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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근처 샌드위치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를 하나 구매하고 먹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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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도서관이 있는 곳은 어느 주택단지였다. 다만 사람이 그렇게 많이 사는 곳은 아니었다. 과거에 있었던 대화재로 주민 대부분이 빠져나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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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어느 가정집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아 그랬다고 하던데, 과연 그게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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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지금 와서 생각해 봤자 별 의미도 없었다. 어떤 미친 마법사가 불을 질렀든, 신비가 테러를 일으켰든. 모두 과거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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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샌드위치를 깔끔하게 먹어 치우고, 고요한 주택단지 내부를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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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불이 들어온 집이 거의 없었고, 그마저도 사람의 형태는 보이지 않았다. 거리에는 고양이만 돌아다닐 뿐이다. 잡귀도 몇 마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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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귀신에게 다가가 재료로 바꾸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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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오피스텔보다 여기가 더 나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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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특성상 가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주변에서 집을 들여다보기도 좋은 구조라 딱히 고려하지 않았건만, 이러면 돈을 모았을 때 이사를 고려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공방이 아니라 집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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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장은 돈이 없어서 이사도 못 간다. 아무리 저택이 싸다고 한들 기본 몇억은 가볍게 넘을 테니…… 일단 이번 의뢰를 해결하고, 이사할지 말지 고르는 게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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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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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길 한참,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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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보다는 서점에 더욱 가까운 높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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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단지에 덩그러니 있는 거대한 도서관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었으나, 그렇기에 신비라는 확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안은 품에 넣어둔 리볼버의 장탄을 슬쩍 확인하고 창문 너머로 건물의 풍경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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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는 듯, 창문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안의 얼굴만 선명하게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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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에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미지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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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에 들어가기 직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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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때는 테마파크라는 공간이 얼마나 끔찍한지 몰라서 조금 대담하게 움직일 수 있던 반면, 지금은 공간을 잠식한 신비가 인간에게 그리 친화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머리가 달려 있다면 무작정 들어가는 게 안 좋다는 판단은 누구나 내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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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당시와 달리 지금은 곁에 아무도 없었다. 의지할 부분은 오로지 스스로의 판단력과 임기응변 능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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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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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몰려드는 긴장감에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천천히 태웠다. 매캐한 연기가 폐부로 스며들자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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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등에 멘 가방 속, 챙겨온 여러 물품을 주섬주섬 코트 주머니나 바지 주머니에 넣고 진입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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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서를 위한 주머니도 코트 안쪽에 새로 재봉을 해둬서, 이제 책을 어디에 숨겨둘 필요는 없어졌다. 이안은 새하얀 마도서를 큼지막한 주머니에 넣고 주먹으로 툭툭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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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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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일으킨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가볍게 관절을 풀고, 다 피운 담배를 손에 쥔 채 도서관의 정문을 천천히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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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은…… 음산한 복도였다. 창밖에서 쏟아지는 태양 빛은 안쪽으로 단 한 줌도 스며들지 않았다. 대신 창백한 회색빛으로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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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없다. 쭉 뻗은 복도와 그 끝에 덩그러니 달린 문 하나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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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손에 쥔 꽁초를 대충 바닥에 튕기듯 버려버리고, 복도로 완전히 몸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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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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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정문이 스스로 닫기고 잠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밀어보았으나, 미동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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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고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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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몸을 움찔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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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위로 달린 거대한 창문. 그 너머로 기괴하게 새긴 거대한 생물 하나가 도서관 복도 안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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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달린 것은 수도 없이 많은 눈알이 전부다. 그리고 그 동공에 뾰족한 이빨들이 장어처럼 달려 있다. 머리는 어지간한 버스만큼 거대했고, 구부러진 몸뚱이는 작은 빌딩과 크기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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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비친 건 놈뿐만이 아니었다. 본래 회색빛으로 반짝이던 창문 너머, 기괴하게 생긴 생물들이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 이안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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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와는 다르다. 그곳에 있던 괴이들은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특정 트리거를 발동해야만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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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놈들은 당장이라도 살점을 취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다. 벌어진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고, 충혈된 눈동자로 이안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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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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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문이 열리거나 창문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 위험한 일은 없을 것 같다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여전했다. 이안은 정문 위에 붙어있는 괴이를 죽어가는 눈알에 담고, 그대로 으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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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놈의 모든 눈동자가 일제히 터졌다. 그게 처리하는 방법이었던 건지, 괴이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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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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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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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이 가장 거대한 놈이 죽자, 창문에 붙어있던 괴이들이 놀란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장 몸을 돌려 도망쳤다. 이안은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 붙어있는 핏자국을 보고 숨을 길게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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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에게 신경 쓸 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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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복도 끝에 달린 도서관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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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여니 짙은 책 냄새가 후욱 풍겨왔다. 불쾌한 향기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편안한 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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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모습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창문은 없었지만, 벽을 통째로 가린 커튼이 설치되어 있었다. 높게 솟은 책장 안에 책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테이블 위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얇은 책들이 정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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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끔찍하기만 하던 테마파크와는 반대되는 편안하고 고요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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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도서관의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며 조심스레 책의 제목들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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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육 요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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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조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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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인간을 맛있게 양념하는 52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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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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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확인한 이안의 말문이 막혔다. 풍경이 이렇다고 한들, 그 안에 내용물까지 평범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는 혀를 쯧 차면서 본격적으로 도서관 내부를 거닐기 시작했다. 도서관의 형태와 분위기는 노트를 꺼내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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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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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를 잠깐, 도서관의 관리석에 앉아 있던 사서가 그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이안은 놈의 모습을 확인하고 가만히 펜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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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평범하게 달려 있다. 다만 이목구비가 없었다. 말 그대로 머리만 달려 있을 뿐이다. 팔다리는 길쭉했고, 골반에는 거대한 눈알이 꿈틀거리고 있다. 활짝 열린 가슴은 책을 보관하는 장소인지, 법전 같은 두꺼운 책들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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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규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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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규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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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규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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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세 권으로 이루어진 책. 그것들은 이 도서관의 규칙을 알려주는 도서였다. 한 권의 분량이 매우 방대하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대놓고 드러나 있는 건 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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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사서의 외형에 대한 묘사 작성을 마치고, 놈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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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규칙을 좀 알 수 있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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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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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서의 머리가 세로로 쩍 벌어지며 괴성을 터트렸다. 순간 머리가 핑 돌아버릴 것 같은 폭음에 이안이 이를 꽉 깨물고 벽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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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는!!!!!! 정숙!!!!!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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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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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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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 이안은 어떻게든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머리가 으스러지지 않도록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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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를 한참. 더 이상 이안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사서가 괴성을 뚝 끊고 다시 가지런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안은 바닥에 앉아 거친 숨을 헐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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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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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 하는 이명이 양쪽 귀에서 선명하게 들려온다. 뇌가 흔들린 건지, 시야가 어지럽고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균형도 잘 잡히지 않았다. 손가락이 벌벌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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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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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떻게든 몸을 다시 일으키고, 라이터를 꺼내서 점화했다. 그러자 주변 소음이 싹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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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는 눈앞에서 라이터가 켜졌음에도 꼼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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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내면 발작하는 주제에, 방화가 될 수 있는 라이터에는 반응하지 않는 게 어이가 없었다. 누가 괴이 아니랄까 봐 기준도 자기 멋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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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침묵 속에서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다시 침착하게 행동하려 애썼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머리가 아프기는 했으나, 최소한 죽을만한 위협은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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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단순히 목소리를 낸 것만으로 발작할 정도라면, 다른 행동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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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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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해 보면 테마파크보다 더욱 까다로운 곳이었다. 이안은 침묵 속에서 한숨을 푹 내쉬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붉은색 종이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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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지능을 감퇴시키고, 끝끝내 백치로 만들어 죽여버리는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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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상황을 좀 보고 사용할지 말지 정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목적만 이루고 탈출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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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레 종이를 사서의 등에 찰싹 붙였다. 다행히 접촉으로는 반응하지 않는지, 사서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멀뚱멀뚱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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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충분히 시간이 지났다고 판단되었을 때쯤. 이안이 거의 다 써가는 라이터의 불을 꺼트리고 조심스레 헛기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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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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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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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헛기침 소리에 사서가 곧장 머리를 쩍 벌렸다. 하지만 숙, 이라는 어절은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가만히 서서 골반에 달린 눈으로 이안을 응시하다가, 길쭉한 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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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도서관에서는 정숙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이거 기억이 참 가물가물하네요. 아, 가물치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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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개소리에 이안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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