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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건넨 작은 호리병 안에는 이번에 만든 성수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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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천당가로 향할 생각을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이 제갈영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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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가 그녀의 두통에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확실하게 알아둔다면 장기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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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호리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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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흔들어 보니 액체가 찰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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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가요? 혹시 술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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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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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요? 두통약이라는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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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원들이 지어 준 약은 약재를 탕약으로 달여 먹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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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양이 적지만 많은 양을 뿌리면 상처도 아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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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약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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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약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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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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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흘린 제갈영영이 호리병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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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이게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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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유성이 또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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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을 치료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병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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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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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유성의 표정을 보고 제갈영영은 심각하게 호리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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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도대체 뭐가 들었기에 백의원님이 저렇게 자신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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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겪어 보았기에 가끔 장난은 쳐도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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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매우 귀한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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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 사기꾼 약팔이들이 만병통치약이랍시고 엉터리 약을 비싸게 팔아먹는 일이 있다고 들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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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가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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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천고의 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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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병에 걸려 오늘 내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천금을 주고라도 구하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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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군가는 힘으로 빼앗으려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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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조심스러워지며 주둥이를 함부로 잡고 있던 호리병을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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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귀한 약을… 왜 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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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당연히 가장 좋은 실험체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말을 꾹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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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회혈에 침을 놓아 치유 스킬을 사용한 최초의 사람이 제갈영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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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성수를 먹어야 두통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제갈영영이 제일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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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비슷한 수준의 두통을 호소해 온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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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어느 정도로 치유 스킬을 사용해야 제갈영영의 두통이 낫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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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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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수는 순수하고 깨끗한 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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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성수로 변했으니 비 위생적이지 않지만 약간 질이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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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준을 가늠해 보기에 가장 좋은 실험체는 제갈영영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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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될 부분은 없지만, 그대로 말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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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상대가 기분 좋을 말을 들려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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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님은 제가 아는 가장 믿을 만한 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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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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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은 표정 관리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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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귀도 빨개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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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남자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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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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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데 머리 아프면 침을 맞으면 되는데 굳이 이 귀한 약을 먹어야 할까요? 양도 얼마 안 되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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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한 약인건 맞는데 그것밖에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만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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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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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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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 끝나고 바로 확인해준다고 했으니 저녁에 잠시만나기로 약속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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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녀는 유성이 시키는 대로, 모종의 공부하다가 두통이 생기면 성수를 조금씩 마시며 두통이 가시는 지점을 알려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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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이제 조금 전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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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팔면 엄청난 부자가 될 것 같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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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어 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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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효율적이었다면 유성도 그걸 고려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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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이아는 황금의 신이 아니라 대지와 치유의 여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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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얻을 수 있는 신성력은 매우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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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을 향한 진심 어린 기도를 받을 수 있다면 모를까, 돈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데 한계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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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성수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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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역시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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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를 내가 직접 전해주지 않으면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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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 전해주는 것은 치유 스킬을 사용하면 되기에 아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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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귀한 약을 만든 사람보다 그 약을 구해다 준 사람에게 더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면 줄줄 새는 신성력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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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를 타인에게 제공하려면 온전히 유성의 공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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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하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제공해주면 되겠지. 물론 이걸 전해주는 사람은 나라는 걸 명확히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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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유성의 인맥중 도움받을 만한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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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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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소옥이 완전히 하오문을 장악하고 나면 이 일을 논의해 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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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군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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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복을 입은 여러 사람들이 전국에서 올라오는 문서들을 정리하고 분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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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업무 과다로 조용히 퇴사를 고민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총군사 제갈영영의 지시로 과감히 업무 방식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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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퇴근이 가능한 수준까지 업무 부담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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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는 보고들에 따르면 강호 정세가 심상치 않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터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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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오늘도 무사히 정시퇴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들떠 있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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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내심 긴장을 감추지 못 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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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부 서열 오위, 태정헌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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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의 눈길이 조심스럽게 부군사의 책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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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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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는 총군사 제갈영영에게 작성할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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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부 인원들이 제출한 보고서들을 그가 최종적으로 취합하여 총군사에게 전달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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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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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부군사님이 보고서를 바꿔치기 한 것 같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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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은 우연히 그 사실을 목격하고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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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는 지금은 은퇴한 전 총군사 사마병을 모시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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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사마병의 아들 사마천과 겨뤄 총군사가 되었을 때 사마병을 따르던 사람들이 대거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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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총애를 받던 부군사는 여전히 제갈영영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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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하던 사람들은 부군사가 충실히 제갈영영을 따르는 모습에 점차 의심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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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를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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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신뢰를 얻기 위함이었다면? 이번에 흑도 무리가 몇 군데 세력을 형성하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하나도 누락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정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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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직접 취합한 정보라 더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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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제갈영영에게 달려가 부군사의 행동이 수상했다고 보고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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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는 태정헌의 직속 상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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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의심했다가 만약 자신이 오해한 것이라면 앞날만 단단히 꼬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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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른 척하자니 마음이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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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름을 법도로 삼으라고 부모님이 지어 주신 정헌이라는 이름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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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꼭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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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은 때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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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가 취합된 보고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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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총군사님께 다녀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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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가 군사실 밖으로 나가자 태정헌은 배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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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좀 안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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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찍 끝난다고 너무 달린 거 아닌가? 오늘은 백호단주님이 꼬셔도 가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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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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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말에 대충 대꾸하고 태정헌은 조용히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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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부군사의 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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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군사실까지 거리는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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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목격한 모습에 따르면 가는 도중 바꿔치기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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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부의 잡일을 돕는 하인은 여러 일 처리로 바빠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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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대면 항상 하는 일과가 있는 듯하니 부군사의 수상함을 밝혀낼 사람은 자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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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이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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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나마 가전무공을 익힌 것이 은밀한 발걸음에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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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가 총군사실까지 절반쯤 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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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이지만 보고서를 들고 있던 부군사의 어깨가 움찔하며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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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분명 품속을 뒤진 것 같은데? 아닌가? 내가 잘못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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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갸웃 한순간, 부군사가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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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헌이군. 잠깐 나 좀 도와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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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슨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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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따르는 걸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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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이 얼른 부군사에게 다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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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가 복도의 창문을 활짝 열고는 밖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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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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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에 고개를 내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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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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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이 살기를 감지하고 몸을 비틀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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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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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화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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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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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무서운 눈빛을 한 부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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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절반으로 뚝 잘린 듯한 붓을 들고 있었는데, 붓 뒤쪽에 무척 날카로운 칼날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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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가 간자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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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수준의 이류 무사 사이에 방심이 큰 화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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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치고 싶었으나 목이 어떻게 베인 것인지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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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가 다시 한번 칼날로 쓰러진 자신을 내리찍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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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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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사의 뒤쪽에서 총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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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 정헌!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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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붓 끝에 덮개를 씌워 다시 온전한 붓 모양으로 바꾼 부군사가 정헌을 마구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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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서 피가 마구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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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 날 이렇게 죽이려는 속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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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몸의 통제권을 상실한 태정헌은 반항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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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없이 이대로 죽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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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바람이라도 쐴 겸 잠시 총군사실 밖으로 나오던 제갈영영은 쿵—, 수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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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피를 흩뿌리며 쓰러져 있고, 다른 사람이 쪼그려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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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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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달려간 곳에는 부군사가 눈물을 흘리며 목이 절반이나 베인 채 피흘리는 태정헌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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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헌의 몸이 마구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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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들어온 무사들에게 부군사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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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기로 뛰쳐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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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으면서도 몹시 억울해 보이는 태정헌의 눈빛이 서서히 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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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즉사를 면했으나 의각까지 데려갈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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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한 순간일수록 침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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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얼른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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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믿을 건 이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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