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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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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이단 심문관.

일반인이라면 절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놈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안은 눈을 찌푸리며 놈의 미간을 총구로 더욱 강하게 짓눌렀다.

“……평범한 사람은 아니군.”

“평범한 일반인이, 이런 곳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냐? 마법사면서 순진하군. 아직 경험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야.”

“관리국 요원인가?”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 이안이 고개를 들이밀며 중얼거렸다.

“풍겨오는 냄새에 화약 향이 섞여 있다. 이건 총을 다룬다는 뜻이고, 평소에도 총을 사용하는 곳은 관리국이 유일하지. 경찰은 발포를 그리 자주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옷걸이에 걸린 정장. 평범한 물건은 아니야. 무언가 특별한 실로 짠 물건이다. 저것과 비슷한 물건을 본 적이 있지.”

“……오우.”

“관리국의 대응팀은 혼자서 움직이지 않아. 그럼에도 혼자 여기 갇힌 걸 보면 대응팀은 아니라는 뜻이고, 그럼 정찰이나 기초적인 탐사를 왔다가 갇혔을 확률이 높겠어. 상처가 없음에도 환자로 입원한 건, 콜록, 흐으…… 어떻게 한 일이지?”

“목에서 탄 내가 나는데. 다쳤나?”

“묻는 말에나 대답해.”

철컥.

이안이 리볼버의 해머를 엄지로 쥐고 까딱거렸다. 남자는 그 모습을 잠깐 응시하다가, 양손을 위로 올리며 대답했다.

“네 말이 다 맞다. 관리국 소속 정찰과 5팀 소속. 박희수. 5팀 인원 차례차례 탐사 임무에 나섰으나 전원 사망. 내가 마지막 생존자다.”

“…….”

“환자로 입원한 건 지병 때문이다. 이 빌어먹을 병원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병까지 확인해서 강제로 입원시켜 버리더군.”

“지병?”

“별거 아니다. 그리고 알려줄 생각도 없지. 어떤 마법을 쓰는지도 모르는 마법사에게 내 병을 알려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거든.”

박희수가 흐릿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안은 잠깐 그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다가 총구를 거뒀다. 그의 미간에 선명한 총구 자국이 붉은색으로 남았다.

“박상철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나?”

“규칙서를 작성한 내 동료다. 아는 걸 보니 너도 읽었나 보군. 도움이 되던가?”

“그래. 다만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다. 이미 시체가 된 모습을 확인했어. 아마 ‘기증자’로서 신체가 분해되었을 거다.”

박희수는 순간 쓰게 웃으며 그리 말했다가, 다시 여유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그래서? 우리 잘난 마법사 나리랑 바티칸의 심문관님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역시 탈출인가?”

“이야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네 말이 맞다. 협력이 필요해.”

이안은 창가에 걸터앉고, 리볼버의 실린더를 돌리며 말했다. 체칠리아가 그의 곁에서 주변을 경계했다.

상대가 일반인이 아닌 관리국 요원이라는 걸 알아차린 이상 거리낄 게 없다고 판단한 건지, 그녀는 이안의 강압적인 태도에 태클을 걸지 않았다.

“협력이라고 하면, 퇴원 절차겠군?

박희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치의가 누구지?”

“신경외과 의사. 아마 퇴원 허락을 받으려면 놈에게 받아야 할 텐데…….”

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치며 고개를 저었다.

“이놈의 지병이 있는 이상 아마 완치 판정은 안 될 거다. 탈출은 어려워.”

“…….”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박희수는 자신의 소매를 걷어 올리며 양반 자세로 앉았다.

“동전을 하나 구해와라. 그걸로 내 능력을 사용하마.”

“……앞뒤 설명 하나도 없이 곧바로 명령이라니.”

“마법사에게 내 능력을 알려줄 것 같으…… 음. 아니군. 이 정도는 알려줘도 되겠어. 내 능력은 동전 던지기다. 어때, 멋있지.”

이안은 대답하지 않고 리볼버를 까딱거렸다. 박희수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동전을 튕겼을 때. 앞면이 나오면 내게 행운이 일어나고, 뒷면이 나오면 불행이 일어난다. 지금 내 지병도 불행의 여파로 발생한 일이야.”

“……음.”

“하지만 능력의 대가로 동전을 소모하거든. 내 통장에서 100만 원이 사라지는 부작용도 있고…… 아무튼. 지금 내가 가진 동전은 10원짜리가 전부다. 최소 500원은 있어야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

“까다로운 능력.”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체칠리아가 투덜거렸다.

“행운이 나오면 지병이 나아?”

“내가 원하는 행운이 발생하는 편이니까. 아마 나을 거다.”

“불행이 나오면?”

“하하. 불행이 나올 확률은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 20퍼센트다. 거의 안 나온다는 뜻이지.”

“20퍼센트가 낮은 확률은 아닌데. 그래서 나오면 어떻게 돼?”

체칠리아의 차분한 물음에 박희수가 골똘히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몰라. 아무튼 좆되겠지. 안 그래도 지금 불행 상태인데.”

그의 시원한 답변에 이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창가에서 몸을 일으키며 숨을 길게 토해냈다.

“후우…… 한 가지만 묻지. 이 병원에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환자는 있나?”

“몰라. 다만 층이 놓아질수록 더 이상 ‘병원’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의 장소가 나온다는 건 알고 있지. 지금 여기가 마지노선이다. 그나마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곳도 25층이 끝이야.”

“올라갔다 왔나?”

“내 팀원 중 한 명이 홀로 층을 탐사했지. 확실한 정보니까 믿어도 좋다.”

확신에 찬 어조로 발하는 박희수를 응시하며 가만히 머리를 굴린다.

위로 올라갈수록 위험하다는 발언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 66이라는 숫자 자체가 굉장히 불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층을 올라갈수록 풍겨오는 피 냄새가 짙어졌었다. 설명하기 힘든 오물 향기도 가득했고.

다만 확신의 영역까지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억측. 그냥 가설일 뿐이다.

직접 확인할까 싶기도 했지만, 굳이 위험부담을 겪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믿는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정보가 아닌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되었다.

이안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박희수를 향해 말했다.

“동전의 크기가 중요한 건가? 아니면 가치?”

“가치랑 크기 모두. 크기는 최소 500원 정도고, 가치도 그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지폐는 안 될 거고. 외국 화폐도 상관은 없나?”

“그래.”

이안은 알겠다는 듯 침음성을 흘리고 지갑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있는 거라고는 카드가 전부였다. 동전이나 지폐는 하나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도 현금을 가지고 다닐걸 그랬다. 그는 가볍게 혀를 차며 지갑을 집어넣고 체칠리아를 돌아보았다.

“……체칠리아, 혹시 동전 조금 가진 게 있나?”

“어…… 2유로 동전 하나 있어.”

그녀가 주머니에서 유럽 지도가 새겨진 동전 하나를 꺼내 들었다.

2유로. 한화로 약 2천 원이 넘는 가치를 지닌 화폐.

박희수는 그 유럽에서만 사용되는 동전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거렸다.

“역시 바티칸 소속 이단 심문관. 가진 돈도 참 많군. 이리 줘봐라. 바로 튕겨서 잭팟을 터트려 줄 테니.”

“……말투가 너무 별로. 주기는 하겠지만…….”

체칠리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쥐고 있던 동전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박희수는 중간은 누렇고, 바깥쪽은 백색의 테두리로 휩싸인 동전을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레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숨을 길게 토해냈다.

“제발 행운. 진짜 제발 행운. 여기서 죽으면 진짜 개죽음이야……!”

“…….”

“마법사! 이단 심문관! 날 지켜봐 줘!”

박희수가 눈을 번쩍 뜨고 손가락을 탁 튕겼다. 청아한 소리를 내며 위로 솟구친 동전을, 그가 빠르게 붙잡고 체칠리아를 홱 돌아보았다.

“이거 앞면이랑 뒷면 그림이 어떻게 다르지?”

“……앞면은 그냥 그림. 뒷면은 숫자랑 유럽 지도가 그려져 있어.”

“좋아. 간드아앗!”

박희수가 기합을 내지르며 동전을 붙잡고 있던 손을 펼쳤다. 이안과 체칠리아가 그의 손에 안착한 동전의 그림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아.”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박희수의 흉터 가득한 손아귀 속.

선명하게 새겨진 숫자 2와 유럽 지도가 세 사람을 향해 방긋 미소 짓고 있었다.

“개시발.”

드르륵!!

박희수가 욕지거리를 내뱉는 순간, 병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간호사들이 떼를 지어 몰려왔다. 그러고는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긴급환자 발생! 긴급환자 발생! 지금 바로 수술대로 올립니다! 김 간호사! 모든 의사분들을 3번 수술실로 호출해 주세요!”

대충 들어도 절대 좋은 소식은 아닌 말들이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안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은밀히 마도서를 교체. 그대로 간호사들을 하나하나 붙잡으며 마법을 발동했다.

우드득!

간호사들은 감히 재창조의 마법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육편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의도치 않은 소재 획득의 시간이었지만, 이안은 기뻐하는 대신 박희수를 노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간호사를 건드린 순간 이미 끝이야. 이제 놈들이 계속 몰려올 거다.”

“……네가 건드린 거 아니냐?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개소리할 시간이 있으면 빨리 방안이나 생각해. 그대로 수술대에 던져놓기 전에.”

이안이 으르렁거리자, 박희수도 농담을 집어치우고 환자복을 벗어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익숙하게 넥타이를 착용한 그가 전투태세를 가다듬은 이안과 체칠리아를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 병원을 영업 불능 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비상구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 차를 탈취해서 이 공간의 경계선까지 이동한다!”

“유용한 작전인 거 확실해?”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는 공간형 신비에 갇혔을 때 사용하는 관리국의 메뉴얼 중 하나다! 사용하기 위한 조건이 매우 복잡하고, 운과 무력이 필요한 짓이라 시도한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마법사랑 이단 심문관이 함께라면 불가능하지도 않겠지!”

“차가 있을 거라 확신은 어떻게 하는 거냐?”

“다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의 매트릭스를 들어 올려 안에 숨겨둔 샷건과 탄창을 꺼내 쥐었다. 그러곤 능숙하게 장전하며 서랍에 넣어둔 담뱃갑을 주머니에 쑤셔 박았다.

“가자! 지금만 임시동맹이다!”

“……자기가 불행을 뽑은 주제에 입만 살았군.”

“위험한 조합의 탄생이다!”

박희수는 이안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샷건의 펌프를 당기며 씩 미소 지었다. 이안이 한숨을 푹 내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창문 너머로 시선을 슬쩍 옮기자, 공터에 멍하니 서 있던 환자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까득.

이안이 담배의 필터를 깨물어 부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