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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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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외곽의 뒷산으로 향하는 길. 이안이 탄 택시가 뻥 뚫린 도로를 달린다.
그러던 와중, 택시 기사가 슬쩍 말을 걸었다.
“옷이 되게 멋지네요. 여자 친구라도 만나러 가는 건가요?”
“예? 아, 그건 아닙니다. 그냥 잠깐 혼자 나들이? 같은 거예요.”
난데없는 질문에 이안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택시 기사는 허허 웃으면서 운전대를 손으로 두드렸다.
“좋네요. 이야, 저도 어릴 때는 참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죠. 왕년에 제가 예? 아주 그냥 차랑 오토바이를 몰고 전국을 그냥 크…….”
“...아, 그렇군요. 하하.”
“그렇다니까요? 나도 젊었을 때는 손님처럼 얼굴도 되게 잘생기고 그랬는데. 흐흐…… 여자가 줄을 섰어요, 줄을.”
“그래요?”
이안은 적당히 택시 기사의 말에 대꾸해 주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 떠든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등산객들을 위한 코스가 마련된 뒷산.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막걸리집에 앉아 있는 몇몇 중년분들만 보일 뿐이다.
다행히 누군가의 시선을 피해서 움직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가 멈추는 것과 동시에 택시비를 결제하기 위해서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허허 웃으며 카드를 밀어냈다.
“돈은 안 받겠습니다. 이야기 잘 들어준 보답이에요.”
“예?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진짜 괜찮습니다. 자자, 빨리 나가세요. 저도 다음 손님 받아야죠.”
택시 기사가 이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안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택시 문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면 두 배로 드릴게요.”
“허허, 예의 바른 청년.”
부우웅.
택시는 문이 닫히자마자 도로를 달려 떠났다. 이안은 구겨진 코트의 위치를 고치며 숨을 길게 토해냈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
요즘 같은 세상에도 저런 귀인이 있을 줄이야. 조금 말이 많을 뿐이지, 참 좋은 사람이었다. 이안은 속으로 그의 행운을 빌어주며 발걸음을 옮겼다.
“…….”
뻥 뚫린 등산로. 오르는 사람은 없고, 내리는 사람만 가득한 길을 걷는다. 옷차림이 등산에 어울리는 편은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지만, 특이하게 보는 듯한 눈빛은 고스란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법사로 의심하는 것만 아니면 상관없다. 이안은 눈이 마주치는 상대에게 슬쩍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카르텔 어플에 찍힌 지도를 따라 등산로를 더 올라갔다.
그렇게 숨이 적당히 차오를 때쯤. 동굴로 향하는 샛길이 보였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라 관리는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안은 조심조심 길을 내려가고, 옆으로 자란 나무를 짚으며 풀을 헤쳤다.
‘목격자는 없네.
다행히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안은 살짝 안심하며 리볼버의 해머를 미리 당겼다. 언제나 총알로 가득한 실린더는 서늘했으나, 당장이라도 총알을 내뿜을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된 상태였다. 기름칠은 충분히 되어 있다.
찰칵, 찰칵.
괜히 실린더를 한 바퀴씩 돌리면서 동굴을 찾아 움직인다. 야생 동물의 기척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미약한 피 냄새만 동굴 방향에서 풍겨왔다.
인간의 후각으로도 선명하게 맡을 수 있을 정도의 선명한 혈향. 이안은 손에 리볼버를 쥐고, 냄새를 따라 발끝을 돌렸다.
“…….”
그러기를 한참, 동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두컴컴한 동굴 내부. 그 사이로 잿빛 피부를 지닌 3마리의 생명체가 보인다.
앞으로 휜 등, 불룩하게 나온 복부와 뼈만 보이는 가슴. 길쭉한 근육질 팔다리와 날카로운 손톱, 이빨.
옷은 입고 있지 않았다. 찢어진 옷가지만이 바닥을 나뒹굴 뿐이다.
생전 여자였던 구울은 젖이 미묘하게 튀어나와 있지만, 그 형태가 절대 인간과 비슷하지는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개와 비슷했다. 굉장히 역겨웠다.
구울들은 딱히 움직임이 없었다. 모두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 안쪽에 앉거나 누워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좀비와 마찬가지로, 이성 없이 본능으로만 움직인다는 증거였다.
좀비와 구울은 특징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문외한이 보기엔 둘 다 거기서 거기였다.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좀비는 인간만 탐하고, 구울은 생명체를 가리지 않고 다 처먹는다는 점일까.
‘풍기는 피 냄새는 동굴에 살던 짐승의 시체에서 나는 거였군. 옷의 종류가 여럿인 걸 보면, 인간도 좀 먹은 것 같고.
방금 막 식사를 마친 덕분인지, 인간 냄새가 풍겨왔음에도 구울은 반응하지 않았다. 이안은 대담하게 놈들이 누워있는 동굴 바로 앞까지 다가가 놈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륵?”
“그륵. 그르륵…….”
바로 근처에서 냄새를 맡은 구울 두 마리가 눈을 뜬다. 하지만 구울은 이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음에도 그를 똑바로 응시하지 못하고 고개만 갸웃거렸다.
마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거였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리볼버를 쥐지 않은 손에 마도서를 소환했다. 그러자 두 마도서가 나란히 그의 손에 잡혔다.
‘아니, 너는 빠져야지.
이안은 곧장 재창조의 손길을 가방에 넣고 심해견문록만 잡아서 펼쳤다. 가방에 들어간 마도서가 진동하는 게 느껴졌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오늘 시험해 볼 건 재창조 마법이 아니었다.
심해견문록의 소개글을 넘기고 소환 파트를 확인한다. 그중 가장 첫 번째 생물의 소환진을 바닥에 그린다. 당연히 동굴로부턴 거리를 좀 벌렸다.
굳이 펜을 쓸 필요는 없었다. 나뭇가지로 적당히 흙에 마법진을 그리고, 그 위에 신비의 살점을 2개 정도 놔둔다.
테마파크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구했던, 그리 많이 챙기지는 못한 직원의 육체였다. 오피스텔에서 구한 귀신의 영체는 사용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이거라도 써야 했다.
손가락에 피를 살짝 내서 살점 위로 뿌린다. 피 냄새에 구울들이 반응하지만, 미리 거리를 벌려두어서 여유는 충분했다.
피에 젖은 살점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가만히 눈을 감는다. 한 손에는 마도서를, 한 손으로는 리볼버를 쥐고 주문을 외운다.
“위대한 자의 피조물이여. 신의 자식이여. 아들이자 딸이며, 노예이자 신성한 자여. 그분의 대리인인 내가 명하노니,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라.”
쩌저적……!
주문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마도서에서 붉은색 핏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소환진에 빛이 들어왔다.
발광하는 소환진을 따라 괴이의 살점과 핏물이 녹아 들어간다. 이윽고 빛이 잦아드는 순간, 피 안개가 자욱하게 번지며 소환진 위로 기괴하게 생긴 생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끼기긱…….]
검붉은색의 몸뚱이. 생김새는 꽃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해파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눈이나 코, 귀는 없으며 오직 입만 몸의 중심부에 달려서 뻐끔거린다.
몸통에 달린 뾰족한 세 촉수 가닥이 마치 다리처럼 기능하여 대지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통칭 전달자.
사람 머리만한 크기의 그 자그마한 생물은, 이안을 향해 몸을 돌리고 반갑다는 듯 촉수를 위로 세워 흔들었다.
[끼이익……!]
생물의 의지까지 이안에게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이안은 대충 감으로 저것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차렸다. 그는 소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구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먹어.”
[끼기긱!!]
외해의 생물이 이안의 뜻을 따라 세 가닥의 촉수를 빠르게 회전한다. 마치 바퀴처럼 바닥을 구르며 질주한 그것이 구울의 얼굴에 달라붙어 아가리를 쩍 벌렸다.
자신의 몸뚱이보다 몇 배는 더욱 크게 벌어진 아가리 속으로 구울의 상반신이 쏙 들어간다.
그리고.
콰지지직!!
끔찍한 소리와 함께 구울의 상반신이 생물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엄청난 양의 피가 튀고, 삼키지 못한 장기와 훤히 드러난 뼈가 바닥을 나뒹군다. 상반신을 잃은 하체는 잠깐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끼긱!]
전달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두 마리의 구울까지 노렸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접근한 그것이 구울 한 마리의 얼굴에 들러붙어 촉수를 양쪽 어깨에 박아 넣었다.
“그르아아악!!”
[끼긱!]
구울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비웃는 것처럼, 전달자가 몸을 들썩이며 구울의 몸을 양쪽으로 잡아 뜯었다. 척추를 중심으로 등분된 몸뚱이가 바닥에 엎어지고, 남은 한 마리의 구울이 포식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전달자는 놈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 갈래의 촉수를 전부 머리에 찔러넣고 비틀어 구울의 대가리를 갈아버렸다.
푸화아악!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뇌수와 살점,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전달자는 몸을 들썩이며 웃다가, 사방에 뿌려진 구울의 시체로 다가가서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이안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걸 지켜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더 강하네.
외신이 직접 창조한 생물이라 구울을 가볍게 처리할 거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죽여버릴 줄은 몰랐다. 저게 가장 약한 생물이라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끼긱.]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포식자의 고개가 이안을 향해 돌아갔다.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소환해 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는 온데간데없었고, 피와 살점을 맛본 포식자만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배가 안 찼다는 뜻인가.”
소환에 응하는 대가. 충분히 배가 차지 않으면 소환자를 역으로 공격한다는 문장이 이안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동굴 속에 있는 짐승 한 마리의 사체를 가리키며 입술을 달싹였다.
“저기 시체 하나 있으니까 더 먹어. 그럼 충분하지?”
[끼익!]
이안의 말에 전달자가 촉수를 끄덕였다. 놈은 바닥을 굴러 동굴에 있는 사체에 다가가더니, 곧장 고개를 처박고 살과 장기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괴이 가장 약한 놈도 괴이 세 마리로는 부족한 건가. 이거 이러면 다른 놈들은 얼마나 많이 처먹을지 감도 안 잡히는데.
체급이 뛰어난 건 좋지만, 이래서야 연비가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공격 수단으로는 탁월했다. 재창조 마법처럼 순간순간 빠르게 사용할 수는 없더라도, 여유가 주어진다는 가정을 하면 이만한 마법도 없었다.
이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도서를 덮었다. 그리고 구울의 피를 채취해서 가방에 집어넣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다행히 전달자는 배고픔을 채우자마자 피 안개가 되어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허기를 달래는 것 자체가 역소환의 조건이었던 모양이다.
배고픈 상태로 놔두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계속해서 주변에 있는 생명체들을 먹어 치우지 않을까 싶었다. 그 첫 번째 대상은 마도서의 주인일 거고.
배은망덕한 놈이 아닐 수 없지만, 강력한 마법일수록 그 대가가 큰 것도 당연한 법이었다. 재창조 마법이 특이한 거라, 남발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전형적인 강강약약 마법이네. 상대하는 대상의 몸에 살이 많거나 절대적인 물량이 많지 않으면 소환하는 게 오히려 손해겠어.
미리 시험해 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사실이었다. 알아둬서 다행이다.
집으로 돌아온 이안은 가볍게 몸을 씻고, 피에 젖은 옷을 세탁했다. 검은색 옷이라 티가 그리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린내가 진동을 하니 씻기는 해야 했다.
세탁을 마친 옷들은 적당히 베란다에 널어두고, 침대에 걸터앉아 대충 사 온 저녁을 먹는다.
메뉴는 치킨이었다. 믿음의 치킨은 다행히 배신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두 마도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각자 다른 성격의 마법이 작성된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다시 공부를 할 차례였다.
‘일단 익숙한 것부터 시작할까.
재창조의 손길에 적힌 연금술과 마법의 양은 상당히 방대했다. 틈이 날 때마다 읽고 있음에도 계속 처음 보는 것들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단순히 파괴력에만 치중된 심해견문록과 달리, 이쪽은 다양한 방면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서 계속 탐구할 가치가 충분했다.
“음.”
이안은 밤을 새울 작정으로 에너지 드링크를 쭉 들이켜고, 재창조의 손길을 잡아 표지를 열었다.
“어.”
열려고 했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다. 이안은 당황하며 표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갑자기 왜 그래?”
[우웅!]
마도서가 이안의 품에서 한 차례 진동했다. 그 모습이 마치 ‘진짜 몰라서 물어?’라고 짜증을 내는 것 같아서, 이안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니, 뭐야? 표지 좀 열어봐. 책 좀 읽게.”
[우웅! 우우웅!!]
“뭐, 싫다고?”
[우웅!]
마도서가 긍정이라는 듯 몸을 떨며 표지를 쩍 벌리고, 이안의 손가락 하나를 사이에 넣어 콱 닫아버렸다.
“윽.”
욱신거리는 통증에 이안이 마도서를 놓치는 순간, 바닥에 떨어진 재창조의 손길이 애처롭게 바닥을 기어가 구석에 쏙 숨어버렸다.
이안이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마도서가 삐진 모양이다.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