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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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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가는 대신, 빠르게 김소연이 입원한 병원의 병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며 병실의 문을 여는 그 순간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의 끝을 놓지 않았지만, 다행히 전이되는 일은 없었다. 두 사람은 안심하며 병실 내부로 들어갔다.

총 4인으로 구성된 병실 내부에는 노인이 2명, 그리고 청년 하나와 어린아이 하나가 각자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안과 체칠리아는 곧바로 아이를 향해 걸어갔다.

“……어? 언니랑 오빠는 누구예요?”

김소연이라 적힌 명패가 걸린 침대 위, 팔다리에 깁스를 감은 김소연이 두 사람을 살짝 경계하며 물었다. 이안은 오는 길에 사 온 과자나 초콜릿, 음료수 등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싱긋 웃었다.

“수녀님이 보내서 왔어. 소연이 맞지?”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과 완전히 다른 이안의 언행에 체칠리아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 이건 선물.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일단 이것저것 사 왔어. 먹으렴.”

“와아……!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랑 음료수! 진짜 먹어도 돼요? 수녀님이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지 말라고 그랬는데!”

“우리 소연이 잘 배웠네? 그럼 수녀님이랑 통화라도 해줄까?”

“음…… 아니요, 괜찮아요!”

김소연은 배시시 웃으며 감자칩의 포장지를 열었다.

“오빠 말 믿을게요! 나쁜 짓을 할 사람처럼은 안 생겼거든요!”

어린아이의 순수한 발언에 이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김소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다가, 근처 의자에 앉아 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체칠리아도 잠깐 머뭇거렸지만, 보호자용 침대를 꺼내서 그 위에 앉았다.

“근데 언니는 누구예요?”

“아…… 나는 체칠리아. 수녀야…….”

감자칩을 우물우물 씹으며 소연이 묻고 체칠리아가 어색하게 대답한다. 아이를 대하는 게 서툰 티가 팍팍 나는 딱딱한 목소리. 이안은 잠깐 두 사람을 응시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

처음 병원에 들어왔을 때가 2시였던 걸 감안하면, 생각보다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진 않은 상태였다.

공간형 신비의 시간 개념이 모호하다는 증거였다. 테마파크나 병원이나, 현실에 비해서 시간의 흐름이 굉장히 느려터졌다.

반면 도서관은 조금 빨랐던 것 같다. 안에서 그리 오랜 시간 있지 않았음에도 밖에 나오니 밤이었던 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공간형 신비라고 모두 느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안은 침음성을 흘리며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현실에 비해 시간의 흐름이 극단적으로 빠르거나 느리면 되게 골치아파 질 것 같은데.

카르텔에 괜히 공간형 신비와 관련된 의뢰가 많이 남아있던 게 아니었다. 신비의 자체적인 난이도는 뒤로하고, 시간에 장난질만 조금 섞어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니…… 아무리 마법사라고 한들 시간까지 건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가능하긴 하지만…….

재창조의 손길에 기록된 연금술, [억겁의 회중시계].

원하는 만큼 돌리면 그 시점으로 회귀하는 일회용 회귀 장치지만, 그 사기성만큼이나 들어가는 재료도 만만치 않았다. 현실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게 가능한 [신의 손가락]처럼 위대한 자의 살점은 기본에 시간의 파편과 금빛 모래시계 등, 다른 연금술 제작품들도 다수 집어넣어야 한다.

당장은 물론이고 나중에도 만들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물건.

외신의 마도서는 다 좋은데, 이런 식으로 그림의 떡처럼 대단한 물건이 많은 게 문제였다.

재창조의 손길도 그렇고, 심해견문록도 그렇고. 대놓고 ‘나 대단해요!’라고 적힌 물건이나 소환수가 있지만, 정작 사용할 수는 없었다. 연금술은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고, 소환수는 소환했을 때의 여파를 조절할 수가 없으니…….

참 계륵이 아닐 수 없었다. 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러고 있자, 몇 분 뒤에 의사가 찾아와 소연의 경과를 알려주었다.

“별다른 후유증은 없을 거고요, 앞으로 일주일만 더 지켜보고 퇴원할지 말지 정하면 될 것 같네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의사는 이안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주고, 소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를 떠났다.

이안은 의사에게 들은 보고를 수녀님에게 알려주며 그녀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체칠리아는 피곤한지 언제부터인가 잠든 상태였다.

이안도 피곤하긴 매한가지였지만, 체칠리아처럼 격렬하게 몸을 쓴 건 아니라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그는 쓰라린 목 통증에 기침하며 멍하니 창밖을 응시했다. 이따금 말을 걸어오는 소연의 목소리에 대답하고, 주머니 안에 넣어둔 담뱃갑을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저녁이 거의 다 되었을 때, 수녀님이 돌아왔다.

그녀는 조심스레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가, 고이 잠든 체칠리아를 보며 포근한 미소를 머금었다. 소연도 어느덧 잠든 상태라, 그녀를 맞이하는 건 이안 뿐이었다.

“아, 수녀님. 행사는 잘 끝내셨어요?”

“그래, 다 이안 덕분이지. 고맙구나.”

수녀는 이안의 손에 5만 원권 3장을 꼬옥 쥐여주며 말했다. 이안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돈을 다시 돌려드리려 했다.

“이런 건 필요 없습니다.”

“받으렴. 내 마음이 편해지고자 하는 일이야. 안 받아주면 고해성사를 하러 갈지도 모르겠구나.”

“…….”

그녀의 협박 아닌 협박에 이안이 결국 항복했다. 그는 쓰게 웃으며 고이 접힌 지폐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이미 통장에 돈이 많이 남아도는 이안에게 있어서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준 사람의 마음이 있으니까. 굳이 생색낼 필요는 없었다.

“그럼 받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고생 많았어. 그보다 이제 어쩔 생각이니?”

“집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좀 지쳐서요.”

이안의 대답에 수녀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럼 다음에 또 보자꾸나. 오늘은 고마웠다.”

“아닙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또 불러주세요.”

이안은 그 말을 끝으로 수녀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병실을 빠져나왔다. 고이 잠든 체칠리아의 모습이 순간 시야에 들어왔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병원을 벗어났다.

해가 저문 밤.

이안은 어두컴컴한 병원의 흡연실로 들어가 능숙하게 담배를 물었다.

치익.

라이터로 끄트머리를 점화하자 미약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의자에 앉아 허공으로 연기를 내뿜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모텔에서 체칠리아가 말했던 목적, 그건 뭐였을까.

타이밍을 놓쳐서 이젠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아직 다음 기회는 남아있었다. 체칠리아가 죽은 것도 아니니,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능하면 바티칸과 엮이는 건 피하고 싶지만, 이미 진득하게 엮여버린 상태였다. 풀어내기 위해선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그리고 관리국.

지금까지는 잘 피해 다녔지만, 이번엔 아니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관리국에 얼굴이 알려져 버렸다.

“…….”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예상은 했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니까. 길든 짧든,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다른 마법사들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다른 마법사와 비교하며 상황을 조율할 필요는 없었다.

“후우…….”

고개를 뒤로 젖히며 연기를 뱉어낸다.

외신의 마도서는 그 위험성만큼이나 굉장히 눈에 띄는 편이다. 괜히 유하나가 처음 보고 놀란 게 아니었다. 눈알이 삔 게 아니라면, 병원에서 사용한 소환술이 평범한 소환 마법이 아니라는 건 진즉에 눈치챘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들의 반응이야. 병원에선 적대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현실에선 또 다르니까.

눈앞에서 대놓고 병원장급의 괴생물을 소환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짓거리였고, 어떻게 보면 위험 분자라는 것을 대놓고 드러낸 대담한 짓이었다.

뭐, 결과적으로는 덕분에 탈출했으니 후회는 없었다. 후폭풍 정도야 감내해야겠지.

치이익.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꺼트리고 버린다.

밖으로 나오자 겨울의 싸늘한 바람이 전신을 휘감고 흩어진다. 이안은 외투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코트의 끝에 묻은 피딱지를 털어냈다.

다른 옷이야 그냥 버려도 상관없지만, 이 코트는 안 된다. 이미 마법을 너무 많이 걸어뒀다. 간단히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하아…….”

허공에 입김을 내뱉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새하얀 연기는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달빛 앞에서 흩어졌다.

탈출한 곳에 관리국 요원이 없는 걸 보면 아무래도 처음 병원으로 진입했던 곳에서 눈을 뜨는 모양인데. 덕분에 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

관리국 요원이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라도 그들이 적대할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미리 연금술 물품들은 만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직 코트에 걸어둔 방어 마법도 건재하니, 기습 정도는 능히 막아낼 수 있었다. 코트에 걸어둔 역방향 조준도 몇 번은 더 사용할 수 있고.

최소한 객사할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이안은 뼈를 찌르는 듯한 한기에 몸을 감싸며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관리국 요원들은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는 보고를 올린 즉시, 지부장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임무에 참가했던 대응과 3팀 인원과 박희수는 곧장 지부장실로 올라갔다.

“지부장님.”

“들어오세요.”

그저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허락이 떨어졌다. 여울은 속으로 침을 꼴깍 삼키며 지부장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일행이 그녀를 뒤따랐다.

지부장은 이미 소파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맞은편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앉으세요. 할 말이 많거든요. 아, 케이크나 차는 좋아하시죠?”

“……예, 좋아합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여울이 긴장한 티를 지우지 못하고 어색하게 대답했다. 다른 일행도 그녀와 비슷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관리국에도 얼마 없는 정신 계열의 초능력자. 혼자서 공간형 신비를 참살하고, 사무직에서 지원과, 정찰과, 대응과까지 모두 거친 정신 나간 이력의 소유자.

관리국 수도 및 경기 지부의 지부장, 김봄.

괜히 그녀가 한국에서 제일 중요한 수도 지부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이질적인 경력과 실력을 지녔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지부의 지부장이 그녀보다 약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인원은 없다. 애초에 그녀의 앞에선 무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리 의미 없었다.

머릿속에서 전투라는 단어를 지워버리는 게 가능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그녀를 딸깍충, 간디, 평화주의자 등으로 부르곤 했다. 모두 다른 지부장들이 그녀에게 붙인 별명들이었다.

다만 그런 별명과 달리 그녀의 성정은 그렇게까지 평화롭지 않았다.

평소에는 나긋나긋하지만, 한번 어긋나면 끝도 없이 날뛰는 이중적인 성격.

덕분에 많은 관리국 요원들이 그녀와의 독대를 반기지 않는 편이었다. 관리국 요원에겐 관대한 김봄이지만, 그래도 시한폭탄인 건 매한가지니까. 괜히 긁어 부스럼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여울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렇게 직접 호출을 받으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미리 세팅되어 있던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래서, 마법사를 만났다고요?”

그런 그녀를 향해 김봄이 물었다. 대답은 박희수가 했다.

“예, 진짜 개쩌는 놈을 만났습니다.”

“오, 오빠!”

“주로 사용하는 마법은 소환술인 것 같았습니다.”

박민아의 기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희수가 말을 이었다.

“보고서에서 읽으신 대로, 그는 자기가 직접 소환한 소환수로 상황을 조율하며 병원장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습니다. 덕분에 저희도 탈출할 수 있었죠.”

“…….”

“소환수의 정체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악마나 요정, 정령 등. 평범한 소환수가 아닌 건 확실합니다.”

“……혹시 외신인가요?”

“외신…… 실제로 그러한 존재를 만난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소환수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저라는 존재 자체가 꼬이는 듯한 감각을 받았습니다.”

“일단 알겠어요.”

박희수의 말을 경청한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며 양손을 포갰다.

“그 마법사, 이름은 모르죠?”

“네. 다만 얼굴은 알고 있습니다.”

“좋아요. 지금부터 그 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 1급에 놓아둘게요. 그리고 처분은…….”

“암살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여울이 김봄의 말을 받았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그때 보았던 광경을 떠올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신비의 주인을 정면에서 상대하는 게 가능한 마법사입니다. 괜히 놔뒀다가 이상한 길로 들어서거나 미친다면, 그땐 돌이킬 수 없습니다.”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어떡하죠?”

“실패를 해선 안 됩니다. 실패하는 순간 관리국도 총력전에 나가야 합니다. 실패를 상정하면 애초에 시도조차 안 하는 게 옳습니다. 마법사를 암살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매우 신중한 선택이 필요할 겁니다.”

여울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암살은 하나 방법이지만, 성공률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겁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옳습니다.”

“음…… 다른 방안이 떠오른 사람은 있나요?”

김봄이 묻자, 기다렸다는 듯 김이서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분홍색 머리카락이 고갯짓을 따라 흔들렸다.

“저는 회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유요.”

“네. 그만한 전력을 관리국의 동맹, 혹은 협력체로 놔두면 앞으로의 일에도 능히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공략하지 못했단 신비를 처단하는 것도 가능할 테고요.”

“그 정도 되는 마법사와 협력하려면 저희가 제법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거예요.”

“감수할 만한 손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울과는 전혀 반대되는 의견. 그러나 여울은 그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요원마다 생각이 다른 건 늘 있는 일이다. 굳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정싸움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의견이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다. 결론을 내려줄 상급자가 있는 이상, 두 사람이 다툴 이유는 없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있어요?”

“…….”

“없나 보네요. 좋아요, 저도 떠오른 생각이 마침 그 두 개였거든요. 그리고 그중, 관리국과 인류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은…….”

김봄은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잠깐 침묵하다가, 이내 진중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역시 이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