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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스위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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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훤히 펼쳐진 도시의 야경을 보며 에디가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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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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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길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동아시아라는 오지에 한 번도 발을 들여본 적이 없었다. 마법사의 본거진 유럽 너머로 굳이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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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야 몇 번 방문해 본 적이 있었지만,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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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그렇게 좋은 나라는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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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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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위스키 잔을 탁자 위에 올려두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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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서울의 야경. 그 안에서 지울 수 없는 피비린내가 짙게 번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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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굉장히 특이한 나라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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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한 인터넷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괴담이나 정보를 끝도 없이 수집하고, 그 탓에 태어나는 괴이의 수가 기이할 정도로 많아진 비정상적인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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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제에 유럽의 몇몇 나라처럼 비공식 마법사 단체가 있고, 초능력자는 물론이거니와 무당이라는 이름의 구마 사제 같은 놈들까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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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라에 있을 건 다 있었다. 심지어 관리국의 능력 자체도 타국에 비해 뛰어난 편이니, 이 피비린내 나는 도시를 어떻게든 유지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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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 사망하고 생존하며, 관리국으로 입사하는 인원이 생겨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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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한국의 관리국이 그토록 유능한 건 그 자유로운 입사 조건에 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신비와 마주쳤다고 한들 바로 입사시키기는커녕 온갖 테스트와 시험을 치르는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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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입사부터 시키고 교육하는 한국과는 그 성격 자체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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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자란 이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진 인재 수집을 원활하게 잘했으니 적어도 실패한 방침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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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신비와 자주 부대끼는 곳이니, 대놓고 신비를 방생하면 이상함을 눈치채고 추적이 붙을 수도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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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통제하는 신비와 그냥 신비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에디 정도의 수준이라면 그 미세한 간극을 숨기는 것도 마냥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수준의 정신 능력자라면 아무리 숨겨도 감지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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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이 하나도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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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소파에 깊이 몸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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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가 한국에 온 목적은 최근 새롭게 마도서를 얻었다는 마법사를 찾기 위함이다. 정보의 신뢰성 자체는 믿을 만하니 일단 확실한 한국부터 방문한 건데.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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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줄 거면 확실한 정보를 줘야지. 그냥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 어떡하냐, 빌어먹을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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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는 순결한 피를 다루는 마법사의 면상을 떠올리며 혀를 쯧 찼다. 품에서 시가를 꺼내 끄트머리를 자르고 점화하며, 그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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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선 마도서의 발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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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마도서가 어디 그렇게 찾기 쉬운 물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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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의 노괴들이 평생 찾아 헤매도 찾지 못하는 게 마도서다. 그들의 취향이 어디 간단한 것도 아니니, 아마 당장은 한국에서 발견된 마도서가 전부일 것이다. 모세 제8의 서가 행방불명됐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신빙성이 없어서 그건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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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마도서가 외신의 것이란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마도서는 마도서. 소유주를 찾아 죽여 빼앗는 것만 해도 나름의 수확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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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연기를 후욱 내뿜었다. 그러고는 주머니 속에서 자그마한 손 하나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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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복슬복슬 난 짐승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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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원숭이손이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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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램프처럼 소원을 이뤄주는 물건이지만, 그 모든 소원을 다소 뒤틀린 형태로 들어주는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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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것의 위에 피를 살짝 묻혀서 테이블 위로 대충 던져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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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곳으로 가라. 그리고 그곳의 풍경을 내게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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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은 순간, 원숭이손 위로 그려진 피가 발광하며 진동했다. 이윽고 진동이 멎었을 때, 원숭이손은 테이블 위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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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인 신비를 이 땅덩어리 어딘가로 전이시키는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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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의 시선이 닿는 건 다소 꺼림칙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정보는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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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 관리국에서 찾아온다고 한들 그들을 상대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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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이고 나라를 뜨면 그만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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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마도서의 주인을 찾기만 하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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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부리는 신비는 같은 마법사를 끌어들이지. 기왕이면 마도서의 주인을 찾았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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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는 흐릿하게 웃으며 시가를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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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에서 사람을 보내고 며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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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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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여전히 겨울이었고, 기온 또한 영하권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눈이 내리는 빈도수는 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바람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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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름보다야 겨울이 더 나았다. 땀을 줄줄 흘리는 것보단 뭐라도 껴입는 게 편하기도 하고, 찝찝하지도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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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를 계속 입고 다닐 수 있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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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부여된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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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랑 봄가을에는 입고 다닐 수 있지만, 여름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벗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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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마법사처럼 체온조절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또 모를까. 나름 생존 마법이라서 그런지, 현실의 체온조절 마법은 들어가는 재료만 해도 상당히 수준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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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고운 적도의 모래랑 남극의 빙하, 그리고 습지의 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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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할 수 없는 재료는 아니지만, 구하는 게 쉬운 편도 아니었다. 카르텔에 팔기는 한다만, 금액이 이상해서 깔끔하게 마음을 접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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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적당히 여름용 셔츠에 마법을 부여해서 다니는 게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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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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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앙, 하는 소리가 이안의 머릿속에서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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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피를 터트리며 바닥에 쓰러진 사체를 재창조 마법으로 뭉친 후, 가방에 쏙 집어넣었다. 소리 먹는 불꽃도 꺼트리고, 텅 비어버린 리볼버를 장전한 후 건홀더에 수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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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다섯 마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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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널브러진 핏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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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구울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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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구울들. 카르텔은 그런 놈들의 처리 의뢰를 대대적으로 내걸어 개체수를 줄이려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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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가 있거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함, 이라는 숭고한 뜻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구울의 피가 약재로도 자주 쓰이는 편이라 이참에 쟁여놓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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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돈에 미친 단체 아니랄까 봐. 구울들의 수가 늘어나는 걸 단순한 버닝 이벤트로 보는 게 참 카르텔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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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돈을 벌 겸, 소재를 모으기 위해 의뢰를 해결하는 것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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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이조의 기회를 굳이 놓칠 필요는 없었다. 이안은 그리 생각하며 미리 챙겨온 유리병에 구울들의 피를 담아냈다. 그러곤 가방에 넣어 바이크를 주차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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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 심각할 정도로 많기는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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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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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가 제법 많이 유입되기는 한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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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의 개체수가 예전에는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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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도록 구울 사냥만 하는 중인데, 의뢰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생각보다 그 수가 훨씬 많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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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마법사나 초능력자, 사냥꾼들이 구울 사냥만 하는 건 아닐 테니, 획기적인 개체수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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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많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구울 특성상 어둡고 습한 곳에 숨어 살아서 망정이지, 도시까지 기어들어 왔으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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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에서도 움직이고 있겠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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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에서 대대적으로 의뢰를 내걸 정도면 이미 정보는 확산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관리국도 구울 사냥에 전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계약 관련해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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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사안은 아니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이안은 재창조의 손길에 묻은 눈을 툭툭 털어주며 코트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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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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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속 걸음을 옮기자, 바이크 옆에 주차된 검은 벤 한 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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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뎀니스의 차량이었다. 호출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도착한 건지 까마귀 가면을 뒤집어쓴 직원 한 명이 벤 옆에 서서 그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이안은 익숙한 그 얼굴을 보며 픽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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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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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보다 바로 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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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벤의 핸들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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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수단은 따로 마련해 뒀어. 보수 처리만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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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겠습니다. 이건 또 처음 보는 형태의 서비스 이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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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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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저희는 고객님들의 만족을 위해서 어떠한 서비스도 마다하지 않으니까요. 그보다 의뢰라 함은, 역시 구울 사냥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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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피가 담긴 유리병 3개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까마귀가 붉은색 액체가 가득 담긴 병을 건네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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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의 혈액, 확인했습니다. 이 정도 양이면 300만 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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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으로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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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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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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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금액은 아니지만, 용돈벌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보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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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목적 자체가 돈보단 소재 획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니, 이 정도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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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 완료했습니다. 인뎀니스 이용 금액은…… 아, 통장 개설로 인해 당분간은 무료시군요.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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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부려 먹어서 기분 나쁘거나 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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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치도 않습니다. 애초에 저희도 월급을 받아먹고 사는 터라,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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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이안은 웃음으로 화답해 주고, 주차해 둔 바이크에 올라타 스탠드를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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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인식 장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바이크의 전원이 켜졌다. 이안은 장갑과 헬멧을 착용하고, 시동을 걸며 까마귀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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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다음에도 잘 부탁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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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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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배웅을 받으며 바이크의 스로틀을 당겼다. 부드럽게 출발한 바이크가 아무도 없는 산악 도로를 벗어나 도시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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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자율 주행에 거의 반쯤 운전을 맡기다시피 하고 공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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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도 좋지만, 오늘은 마법 몇 개를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연금술 물품도 보충해야 하니, 아마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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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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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안에도 바이크는 도로를 질주하여 오피스텔을 향해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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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이안은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헬멧을 손에 쥔 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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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새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그를 반겨주었다. 귀신은 능숙하게 경례하며 이안의 공방이 있는 층 버튼을 꾹 눌러주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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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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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이동한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슬며시 열린 문 너머로 경비 귀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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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봉과 손전등을 든 그가 이안을 슬쩍 돌아보았다가, 고개만 꾸벅 숙이고 다시 건물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안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뒤 공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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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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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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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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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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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 보니 이서아로부터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이안은 헬멧을 대충 선반에 놓아두고, 가방을 테이블 위에 고이 놔둔 후 답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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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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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 그럼 같이 의뢰나 하나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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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의뢰? 무슨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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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제안에 이안이 되묻자, 이서아가 사진 하나를 띡 보내주었다. 카르텔의 의뢰를 캡처한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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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실종 사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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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박힌 글자가 사진의 최상단에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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