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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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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대모가 그은 줄은 마법이 완성됨과 함께 사라졌다. 이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깨끗해진 바이크의 몸체를 쓰다듬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마법은 잘 적용됐고, 앞으로 1년 동안은 어떻게 타든 무사고로 계속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역주행하거나, 트럭에 박거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등.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려 하면 마법도 반응하지 않으니까 주의하세요.”
대모가 숙였던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말했다시피 이건 원래 있던 마법이 아니라 제가 직접 개량한 거니까요. 아직 불안정한 부분이 몇 개 있어요.”
“평범하게 타거나 과속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까?”
“네. 그렇다고 너무 과속하지는 마시고요. 경찰한테 잡혀요.”
저도 몇 번 경험이 있어요, 라고 대모가 덧붙였다. 이안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커뮤니티 이용자가 줄어드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안 그래도 몇 명 없는 편인데, 조금이라도 서로를 아껴야죠.”
한국에 있는 마법사들의 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100명은 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초능력자는 그보다 배는 더 많을 거고, 무당은 거기서 또 몇 배 더 많을 것이다.
한 가지 일만 잘하는 초능력자는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뛰어날지 모르겠지만, 마법사만큼 다재다능하지는 않다.
괜히 카르텔이나 기타 다른 조직에서 마법사를 초능력자보다 위로 치는 게 아니었다. 위험성 또한 상당한 수준이지만,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마법사마다 사용하는 마법도 모두 다르니까. 마법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당장 대모만 하더라도 악마의 힘을 통해 매우 많은 것을 해내는 게 가능하다. 이서아 또한 마찬가지고, 한유나는 좀 애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법의 수준이 뛰어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마법사가 되고 이제 막 반년이 지난 신성이었다. 잠재력만 따지면 여타 다른 마법사보다 뛰어날 게 분명했다.
시계탑에 속하지 않는 마법사들만 해도 이 정도인데, 과연 영국에 있는 마법사들의 본거지엔 또 어떤 이들이 숨어있을까.
호기심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주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예측이 불가능한 존재들과 그리 깊게 엮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같은 커뮤니티 이용자가 아닌 이들과는 굳이 만나서 친분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일종의 동족 혐오였다. 만약 대모가 커뮤니티를 만들지 않았다면, 이안도 지금처럼 다른 마법사들을 만나고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가지지 말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그 규모가 굉장히 작고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면 굳이 벽만 쌓을 필요는 없었다. 적당히 울타리를 두르고, 받을 사람은 받으며 지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적어도 이안은 그리 생각했다.
“커뮤니티에는 악인도 있고, 선인도 있어요.”
그러고 있자 문득 대모가 입을 열어왔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표정까지 읽을 수는 없지만, 선글라스 내부로 희미하게 보이는 짙은 민트색 눈동자가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물론 비중만 따지자면 선인이 더욱 많죠. 악인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다가 변한 케이스가 더 많고요.”
“…….”
“다만 한 가지. 악인이든 선인이든 상관없으니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같은 커뮤니티 이용자를 향한 무차별적인 악의를 보여서는 안 돼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자고 만든 커뮤니티니까요. 취지에 어긋나는 짓은 막아야죠.”
“……이용자끼리 만나려고 할 때, 상대의 성향을 파악해 주는 것도 그것 때문입니까?”
“그렇죠. 막을 수 있는 일은 막는 게 좋으니까요. 커뮤니티가 막 생기고 규칙이 없을 때는 난리도 아니었거든요.”
이안은 모르는 시절의 이야기다.
최소 몇 년은 더 전에 있었던 이야기.
“서로 살인 예고하고, 저지른 범죄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사진이나 발언도 필터 없이 하고…… 그땐 진짜 고생도 그런 고생이 없었어요. 규칙이 생기고, 반발하는 분들을 처리하고부터는 지금과 같은 풍경이 됐지만요.”
처리라.
이안은 그녀가 내뱉은 단어를 곱씹으며 바이크의 몸체에 몸을 기댔다.
모든 안전 수칙은 피로 쓰인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마법사 커뮤니티에선 비슷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안은 침음성을 흘리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마법사도 있습니까?”
“몇몇 있죠. 많지는 않아요. 대부분은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에요. 기존에 있던 분들이 초대해서요. 당신도 그런 부류 아닌가요?”
“맞습니다. 벌써 몇 달 전 이야기군요.”
“시간 참 빠르죠?”
은하가 흐릿하게 웃으며 신발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
“지금은 예전처럼 악인이 날뛰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립적이었던 분이 갑자기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음.”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은하는 고개를 슬쩍 돌려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당신의 그 성향, 변치 않았으면 좋겠어요. 악인이 되지는 말아 달라는 부탁이에요. 이질적인 기운에 빠지지도 말고요.”
그녀의 말에, 이안의 눈동자가 슬며시 은하를 향해 돌아갔다.
‘……알아차렸나?
악인이 되지 말라는 말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다만 이질적인 기운에 빠지지 말라는 건, 굉장히 의미가 포괄적이었다.
단순히 미치지 말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당장 이안이 가지고 있는 두 마도서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한 말일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 레메게톤의 소유자이니, 어쩌면 진즉에 눈치를 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쪽에서 먼저 ‘외신’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은 이상 섣불리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위협을 가하려 하지 않는다면 굳이 반응할 필요도 없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오지랖처럼 느껴졌다면 죄송해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괜찮습니다. 딱히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안은 싱긋 웃으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러곤 손목을 풀며 바이크 위로 올라탔다.
“그럼, 이제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아, 네. 먼저 들어가세요. 그리고…… 음, 빚은 나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그때 갚아주세요.”
대모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빈말로도 ‘빚을 갚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참 마법사다웠다. 이안은 픽 웃음을 터트리며 바이크의 스탠드를 걷어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네.”
이안은 대모의 대답을 뒤로하고 바이크의 시동을 걸어 스로틀을 당겼다. 크지 않은 소음을 터트리며 바이크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곧, 그의 모습이 대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 숨을 죽이고 있던 레메게톤이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저게 외신의 마도서를 두 권이나 가지고 있는 마법사라고? 심각할 정도로 정상인데.]
“진짜 착각한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다. 외신의 마도서와는 직접 싸워본 적도 있어. 과거의 일이지만, 그 강렬했던 기억을 잊어버릴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 않다.]
대모는 레메게톤과 대화를 나누며 바닥에 새겼던 마법을 발로 슥슥 지워냈다.
[하지만…… 외신의 마도서를 지닌 주인치고는 굉장히 이질적인 것도 사실이다. 살면서 저런 건 본 적이 없다. 미쳐도 진작에 미쳤어야 하는데, 너무 정상이야.]
“마법을 수련하면 광증을 제어할 수 있잖아요. 분명 그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건 제어가 아니다. 순종이지.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지 않나? 외신의 마법을 숙련하는데 어떻게 외신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지? 오히려 빠져드는 거다. 그리고 점점 순종적인 노예가 되는 거야.]
“……무섭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외신의 마도서를 모두가 기피하는 거다. 소유하면 무조건 그 결말은 사망이거나 노리개 취급이니까. 하지만 그 마법사는…… 너무 멀쩡했다.]
솔로몬은 그리 말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덧붙였다.
[2권이라서 괜찮은 건가? 하나로 미쳐버렸지만, 나머지 하나로 또 미쳐서 오히려 정상이 된……?]
“가능한 이야기예요?”
은하의 진심 어린 물음에, 솔로몬은 대답하지 않았다.
본인이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
이안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근처 바이크 용품점에서 장갑과 헬멧을 구매했다.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굳이 필요 없는 물품들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나았다. 애초에 헬멧은 쓰지 않으면 불법이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가게 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온다.
그대로 장갑을 착용하고, 주차해 놓은 바이크 위에 앉아 헬멧의 바이저를 확인한다.
다행히 스크래치가 있거나 부서진 부분은 없었다. 풀페이스에 얼굴도 비치지 않는 헬멧. 역시 바이크하면 이게 제격이다.
이안이 그렇게 생각하며 헬멧을 머리에 쓰려는 찰나.
“실례합니다.”
돌연 그의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 어눌한 발음은 한국인의 것이 아니었다. 이안은 들어 올렸던 헬멧을 내려놓고,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머리카락에 수염을 기른 중년 남성이다. 입고 있는 정장은 세련되었고 키도 커서 제법 분위기가 살았다.
왠지 유럽 부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상류층에 속한 것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하나에 몇천은 하는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한국어가 아직 서툴러서 죄송합니다. 길을 좀 물어보려고요.”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말투는 제법 정중했다. 이안은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을 숨기고, 겉으론 친절한 사람인 척 싱긋 웃었다.
“아, 네. 어디로 가시는데요?”
“여기 이 호텔입니다. 지도에 안 나와서요.”
“아, 근처네요. 저쪽으로 쭉 가신 다음, 풋살장이 나왔을 때 왼쪽으로 꺾으시면 바로 있을 겁니다.”
“음…… 영어로 번역 가능합니까?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잠시만요.”
이안은 남자가 건네준 휴대폰에 방금 했던 말을 똑같이 내뱉었다. 남자는 번역이 완료된 문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럼, 저도 이만.”
이안은 감사 인사를 전하는 남자를 뒤로하고 헬멧을 푹 눌러썼다. 남자도 허리를 살짝 숙여주고, 이안이 알려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약간 흐릿하게 변한 시야 너머.
남자의 뒷주머니에서 살짝 튀어나온 명함의 이름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직책이나 회사의 이름 등은 알아볼 수 없지만, 영어로 큼지막하게 적힌 이름은 알아볼 수 있었다.
[Eddy]
에디.
분명 그런 이름이었다.
딱히 외워둘 필요는 없었다.
이안은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고, 바이크의 시동을 걸어 스로틀을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