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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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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에 진입했던 관리국 요원들은 한 명의 사망자만 발생하고 모두 무사 귀환을 마쳤다.
부상자가 몇몇 있기는 했지만, 그거야 회복실에서 며칠 요양하면 나을 정도였다. 다행히 신체 결손을 입은 인원은 없었다.
성과 또한 나쁘지 않았다. 구출한 인원은 0명이지만, 테마파크의 규칙과 구조를 파악해서 공략법을 작성한 덕분에 다음 탐사를 더욱 원활하게 이뤄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사상자를 대폭 줄이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터.
보고서를 모두 읽은 관리국 수도 지부의 지부장은, 온화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잘했어요. 모두 고생했으니까, 당분간은 좀 쉬다가 다시 업무로 돌아와요.”
“…….”
“미르 양?”
“……아, 죄송합니다.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요.”
지부장의 맞은편에 앉은 미르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지부장은 괜찮다는 듯, 그녀에게 과자와 커피를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같은 6팀 인원들이 걱정되는 건가요?”
현재 수도권 관리국의 주요 인사들은 전원 박물관 습격 작전에 투입된 상태다. 팀장은 물론 부장까지 모두 오감 박물관 중, 미각 박물관 공략에 나섰다.
하나 같이 관리국의 중요한 병력이자 병기나 다름없는 이들이다. 당연히 대응과 내부에서 가장 강하다고 명성이 자자한 6팀도 미르를 제외하고 모두 참전했다. 미르는 팀에서 막내라 참가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같은 팀원들을 걱정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박물관 자체가 굉장히 격이 높은 괴현상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거기서 갈려 나간 관리국 인원으로만 산을 쌓을 수 있을 정도니까.
지부장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미르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잘하고 있을 거예요.”
“……아, 네.”
미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실 같은 팀원을 걱정하지도 않았고, 그냥 테마파크에서 봤던 기괴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을 뿐이지만 그녀는 굳이 지부장의 착각을 바로 세우지 않았다.
대신 이안이 던졌던 거울 파편 조각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보고서에 적혀 있던 마법사의 공격 수단 중 하나입니다.”
“아.”
지부장은 조심스레 반투명한 파편을 받아 들고 슥 둘러보았다.
건너편 상대와 자신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 평범한 마법 도구라고 보기에는 약간 어폐가 있는 이질적인 기운. 이유를 알 수 없는 본능적인 꺼림칙함.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고, 파편을 테이블 위로 올려두었다.
“……이 너머에서 이상한 형체를 봤다고 했죠?”
“네. 마법사가 쥐고 있던 마도서가 살짝 비쳤는데, 그와 동시에 정신 이상이 생겼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제 뇌를 직접 쥐고 주무르는 듯한 감각이었어요.”
“정신 지배가 걸린 도구인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물리적인 공격력도 상당했습니다. 바닥을 유리로 바꾸고 파편처럼 깨부쉈으니…… 사람이 맞으면 아마 즉사일 겁니다.”
“골치 아프네요. 이런 짓이 가능한 마법사가 왜 하필 한국에서…… 최근 부산에도 마법사가 새로 하나 나타났다고 보고가 올라왔는데, 참…….”
지부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대응은 했어요? 아, 그러니까 전투했겠구나.”
“관리국의 마법사 대항 지침서 첫 번째 항목. 현장에서 마법사를 마주치게 되었을 때, 상대가 마법적인 수단을 꺼낸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공격하거나 현장을 이탈하라. 그대로 이행했습니다.”
“참 구식인 지침이기는 한데, 뭐 틀린 것도 아니긴 하죠.”
마법사 그 자체가 위협적이라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이곳이 판타지 세상이었다면 그들이 불을 뿜거나, 실드를 쌓거나, 번개를 내다 꽂고 하겠지만 이곳은 엄연히 현실이다. 그런 짓이 가능한 마법사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총 한 발이면 죽는다. 장거리 저격이 마법사를 상대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요즘이야 마법사도 다들 저격 대항 수단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 터라 예전과 같은 기대는 보여주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일 좋은 방법인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늘 총을 챙기고, 저격수도 대동하는 편이다.
물론 관리국이 모든 마법사에게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과거에 있었던 인체자연발화 사건과 격리실 저주 인형 사건으로 마법사에게 적대감을 품은 이들이 많은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모든 마법사들이 놈들 같은 건 아니다. 개중에는 대화가 통하는 이들도, 아직 어리숙한 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지침서에서 일단 마법사를 공격하라고 나와 있는 건, 그게 생존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마법을 완성한 마법사는 위험하죠. 마법적인 수단을 꺼낸다는 건 지금부터 눈앞에 있는 대상을 죽인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지부장이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듯, 숨을 길게 토해냈다.
“그러니까 일단 공격부터 하는 거예요. 마법사의 마법을 방해하고, 계속 전투를 치르거나 도주하거나, 혹은 설득하는 게 방침이죠. 야생의 마법사를 만났을 때는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해요.”
“……저희는 계속 전투를 치르기로 했었습니다.”
“그랬죠. 근데 그건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에요. 상대가 급하게 나간다? 애초에 관리국 요원들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그럼 굳이 긁어 부스럼을 일으킬 필요가 없죠. 거기선 판단이 조금 잘못됐어요. 차라리 대화를 하시지.”
지부장이 커피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마법사들은 대부분 합리적인 경우가 많아서, 공격했다고 무조건 증오를 품거나 협력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지는 않아요. 물론 꽉 막혀 있는 마법사나 관리국을 싫어하는 마법사라면 또 예외지만, 그런 사람들도 협력해야만 하는 상황이면 같이 움직이는 편이에요. 다음부터는 이점 명심하세요.”
“네.”
“후후.”
지부장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민트 파인애플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녀의 혀 위에서 꿈틀거리다가 내려갔다.
“그래도 뭐, 살아 돌아왔으면 됐죠. 나중에라도 추적을 포기해서 다행이에요. 이제 가서 푹 쉬어요. 거울 파편은 격리팀에게 알려서 특수 격리실에 집어넣으라고 해둘게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니에요. 가 봐요.”
미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부장을 향해 허리를 숙인 뒤 방을 빠져나갔다. 지부장은 그녀가 남기고 간 과자를 주워 먹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나도 일을 해 볼까요…….”
뿌드득, 하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몸에서 뼈 소리가 났다.
[…….]
거울 안에 담긴 새하얀 천막이,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
하루가 더 지났다. 이제 공방의 구축도 마무리되었다. 이안은 방에 에테르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 벗어두었던 코트를 다시 걸치고, 의자에 앉아 마도서를 펼쳤다.
공방이 완성되었을 때 바로 만들기 위해서 뽑아두었던 리스트를 확인한다.
죽어가는 눈알은 무조건 더 만들 생각이었다. 흡혈귀를 상대하면서 느낀 건데, 원거리에서 아무런 리스크 없이 안구를 터트려 버리는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꿰뚫는 거울의 파괴력도 상당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거울 조각을 직접 처박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었다. 상대가 피하거나 튕겨내면 무용지물이다.
반면 눈알은 피하고 싶어도 못 피한다. 망막에 모습이 담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면 또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저항도 못 하고 시각이 봉인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눈알은 무조건 만든다.
‘시각 이외에도 오감을 차단하는 다른 도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혀를 빼면 죄다 사람의 신체가 필요하다. 당장 만들 수는 없어.
눈과 혀는 대부분의 생물이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코와 귀, 피부는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인간의 것만 사용해야 한다고, 마도서에 적혀 있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눈만 만드는 수밖에.
이안은 일단 시장에서 사 온 생선의 눈알을 숟가락으로 파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다른 재료들도 근처에 놔뒀다.
그리고 연성. 주문을 외우는 순간, 죽어가는 눈알이 완성되었다.
이전처럼 눈알은 고이 천으로 감싸 뭉개지지 않도록 조심히 보관했다. 그 짓을 세 번 정도 반복하니, 천으로 감싸인 동그라미 세 개가 테이블 위를 굴러다녔다. 이안은 만족스레 웃으며 다시 마도서를 펼쳤다.
‘눈알은 끝. 다음은…….
사락, 하는 소리와 함께 페이지를 넘긴다. 리스트로 미리 뽑아두었던 물건을 확인한다.
[지식 먹는 종이]
[해당 종이가 부착된 대상은 지능 수준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인간을 대상으로 사용하면 사라진 지능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윽고 백치가 되면 얼굴에 있는 구멍에서 뇌가 흘러나온다.]
[재료: 신비의 부산물 3개, 깨끗한 종이 1개, 짐승의 피 100ml, 마법사의 피 50ml, 그릇 1개]
지식 먹는 종이. 같은 마법사를 상대하거나, 두뇌 능력이 뛰어난 신비를 대상으로 사용하기에 적절한 도구였다.
이미 테마파크에서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존재들이 있다는 걸 확인한 상태다. 해당 도구를 이용하면, 굳이 그들과 트러블을 만들지 않고 쉽게 일을 해결할 수도 있을 터.
무엇보다 규칙을 알아야 하는 폐도서관의 사서에게 붙이면, 놈의 입에서 규칙이 술술 튀어나오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다음 의뢰에 사용하기엔 적절한 물건이었다.
“좋아.”
이안은 곧바로 준비해 온 물건들을 테이블 위에 쌓았다.
오피스텔을 청소하며 얻어낸 귀신 구체 3개. 깨끗한 A4 용지 하나. 그리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실험용 동물 피 2병과 미리 받아둔 자신의 피, 그리고 그릇.
준비는 끝났다. 이안은 곧바로 종이 위에 마법진을 그리고, 그 중앙에 그릇을 놓아 자신과 짐승의 피를 흘려 넣었다. 귀신 구체도 혈액 속에 담갔다.
……츠즈즛.
푸른색으로 반짝이던 구체가 붉은색으로 물들고, 이안이 마도서를 손에 쥔 채 주문을 외었다.
“신은 그대에게 지식을 허락하지 아니 하셨으니, 감히 입을 열고 떠드는 것을 불경하다 여기신다. 하여 거두어간다. 미물은 다시 미물로 돌아가리라.”
주문이 끝나는 순간, 그릇이 녹아 사라지며 종이 위로 핏물이 번진다.
피는 순식간에 종이를 붉게 물들였다. 괴이의 부산물은 종이의 가장 아랫분으로 스며들어 붓처럼 번졌다.
이걸로 연금술은 마무리되었다. 이안은 붉게 물든 기괴한 종이를 손으로 들어 올리고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지만, 종이의 능력을 시험해 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곧 테스트해 볼 상황이 찾아올 텐데 급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그는 종이를 고이 접어서 배낭에 집어넣고, 공방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반복된 연금술 사용 때문인지 몸은 조금 지친 상태였다. 이안은 오는 길에 사 왔던 삼각김밥을 대충 먹어서 저녁을 때우고, 샤워한 뒤 침대에 몸을 눕혔다.
시간은 오전 1시. 벌써 새벽이었다.
당장 오늘부터 의뢰를 시작할 계획이니, 굳이 늦게까지 휴대폰을 만지며 노닥거릴 이유는 없었다. 곧장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아침이 밝았다. 이안은 미리 만들어두었던 짐을 모두 챙기고, 카르텔의 의뢰를 수락하며 방을 나왔다.
목적지는 폐도서관.
다행히 위치는 여기서 제법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