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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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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지어 준 이름 그대로, 그는 늘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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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그런 이를 시험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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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시 한번 시험이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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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바닥에 눕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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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도 아닌데 바닥은 얼음처럼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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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숨을 쉴 때마다 목에서 뜨거운 피 냄새가 역하게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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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가 남몰래 무릎으로 양팔을 짓누르고 있었고, 그 힘은 환자가 이겨 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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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총군사를 향해 애처로운 눈빛을 던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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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를 향해 분노를 담아 노려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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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는 눈가를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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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증스러운 새끼… 여태 우리를 속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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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연기 실력이 있었기에 여태 걸리지 않았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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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은 속으로 고래고래 소리쳤으나 ‘그르륵’하는 소리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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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차피 죽은 목숨이다. 이놈의 본 모습이라도 알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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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수상함을 알아채주길 바래보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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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통으로 일그러진 태정헌의 눈빛을 보고 애처로움과 분노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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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는 이미 모든 걸 계산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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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열어둔 창문으로 몇몇 무사들이 있지도 않은 자객을 잡으러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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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도 않은 자객은 무림맹 한복판에서 무림맹 사람을 암살하고 흔적도 없이 빠져나갔다는 명성을 얻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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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총군사가 작은 호리병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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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거 하지 말고 내 눈빛이나 읽어 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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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은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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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는 호리병의 마개를 따더니 자신 쪽으로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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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내가 술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마지막으로 목이라도 축이라는 건가. 그래, 술맛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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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을 술병이라고 생각한 그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혀끝에서 느껴질 술맛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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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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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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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의 선택은 호리병의 내용물을 자기 목에 붓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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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내리 깐 곳에 얼핏 보인 것은 금가루라도 섞였는지, 황금빛을 머금은 액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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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금색? 색깔이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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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금빛이 목의 상처에 닿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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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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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서서히 가시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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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여기 지혈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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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가 무사 하나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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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가 황급히 목에 천 같은 것을 가져다 대고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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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없어 상황 파악이 느렸으나, 태정헌은 부군사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 떠지는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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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 받을 새, 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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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목에서 나온 소리에 태정헌의 온몸이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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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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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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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가 간자다! 날 암습했, 끄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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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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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소리 지르자 다시 목이 화끈거렸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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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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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은 심력을 쏟아붓고 그대로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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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재빨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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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번개처럼 부군사를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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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님, 정헌이 정신이 없어 헛소리를 한겁니다. 자객이 저를 암습하려다가 애꿎은 정헌을 습격하고 창밖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그놈부터 잡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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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는 침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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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약에 의해 태정헌의 위중한 상처가 아물어 갈 때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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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흔들릴 거였으면 진작 들켰을 거다. 나는 아직 이 위기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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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바꿔치기 하다가 태정헌에게 들켰다는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그가 한 생각은 단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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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을 죽여 입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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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나쁘게 제갈영영이 총군사실에서 나와 완벽하게 마무리 짓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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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바르고 죽기 직전의 상태만 넘겼을 뿐, 태정헌은 여전히 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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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결국 죽어 주기만 하면 자신은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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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닌 두 개의 보고서 중 하나는 잘못 작성된 파기본이라 둘러대면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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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액체. 신기하긴 했지만 방금 다 써버렸다. 상태가 약간 호전되긴 했으나 여전히 태정헌은 살 수 없을 거다. 의각주가 아무리 뛰어난 의원이라지만 피도 너무 많이 흘렸고, 쩌억 갈라진 목을 어떻게 붙여놓는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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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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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조사는 필요하겠군요. 협조하겠으니 정헌이를 꼭 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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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면서도 부하를 아끼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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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제갈영영은 정말 태정헌이 사경을 헤매다 헛소리를 한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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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어딘가 미심쩍어. 아까 애타게 정헌님을 부르던 모습과 상반돼. 하지만 일단 정헌님을 살리고 보는 게 먼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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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무사들에게 부군사를 조사하라고 명령한 후 태정헌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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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의각으로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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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몇 명의 도움을 받아 태정헌을 데리고 의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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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을 업고 쏜살같이 달리는 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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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같은 속도로 달리며 목을 단단히 압박하는 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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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하나가 머뭇거리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제갈영영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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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건 도대체 뭐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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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물음이 아니었으나 제갈영영은 당연히 무엇에 대해 묻는지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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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역시 너무 궁금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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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구한 약이에요. 일단 빨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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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대답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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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본 일은 그녀조차 믿기 어려웠고, 유성과 상의 없이 공개하지 않는 편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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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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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 속의 황금빛 액체가 베인 목의 상처에 닿자 갈라진 살결이 저절로 봉합되며, 가장 출혈이 큰 곳의 피도 스르륵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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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준 약이 많지 않았기에 완전한 치료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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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겨우 응급조치만 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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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죽음 직전까지 갔던 자를 이 정도로 숨을 붙여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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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약보다 효과가 좋다기에 조금 더 뛰어나나 했더니, 이건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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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놀라운 약을 만들어 낸 유성이라면 틀림없이 태정헌을 살려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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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진은 바람같이 달려오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하고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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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더라도 저런 경우는 아주 위급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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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수고 하는 것이 환자를 놓치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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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 위중한 환자가 오는 것 같다고 의원님께 전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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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이 후다닥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는 다른 무사들에게 부탁해 길을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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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이라 그런지 호기심에 와 본 자들이 대다수라 급한 자들이 없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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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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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늦지 않게 태정헌을 맞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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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가 지혈중이던 천을 조심스럽게 벗겨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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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안색에 목이 베여 피가 꿀렁꿀렁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늦었다고 여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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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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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묻는 제갈영영의 눈에는 신뢰가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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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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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꼭 살리겠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다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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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베였어요. 자세한 건 아직 조사 중이에요. 그런데 처음에는 상처가 더 컸어요. 마침 뛰어난 약을 가지고 있어서 이만큼이라도 아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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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를 사용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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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들이 함께 있어 말을 조심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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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에게 준 성수는 많은 양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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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급소 부분만 일부 치료된 듯한데 그렇다면 처음의 상처는 훨씬 심각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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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운이 좋았군요. 아무튼 제가 치료해볼 테니 나머지는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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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좀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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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과 무사들이 나간 후, 유성은 태정헌의 목덜미에 손을 대고 그대로 치유스킬을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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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부가 넓어 침보다는 손바닥으로 스킬을 발동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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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심각한 환자들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신성력이 넉넉히 남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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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히 치료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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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술 핑계를 대긴 했지만 너무 상식을 벗어난 힘을 드러내는 건 좋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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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의 상처는 꽤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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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과정은 겉상처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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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 입원시켜서 돌보면 잘 아물 거다. 목에 흉터는 뭐, 남자인데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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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들을 불러 그를 입원실로 이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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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에 대한 조사는 강압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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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이 그가 간자라고 외쳤으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군사부에서 경력 많고 존경받는 그를 죄인 취급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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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태정헌이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큰 신빙성이 실렸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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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실 옆의 탁자에는 전낭 하나, 붓 하나, 보고서 두장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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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을 모두 꺼내 놓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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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는 일부러 붓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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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묵직하긴 하지만 일부러 두꺼운 나무의 속을 파냈기 때문에, 누구도 붓 안에 작은 칼날이 숨겨져 있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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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해야 할 보고서를 제때 파기하지 못한 건 제 실수입니다만 저는 결백합니다. 무공실력도 변변치 않은 제가 무슨 수로 정헌을 그렇게 만들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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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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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의 옆에 있었기에 얼굴에 튄 핏자국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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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정헌은 살아날 수 없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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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관도 아무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그를 적당히 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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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자객이 잡혀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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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정헌을 그렇게 만든 자객이 잡힌다면 제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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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쉬고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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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는 곧 풀려날 거라고 기대하며 느긋하게 등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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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른 녀석 하나 때문에 당분간 몸을 사리긴 해야겠군. 귀찮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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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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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가 온종일 조사실에 갇혀 있던 그를 찾아와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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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필요한 절차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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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윗 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 법이죠. 혐의가 벗겨질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정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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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군사가 정헌의 안부를 물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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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실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와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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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님! 태정헌 군사님이 깨어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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