 쉽지 않아 보이는군. 보름... 그것도... 끙."

"그리고 그 이상이 넘어간다면..."

연단각주가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느새 정해 대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었다.

'대환단 제조는 실패로 끝나고, 거기에 투입된 시간과 자금은 모두 허공으로 날리는 셈이 되겠지.'

아무리 수많은 속가제자들을 거느리고 있고 천하인들이 들러 시주를 하는 소림사라 해도, 대환단을 연단하는 일은 엄청난 자금을 소모하는 일이다.

한 번의 연단으로 7~8개 정도의 대환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효과 하나만큼은 천하 제일이라 할 만하지만 단점도 여럿 있다.

30년의 연단 기간, 한 번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극히 적은 수량. 그런 어려운 연단 과정 후에도 영구히 보존할 수는 없다는 점 등.

그래서 대환단은 당대의 소림사 방장, 그리고 소림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사대금강에게 하나씩 돌아간다.

나머지 두어개를 가지고 소림사에 큰 은혜를 베푼 자들에게 내주기를 수백 년이다.

'그동안 다른 진귀한 영약들을 다 모아 아무 문제없이 연단해 오고 있었건만 상대적으로 흔한 화령초를 구하지 못해 실패할 위기라니, 부처님의 뜻은 내가 헤아리기 어렵구나.'

자기 대에 처음으로 연단에 실패하게 되는 상황을 정해 대사는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아미타불..."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바깥에서 그를 찾았다.

"연단각주는 일단 돌아가 있으시오."

"...예, 방장님."

정해 대사가 나가자 승려 하나가 말을 전했다.

"방장님, 낙양 의방의 의원 백유성이라는 자가 찾아와 말하기를, 약초꾼 초산의 유품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

약초꾼 초산.

정해 대사가 아직 소림사의 방장이 아니던 시절 알게 된 인연이다.

그는 깨달음을 정리하기 위해 한적한 장소를 찾다가 필사적으로 절벽 끄트머리를 붙잡고 버티고 있던 어린 약초꾼 초산을 만났다.

거의 힘이 빠져 떨어질 뻔한 초산을 구해주었고, 그는 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미끄러져서 정말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지 뭡니까? 다시는 절벽 근처는 쳐다도 보지 않으렵니다."

초산은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소림사를 종종 찾아와 시주도 하고 정해 대사와 편하게 잡담을 나누다 돌아가고는 했다.

그런데 꼭 화령초를 구해다 주겠다고 큰소리 치던 오랜 벗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그분을 접객당으로 안내해주게."

"네, 방장님."


깊게 들은바가 없기에, 유성은 초산과 정해 대사의 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문지기 승려에게 말을 전할 때만 해도 과연 소림사 방장과 만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는데.

"아미타불. 내가 바로 정해요. 시주께서 내 오랜 벗의 유품을 가져오셨구려."

눈빛에 정광이 흘러 넘치면서도 인자한 인상의 정해 대사가 직접 유성을 만나러 온 것이다.

"두 분이 벗이셨습니까?"

정해 대사가 과거를 회상하는 듯 아련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소림사에 박혀 무공만 익히던 내가 소림사 바깥에서 처음으로 사귄 벗이오."

그런 친화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유성도 몇 번 안 되는 짧은 만남에도 초산에게 친근함을 느끼지 않았나?

정해 대사 역시 마찬가지였던 듯싶다.

잠깐 이야기를 나눈 유성이 품에서 목함을 꺼냈다.

"초산이 방장님께 전해 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정해 대사가 조심스럽게 목함을 열었다.

"이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해 대사가 50년이 되지 못한 화령초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초산은 과거 목숨을 구해 준 방장님께 50년 이상 된 화령초를 구해주고 싶어 했습니다. 이걸 캐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절벽... 다시는 쳐다도 보지 않겠다더니..."

어딘가 슬퍼 보이는 정해 대사가 말을 이었다.

"설마 초산이 이 화령초가 50년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소?"

"아닙니다. 그때는 이미 앞을 볼 수 없어서요. 단지 느낌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편히 눈을 감았겠군."

"그렇습니다."

"아미타불. 부처님의 보살핌이오."

유성은 정해 대사의 표정을 살폈다.

안도하고 있다. 진심이 엿보인다.

벗이 마음 편히 극락왕생 하기를 빌어 준 듯하다.

이제 정해 대사가 초산을 기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았다.

유성은 모든 할 일을 끝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저는..."

갑자기 가슴이 꿈틀거렸다.

충만한 느낌이 차오른다.

정해 대사가 유품을 전해준 그에게 감사함을 전해 늘어나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충만한 신성력 상승.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신성의 씨앗을 싹 틔웠을 때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유성은 깨달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한 번에 엄청난 신성력이 차오르며 [촉진]과 [해독]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이제 가시려는가?"

정해 대사는 초산의 마지막을 전해준 유성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으나 그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낙양 의방을 찾지 않는 한 더 이어질 리 없는 인연.

그러나.

"실례지만 혹시 지금 구해진 화령초 중 가장 많이 자란 것이 몇 년 정도 되었습니까?"

정해 대사의 시선이 목함으로 향했다.

"초산이 남겨 준 것이 가장 많이 자란 것이라오."

유성은 화령초를 잠시 내어달라 부탁하려고 했다.

처음 키워 보는 약초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매일 진료시 신성력을 남겨 화령초를 키워나가면 기한 내에 충분히 50년 산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해 대사의 말이 더 빨랐다.

"시주께서는 신경 쓰지 마시구려. 어차피 이번 대환단은 실패라고 보는 게 맞소. 다른 변수가 생겨 사흘 후에는 시작해야 온전한 대환단을 얻을 수 있다오."

상황이 생각보다 급박하지 않은가?

유성은 다급해졌다.

초산과는 작은 인연으로 시작했으나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유성은 대환단 제조를 성공 시키고 싶었다.

촉진 스킬이 생기지 않았다면 포기했겠지만 지금은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속물적이지만 대환단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면 소림사에서 그에게 얼마나 큰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인가.

무려 30년간 공들인 일이라는데.

"죄송하지만 제가 여기에 사흘간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그 화령초도 잠시만 내주십시오."

사흘간 촉진 스킬로 화령초를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드라고라를 포함한 여러 약초들을 키워 본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화령초를 10년 정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하니 소림사를 오가는 시간도 아껴 촉진 스킬을 사용해 볼 셈이었다.

"사흘이라... 초산의 넋이라도 기리려는 것이오? 그렇게 하시오. 백 시주도 초산이 뒤를 부탁한 분이시니."

초산의 유품을 가지고 나름대로 삼일장이라도 치른다고 생각한 것인지 정해 대사가 흔쾌히 허락했다.

유성은 목함을 받아들고 다른 승려의 안내로 거처로 이동하면서 물었다.

"혹시 약초를 심을 만한 좋은 땅이 있습니까?"

"아직 준비 중인 약초밭이 있습니다만 그건 왜 물으시는지요?"

"방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만 사흘간 동료의 넋을 기리려 합니다."

"약초밭에서 말입니까?"

"사정이 있어서요."

"어차피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는 곳이라 깨끗이만 써 주십시오."

다행히 승려는 의아해하면서도 순순히 약초밭을 내주었다.

아무도 없는 너른 공터였으나 문외한인 유성이 봐도 흙 상태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번 화령초 사건으로 인해 직접 필요한 약초들을 재배할 계획이라도 세워둔 것일까?

그는 제일 먼저 화령초를 약초밭에 심었다.

초산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흙뿌리 채 캐온 것인지 화령초의 뿌리 상태가 아주 좋았다.

다시 심으면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촉진은 넓은 약초밭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도 있고 한 개체에 집중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단 하나의 화령초에 집중하여 촉진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르르-

신의 힘은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령초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됐다!'

화령초의 특징인 잎에 붉은 기운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길이만 살짝 길어졌다.

'사흘이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유성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제 하루에 몇 번씩 일정 간격으로 스킬을 사용해주면 되는 것이다.

"참, 의방에 소식을 전해야지."

유성은 다른 사람들을 찾았다.

오늘은 휴무지만 이틀은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눈에 불을 켜고 신성력을 쌓아 온 유성은 낙양 의방 생활을 하며 휴가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몰아서 사용하면 된다.

"아니, 백의원님! 휴무 날 소림사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빈민가에 가셔서 좋은 일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마침 그를 알아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사정이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혹시 낙양 의방에 말씀 좀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물론이지요.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제가 중요한 일로 내일과 모레 이틀간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구요."

"물론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전하겠습니다."

낙양 의방건은 확실하게 해결되었다.

헛걸음 하는 환자도 있겠지만 그 부분까지는 어쩔 수 없다.

지금 중요한 일은 이쪽이니까.

유성은 마음 편히 약초 재배에 집중했다.


이튿날 오전.

낙양 의방으로 향하는 제갈영영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새벽에 드디어 천문진법총해의 첫 번째 진법을 완벽히 깨우친 것이다.

'최고의 날이야. 막바지라서 평소보다 진도를 더 뺐더니 머리가 상당히 아프지만, 어차피 백의원님께 침 맞으면 낫는 거고. 의방에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참으면 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착한 곳에서 그녀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아이고 어쩌죠, 총군사님? 백 의원님은 휴가 사용하셨습니다만..."

"뭐, 뭐라구요? 그, 그럼 내일은, 내일은 나오시는 거 맞죠?"

"그게... 내일도..."

그녀는 충격으로 살짝 비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