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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님, 방금 백의원이 보던 환자가 죽었답니다요. 산에서 실족한 약초꾼인데 몇 번 백의원에게 치료받았던 자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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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로 슬쩍 들어와 털어놓은 하인의 말에 조의원은 신경질적으로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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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대체 어쨌다는 말인가?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나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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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는 그냥 전에 알려달라고 하셔서... 그럼 일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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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의 신경질적인 태도에 머쓱한 하인이 다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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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그런 거 있으면 꼭 좀 알려달라더니. 괴팍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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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이 속으로 무슨 욕을 하든 조의원은 낮은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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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거면 그때 척마대주가 죽었어야 했는데 그깟 약초꾼 하나 죽은 걸로 뭐가 바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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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은 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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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몰락하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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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아무 변화 없이 시간이 더 흐른다면 확실하게 몰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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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과 척마대주의 일이 낙양 의방을 넘어 인근 도시에 널리 퍼진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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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걸쳐 쌓아온 내 명성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이게 다 백유성 그놈 때문이다. 그놈이 의방에 들어온 후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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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초절정 고수의 기세 때문이라지만, 그곳에 있는 많은 사람이 조의원의 추한 모습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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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 실력이 어디 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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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의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실력만 보고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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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실력으로 따지면 양의원이 더 낫고 이제는 백유성에게 밀렸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절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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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찾는 환자의 수는 확연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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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찾아오는 옛 단골들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존경심을 내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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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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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료시간이 끝나자마자 자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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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였던 애첩은 약삭빠르게 이별을 통보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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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맞아주는 사람은 오랜 조강지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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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의 처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없이 돌아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대화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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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차라리 휴무마다 빈민가로 가서 의료 봉사라도 하는 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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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봉사?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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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서 의방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이 빈민가에 많다고 해요. 그들에게 의술을 베풀면서 다시 명성을 회복해 나가는 게 어떠신가 해서요. 당신 실력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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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라... 가끔 그러는 게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가만,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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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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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잇지 못하는 처를 보며 조의원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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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추궁 끝에 요즘 백유성이 그런 일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조의원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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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보고 그놈을 따라 하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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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로 말씀드린 거니 고깝게 듣지 말아 주세요. 낙양 사람들 사이에 그 일이 널리 퍼져서 백의원을 아주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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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싫소! 그놈을 따라 해서 명성을 회복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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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는 조의원이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으로 말을 꺼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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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모든 게 백유성 탓이라 여기고 있는 조의원은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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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은 쓰지 않으려 했건만. 그놈만 없으면 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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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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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 외곽에 허름한 객잔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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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낙양으로 오가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기에 장사는 제법 잘 된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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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주인 오자성은 사십 대 남자로, 주위 사람들은 그가 낭인 생활을 청산하고 모은 돈으로 자성객잔을 차린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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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자성의 진정한 정체를 아는 한 노인이 자성객잔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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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성이 얼른 달려가 노인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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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님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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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곳에서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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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조의원의 표정을 보고, 덩달아 오자성의 표정도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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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드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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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성은 조의원을 밀실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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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도 없고 문도 단단히 닫혀 있어 누가 엿들을 만한 여지가 전혀 없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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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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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나 묻고 싶네. 약속은 아직도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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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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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겠네. 자네도 요즘 나에 대한 소문을 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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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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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의원에 대해 도는 소문은 좋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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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낙양 의방 내 의원을 시기하여 수작을 부리다가 척마대주에게 큰 봉변을 당했다는 소문을 그가 듣지 못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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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성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조의원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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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죽여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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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성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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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 조의원에게 큰 빚을 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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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문의 살수였던 시절, 정파 무인 한 명을 암습하고 도망가던 중 추격자들에게 큰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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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한 민가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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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그는 어쩔 수 없이 숨어든 그곳이 자기 무덤이 될 거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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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 집은 조의원이 머물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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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인지 오자성과 차분히 대화를 나눈 조의원은 그를 치료해주었고, 회복 중인 그를 찾아다니던 정파 무인들에게 둘러대고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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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성이 조의원의 집에 숨어 치료받았던 기간은 약 세달로, 그 기간 동안 정파의 추격 뿐 아니라 살문과의 연까지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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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에서 기어이 살문의 본거지를 찾아내 멸문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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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상위 암살자로 승진하여 통제용 독을 복용하지 않았던 것도 운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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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오자성은 자유의 몸이 되었고, 조의원은 그를 구해 준 대가로 한 가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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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자성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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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딱 한 명, 죽이고 싶은 자가 있을 때 말씀해주시기로 하셨지요. 제가 죽여드리겠습니다. 누굽니까? 척마대주입니까 아니면 백유성입니까? 미리 말씀드리면 척마대주는 제가 목숨을 걸어도 성공 확률은 채 일할도 되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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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백유성이 목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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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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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이 의아한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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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고수도 암살에 성공했었던 자네가 구할? 십할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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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백유성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법이지요. 조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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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알아서 하게. 한 달 안에 가능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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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에 저와 백유성 둘 중 하나는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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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은 만족하며 자성객잔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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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원에게 쓰려고 충동적으로 갈았던 칼을 이제야 써먹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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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도 조의원은 자기보다 어린 양의원에게 밀려나고 지독한 열등감에 휩싸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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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머지않아 이성을 되찾았고 다른 활로를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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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모든 게 끝날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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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분노에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조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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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원이 다녀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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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성은 곧 병을 핑계로 객잔 운영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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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며칠간 변장하고 낙양 의방에 가 백유성에게 진료를 받으며 무위를 가늠해 보기도 했고, 우연을 가장해 유성의 뒤를 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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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섣불리 손을 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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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활동은 변수를 최대한 차단하여 성공률을 십할에 가깝게 올리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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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문의 살수 시절, 일류 무사임에도 절정 고수를 암살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철저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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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자성은 이번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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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도들이 계속 주위에 포진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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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알 수 없으나 개방도들이 유성 주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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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을 죽이더라도 자신은 오래 살고 싶은 오자성은 더 신중하게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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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약방 내의 약재 담당자에게 묻기도 하고 낙양에서 가장 큰 약재상에 찾아가 화령초에 대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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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는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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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산이 캔 화령초는 40년이 조금 넘는 정도구나. 이를 어쩐다. 이거라도 전해 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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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에서 대대적으로 수배를 내린 덕분에 50년 산 화령초가 필수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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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신성력을 가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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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선의 활약으로 상승폭을 조금 더 키웠기 때문에 매일 증가하는 양보다 넉넉히 가산하여 계산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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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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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가 말한 시일까지 촉진 스킬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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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밖에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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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성은 휴무일에 빈민가 진료를 쉬고 소림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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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는 초산이 남겨 준 화령초를 품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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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로 향하는 일반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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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끼어 소실봉으로 향하던 유성은 옆에 바짝 다가온 남자의 기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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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계속 걸어가시면서 이야기하시지요. 저는 개방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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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힐끗 보니 그는 얼굴도 깨끗하고 좋은 비단옷을 입어 도저히 개방도처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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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말끔한 모습이 부잣집 자제로 보일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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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개방도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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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있어 변장을 좀 했습니다. 알려드릴 내용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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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상의를 들춘 남자의 허리춤에 3개의 새끼줄 매듭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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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개방도의 표식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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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섞여 걸어가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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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실 내용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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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간 계속 복장을 바꿔가며 의원님 주위를 맴도는 놈이 하나 있는데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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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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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항상 유성의 사각에서 관찰하는 오자성의 기술 때문이었으나 기감도 사용할 수 없고 뒤통수에 눈도 달리지 않은 유성이 알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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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습니다. 어떤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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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파악 중에 있습니다. 무위도 상당하고 워낙 신출귀몰해서요. 그런데 좋은 의도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최악의 경우 살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가 의원님의 동선을 파악하는 느낌이니 항상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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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감사합니다만 왜 저에게 이런 걸 알려주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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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물음에 개방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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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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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철저히 교육받은 대로 대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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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내용을 하나도 빼먹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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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바쳐 의원님을 철저히 보호하라는 철권개 분타주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분타주님은 소운님을 따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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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도의 정성이 통하여 유성은 상황 파악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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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운이 개방에서 잘 자리 잡았나 보구나.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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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운에게 제가 따로 고맙다고 말해야겠군요. 철권개 분타주님이 도와주신 점도 꼭 언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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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도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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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개 분타주님이 무공을 익힌 개방의 제자들을 주위에 배치해 두었으니 너무 큰 걱정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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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주위에 개방도들이 많이 보이더니 그런 이유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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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곧 그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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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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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장에서 내게 살수를 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가문에서 나온 것으로 끝인 인연. 그렇다면 조의원 아니면 팽지산과 진영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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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을 잃은 몸으로 원한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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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림인과 원한을 쌓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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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주루에서 있었던 일로 팽지산이나 진영호가 사주한 것이라면 속이 얼마나 꼬인 놈들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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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들은 확률이 낮다고 봐야겠지. 사실상 내가 그들을 직접 자극한 적은 없으니. 가능성이 큰 건 조의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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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유성은 소림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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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 승려가 용건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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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낙양 의방의 의원 백유성이라고 합니다. 방장님께 약초꾼 초산의 유품을 전해드리러 왔다고 말씀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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