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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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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점점 멍청해지는 사서의 옆에 앉아서 같이 커피를 마셨다.
한 도서관의 책임자라서 그런가, 사서가 타 준 커피는 제법 맛있었다. 분명 똑같은 인스턴트 가루를 쓸 텐데, 어떻게 맛이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
이것도 일종의 괴현상 아닐까?
“음.”
이안은 종이 위에 사서가 타 준 커피는 먹어도 된다는 규칙을 적은 뒤, 그를 돌아보았다.
“일단 도서관에서 뛰면 안 됩니다. 점프도 안 돼요. 아, 기어다녀도 안 되고, 책장을 타고 올라가도 안 돼요. 그럼 제가 호다닥 달려가서 머리를 똑 따버려요.”
“그렇군. 다음 규칙은?”
이안은 커피를 홀짝이며 그가 알려준 규칙을 하나하나 종이에 새겨넣었다.
심각할 정도로 방대한 규칙은 최대한 요약해서 적는다. 예를 들어 도서관의 책에 침을 바르거나 찢으면 아가리가 쭉 찢어져 2등분으로 몸이 나누어진다, 같은 규칙은 ‘책을 훼손하지 말 것’이라고 축약한다. 나머지 규칙들도 비슷하게 줄였다.
이걸 못 알아보고 굳이 굳이 책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한다면 그건 자연사다. 어차피 여기가 아니라도 어디서 죽을 예정인 거지.
톡톡.
이안은 볼펜을 손가락 사이로 굴리고, 담배를 입에 물며 사서의 규칙을 계속 경청했다.
“앗, 도서관에서 흡연은 금지에요. 담배 피우면 발끝부터 천천히 지져 죽여야 해요!”
“난 괜찮아.”
“아. 그래요? 알겠어요…….”
“그보다 다음 규칙이나 계속 말해줘. 앞으로 몇 개나 남았어?”
“어…… 총 136개요!”
“……요약하면 몇 갠데.”
“그럼 7개에요!”
“그럼 요약해서 설명해 줘.”
“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이안은 사서가 알려준 규칙을 빠르게 작성하고, 사서는 점점 멍청해지는 두뇌를 어떻게든 회전하며 모든 규칙들을 설명했다.
이윽고 규칙서가 완성되었다.
나폴리탄 괴담이나 다름없는 규칙. 축약에 축약을 반복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내용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외우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최소한 복사본은 들고 다니는 게 생존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터.
‘만약을 위해서 여기 하나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괴현상은 기본적으로 신비와 인간을 가리지 않는다. 이안은 제 발로 도서관에 방문했지만, 일반인들까지 그러리란 보장은 없었다. 마법사나 초능력자라는 조건 상관 없이, 분명 끌려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생환율을 높이기 위해서 복사본 몇 개는 도서관에 남겨두는 게 좋을 듯싶었다. 그는 직접 작성한 규칙서를 사서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거 복사해서 5개 정도만 도서관 곳곳에 배치해 줄래? 원본은 나 돌려주고.”
“어, 왜요?”
“규칙은 모두가 알아야 되잖아. 그래야 너도 편하게 쉴 수 있지.”
“그렇네요! 복사할게요!”
“그래, 규칙서들을 각각 어디에 놔뒀는지 알려주는 안내문도 만들어.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여기서 뭘 하든 신경 쓰지 마.”
“알겠어요!”
이안은 활기차게 대답하는 놈을 놔두고 방대한 책들의 무덤으로 걸어갔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게 솟은 책장. 그중 하나를 들여다보며 괜찮은 책이 있는지 살펴본다.
대부분은 악의적인 것들이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방법 총집편은 그 분량이 자그마치 2천 페이지에 달했다. 굳이 읽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마냥 그런 것들만 있는 건 또 아니었다. 평범한 소설책인 돈키호테, 아서왕 전설 등. 현실에서 유명한 이야기들도 몇 개 보였다. 책을 읽는 행위에 불이익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펼쳐 읽어보았으나, 역시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소설이다.
‘이 세계 저 세계에서 책을 모아오는 곳인 모양인데. 그럼 마도서도 있으려나.
들고 있던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아 넣고, 마도서를 손에 쥐며 어깨를 두드린다.
이안이 소유하고 있는 마도서는 평범한 마도서와는 궤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같은 인간이 작성한 일반적인 마도서와 달리, 재창조의 손길 작성자는 외신이었다.
외신이라는 존재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창작물에서처럼 지구를 꿀꺽 삼키는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주에서도 강자로 꼽히는 존재인 건 확실하다. 지구에서 난다 긴다 하는 마법사들도 그들의 앞에 서면 벌레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니 확인해 보고 싶었다. 마법사가 작성한 마도서와 외신이 작성한 마도서의 차이가 뭔지. 수준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등. 미리 알고 있으면 훗날 그들과의 충돌에서도 이점을 점할 수 있을 터였다.
“흐음.”
지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복사기를 뒤로하고. 이안은 제 발로 도서관 곳곳을 누비며 마도서를 찾아 움직였다.
그러기를 한참, 다른 책들과 다르게 제법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푸른 표지에 금빛 글자가 새겨진 두꺼운 도서. 이안은 책의 제목을 확인하고 씩 미소를 머금었다.
[모세 제8의 서]
당첨이다. 이안은 재창조의 손길을 테이블 위로 올려두고, 의자에 앉아 새롭게 찾은 마도서를 둘러보았다.
모세 제8의 서는 이안도 알고 있는 마도서였다.
레메게톤, 솔로몬의 열쇠, 네크로노미콘, 알만델, 정령의 직무의 서 등. 내로라하는 수준급 마도서와 같은 등급의 책. 이서아가 지니고 있던 마도서 안내문에도 해당 마도서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기도를 통해 비를 내리게 하거나, 홍수를 일으키는 등. 파괴적인 마법이 주로 기록된 마도서.
비록 죄를 뉘우치고 신에게 진심을 다해 빌면 마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는 하지만, 대단한 마도서라는 건 확실했다. 이안은 사서를 보채서 커피 한 잔을 더 가지고 와 홀짝이며 마도서의 표지를 넘겼다.
“……?”
넘기려 했다. 하지만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표지는 넘어가지 않았다.
“아니, 이거 왜 이래.”
도서관의 다른 책들과 달리, 마도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까 표지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마치 열리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힘을 주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이것 봐라?”
자기가 좋다고 모습을 드러낸 주제에, 갑자기 이렇게 튕긴다고? 무슨 어장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오기가 생겼다. 이안은 책을 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온 힘을 다해 표지를 잡아당겼다.
[……우그극!]
모세 제8의 서가 안간힘을 다하며 펼쳐지지 않기 위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두꺼운 표지는 몇 mm 깔짝거리기만 할 뿐,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너도 와서 도와봐!”
결국 이안이 숨을 헐떡이며 재창조의 손길을 불렀다. 외신의 마도서는 도도하게 한숨을 내쉬는 듯 한 차례 펄럭이더니, 천천히 기어와 모세 제8의 서 표지를 툭 건드렸다.
그리고.
뻐어어어엉!!!!
거대한 굉음과 함께 모세 제8의 서가 터졌다.
“……!”
갈기갈기 찢기고 으스러진 마도서가 바닥에 후드득 떨어진다. 순식간에 시체처럼 변한 그것은, 간헐적으로 부들부들 떨다가 이윽고 축 늘어졌다.
죽은 것이다. 방금 이 세상에 있던 마도서 하나가 그대로 소멸했다.
“…….”
이안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바닥에 떨어진 마도서였던 것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마을 하나를 통째로 수장 시켜버리고, 대홍수로 재난을 불러오는 게 가능했던 마도서는 오늘 생을 마감했다.
고대 시대부터 존재했던 위대한 위인, 모세가 남긴 흔적은 그렇게 사라졌다. 이안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외신이 작성한 마도서는, 그 주인에게도 영향을 준다.]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마도서의 잔재를 응시하고 있자, 손아귀로 재창조의 손길이 올라오며 저절로 페이지를 펼쳤다.
[마도서의 주인은 외신에게 간택 받은 자로 간주 된다. 이 상태가 된 마법사는 다른 마도서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된다. 읽히는 순간, 자아가 붕괴하여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다만 격이 높은 마도서들은 이를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적합성이 100퍼센트인 대상은 더 이상 간택 받은 애완동물이 아닌, 외신의 동반자로 간주 되어 사실상 다른 마도서들에게 외신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같은 외신의 마도서가 아닌 이상, 모든 마도서는 외신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소멸한다.]
“……아.”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외신이 쓴 마도서를 주워 주인이 된 순간부터 다른 마도서는 사용하는 것도, 들여다보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이안은 머리를 긁적이며 손에 잡힌 새하얗고 두꺼운 책을 응시했다.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 마도서는 마치 자신 이외에 다른 마도서는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무슨 집착 심한 여자 친구도 아니고. 어이가 없었다.
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마도서를 테이블에 내려두었다.
“결국, 같은 외신이 쓴 마도서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거지.”
마법사가 쓴 마도서를 평생 볼 수 없게 된 건 아쉽지만, 그렇다고 다른 외신의 마도서를 찾아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집착 심한 마도서는 한 권으로 충분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커피를 집어 들기 위해서 옆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커피가 든 종이컵이 아니었다.
딱딱하면서도 거친, 가죽의 질감이다.
“……?”
분명 테이블 위에 다른 책을 놓아두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갑자기 잡힌 이건 뭐란 말인가.
이안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손에 잡힌 무언가를 확인했다.
그건 새까만 책이었다. 아무런 설명도, 그림도 없이. 그저 검은색으로 칠한 표지 위로 붉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심해견문록]
심상치 않은 제목의 책이 튀어나왔다. 이안은 곧바로 손을 떼려고 했지만, 손은 저절로 움직여 표지를 사락 넘겨버렸다. 새하얀 페이지 속 빼곡하게 들어찬 글자가 그의 안구에 비친다.
[심해견문록]
[저자: 외해의 주인]
[본 마도서는 외신 외해의 주인, 이하 ■■■가 작성한 것으로 ■■■가 직접 창조한 생물을 소환하는 방법이 주로 기록되어ㅡ]
콰앙!
익숙한 내용의 소개글을 이안도 모르게 읽어 내려가던 순간, 돌연 재창조의 손길이 심해견문록의 표지를 닫아버리고 위에서 꽉 짓눌렀다.
“어억!”
손등이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에 이안이 비명을 내지르고.
[우웅!]
[우우웅!]
두 마도서가 이안의 손을 끼운 채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이안은 압착기로 손이 짓눌리는 듯한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 아! 야이, 아프다고!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