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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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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이안은 두 마도서 사이에 낀 손을 빼낼 수 있었다.
두꺼운 책으로 짓눌린 손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보면 부서진 건 아닌 것 같은데, 아프기는 더럽게 아팠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손목까지 번져온다.
[우웅!]
[우우웅!]
이안의 손이 빠졌음에도 마도서들은 계속해서 서로의 몸뚱이를 들이박았다. 모서리로 표지를 찍어버리고, 옆으로 빙글빙글 돌아서 옆구리를 후려친다.
흡사 UFC 경기였다. 튀는 게 피가 아니라 스파크고, 선수가 인간이 아니라 책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두 마도서는 진심으로 서로를 밀어내고 죽이기 위해서 푸닥거렸다. 모습이 좀 우스꽝스럽기는 해도, 두 책에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진심이었다.
“……하아.”
이안은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새하얀 마도서와 시꺼먼 마도서.
상반되는 색을 지닌 책들이 싸우는 모습은, 솔직히 외신이 작성했다고 여기기 어려울 정도로 유치했다. 어린 애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보다 마도서가 2개라…….
갑자기 마도서 하나가 더 굴러들어 왔지만, 이안이 바라던 상황은 아니었다. 평범한 마도서라면 또 모를까. 외신이 작성한 걸 두 개나 지니고 있으면 어떤 탈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외신의 마도서가 지닌 힘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그 어떤 것이든 원하는 형태로 재조립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능력. 특이한 마법을 지닌 유나조차도 보고 놀랄 정도로 규모나 위력에 비해 리스크가 거의 없는 마법이다.
분명 저 [심해견문록] 또한 비슷할 터.
직접 창조한 생물을 소환하는 게 가능하다고 적혀 있지만, 그 생물이 평범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책의 제목도 바다와 연관되어 있다. 아마 크라켄을 포함한 각종 심해 괴물들을 부리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평범한 생물이 아닌, 외신이 직접 만든 생물이니 육지에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할 거고.
부족한 공격력을 채우기에는 나쁘지 않은 마법이다.
그래, 나쁘지는 않은데…… 굳이 원하지도 않았다.
“후우…….”
이안은 담배 한 개비를 물고 태우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여전히 싸우는 두 마도서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안내문을 곳곳에 붙이는 사서를 응시하며 팔짱을 낀다.
마도서의 간택이라는 게 온전히 마도서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마법사가 찾으려면 찾을 수야 있겠지만, 그 경우보다 마도서가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아마 방금 산 채로 찢겨나간 모세 제8의 서도 호기심에 슬쩍 들렀다가 강제로 잡혀 오체분시를 당한 거겠지. 의도한 일은 아니지만, 참 안타깝게 되었다.
아무튼, 마도서의 선택을 받는다는 건 마법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평범한 마도서라면 거부할 수 있지만, 외신의 마도서는 그딴 게 불가능했다. 눈앞에 나타나자마자 강제로 표지를 열어서 내용을 보게 하는 데, 저항할 틈 같은 게 있겠는가.
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싸우다 지쳐 쓰러진 마도서들을 내려다보았다.
테이블 위에 드러누워 미동도 하지 않는 상반된 색의 두 책.
그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소환.”
그와 동시에 심해견문록이 그의 손에 잡혔다.
[……!]
재창조의 손길이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몸을 덜덜 떨어대고, 심해견문록이 표지를 펄럭인다. 이안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내비치는 두 마도서를 무시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심해견문록을 읽기 시작했다.
‘어쨌든 확인은 해야 하니까.
소환에 응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마도서의 소유자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바라지 않았던 두 번째 마도서라고 한들, 소유주가 되었다면 돌이킬 수 없다.
거절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 남는 건 적응뿐이다.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해 봤자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판단은 빠르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인다.
‘그래도 커뮤니티에 물어는 봐야지. 마도서를 2개 지닌 마법사도 있냐고.
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마도서의 소개글을 읽었다.
[심해견문록]
[저자: 외해의 주인]
[본 마도서는 외신, 외해의 주인 ■■■의 손에 쓰였으며 ■■■가 직접 만들어낸 외해의 생물들을 소환하여 다루는 게 가능한 마법이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물에서 숨을 쉬는 마법, 담수를 해수로 바꾸는 마법 등이 적혀 있다. 본 마도서의 전 주인이 없으므로 기억의 열람은 불가능하다. 기뻐해도 좋다.]
재창조의 손길과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소개글이다. 이안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다양한 마법이 적힌 목차를 넘기고, 마도서의 주요 내용인 소환 파트를 확인한다.
[외해의 생물은 모두 기본적으로 생명체에게 적대적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혐오하고 증오하며, 이는 저들끼리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목숨은 그들이 살아가는 바다의 주인에게 저당 잡혀 있으며, 그녀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복종하고 따르지 않는다.]
[다만 마도서를 통해 그들을 불러와 다루는 건 가능하다. 재료로 필요한 것은 소유주의 피와 신비의 살점이다. 내장 기관이면 더욱 좋다.]
[사용하는 피와 살점의 양에 따라 소환되는 생물의 크기 또한 달라진다. 다만 소환진을 잘못 그릴 경우, 역으로 외해 속으로 빨려 들어가니 주의하라.]
[또한 소환한 후, 그에 응한 대가. 즉, 충분한 음식을 주지 않는다면 역으로 소유자를 공격한다.]
[소환할 수 있는 생물과 그들의 소환진은 다음과 같다.]
[전달자]
[기생충]
[실패작]
[감지 않는 눈알]
[포식자]
[톱]
.
.
.
“……더럽게 많군.”
이안은 쭉 이어진 소환진과 그들의 외형, 설명을 읽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 읽기에는 분량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대충 성격은 파악이 끝났다.
게임으로 치자면 소환사 계열의 마법이다.
다만 그렇게 소환되는 존재들이 요정이나 정령처럼 이롭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먹어 치울 정도로 포악하고 굶주려 있다는 차이점이 존재했다. 소환의 대가를 주지 않으면 소환사를 역으로 죽이려 들기까지 한다.
딱히 대가로 받아 가는 게 없던 재창조 마법과 비교하면 연비 자체는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원거리 공격 수단이 하나 생겼다는 건 환영할 만한 사안이다.
‘재창조랑 소환을 같이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네.
두 마도서의 주인으로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마도서에 적힌 마법은 쥐고 있는 책 하나만 사용이 가능하다. 심해견문록을 쥔 채로 재창조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그것 이외의 다른 소소한 마법들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저, 손님.”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자, 사서가 다가왔다. 놈은 이제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든 건지, 가만히 서 있음에도 몸을 바들바들 떨어냈다. 제대로 서 있는 방법도 잊어가는 것이다. 백치가 되기 직전 단계였다.
저 상태로 5분 이상 놔두면 자기 혼자 털썩 쓰러져 죽어버린다. 딱히 놈이 죽든 말든 이안에겐 별 상관이 없었지만. 여기서 나가기 위해선 놈의 존재가 필수다.
이안은 마도서를 덮고, 두 권의 책을 가방에 쑤셔 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규칙서 배치 다 끝났어?”
“네에…… 안내문도 곳곳에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걸 왜 하는 건지 이해가 잘되지 않습니다…….”
“알 필요 없어. 그보다 규칙서 원본 줘봐.”
“아, 여기 있어요…….”
사서가 곱게 접은 종이를 이안에게 내밀었다. 이안은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 입을 열었다.
“좋아, 용무는 끝났으니까 이제 나간다.”
“아, 네…… 정식 절차를 밟으시면 나갈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사서가 말하는 정식 절차란, 도서관에 있는 책 한 권을 대여하고 독후감을 써오겠다며 약속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확한 기간을 물을 때 대답을 해버리면, 그 기간이 지나는 순간 도서관으로 강제 전이된다.
알고 있으면 당할 필요가 없었다.
“심해견문록. 이제 내가 가져갈게. 대여 아니고 소유. 기간은 없어.”
“아, 으음…… 그…… 그거 맞아요……? 왜 이렇게 아닌 것 같지.”
“지금 나 의심하니?”
“아, 아닙니다. 나가도 괜찮아요…….”
사서가 어색하게 머리를 긁으면서 도서관 입구를 가리켰다.
“지금 나가면 현실로 이어집니다…… 다음에 또 이용해 주세요…….”
“오냐. 아, 그리고 너 등에 종이 하나 붙어 있다. 뜯어봐.”
“아,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이안은 길쭉한 팔을 뻗어 종이를 떼는 사서를 보며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찌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살점째로 뜯겨나간 붉은색 종이가 사서의 손에 잡힌 채 덜렁거린다. 그 순간, 멍하게 풀렸던 사서의 거대한 눈동자가 부릅 뜨였다.
“너 이 시발 마법ㅡ!!!!!”
“간다.”
이안은 굳이 놈과 어울려주지 않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를 맞이해준 것은 복도가 아니라 짙은 밤하늘이었다.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다행히 창문 밖의 괴물들과 눈싸움을 벌일 필요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고, 도서관의 벽에 기대서 담배 한 개비를 태웠다.
“……후우.”
허공을 향해 입김과 연기를 같이 내뱉는다. 하늘로 흩어지는 매캐한 연기 사이로 별과 달이 보인다. 빛이 거의 없는 주택 단지라서 그런지, 별이 상당히 잘 보였다. 달은 좀 기괴할 정도로 밝았다.
‘……저 별의 어딘가에 만물의 재구성이랑 외해의 주인 본체가 있는 건가.
그들의 실제 모습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닐 것 같았다. 보고 미쳐버리지나 않으면 다행 아닐까.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다 피운 담배를 대충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고 발걸음을 옮긴다.
여전히 바람은 제법 차가웠다.
*
집으로 돌아온 이안은 곧바로 샤워하고, 의자에 앉아 카르텔에 연락을 취했다.
[나: 도서관 의뢰 완료했다. 보수는 어떻게 받지?]
[카르텔 직원: 고생하셨습니다. 보수 같은 경우, 근처 카르텔 지점을 방문하여 의뢰 완수 보고를 하고 수령 하시면 됩니다. 지점 위치는 본 어플에 안내되어 있으니 확인 바랍니다.]
[나: 보니까 동물병원이라고 나오는데.]
[카르텔 직원: 맞습니다. 그곳에 방문하여 카르텔 어플을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나: 신원 보호는 확실히 되는 거지?]
[카르텔 직원: 그렇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 그래, 알았다.]
[카르텔 직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카르텔의 상담사, 익스였습니다. 좋은 밤, 편안한 하루 보내십시오.]
이안은 휴대폰 화면을 닫고 옆에 대충 놓아두었다.
인뎀니스를 이용할 때는 보수가 바로바로 들어와서 좋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직접 찾아가야 하는 모양이다. 참 서비스 잘 만들었다 싶었다.
그렇다고 몇백만 원이나 드는 서비스를 매번 사용할 수는 없었다. 적당히, 필요할 때만 쓰는 게 낫다.
“이동 수단을 하나 마련하는 게 낫겠어.”
이안은 그렇게 내뱉으며 책상 위에 놓아둔 두 마도서를 곁눈질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렇게 치고받고 싸우더니, 지금은 또 얌전했다.
화해를 한 건가, 아니면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인 건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매번 싸우는 것보단 나았다.
이안은 두 마도서의 표지를 겹치게 놔두고, 뒷면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사이좋게 지내라. 난 잔다.”
그 말을 끝으로 이안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안의 숨소리가 고르게 바뀔 때쯤, 두 마도서가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우웅!]
[우웅? 우웅~]
새하얀 책이 화내고, 검은 책이 이죽거린다.
[우우웅!!]
결국 재창조의 손길이 먼저 몸을 날렸다.
모두가 잠든 새벽.
두 마도서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