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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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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스위트룸.
창밖으로 훤히 펼쳐진 도시의 야경을 보며 에디가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켰다.
“…….”
태어나길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동아시아라는 오지에 한 번도 발을 들여본 적이 없었다. 마법사의 본거진 유럽 너머로 굳이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동이야 몇 번 방문해 본 적이 있었지만,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살기 그렇게 좋은 나라는 아니군.
탁.
그가 위스키 잔을 탁자 위에 올려두며 생각했다.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 그 안에서 지울 수 없는 피비린내가 짙게 번져왔다.
한국은 굉장히 특이한 나라 중 하나였다.
발달한 인터넷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괴담이나 정보를 끝도 없이 수집하고, 그 탓에 태어나는 괴이의 수가 기이할 정도로 많아진 비정상적인 국가.
그런 주제에 유럽의 몇몇 나라처럼 비공식 마법사 단체가 있고, 초능력자는 물론이거니와 무당이라는 이름의 구마 사제 같은 놈들까지 존재했다.
작은 나라에 있을 건 다 있었다. 심지어 관리국의 능력 자체도 타국에 비해 뛰어난 편이니, 이 피비린내 나는 도시를 어떻게든 유지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 사망하고 생존하며, 관리국으로 입사하는 인원이 생겨나고 있겠지.
어쩌면 한국의 관리국이 그토록 유능한 건 그 자유로운 입사 조건에 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신비와 마주쳤다고 한들 바로 입사시키기는커녕 온갖 테스트와 시험을 치르는 편이니…….
일단 입사부터 시키고 교육하는 한국과는 그 성격 자체가 다른 것이다.
물론 모자란 이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진 인재 수집을 원활하게 잘했으니 적어도 실패한 방침은 아니었다.
‘워낙 신비와 자주 부대끼는 곳이니, 대놓고 신비를 방생하면 이상함을 눈치채고 추적이 붙을 수도 있겠어.
마법으로 통제하는 신비와 그냥 신비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에디 정도의 수준이라면 그 미세한 간극을 숨기는 것도 마냥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수준의 정신 능력자라면 아무리 숨겨도 감지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군…….”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소파에 깊이 몸을 묻었다.
에디가 한국에 온 목적은 최근 새롭게 마도서를 얻었다는 마법사를 찾기 위함이다. 정보의 신뢰성 자체는 믿을 만하니 일단 확실한 한국부터 방문한 건데.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정보를 줄 거면 확실한 정보를 줘야지. 그냥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 어떡하냐, 빌어먹을 새끼…….”
에디는 순결한 피를 다루는 마법사의 면상을 떠올리며 혀를 쯧 찼다. 품에서 시가를 꺼내 끄트머리를 자르고 점화하며, 그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선 마도서의 발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긴, 마도서가 어디 그렇게 찾기 쉬운 물건인가.
시계탑의 노괴들이 평생 찾아 헤매도 찾지 못하는 게 마도서다. 그들의 취향이 어디 간단한 것도 아니니, 아마 당장은 한국에서 발견된 마도서가 전부일 것이다. 모세 제8의 서가 행방불명됐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신빙성이 없어서 그건 무시했다.
‘이곳에 있는 마도서가 외신의 것이란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마도서는 마도서. 소유주를 찾아 죽여 빼앗는 것만 해도 나름의 수확은 있겠어.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연기를 후욱 내뿜었다. 그러고는 주머니 속에서 자그마한 손 하나를 꺼내 들었다.
털이 복슬복슬 난 짐승의 손.
일명 원숭이손이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마술램프처럼 소원을 이뤄주는 물건이지만, 그 모든 소원을 다소 뒤틀린 형태로 들어주는 신비.
그는 그것의 위에 피를 살짝 묻혀서 테이블 위로 대충 던져놓았다.
“있을 곳으로 가라. 그리고 그곳의 풍경을 내게 보여라.”
내뱉은 순간, 원숭이손 위로 그려진 피가 발광하며 진동했다. 이윽고 진동이 멎었을 때, 원숭이손은 테이블 위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길들인 신비를 이 땅덩어리 어딘가로 전이시키는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관리국의 시선이 닿는 건 다소 꺼림칙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정보는 얻어야 한다.
그리고 뭐, 관리국에서 찾아온다고 한들 그들을 상대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다 죽이고 나라를 뜨면 그만인 일.
그전에 마도서의 주인을 찾기만 하면 끝이다.
‘마법사가 부리는 신비는 같은 마법사를 끌어들이지. 기왕이면 마도서의 주인을 찾았으면 좋겠군…….
에디는 흐릿하게 웃으며 시가를 꽉 깨물었다.
*
관리국에서 사람을 보내고 며칠이 지났다.
2월 초.
계절은 여전히 겨울이었고, 기온 또한 영하권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눈이 내리는 빈도수는 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바람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여름보다야 겨울이 더 나았다. 땀을 줄줄 흘리는 것보단 뭐라도 껴입는 게 편하기도 하고, 찝찝하지도 않으니.
‘코트를 계속 입고 다닐 수 있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지.
마법이 부여된 코트.
겨울이랑 봄가을에는 입고 다닐 수 있지만, 여름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벗어야 한다.
판타지 마법사처럼 체온조절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또 모를까. 나름 생존 마법이라서 그런지, 현실의 체온조절 마법은 들어가는 재료만 해도 상당히 수준급이었다.
뜨겁고 고운 적도의 모래랑 남극의 빙하, 그리고 습지의 이파리.
구할 수 없는 재료는 아니지만, 구하는 게 쉬운 편도 아니었다. 카르텔에 팔기는 한다만, 금액이 이상해서 깔끔하게 마음을 접은 상태다.
‘여름에는 적당히 여름용 셔츠에 마법을 부여해서 다니는 게 낫겠어.
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하는 소리가 이안의 머릿속에서만 울려 퍼졌다.
그는 피를 터트리며 바닥에 쓰러진 사체를 재창조 마법으로 뭉친 후, 가방에 쏙 집어넣었다. 소리 먹는 불꽃도 꺼트리고, 텅 비어버린 리볼버를 장전한 후 건홀더에 수납한다.
“이걸로 다섯 마리인가.”
주변에 널브러진 핏자국.
모두 구울의 것이다.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구울들. 카르텔은 그런 놈들의 처리 의뢰를 대대적으로 내걸어 개체수를 줄이려 하는 중이다.
대의가 있거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함, 이라는 숭고한 뜻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구울의 피가 약재로도 자주 쓰이는 편이라 이참에 쟁여놓기 위함이었다.
누가 돈에 미친 단체 아니랄까 봐. 구울들의 수가 늘어나는 걸 단순한 버닝 이벤트로 보는 게 참 카르텔다웠다.
뭐,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돈을 벌 겸, 소재를 모으기 위해 의뢰를 해결하는 것 아니었나.
일석이조의 기회를 굳이 놓칠 필요는 없었다. 이안은 그리 생각하며 미리 챙겨온 유리병에 구울들의 피를 담아냈다. 그러곤 가방에 넣어 바이크를 주차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조금 심각할 정도로 많기는 하군.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생각했다.
‘흡혈귀가 제법 많이 유입되기는 한 모양이야.
구울의 개체수가 예전에는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일주일 내도록 구울 사냥만 하는 중인데, 의뢰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생각보다 그 수가 훨씬 많은 모양이었다.
물론 모든 마법사나 초능력자, 사냥꾼들이 구울 사냥만 하는 건 아닐 테니, 획기적인 개체수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많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구울 특성상 어둡고 습한 곳에 숨어 살아서 망정이지, 도시까지 기어들어 왔으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관리국에서도 움직이고 있겠지, 아마.
카르텔에서 대대적으로 의뢰를 내걸 정도면 이미 정보는 확산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관리국도 구울 사냥에 전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계약 관련해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급한 사안은 아니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이안은 재창조의 손길에 묻은 눈을 툭툭 털어주며 코트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 마법사님.”
그렇게 계속 걸음을 옮기자, 바이크 옆에 주차된 검은 벤 한 대가 보였다.
인뎀니스의 차량이었다. 호출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도착한 건지 까마귀 가면을 뒤집어쓴 직원 한 명이 벤 옆에 서서 그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이안은 익숙한 그 얼굴을 보며 픽 웃음을 터트렸다.
“또 보는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보다 바로 타시겠습니까?”
까마귀가 벤의 핸들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이동 수단은 따로 마련해 뒀어. 보수 처리만 할 생각이다.”
“아…… 알겠습니다. 이건 또 처음 보는 형태의 서비스 이용이군요.”
“민폐인가?”
“아닙니다. 저희는 고객님들의 만족을 위해서 어떠한 서비스도 마다하지 않으니까요. 그보다 의뢰라 함은, 역시 구울 사냥이십니까?”
까마귀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피가 담긴 유리병 3개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까마귀가 붉은색 액체가 가득 담긴 병을 건네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울의 혈액, 확인했습니다. 이 정도 양이면 300만 원이군요.”
“입금으로 해줘.”
“알겠습니다.”
300만 원.
큰 금액은 아니지만, 용돈벌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보수는 아니었다.
원래 목적 자체가 돈보단 소재 획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니, 이 정도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다.
“입금 완료했습니다. 인뎀니스 이용 금액은…… 아, 통장 개설로 인해 당분간은 무료시군요. 확인했습니다.”
“무료로 부려 먹어서 기분 나쁘거나 하지는 않겠지?”
“당치도 않습니다. 애초에 저희도 월급을 받아먹고 사는 터라,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까마귀가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이안은 웃음으로 화답해 주고, 주차해 둔 바이크에 올라타 스탠드를 걷어냈다.
지문 인식 장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바이크의 전원이 켜졌다. 이안은 장갑과 헬멧을 착용하고, 시동을 걸며 까마귀를 돌아보았다.
“간다. 다음에도 잘 부탁하마.”
“네.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까마귀의 배웅을 받으며 바이크의 스로틀을 당겼다. 부드럽게 출발한 바이크가 아무도 없는 산악 도로를 벗어나 도시로 들어간다.
이안은 자율 주행에 거의 반쯤 운전을 맡기다시피 하고 공방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도 좋지만, 오늘은 마법 몇 개를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연금술 물품도 보충해야 하니, 아마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상관없었다.
생각하는 동안에도 바이크는 도로를 질주하여 오피스텔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이안은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헬멧을 손에 쥔 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새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그를 반겨주었다. 귀신은 능숙하게 경례하며 이안의 공방이 있는 층 버튼을 꾹 눌러주고 사라졌다.
띵.
빠르게 이동한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슬며시 열린 문 너머로 경비 귀신이 보인다.
삼단봉과 손전등을 든 그가 이안을 슬쩍 돌아보았다가, 고개만 꾸벅 숙이고 다시 건물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안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뒤 공방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우웅.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이서아: 바빠?]
확인해 보니 이서아로부터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이안은 헬멧을 대충 선반에 놓아두고, 가방을 테이블 위에 고이 놔둔 후 답장했다.
[나: 아니, 왜?]
[이서아: 그럼 같이 의뢰나 하나 할래?]
[나: 의뢰? 무슨 의뢰?]
뜬금없는 제안에 이안이 되묻자, 이서아가 사진 하나를 띡 보내주었다. 카르텔의 의뢰를 캡처한 사진이었다.
[크루즈 실종 사건 조사]
선명하게 박힌 글자가 사진의 최상단에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