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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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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누런 연막. 그 사이로 핏빛 안광이 번뜩인다.
붉은색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탁하다. 검붉은색이라고 하기에는 괴상할 정도로 질척거린다.
그렇기에 핏빛이다.
요사스러운 색깔. 마주하고 있으니 비강으로 비릿한 혈향이 번져오는 것만 같았다.
‘저게 흡혈귀.
대부분의 창작물에서 흡혈귀는 굉장히 이지적이고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종족이다. 인간의 피를 탐하기는 하지만, 그 과정은 우아하거나 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때때로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인간을 찢어버리는 이들도 등장하기는 하나, 어쨌든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주로 나타나는 이들은 아름답고 고풍스럽게 묘사되는 편이다.
“캬아악!!”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피골이 상접하여 회색빛 피부 너머로 뼈와 장기의 윤곽이 그대로 다 드러난다. 입술이 없어서 날카로운 이빨이 아무런 가림막 없이 노출되었고, 기형적으로 길게 뻗은 팔다리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이성 따위 거세된, 완벽한 짐승과도 같은 모습이다. 헌터들이 괜히 그들을 보고 본능대로 살아간다고 표현한 것이 아니었다.
눈빛에서 자그마한 이성의 편린조차 느껴지지 않으니, 남은 것은 흡혈귀로서의 본능밖에 없을 터.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망설일 이유도, 자비를 베풀 이유도 없다. 이안은 곧바로 흡혈귀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큰 소리와 함께 불을 뿜은 권총에서 은탄이 발사되었다.
정확히 흡혈귀의 귀를 관통한 총알. 부상이기는 하지만, 치명상은 되지 않는 공격이었다. 머리를 꿰뚫을 생각이었는데, 아직 권총에 익숙하지 않아 빗나갔다.
다음은 빗나가지 않는다. 이안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숨을 참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 순간, 은탄이 관통한 곳을 중심으로 흡혈귀의 몸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맥이 빠지는 퇴장. 이안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자, 알파가 허리춤에 꽂아놓았던 리볼버 두 자루를 손에 쥐며 씩 웃었다.
“흡혈귀 특제 은탄이다. 어딜 맞추던 죽일 수 있지.”
“……스치기만 해도 그런가?”
“상반신을 스치면 죽일 수 있다. 팔다리는 그냥 잘려 나갈 뿐이야.”
내뱉는 순간, 알파를 향해 술병 하나가 날아왔다. 노년의 헌터는 당황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겨 병을 깨트렸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 파편들이 술과 함께 아래로 떨어진다. 알파는 난간에 살짝 묻은 술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고는, 술을 던진 흡혈귀를 향해 리볼버를 까딱거렸다.
“르 팽이군. 비싼 와인이다. 아깝게 던지지 말고 잔에 따라서 가져와라.”
“……갸아아악!!”
DJ의 바로 앞. 인간으로 의태 중이던 흡혈귀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손톱을 날카롭게 세웠다. 알파가 그 모습을 보며 방긋 웃었다.
“싫다면 내가 가지.”
화악!
그가 난간 너머로 몸을 날리고, 정확히 흡혈귀를 겨냥한 채 방아쇠를 당겼다.
타당!
해머가 탄환을 두드리며 은빛 총알이 발사된다. 흡혈귀가 능숙하게 총탄을 피하고, 떨어지는 그를 향해 길쭉한 팔을 내질렀다.
으드득!
알파가 총 한 자루를 던져 팔의 궤적을 비튼다. 그러고는 오른손에 쥔 리볼버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빈손으로 해머를 연달아 당겼다.
타다다당!!
순간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게 신호탄이었다. 사방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흡혈귀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후우…….”
이안은 알파에게서 시선을 떼고, 점점 가까워지는 피 냄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욱한 연기 너머,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올라오는 중인 흡혈귀 두 마리의 매끈한 머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연막 탓에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선글라스는 연막을 뚫고 그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비춰주었다. 어째서 그들이 선글라스를 건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안은 곧바로 가늠좌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정확히 흡혈귀의 어깨와 머리를 깨부순 탄환. 뇌수와 핏물을 흩뿌리며 잿더미가 된 그들 위로, 천장을 부수며 다른 놈이 튀어나왔다. 놈은 이안의 냄새를 맡고 곧장 아가리를 쩍 벌리며 도약했다.
인간으로서는 흉내 내는 것조차 불가능한 속도. 이안은 미간을 콱 찌푸리며, 난간을 손으로 잡아 마법을 발동했다.
뿌드드득!
내뱉음과 동시에 난간의 형태가 변형된다. 중간부터 뚝 끊어진 원통 쇳덩이가 여러 갈래로 찢어지더니, 창처럼 쇄도하여 달려드는 흡혈귀의 궤도에 떡하니 자리를 잡는다.
“갸아악?!”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중에서는 자리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흡혈귀는 그대로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창에 관통당했다.
“갸악…… 갸아악……!”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고통에 몸부림칠 뿐, 숨통은 그대로 붙어있었다. 이안이 그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약점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죽지 않는 건가? 뇌랑 심장이 관통되었는데도 살아있다면 가능성은 그것뿐인데…….”
“마법사! 여유 부리지 마라!”
쐐애액!!
중얼거리는 순간, 옆에서 날아온 은화살이 흡혈귀의 관자놀이에 틀어박혔다. 고개를 돌리자, 손목에 장착한 쇠뇌를 장전하고 있는 베타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은화살을 주워 주머니에 집어넣고, 이안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흡혈귀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이해하지만, 아직 전투 중이다. 죽기 싫으면 방심하지 마.”
“음. 미안하다. 집중하지.”
탕!
이안이 베타의 어깨 너머, 달려오는 흡혈귀의 미간에 탄환을 처박으며 대답했다. 귀 바로 옆에서 터진 총성에 베타가 기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 시발! 귀 터질 뻔했잖냐! 군대 안 갔냐?!”
“고아라서 면제다.”
“힘들게 살았구나. 내가 미안하다.”
순식간에 태세 전환을 마친 그가 쇠뇌의 시위를 당기고, 반대 손에 말뚝을 꺼내 들며 말했다.
“2층으로 올라오는 놈들은 맡긴다. 네가 지금 3마리, 내가 5마리를 죽였으니 지금 남은 건 6마리뿐이야. 그것들을 처리하고 저 늙은이에게 합류할 거다. 이해했나?”
“……방금 그 흡혈귀는 사실상 내가 잡은 것 아닌가?”
“그런 사소한 것까지 따지지 말라고. 경쟁하는 게 아니잖아.”
“그건 그렇군.”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베타의 어깨를 권총으로 툭 두드려주고, 뻥 뚫린 천장 너머로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한 흡혈귀들을 응시했다.
“빠르게 끝내고 돌아가지.”
“오냐. 뒤풀이는 선짓국이다. 이의는 안 받아.”
“흡혈귀가 따로 없군.”
이안이 픽 웃으며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격발.
타다당!!
남아있는 탄환을 전부 쏟아내어 흡혈귀 두 마리를 처리했다.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는 그들 사이로 몸집이 제법 큰 놈 하나가 툭 떨어져 내렸다.
“크어어어억!”
울음소리가 다른 놈들과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흡혈귀 내부에서도 우량아로 취급되는 놈인 모양.
이안은 살짝 흐트러진 선글라스의 위치를 고치고, 탄이 비어버린 권총을 주머니에 쑤셔 박았다.
대신 마도서를 펼쳤다.
빈손으로 바닥을 짚어 재창조를 발동한다.
드드득!
손에 닿은 타일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가느다란 팔이 되어 흡혈귀의 다리를 콱 붙잡았다.
흡혈귀가 갑작스러운 접촉에 당황하는 찰나, 이안이 팔을 뒤로 잡아당겼다. 그와 함께 흡혈귀의 몸이 바닥을 긁으며 앞으로 쓰러졌다.
“크어억!”
균형을 잃고 넘어진 흡혈귀. 이안이 근처에 있던 의자 하나를 재창조하여 말뚝처럼 길쭉하게 바꾸고 놈의 팔꿈치에 내다 꽂아버렸다. 파육의 감촉과 함께 처박힌 말뚝 사이로 핏물이 튄다.
“캬아악!!”
흡혈귀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다른 손을 뻗어 이안의 심장을 향해 찔러넣었다. 이안은 반사적으로 마도서를 가슴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놈의 손과 마도서가 닿는 순간.
뻐어어엉!!
커다란 굉음과 함께 흡혈귀의 팔이 통째로 터져버렸다.
주인이 아닌 존재가 함부로 마도서와 접촉했기 때문에 발생한 폭발.
이안은 틈을 놓치지 않고, 쏟아지는 피를 피하며 놈의 다리에 손을 올렸다.
“새롭게 태어나라.”
꾸르륵……!
재창조의 마법이 발동한다. 놈의 다리를 중심으로 육체가 물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끔찍한 고통에 흡혈귀가 발버둥 쳤지만, 팔이 말뚝에 고정된 탓에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크허어어어ㅡ”
결국, 놈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내렸다. 이안은 바닥을 적신 붉은 회색빛 액체를 뒤로하고, 1층에서 싸우는 중인 알파와 무리를 이끌던 흡혈귀를 내려다보았다.
“빌어먹을 모기 년이. 제법 질기구나! 귀족에게 직접 피를 받기라도 한 모양이야!”
“……망…… 할 인,간……!”
“오호, 지능까지 생기는 중인가? 이거 정말 귀족이 한국에 들어왔나 보군. 당분간은 여기서 머물러야겠어.”
알파가 그렇게 말하며 능숙하게 리볼버를 장전했다.
하지만 목소리와 행동에 여유가 넘치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어깨에선 피가 줄줄 쏟아지고 있었다. 흡혈귀의 손톱에 관통되어 생긴 상처였다.
흡혈귀도 몰골이 멀쩡하지는 않았다. 은탄에 직격당한 부분은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목구멍에는 말뚝이 처박혀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안은 살짝 분홍빛이 도는 놈의 혈액을 응시하다가, 방금 막 흡혈귀의 이마에 은화살을 처박은 베타의 모습을 확인했다.
제법 격렬한 몸싸움을 했는지 그 또한 허벅지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다급하게 지혈하는 걸 보면 혈관이 다친 모양이다. 손목 위에 장착한 쇠뇌도 부서져 바닥을 나뒹구는 중이었고.
‘지원할 여유는 없어 보이네.
결국 남은 것은 이안 뿐이었다. 그는 곧바로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케이스 안에 든 것은 반지가 아니라 천에 고이 감싸진 생선의 눈알이었다. 이안은 천을 빠르게 걷어내고, 납작한 눈알을 손에 쥔 채 망막에 흡혈귀의 모습이 비치도록 각도를 조절했다.
……덜컥.
어느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맞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목표가 망막이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이안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망막에 비친 대상을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생기 하나 없는 눈동자에는 흡혈귀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눈동자를 손으로 쥐어 터트렸다.
콰직!
“……!”
안구가 뭉개지는 것과 동시에 흡혈귀의 눈동자가 터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진 놈의 안구 사이로 핏물과 투명한 액체가 줄줄 흘러나왔다.
“캬아아아악!!!”
산 채로 눈이 으깨지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놈이 괴성을 내질렀다. 그 모습에 알파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원거리에서 안구를 짓뭉개는 마법이라. 무섭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그는 곧 평정심을 되찾고 리볼버를 정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콰직!
발광하는 흡혈귀의 머리를 정확히 박살 낸 탄환이 벽에 처박힌다. 머리가 부너진 흡혈귀는 그 자리에서 짧게 몸을 떨더니, 곧 재가 되어 사라졌다.
“끝이군.”
놈을 마지막으로 모든 흡혈귀가 사라졌다. 알파는 곧장 품에서 작은 캡슐 하나를 꺼내 바닥에 집어 던졌다.
사아아아…….
깨진 캡슐 사이로 하늘색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알파는 연기를 가만히 놔두고, 이안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장소를 이탈한다! 지금쯤이면 카르텔에서 고용한 밴이 도착했을 거다!”
“주차장으로 가면 되나?”
이안이 마도서를 허리춤에 집어넣으며 물었다.
알파는 지혈제를 씹어 삼키고, 리볼버를 허리춤에 꽂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짭새가 오기 전에 빨리 움직인다!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