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13 lines
13 KiB
Markdown
213 lines
13 KiB
Markdown
|
||
다행히 대모가 그은 줄은 마법이 완성됨과 함께 사라졌다. 이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깨끗해진 바이크의 몸체를 쓰다듬었다.
|
||
|
||
“감사합니다.”
|
||
|
||
“아니에요. 마법은 잘 적용됐고, 앞으로 1년 동안은 어떻게 타든 무사고로 계속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역주행하거나, 트럭에 박거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등.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려 하면 마법도 반응하지 않으니까 주의하세요.”
|
||
|
||
대모가 숙였던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
||
|
||
“말했다시피 이건 원래 있던 마법이 아니라 제가 직접 개량한 거니까요. 아직 불안정한 부분이 몇 개 있어요.”
|
||
|
||
“평범하게 타거나 과속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까?”
|
||
|
||
“네. 그렇다고 너무 과속하지는 마시고요. 경찰한테 잡혀요.”
|
||
|
||
저도 몇 번 경험이 있어요, 라고 대모가 덧붙였다. 이안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유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
||
|
||
“아니에요. 저도 커뮤니티 이용자가 줄어드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안 그래도 몇 명 없는 편인데, 조금이라도 서로를 아껴야죠.”
|
||
|
||
한국에 있는 마법사들의 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100명은 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초능력자는 그보다 배는 더 많을 거고, 무당은 거기서 또 몇 배 더 많을 것이다.
|
||
|
||
한 가지 일만 잘하는 초능력자는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뛰어날지 모르겠지만, 마법사만큼 다재다능하지는 않다.
|
||
|
||
괜히 카르텔이나 기타 다른 조직에서 마법사를 초능력자보다 위로 치는 게 아니었다. 위험성 또한 상당한 수준이지만,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
||
|
||
‘마법사마다 사용하는 마법도 모두 다르니까. 마법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
||
|
||
당장 대모만 하더라도 악마의 힘을 통해 매우 많은 것을 해내는 게 가능하다. 이서아 또한 마찬가지고, 한유나는 좀 애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법의 수준이 뛰어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
||
|
||
심지어 그녀는 마법사가 되고 이제 막 반년이 지난 신성이었다. 잠재력만 따지면 여타 다른 마법사보다 뛰어날 게 분명했다.
|
||
|
||
시계탑에 속하지 않는 마법사들만 해도 이 정도인데, 과연 영국에 있는 마법사들의 본거지엔 또 어떤 이들이 숨어있을까.
|
||
|
||
호기심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주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
||
|
||
예측이 불가능한 존재들과 그리 깊게 엮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같은 커뮤니티 이용자가 아닌 이들과는 굳이 만나서 친분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
||
|
||
일종의 동족 혐오였다. 만약 대모가 커뮤니티를 만들지 않았다면, 이안도 지금처럼 다른 마법사들을 만나고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
||
|
||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가지지 말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그 규모가 굉장히 작고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면 굳이 벽만 쌓을 필요는 없었다. 적당히 울타리를 두르고, 받을 사람은 받으며 지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적어도 이안은 그리 생각했다.
|
||
|
||
“커뮤니티에는 악인도 있고, 선인도 있어요.”
|
||
|
||
그러고 있자 문득 대모가 입을 열어왔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표정까지 읽을 수는 없지만, 선글라스 내부로 희미하게 보이는 짙은 민트색 눈동자가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
||
|
||
“물론 비중만 따지자면 선인이 더욱 많죠. 악인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다가 변한 케이스가 더 많고요.”
|
||
|
||
“…….”
|
||
|
||
“다만 한 가지. 악인이든 선인이든 상관없으니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같은 커뮤니티 이용자를 향한 무차별적인 악의를 보여서는 안 돼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자고 만든 커뮤니티니까요. 취지에 어긋나는 짓은 막아야죠.”
|
||
|
||
“……이용자끼리 만나려고 할 때, 상대의 성향을 파악해 주는 것도 그것 때문입니까?”
|
||
|
||
“그렇죠. 막을 수 있는 일은 막는 게 좋으니까요. 커뮤니티가 막 생기고 규칙이 없을 때는 난리도 아니었거든요.”
|
||
|
||
이안은 모르는 시절의 이야기다.
|
||
|
||
최소 몇 년은 더 전에 있었던 이야기.
|
||
|
||
“서로 살인 예고하고, 저지른 범죄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사진이나 발언도 필터 없이 하고…… 그땐 진짜 고생도 그런 고생이 없었어요. 규칙이 생기고, 반발하는 분들을 처리하고부터는 지금과 같은 풍경이 됐지만요.”
|
||
|
||
처리라.
|
||
|
||
이안은 그녀가 내뱉은 단어를 곱씹으며 바이크의 몸체에 몸을 기댔다.
|
||
|
||
모든 안전 수칙은 피로 쓰인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마법사 커뮤니티에선 비슷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안은 침음성을 흘리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
||
|
||
“그때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마법사도 있습니까?”
|
||
|
||
“몇몇 있죠. 많지는 않아요. 대부분은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에요. 기존에 있던 분들이 초대해서요. 당신도 그런 부류 아닌가요?”
|
||
|
||
“맞습니다. 벌써 몇 달 전 이야기군요.”
|
||
|
||
“시간 참 빠르죠?”
|
||
|
||
은하가 흐릿하게 웃으며 신발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
|
||
|
||
“지금은 예전처럼 악인이 날뛰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립적이었던 분이 갑자기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
||
|
||
“음.”
|
||
|
||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
||
|
||
은하는 고개를 슬쩍 돌려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
||
|
||
“지금 당신의 그 성향, 변치 않았으면 좋겠어요. 악인이 되지는 말아 달라는 부탁이에요. 이질적인 기운에 빠지지도 말고요.”
|
||
|
||
그녀의 말에, 이안의 눈동자가 슬며시 은하를 향해 돌아갔다.
|
||
|
||
‘……알아차렸나?’
|
||
|
||
악인이 되지 말라는 말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다만 이질적인 기운에 빠지지 말라는 건, 굉장히 의미가 포괄적이었다.
|
||
|
||
단순히 미치지 말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당장 이안이 가지고 있는 두 마도서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한 말일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 레메게톤의 소유자이니, 어쩌면 진즉에 눈치를 챘을 수도 있다.
|
||
|
||
하지만 저쪽에서 먼저 ‘외신’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은 이상 섣불리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위협을 가하려 하지 않는다면 굳이 반응할 필요도 없었다.
|
||
|
||
“……명심하겠습니다.”
|
||
|
||
“오지랖처럼 느껴졌다면 죄송해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
||
|
||
“괜찮습니다. 딱히 아무렇지도 않아요.”
|
||
|
||
이안은 싱긋 웃으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러곤 손목을 풀며 바이크 위로 올라탔다.
|
||
|
||
“그럼, 이제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
||
|
||
“아, 네. 먼저 들어가세요. 그리고…… 음, 빚은 나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그때 갚아주세요.”
|
||
|
||
대모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
||
|
||
빈말로도 ‘빚을 갚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참 마법사다웠다. 이안은 픽 웃음을 터트리며 바이크의 스탠드를 걷어냈다.
|
||
|
||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
||
|
||
“네.”
|
||
|
||
이안은 대모의 대답을 뒤로하고 바이크의 시동을 걸어 스로틀을 당겼다. 크지 않은 소음을 터트리며 바이크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
곧, 그의 모습이 대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 숨을 죽이고 있던 레메게톤이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
|
||
[……어처구니가 없군. 저게 외신의 마도서를 두 권이나 가지고 있는 마법사라고? 심각할 정도로 정상인데.]
|
||
|
||
“진짜 착각한 거 아니에요?”
|
||
|
||
[그럴 리가 없다. 외신의 마도서와는 직접 싸워본 적도 있어. 과거의 일이지만, 그 강렬했던 기억을 잊어버릴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 않다.]
|
||
|
||
대모는 레메게톤과 대화를 나누며 바닥에 새겼던 마법을 발로 슥슥 지워냈다.
|
||
|
||
[하지만…… 외신의 마도서를 지닌 주인치고는 굉장히 이질적인 것도 사실이다. 살면서 저런 건 본 적이 없다. 미쳐도 진작에 미쳤어야 하는데, 너무 정상이야.]
|
||
|
||
“마법을 수련하면 광증을 제어할 수 있잖아요. 분명 그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
||
|
||
[그건 제어가 아니다. 순종이지.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지 않나? 외신의 마법을 숙련하는데 어떻게 외신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지? 오히려 빠져드는 거다. 그리고 점점 순종적인 노예가 되는 거야.]
|
||
|
||
“……무섭네요.”
|
||
|
||
[그렇지. 그러니까 외신의 마도서를 모두가 기피하는 거다. 소유하면 무조건 그 결말은 사망이거나 노리개 취급이니까. 하지만 그 마법사는…… 너무 멀쩡했다.]
|
||
|
||
솔로몬은 그리 말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덧붙였다.
|
||
|
||
[2권이라서 괜찮은 건가? 하나로 미쳐버렸지만, 나머지 하나로 또 미쳐서 오히려 정상이 된……?]
|
||
|
||
“가능한 이야기예요?”
|
||
|
||
은하의 진심 어린 물음에, 솔로몬은 대답하지 않았다.
|
||
|
||
본인이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
||
|
||
*
|
||
|
||
이안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근처 바이크 용품점에서 장갑과 헬멧을 구매했다.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굳이 필요 없는 물품들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나았다. 애초에 헬멧은 쓰지 않으면 불법이다.
|
||
|
||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
||
|
||
가게 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온다.
|
||
|
||
그대로 장갑을 착용하고, 주차해 놓은 바이크 위에 앉아 헬멧의 바이저를 확인한다.
|
||
|
||
다행히 스크래치가 있거나 부서진 부분은 없었다. 풀페이스에 얼굴도 비치지 않는 헬멧. 역시 바이크하면 이게 제격이다.
|
||
|
||
이안이 그렇게 생각하며 헬멧을 머리에 쓰려는 찰나.
|
||
|
||
“실례합니다.”
|
||
|
||
돌연 그의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
||
|
||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 어눌한 발음은 한국인의 것이 아니었다. 이안은 들어 올렸던 헬멧을 내려놓고,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
|
||
시야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머리카락에 수염을 기른 중년 남성이다. 입고 있는 정장은 세련되었고 키도 커서 제법 분위기가 살았다.
|
||
|
||
왠지 유럽 부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상류층에 속한 것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하나에 몇천은 하는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
||
|
||
“한국어가 아직 서툴러서 죄송합니다. 길을 좀 물어보려고요.”
|
||
|
||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말투는 제법 정중했다. 이안은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을 숨기고, 겉으론 친절한 사람인 척 싱긋 웃었다.
|
||
|
||
“아, 네. 어디로 가시는데요?”
|
||
|
||
“여기 이 호텔입니다. 지도에 안 나와서요.”
|
||
|
||
“아, 근처네요. 저쪽으로 쭉 가신 다음, 풋살장이 나왔을 때 왼쪽으로 꺾으시면 바로 있을 겁니다.”
|
||
|
||
“음…… 영어로 번역 가능합니까? 죄송합니다.”
|
||
|
||
“괜찮습니다. 잠시만요.”
|
||
|
||
이안은 남자가 건네준 휴대폰에 방금 했던 말을 똑같이 내뱉었다. 남자는 번역이 완료된 문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
“감사합니다.”
|
||
|
||
“아니에요. 그럼, 저도 이만.”
|
||
|
||
이안은 감사 인사를 전하는 남자를 뒤로하고 헬멧을 푹 눌러썼다. 남자도 허리를 살짝 숙여주고, 이안이 알려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
약간 흐릿하게 변한 시야 너머.
|
||
|
||
남자의 뒷주머니에서 살짝 튀어나온 명함의 이름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
||
|
||
직책이나 회사의 이름 등은 알아볼 수 없지만, 영어로 큼지막하게 적힌 이름은 알아볼 수 있었다.
|
||
|
||
[Eddy]
|
||
|
||
에디.
|
||
|
||
분명 그런 이름이었다.
|
||
|
||
딱히 외워둘 필요는 없었다.
|
||
|
||
이안은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고, 바이크의 시동을 걸어 스로틀을 당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