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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가는 대신, 빠르게 김소연이 입원한 병원의 병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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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며 병실의 문을 여는 그 순간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의 끝을 놓지 않았지만, 다행히 전이되는 일은 없었다. 두 사람은 안심하며 병실 내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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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인으로 구성된 병실 내부에는 노인이 2명, 그리고 청년 하나와 어린아이 하나가 각자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안과 체칠리아는 곧바로 아이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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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언니랑 오빠는 누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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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이라 적힌 명패가 걸린 침대 위, 팔다리에 깁스를 감은 김소연이 두 사람을 살짝 경계하며 물었다. 이안은 오는 길에 사 온 과자나 초콜릿, 음료수 등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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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이 보내서 왔어. 소연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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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보여준 모습과 완전히 다른 이안의 언행에 체칠리아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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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건 선물.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일단 이것저것 사 왔어.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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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랑 음료수! 진짜 먹어도 돼요? 수녀님이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지 말라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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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연이 잘 배웠네? 그럼 수녀님이랑 통화라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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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니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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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은 배시시 웃으며 감자칩의 포장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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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말 믿을게요! 나쁜 짓을 할 사람처럼은 안 생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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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순수한 발언에 이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김소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다가, 근처 의자에 앉아 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체칠리아도 잠깐 머뭇거렸지만, 보호자용 침대를 꺼내서 그 위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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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언니는 누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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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체칠리아. 수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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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을 우물우물 씹으며 소연이 묻고 체칠리아가 어색하게 대답한다. 아이를 대하는 게 서툰 티가 팍팍 나는 딱딱한 목소리. 이안은 잠깐 두 사람을 응시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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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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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병원에 들어왔을 때가 2시였던 걸 감안하면, 생각보다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진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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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형 신비의 시간 개념이 모호하다는 증거였다. 테마파크나 병원이나, 현실에 비해서 시간의 흐름이 굉장히 느려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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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도서관은 조금 빨랐던 것 같다. 안에서 그리 오랜 시간 있지 않았음에도 밖에 나오니 밤이었던 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공간형 신비라고 모두 느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안은 침음성을 흘리며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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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비해 시간의 흐름이 극단적으로 빠르거나 느리면 되게 골치아파 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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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에 괜히 공간형 신비와 관련된 의뢰가 많이 남아있던 게 아니었다. 신비의 자체적인 난이도는 뒤로하고, 시간에 장난질만 조금 섞어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니…… 아무리 마법사라고 한들 시간까지 건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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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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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조의 손길에 기록된 연금술, [억겁의 회중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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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만큼 돌리면 그 시점으로 회귀하는 일회용 회귀 장치지만, 그 사기성만큼이나 들어가는 재료도 만만치 않았다. 현실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게 가능한 [신의 손가락]처럼 위대한 자의 살점은 기본에 시간의 파편과 금빛 모래시계 등, 다른 연금술 제작품들도 다수 집어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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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물론이고 나중에도 만들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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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의 마도서는 다 좋은데, 이런 식으로 그림의 떡처럼 대단한 물건이 많은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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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조의 손길도 그렇고, 심해견문록도 그렇고. 대놓고 ‘나 대단해요!’라고 적힌 물건이나 소환수가 있지만, 정작 사용할 수는 없었다. 연금술은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고, 소환수는 소환했을 때의 여파를 조절할 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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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계륵이 아닐 수 없었다. 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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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자, 몇 분 뒤에 의사가 찾아와 소연의 경과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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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후유증은 없을 거고요, 앞으로 일주일만 더 지켜보고 퇴원할지 말지 정하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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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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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이안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주고, 소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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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의사에게 들은 보고를 수녀님에게 알려주며 그녀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체칠리아는 피곤한지 언제부터인가 잠든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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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도 피곤하긴 매한가지였지만, 체칠리아처럼 격렬하게 몸을 쓴 건 아니라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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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쓰라린 목 통증에 기침하며 멍하니 창밖을 응시했다. 이따금 말을 걸어오는 소연의 목소리에 대답하고, 주머니 안에 넣어둔 담뱃갑을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저녁이 거의 다 되었을 때, 수녀님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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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심스레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가, 고이 잠든 체칠리아를 보며 포근한 미소를 머금었다. 소연도 어느덧 잠든 상태라, 그녀를 맞이하는 건 이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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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녀님. 행사는 잘 끝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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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 이안 덕분이지.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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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는 이안의 손에 5만 원권 3장을 꼬옥 쥐여주며 말했다. 이안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돈을 다시 돌려드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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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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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으렴. 내 마음이 편해지고자 하는 일이야. 안 받아주면 고해성사를 하러 갈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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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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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협박 아닌 협박에 이안이 결국 항복했다. 그는 쓰게 웃으며 고이 접힌 지폐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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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통장에 돈이 많이 남아도는 이안에게 있어서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준 사람의 마음이 있으니까. 굳이 생색낼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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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받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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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고생 많았어. 그보다 이제 어쩔 생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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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좀 지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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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대답에 수녀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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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그럼 다음에 또 보자꾸나. 오늘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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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또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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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그 말을 끝으로 수녀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병실을 빠져나왔다. 고이 잠든 체칠리아의 모습이 순간 시야에 들어왔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병원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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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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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어두컴컴한 병원의 흡연실로 들어가 능숙하게 담배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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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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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로 끄트머리를 점화하자 미약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의자에 앉아 허공으로 연기를 내뿜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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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 체칠리아가 말했던 목적, 그건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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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을 놓쳐서 이젠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아직 다음 기회는 남아있었다. 체칠리아가 죽은 것도 아니니,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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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바티칸과 엮이는 건 피하고 싶지만, 이미 진득하게 엮여버린 상태였다. 풀어내기 위해선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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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관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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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잘 피해 다녔지만, 이번엔 아니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관리국에 얼굴이 알려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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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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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예상은 했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니까. 길든 짧든,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다른 마법사들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다른 마법사와 비교하며 상황을 조율할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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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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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뒤로 젖히며 연기를 뱉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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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의 마도서는 그 위험성만큼이나 굉장히 눈에 띄는 편이다. 괜히 유하나가 처음 보고 놀란 게 아니었다. 눈알이 삔 게 아니라면, 병원에서 사용한 소환술이 평범한 소환 마법이 아니라는 건 진즉에 눈치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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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그들의 반응이야. 병원에선 적대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현실에선 또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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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대놓고 병원장급의 괴생물을 소환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짓거리였고, 어떻게 보면 위험 분자라는 것을 대놓고 드러낸 대담한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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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결과적으로는 덕분에 탈출했으니 후회는 없었다. 후폭풍 정도야 감내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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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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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꺼트리고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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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자 겨울의 싸늘한 바람이 전신을 휘감고 흩어진다. 이안은 외투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코트의 끝에 묻은 피딱지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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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옷이야 그냥 버려도 상관없지만, 이 코트는 안 된다. 이미 마법을 너무 많이 걸어뒀다. 간단히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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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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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입김을 내뱉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새하얀 연기는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달빛 앞에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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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한 곳에 관리국 요원이 없는 걸 보면 아무래도 처음 병원으로 진입했던 곳에서 눈을 뜨는 모양인데. 덕분에 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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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 요원이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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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그들이 적대할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미리 연금술 물품들은 만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직 코트에 걸어둔 방어 마법도 건재하니, 기습 정도는 능히 막아낼 수 있었다. 코트에 걸어둔 역방향 조준도 몇 번은 더 사용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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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객사할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이안은 뼈를 찌르는 듯한 한기에 몸을 감싸며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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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 요원들은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는 보고를 올린 즉시, 지부장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임무에 참가했던 대응과 3팀 인원과 박희수는 곧장 지부장실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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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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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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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허락이 떨어졌다. 여울은 속으로 침을 꼴깍 삼키며 지부장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일행이 그녀를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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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은 이미 소파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맞은편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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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세요. 할 말이 많거든요. 아, 케이크나 차는 좋아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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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좋아합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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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 긴장한 티를 지우지 못하고 어색하게 대답했다. 다른 일행도 그녀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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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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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에도 얼마 없는 정신 계열의 초능력자. 혼자서 공간형 신비를 참살하고, 사무직에서 지원과, 정찰과, 대응과까지 모두 거친 정신 나간 이력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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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 수도 및 경기 지부의 지부장, 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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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그녀가 한국에서 제일 중요한 수도 지부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이질적인 경력과 실력을 지녔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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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부의 지부장이 그녀보다 약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인원은 없다. 애초에 그녀의 앞에선 무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리 의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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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전투라는 단어를 지워버리는 게 가능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그녀를 딸깍충, 간디, 평화주의자 등으로 부르곤 했다. 모두 다른 지부장들이 그녀에게 붙인 별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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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런 별명과 달리 그녀의 성정은 그렇게까지 평화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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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나긋나긋하지만, 한번 어긋나면 끝도 없이 날뛰는 이중적인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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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많은 관리국 요원들이 그녀와의 독대를 반기지 않는 편이었다. 관리국 요원에겐 관대한 김봄이지만, 그래도 시한폭탄인 건 매한가지니까. 괜히 긁어 부스럼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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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렇게 직접 호출을 받으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미리 세팅되어 있던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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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법사를 만났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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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를 향해 김봄이 물었다. 대답은 박희수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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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진짜 개쩌는 놈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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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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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사용하는 마법은 소환술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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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아의 기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희수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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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서 읽으신 대로, 그는 자기가 직접 소환한 소환수로 상황을 조율하며 병원장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습니다. 덕분에 저희도 탈출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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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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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수의 정체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악마나 요정, 정령 등. 평범한 소환수가 아닌 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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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외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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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실제로 그러한 존재를 만난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소환수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저라는 존재 자체가 꼬이는 듯한 감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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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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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수의 말을 경청한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며 양손을 포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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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법사, 이름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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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만 얼굴은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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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지금부터 그 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 1급에 놓아둘게요. 그리고 처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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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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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 김봄의 말을 받았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그때 보았던 광경을 떠올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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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주인을 정면에서 상대하는 게 가능한 마법사입니다. 괜히 놔뒀다가 이상한 길로 들어서거나 미친다면, 그땐 돌이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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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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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해선 안 됩니다. 실패하는 순간 관리국도 총력전에 나가야 합니다. 실패를 상정하면 애초에 시도조차 안 하는 게 옳습니다. 마법사를 암살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매우 신중한 선택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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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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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은 하나 방법이지만, 성공률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겁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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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른 방안이 떠오른 사람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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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이 묻자, 기다렸다는 듯 김이서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분홍색 머리카락이 고갯짓을 따라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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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회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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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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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만한 전력을 관리국의 동맹, 혹은 협력체로 놔두면 앞으로의 일에도 능히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공략하지 못했단 신비를 처단하는 것도 가능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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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 되는 마법사와 협력하려면 저희가 제법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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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할 만한 손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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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과는 전혀 반대되는 의견. 그러나 여울은 그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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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마다 생각이 다른 건 늘 있는 일이다. 굳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정싸움을 할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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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의견이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다. 결론을 내려줄 상급자가 있는 이상, 두 사람이 다툴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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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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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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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나 보네요. 좋아요, 저도 떠오른 생각이 마침 그 두 개였거든요. 그리고 그중, 관리국과 인류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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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은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잠깐 침묵하다가, 이내 진중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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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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