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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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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건넨 작은 호리병 안에는 이번에 만든 성수가 담겨 있다.

언젠가 사천당가로 향할 생각을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이 제갈영영이다.

성수가 그녀의 두통에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확실하게 알아둔다면 장기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된다.

제갈영영이 호리병을 받았다.

살짝 흔들어 보니 액체가 찰랑거린다.

“이게 뭔가요? 혹시 술은 아니겠죠?”

“그럴 리가요. 약입니다.”

“약이요? 두통약이라는 말인가요?”

다른 의원들이 지어 준 약은 약재를 탕약으로 달여 먹는 거였는데.

“두통 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양이 적지만 많은 양을 뿌리면 상처도 아뭅니다.”

“금창약처럼요?”

“금창약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피식.

웃음을 흘린 제갈영영이 호리병을 흔들었다.

“에이, 이게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그녀는 유성이 또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만병을 치료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병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농담…이 아니군요?”

진지한 유성의 표정을 보고 제갈영영은 심각하게 호리병을 바라보았다.

‘이 안에 도대체 뭐가 들었기에 백의원님이 저렇게 자신하는 거지?

그를 겪어 보았기에 가끔 장난은 쳐도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매우 귀한 물건이다.

저잣거리에 사기꾼 약팔이들이 만병통치약이랍시고 엉터리 약을 비싸게 팔아먹는 일이 있다고 들었으나,

이건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가진 듯하다.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천고의 명약이다.

만약 중병에 걸려 오늘 내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천금을 주고라도 구하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 누군가는 힘으로 빼앗으려 할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워지며 주둥이를 함부로 잡고 있던 호리병을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었다.

“이런 귀한 약을… 왜 저에게…?”

유성은 ‘당연히 가장 좋은 실험체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말을 꾹 삼켰다.

백회혈에 침을 놓아 치유 스킬을 사용한 최초의 사람이 제갈영영이었고.

어느 정도의 성수를 먹어야 두통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제갈영영이 제일 적당하다.

항상 비슷한 수준의 두통을 호소해 온 그녀다.

유성은 어느 정도로 치유 스킬을 사용해야 제갈영영의 두통이 낫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제격이지.

이 성수는 순수하고 깨끗한 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성수로 변했으니 비 위생적이지 않지만 약간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그 수준을 가늠해 보기에 가장 좋은 실험체는 제갈영영밖에 없다.

해가 될 부분은 없지만, 그대로 말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적당히 상대가 기분 좋을 말을 들려주면 된다.

“총군사님은 제가 아는 가장 믿을 만한 분이니까요.”

화악—

제갈영영은 표정 관리하기 힘들었다.

아마 귀도 빨개진 듯하다.

잘생긴 남자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자기도 모르게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는 더 그렇다.

“그, 그런데 머리 아프면 침을 맞으면 되는데 굳이 이 귀한 약을 먹어야 할까요? 양도 얼마 안 되는 거 같은데…”

“아, 귀한 약인건 맞는데 그것밖에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만들었거든요.”

“네?!”


제갈영영이 돌아갔다.

오늘 일 끝나고 바로 확인해준다고 했으니 저녁에 잠시만나기로 약속했고.

아마 그녀는 유성이 시키는 대로, 모종의 공부하다가 두통이 생기면 성수를 조금씩 마시며 두통이 가시는 지점을 알려줄 거다.

유성은 이제 조금 전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이걸 팔면 엄청난 부자가 될 것 같다라…’

부자가 되어 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것.

그게 효율적이었다면 유성도 그걸 고려했을 거다.

그러나 가이아는 황금의 신이 아니라 대지와 치유의 여신이다.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신성력은 매우 적다.

유성을 향한 진심 어린 기도를 받을 수 있다면 모를까, 돈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데 한계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성수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 역시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성수를 내가 직접 전해주지 않으면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게 아닐까?

직접 만나 전해주는 것은 치유 스킬을 사용하면 되기에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귀한 약을 만든 사람보다 그 약을 구해다 준 사람에게 더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면 줄줄 새는 신성력이 아깝다.

성수를 타인에게 제공하려면 온전히 유성의 공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꼭 필요하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제공해주면 되겠지. 물론 이걸 전해주는 사람은 나라는 걸 명확히 해야 해.

다행히 유성의 인맥중 도움받을 만한 곳이 있다.

하오문.

유성은 소옥이 완전히 하오문을 장악하고 나면 이 일을 논의해 보기로 결심했다.


무림맹 군사실.

학사복을 입은 여러 사람들이 전국에서 올라오는 문서들을 정리하고 분류하고 있었다.

한때 업무 과다로 조용히 퇴사를 고민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총군사 제갈영영의 지시로 과감히 업무 방식을 개선.

정시 퇴근이 가능한 수준까지 업무 부담이 줄었다.

올라오는 보고들에 따르면 강호 정세가 심상치 않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터지지 않고 있다.

모두 오늘도 무사히 정시퇴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들떠 있을 무렵.

그중 내심 긴장을 감추지 못 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군사부 서열 오위, 태정헌이 그 주인공이다.

태정헌의 눈길이 조심스럽게 부군사의 책상으로 향했다.

쓱쓱.

부군사는 총군사 제갈영영에게 작성할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다.

군사부 인원들이 제출한 보고서들을 그가 최종적으로 취합하여 총군사에게 전달할 거다.

그런데.

‘저번에 부군사님이 보고서를 바꿔치기 한 것 같단 말이야.

태정헌은 우연히 그 사실을 목격하고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

부군사는 지금은 은퇴한 전 총군사 사마병을 모시던 사람이다.

제갈영영이 사마병의 아들 사마천과 겨뤄 총군사가 되었을 때 사마병을 따르던 사람들이 대거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의 총애를 받던 부군사는 여전히 제갈영영을 따르고 있다.

처음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하던 사람들은 부군사가 충실히 제갈영영을 따르는 모습에 점차 의심을 풀었다.

지금은 그를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그게 신뢰를 얻기 위함이었다면? 이번에 흑도 무리가 몇 군데 세력을 형성하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하나도 누락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정보인데…’

자신이 직접 취합한 정보라 더 신경 쓰였다.

곧바로 제갈영영에게 달려가 부군사의 행동이 수상했다고 보고하는 건?

부군사는 태정헌의 직속 상관이다.

함부로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의심했다가 만약 자신이 오해한 것이라면 앞날만 단단히 꼬이게 된다.

‘그래도 모른 척하자니 마음이 불편해.

바름을 법도로 삼으라고 부모님이 지어 주신 정헌이라는 이름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진다.

‘안 되겠다. 꼭 확인해야겠다.

태정헌은 때를 기다렸다.

부군사가 취합된 보고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총군사님께 다녀오지.”

부군사가 군사실 밖으로 나가자 태정헌은 배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이 좀 안 좋구만.”

“요즘 일찍 끝난다고 너무 달린 거 아닌가? 오늘은 백호단주님이 꼬셔도 가지 말게.”

“그래야겠어.”

동료의 말에 대충 대꾸하고 태정헌은 조용히 문을 나섰다.

은밀히 부군사의 뒤를 밟았다.

총군사실까지 거리는 멀지 않다.

전에 목격한 모습에 따르면 가는 도중 바꿔치기가 일어날 수 있다.

군사부의 잡일을 돕는 하인은 여러 일 처리로 바빠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

이 시간대면 항상 하는 일과가 있는 듯하니 부군사의 수상함을 밝혀낼 사람은 자신 뿐이다.

태정헌이 눈을 부릅떴다.

조금이나마 가전무공을 익힌 것이 은밀한 발걸음에 도움이 되고 있다.

부군사가 총군사실까지 절반쯤 갔을 때.

뒷모습이지만 보고서를 들고 있던 부군사의 어깨가 움찔하며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방금 분명 품속을 뒤진 것 같은데? 아닌가? 내가 잘못 봤나?

고개를 갸웃 한순간, 부군사가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아, 정헌이군. 잠깐 나 좀 도와주게.”

“네, 무슨 일입니까?”

뒤를 따르는 걸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태정헌이 얼른 부군사에게 다가 갔다.

부군사가 복도의 창문을 활짝 열고는 밖을 바라보았다.

‘뭘 보는 거지?

궁금증에 고개를 내민 사이.

‘헉!

태정헌이 살기를 감지하고 몸을 비틀었으나.

촤악—!

목이 화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쓰러지는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여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무서운 눈빛을 한 부군사였다.

그는 절반으로 뚝 잘린 듯한 붓을 들고 있었는데, 붓 뒤쪽에 무척 날카로운 칼날이 붙어 있었다.

‘부군사가 간자였나!

같은 수준의 이류 무사 사이에 방심이 큰 화를 가져왔다.

소리치고 싶었으나 목이 어떻게 베인 것인지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부군사가 다시 한번 칼날로 쓰러진 자신을 내리찍으려는 순간.

“무슨 일인가요!”

부군사의 뒤쪽에서 총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헌! 정헌! 괜찮은가!”

얼른 붓 끝에 덮개를 씌워 다시 온전한 붓 모양으로 바꾼 부군사가 정헌을 마구 흔들었다.

목에서 피가 마구 솟구친다.

‘개자식! 날 이렇게 죽이려는 속셈이구나!

그러나 몸의 통제권을 상실한 태정헌은 반항하지 못했다.

영락없이 이대로 죽을 판이다.


잠깐 바람이라도 쐴 겸 잠시 총군사실 밖으로 나오던 제갈영영은 쿵—, 수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누군가 피를 흩뿌리며 쓰러져 있고, 다른 사람이 쪼그려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요!”

얼른 달려간 곳에는 부군사가 눈물을 흘리며 목이 절반이나 베인 채 피흘리는 태정헌을 부르고 있다.

태정헌의 몸이 마구 흔들렸다.

곧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들어온 무사들에게 부군사가 소리쳤다.

“자객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기로 뛰쳐나갔습니다!”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으면서도 몹시 억울해 보이는 태정헌의 눈빛이 서서히 감기고 있다.

가까스로 즉사를 면했으나 의각까지 데려갈 틈이 없다.

위급한 순간일수록 침착하게.

그녀는 얼른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지금 믿을 건 이것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