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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네.”
탐사를 끝마친 저녁. 이서아는 이안과 같이 뷔페를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너무 평범해. 신비의 ‘신’자도 안 보이고…… 사람이 사라질 만한 루트도 없는데.”
“그러게.”
크루즈의 뷔페는 어지간한 호텔보다 훨씬 퀄리티가 뛰어났다. 한식은 물론이고 일식, 양식, 중식 등. 매우 다양한 음식들이 먹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이안은 한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갈비찜이나 볶음밥 같은 걸 먹는 중이었고, 서아는 일식을 선호하는지 초밥을 잔뜩 가져와 휘적거렸다.
“혹시 크루즈가 원인이 아니라 바다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예를 들어 세이렌 같은 거. 걔들이 유혹해서 바다에 투신한 거지.”
“그럼 중간 기억이 사라졌을 리가 없잖아. 투신이라 실종 사건도 아닐 테고.”
“뭐, 그렇기는 한데…….”
이안의 정석적인 반박에 이서아가 한숨을 푹 내쉬며 초밥 안에 들어간 와사비를 젓가락으로 빼냈다. 그러곤 초밥만 간장에 푹 찍어 반입 베어 물었다.
이안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떨떠름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굉장히 특이하게 먹네.”
“부산 사람은 다 이렇게 먹어.”
“부산 사람들한테 사과해.”
“시끄러.”
서아는 베어 문 초밥을 꿀꺽 삼키고 젓가락을 까딱거렸다.
“아무튼, 아무래도 오늘은 딱히 뭔갈 찾기 어려울 것 같아. 최소한 새벽, 아니면 아침은 되어야 가능할 듯싶어.”
그녀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아가 불러들인 영혼의 말에 따르면, 첫날은 아무런 이상도 없이 평범하게 보냈다고 한다. 다만 저녁이 되어 잠든 그 순간부터 의식이 날아갔고, 이틀 후 사망했다. 중간 기억은 통째로 날아간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크루즈 전체를 둘러보고, 마법까지 사용했건만 포착된 건 하나도 없었다.
‘바다에 외해 생물들을 한번 풀어볼까.’
외해(外海).
보통 육지에 둘러싸여 있지 않은 바다를 일컫는 단어지만, 이안이 알고 있는 외해는 외우주의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바다였다.
외신에 의해 지배되고 통제되는 기이한 생태계.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들이 떼를 이루며 살아가는 피 냄새 섞인 바다.
어쨌든 그곳도 바다이기는 하니, 지구의 바다라고 해서 외해의 생물들이 헤엄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땅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잘 돌아다닐 수도 있다.
지금까지 소환한 생물들은 전부 육지에서만 활동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물을 만났을 때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개인적인 호기심이 샘솟았다.
물론 호기심을 풀고자 여기서 당장 마법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괜히 풀어뒀다가 해양 생물들을 모조리 죽여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심지어 그걸로 배가 차지 않아 크루즈나 민간 어선을 공격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명령을 잘 듣는 놈들이지만, 굶주림에 허덕이는 상태에서까지 그러리란 보장은 없었다. 괜히 궁금하다고 위험한 상황을 만들 바에야,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훨씬 나았다.
‘바다에 무언가가 있거나, 바다 괴수가 나오면 그때 나서야겠어.’
이안이 그리 생각하며 탁자를 두드리자, 서아가 빵빵해진 위장을 손바닥으로 톡톡 쳐댔다. 그래봤자 얼마 튀어나오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흐아, 배부르다…… 이렇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 게 대체 얼마 만이지.”
“얼마 만인데.”
“몰라. 평소에는 그냥 편의점에서 대충 해결하니까. 넌 아니야?”
“최근 들어 요리를 좀 시작했어. 식단으로 체력이라도 유지하려고.”
“부지런하네.”
그녀의 말에 이안은 픽 웃으며 잔에 든 칵테일을 홀짝였다.
“그래서, 이제 뭐 할 거야? 아무래도 첫날은 그냥 편하게 활동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극장이랑 카지노? 그런 곳에 한번 가볼까 싶어.”
“그래라. 그럼 오늘은 각자 알아서 행동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보자.”
“응.”
이안은 서아의 대답을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그녀가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새하얀 가루가 가득 차 있는 유리병. 그녀는 손가락으로 병을 톡톡 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이안을 향해 병을 슥 내밀었다.
“……이게 뭔데?”
그의 물음에 서아가 흐릿하게 웃었다.
“뼛가루야. 안에 잘게 쪼갠 영혼을 넣어뒀어. 정신 계열 공격을 한번 막아주는 물건이야.”
“아…….”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왠지 여기 엮인 신비가 정신이랑 관련된 놈일 것 같아서. 혹시 모르니까 챙겨놔.”
“그래, 고맙다.”
이안은 부드럽게 웃으며 병을 코트 안쪽 주머니에 넣고, 식당을 빠져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우웅!]
테이블 위에서 노닥거리고 있던 심해견문록이 그를 향해 반갑다는 듯 인사했다.
그는 견문록의 표지를 쓰다듬어주고, 테라스로 나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그대로 점화하며 어두운 밤바다 너머로 연기를 내뱉었다. 위층에 딱히 있는 게 없어서 연기를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
하늘은 맑았다. 월광이 그대로 해수면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와 부서지고, 크루즈의 빛과 어우러져 사방으로 흐드러지듯 피어났다. 잿빛 연기는 월광에 닿기도 전에 공기 중으로 녹아 사라졌다.
‘바다라…….’
이안은 난간에 몸을 기대고 가만히 검은색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당연히 안쪽은 보이지 않는다. 해양 생물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도시 괴담이 실체화된 세상이라면, 분명 저 바다 밑바닥에도 무언가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음모론처럼 UFO 기지가 있을지도 모르고, 메갈로돈이나 공룡들이 여전히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헤엄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마주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멀리서 보는 정도라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그들이 그 육중한 몸뚱이로 크루즈를 갖다 박으면 이 배도 타이타닉처럼 반으로 쪼개지고 말 것이다. 흔한 괴수 영화의 오프닝 같은 결말을 맞는 건 사양이다.
“후우…….”
반쯤 태운 담배를 마련된 재떨이에 비벼 꺼트리고, 테라스에서 나와 도구들을 주섬주섬 챙긴다.
탐색은 이미 마쳤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누워서 휴식할 생각은 없었다. 언제 어디서 뭐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특정 구역을 전반적으로 둘러볼 계획이었다.
‘이서아가 극장이랑 카지노를 간다고 했으니, 나는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낫겠지.’
가방에 연금술 물품들과 심해견문록을 집어넣고, 대충 멘 채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은 온천 스파가 있는 갑판과 그림이나 미니어처 등이 전시된 전시장이었다. 이안은 일단 둘 중 스파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물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기에 굳이 옷을 갈아입지는 않았다. 그는 곧장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크루즈의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
따뜻한 물이 가득 들어찬 크루즈의 실외 수영장.
거의 헐벗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와인을 홀짝이는 이들이 선베드에 누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안은 그들을 지나치며 물에 닿지 않도록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낮에 그랬던 것처럼, 저녁이 되었음에도 무언가 특별한 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는 법.
이안은 어두컴컴한 갑판의 구석으로 들어가 벽에 마법진을 그리고, 구울의 살점을 그 위에 부착했다.
“찾아라. 그들을 벌할 자, 이곳에 있나니.”
반경 20M 내부에 있는 신비를 추적하는 마법. 주문을 외움과 동시에 마법진이 발광하고, 살점이 녹아 사라진다. 마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뜻이었다.
“……없군.”
그러나 포착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이안은 혀를 쯧 차며 손에 살짝 묻은 핏물을 털어냈다.
딱히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실망도 없었다. 그는 곧바로 가방을 닫고, 이번엔 전시장을 향해 이동했다.
스파와 달리 전시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수염을 지닌 노부부만 이따금 보일 뿐, 작은 전시장 규모만큼이나 인파는 그리 쏠리지 않은 상태였다.
눈에 띌 걱정을 할 필요 없으니 오히려 좋았다. 이안은 전시장에 있는 그림들을 둘러보며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두드렸다.
[인생]
[어지러운 내 방]
[임신한 여인 그리고 아이]
가지각색의 현대 미술품들과 미니어처들을 확인한다.
여전히 특이한 건 없었다. 기괴한 그림이나 조각상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그림이나 조각상과 관련된 괴이는 이런 크루즈보단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상황에 맞지 않는 곳에 비치된 괴이는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자살 희망자가 아니라면 이런 곳에 덩그러니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다.
‘없군.’
결국, 전시관에서도 무언가 찾은 건 없었다. 이안은 자신에게 적당히 말을 걸어오는 노부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다른 곳들도 적당히 둘러보았다.
그렇게 영화관, 어트랙션, 쉼터, 홀 등. 다양한 장소에 방문했지만, 낮이랑 다른 건 없었다. 모두 평범했다.
실종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고 일상적인 공간. 그게 오히려 기괴함을 불러일으켰다.
이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서아가 있을 도박장에 한 번 찾아가 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포커를 치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레이즈. 쫄리면 뒤지시던가.”
“크윽……! 어디서 이런 실력자가……!”
서아는 천장에 수호령의 눈동자만 빼꼼 드러내 참가자들의 패를 염탐하며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놓고 사기를 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 그녀의 사기를 발각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자는 없었다. 이안은 서아의 게임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돌아왔다.
제법 긴 시간 움직였으나 딱히 수확은 없었다.
어쩌면 정말 신비가 개입하지 않은 사건일 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크루즈의 선장과 몇몇 직원들이 한패가 되어 인신매매를 진행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신비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이니, 그 정도 미치광이들이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을 뿐.
다만…… 과연 관리국이나 카르텔이 그 정도 사건도 해결하지 못하고 의뢰를 남겼을까?
“…….”
결국은 다음날이 되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안은 한숨을 내쉬며 짐을 정리하고, 담배 한 개비를 더 태운 뒤 샤워실에서 몸을 씻었다.
[……웅.]
[우웅!!]
테이블 위에서 투닥거리고 있던 두 마도서가 머리를 털며 나오는 이안을 보고 각자 다른 반응을 내비친다. 재창조의 손길은 힘없이 풀썩 엎어졌고, 심해견문록은 흥분한 듯 좌우로 몸을 까딱거렸다. 이안이 그런 그들의 모습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
‘이것들 혹시 눈이 달렸나?’
합리적인 의심을 하며 머리를 말리고, 연금술 물품들을 가지런히 테이블 위로 정리한다.
계속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할 물건은 역시 [영장류를 죽이는 칼]과 [소리 먹는 불꽃] 그리고 [죽어가는 눈알], [지식 먹는 종이]다. 전부 사이즈가 작아서 컴팩트하게 들고 다니기 좋았다.
‘칼을 과도로 고른 게 참 다행이군.’
이안은 자그마한 사이즈의 과도를 꺼내 몇 번 쥐어보다가, 칼집에 넣고 도로 가방에 수납했다.
꿰뚫는 거울도 성능 자체는 굉장하지만, 역시 범위가 넓어서 이런 폐쇄적인 공간에선 사용하긴 조금 껄끄러웠다. 필요할 때는 망설이지 않겠지만, 지금은 조금 과했다. 일회용이라 아까운 것도 좀 있고.
‘내일은 하루 종일 바다 위를 떠도는 일정이지. 최대한 육지에 도착하기 전까진 뭐라도 얻었으면 좋겠는데.’
굳이 신비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도 괜찮다. 사건의 실마리만 찾아도 족하다.
이안은 그리 생각하다가, 숨을 길게 토해내며 의자에 앉았다.
‘어쩌면 신비의 트리거가 잠드는 것일 수도, 날이 하나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으니, 새벽까지 버티다가 피곤할 때 자는 게 좋겠어.’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사안을 두고 고민할 바에야 미래를 보는 게 낫다. 이안은 계획을 수립하고, 짐을 정리한 후 날이 넘어갈 때까지 앉아 마도서를 탐닉했다.
그렇게 자정이 되고, 2시간이 더 흘렀다.
크루즈에 변화는…… 딱히 없었다. 서아가 준 뼛가루도 멀쩡했고, 몸이나 정신에 이상이 생기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날이 넘어가는 건 별다른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이안은 마지막으로 읽던 파트의 마법만 정독한 후, 책을 덮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오래 자면 제법 개운하기는 하지만, 조금 잔다고 해서 문제는 없다.
그는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추고,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총과 마도서를 곁에 두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가 스르륵 잠들었다.
[EX. CHAPTER 1 - 수상한 유람선]
[줄거리 요약: 당신은 사람들이 자꾸 실종되는 유람선에 탑승하여 이상한 점이 없는지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기이한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노련한 당신은 잠드는 그 순간까지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죠. 과연 유람선에서의 둘째 날에는 제대로 된 사건의 흔적과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ENTER. CHAPTER 2 - 선상 살인 사건]
[당신은 아침이 되어서 눈을 떴습니다. 평소처럼 알람에 맞춰 일어난 당신은 평범하게 몸을 씻고,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크루즈가 시끌시끌하군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상태창]
[이름: 신이안]
[직업: 탐정]
[발견한 증거: 0/5]
[인벤토리]
[조수 명단] - 현재 임명된 조수가 없습니다.
[용의자 목록] - [선장 채우종], [도박꾼 이서아], [사진작가 김아진], [요리사 강진수], [형사 배도현], [젊은 화가 김태진]…….
“이게 뭐야, 시발.”
알람에 맞춰 일어난 이안이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