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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에 진입했던 관리국 요원들은 한 명의 사망자만 발생하고 모두 무사 귀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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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가 몇몇 있기는 했지만, 그거야 회복실에서 며칠 요양하면 나을 정도였다. 다행히 신체 결손을 입은 인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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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또한 나쁘지 않았다. 구출한 인원은 0명이지만, 테마파크의 규칙과 구조를 파악해서 공략법을 작성한 덕분에 다음 탐사를 더욱 원활하게 이뤄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사상자를 대폭 줄이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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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모두 읽은 관리국 수도 지부의 지부장은, 온화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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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요. 모두 고생했으니까, 당분간은 좀 쉬다가 다시 업무로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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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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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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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합니다.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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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의 맞은편에 앉은 미르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지부장은 괜찮다는 듯, 그녀에게 과자와 커피를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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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6팀 인원들이 걱정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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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도권 관리국의 주요 인사들은 전원 박물관 습격 작전에 투입된 상태다. 팀장은 물론 부장까지 모두 오감 박물관 중, 미각 박물관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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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같이 관리국의 중요한 병력이자 병기나 다름없는 이들이다. 당연히 대응과 내부에서 가장 강하다고 명성이 자자한 6팀도 미르를 제외하고 모두 참전했다. 미르는 팀에서 막내라 참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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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가 같은 팀원들을 걱정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박물관 자체가 굉장히 격이 높은 괴현상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거기서 갈려 나간 관리국 인원으로만 산을 쌓을 수 있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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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미르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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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잘하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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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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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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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같은 팀원을 걱정하지도 않았고, 그냥 테마파크에서 봤던 기괴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을 뿐이지만 그녀는 굳이 지부장의 착각을 바로 세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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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안이 던졌던 거울 파편 조각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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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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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적혀 있던 마법사의 공격 수단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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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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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은 조심스레 반투명한 파편을 받아 들고 슥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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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상대와 자신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 평범한 마법 도구라고 보기에는 약간 어폐가 있는 이질적인 기운. 이유를 알 수 없는 본능적인 꺼림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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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고, 파편을 테이블 위로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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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너머에서 이상한 형체를 봤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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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법사가 쥐고 있던 마도서가 살짝 비쳤는데, 그와 동시에 정신 이상이 생겼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제 뇌를 직접 쥐고 주무르는 듯한 감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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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지배가 걸린 도구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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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습니다. 다만 물리적인 공격력도 상당했습니다. 바닥을 유리로 바꾸고 파편처럼 깨부쉈으니…… 사람이 맞으면 아마 즉사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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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프네요. 이런 짓이 가능한 마법사가 왜 하필 한국에서…… 최근 부산에도 마법사가 새로 하나 나타났다고 보고가 올라왔는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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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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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은 했어요? 아, 그러니까 전투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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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의 마법사 대항 지침서 첫 번째 항목. 현장에서 마법사를 마주치게 되었을 때, 상대가 마법적인 수단을 꺼낸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공격하거나 현장을 이탈하라. 그대로 이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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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구식인 지침이기는 한데, 뭐 틀린 것도 아니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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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그 자체가 위협적이라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이곳이 판타지 세상이었다면 그들이 불을 뿜거나, 실드를 쌓거나, 번개를 내다 꽂고 하겠지만 이곳은 엄연히 현실이다. 그런 짓이 가능한 마법사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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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총 한 발이면 죽는다. 장거리 저격이 마법사를 상대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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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마법사도 다들 저격 대항 수단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 터라 예전과 같은 기대는 보여주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일 좋은 방법인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늘 총을 챙기고, 저격수도 대동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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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관리국이 모든 마법사에게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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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있었던 인체자연발화 사건과 격리실 저주 인형 사건으로 마법사에게 적대감을 품은 이들이 많은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모든 마법사들이 놈들 같은 건 아니다. 개중에는 대화가 통하는 이들도, 아직 어리숙한 이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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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침서에서 일단 마법사를 공격하라고 나와 있는 건, 그게 생존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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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완성한 마법사는 위험하죠. 마법적인 수단을 꺼낸다는 건 지금부터 눈앞에 있는 대상을 죽인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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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이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듯, 숨을 길게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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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일단 공격부터 하는 거예요. 마법사의 마법을 방해하고, 계속 전투를 치르거나 도주하거나, 혹은 설득하는 게 방침이죠. 야생의 마법사를 만났을 때는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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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계속 전투를 치르기로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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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죠. 근데 그건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에요. 상대가 급하게 나간다? 애초에 관리국 요원들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그럼 굳이 긁어 부스럼을 일으킬 필요가 없죠. 거기선 판단이 조금 잘못됐어요. 차라리 대화를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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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이 커피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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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은 대부분 합리적인 경우가 많아서, 공격했다고 무조건 증오를 품거나 협력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지는 않아요. 물론 꽉 막혀 있는 마법사나 관리국을 싫어하는 마법사라면 또 예외지만, 그런 사람들도 협력해야만 하는 상황이면 같이 움직이는 편이에요. 다음부터는 이점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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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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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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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민트 파인애플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녀의 혀 위에서 꿈틀거리다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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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살아 돌아왔으면 됐죠. 나중에라도 추적을 포기해서 다행이에요. 이제 가서 푹 쉬어요. 거울 파편은 격리팀에게 알려서 특수 격리실에 집어넣으라고 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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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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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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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부장을 향해 허리를 숙인 뒤 방을 빠져나갔다. 지부장은 그녀가 남기고 간 과자를 주워 먹으며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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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도 일을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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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드득, 하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몸에서 뼈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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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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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안에 담긴 새하얀 천막이,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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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더 지났다. 이제 공방의 구축도 마무리되었다. 이안은 방에 에테르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 벗어두었던 코트를 다시 걸치고, 의자에 앉아 마도서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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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이 완성되었을 때 바로 만들기 위해서 뽑아두었던 리스트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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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눈알은 무조건 더 만들 생각이었다. 흡혈귀를 상대하면서 느낀 건데, 원거리에서 아무런 리스크 없이 안구를 터트려 버리는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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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거울의 파괴력도 상당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거울 조각을 직접 처박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었다. 상대가 피하거나 튕겨내면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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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눈알은 피하고 싶어도 못 피한다. 망막에 모습이 담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면 또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저항도 못 하고 시각이 봉인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눈알은 무조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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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이외에도 오감을 차단하는 다른 도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혀를 빼면 죄다 사람의 신체가 필요하다. 당장 만들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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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혀는 대부분의 생물이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코와 귀, 피부는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인간의 것만 사용해야 한다고, 마도서에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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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눈만 만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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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일단 시장에서 사 온 생선의 눈알을 숟가락으로 파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다른 재료들도 근처에 놔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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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성. 주문을 외우는 순간, 죽어가는 눈알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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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처럼 눈알은 고이 천으로 감싸 뭉개지지 않도록 조심히 보관했다. 그 짓을 세 번 정도 반복하니, 천으로 감싸인 동그라미 세 개가 테이블 위를 굴러다녔다. 이안은 만족스레 웃으며 다시 마도서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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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은 끝.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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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락, 하는 소리와 함께 페이지를 넘긴다. 리스트로 미리 뽑아두었던 물건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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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먹는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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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종이가 부착된 대상은 지능 수준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인간을 대상으로 사용하면 사라진 지능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윽고 백치가 되면 얼굴에 있는 구멍에서 뇌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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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신비의 부산물 3개, 깨끗한 종이 1개, 짐승의 피 100ml, 마법사의 피 50ml, 그릇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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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먹는 종이. 같은 마법사를 상대하거나, 두뇌 능력이 뛰어난 신비를 대상으로 사용하기에 적절한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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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테마파크에서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존재들이 있다는 걸 확인한 상태다. 해당 도구를 이용하면, 굳이 그들과 트러블을 만들지 않고 쉽게 일을 해결할 수도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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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규칙을 알아야 하는 폐도서관의 사서에게 붙이면, 놈의 입에서 규칙이 술술 튀어나오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다음 의뢰에 사용하기엔 적절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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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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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곧바로 준비해 온 물건들을 테이블 위에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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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을 청소하며 얻어낸 귀신 구체 3개. 깨끗한 A4 용지 하나. 그리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실험용 동물 피 2병과 미리 받아둔 자신의 피, 그리고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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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났다. 이안은 곧바로 종이 위에 마법진을 그리고, 그 중앙에 그릇을 놓아 자신과 짐승의 피를 흘려 넣었다. 귀신 구체도 혈액 속에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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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즈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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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으로 반짝이던 구체가 붉은색으로 물들고, 이안이 마도서를 손에 쥔 채 주문을 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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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그대에게 지식을 허락하지 아니 하셨으니, 감히 입을 열고 떠드는 것을 불경하다 여기신다. 하여 거두어간다. 미물은 다시 미물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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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끝나는 순간, 그릇이 녹아 사라지며 종이 위로 핏물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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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순식간에 종이를 붉게 물들였다. 괴이의 부산물은 종이의 가장 아랫분으로 스며들어 붓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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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연금술은 마무리되었다. 이안은 붉게 물든 기괴한 종이를 손으로 들어 올리고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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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지만, 종이의 능력을 시험해 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곧 테스트해 볼 상황이 찾아올 텐데 급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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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종이를 고이 접어서 배낭에 집어넣고, 공방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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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연금술 사용 때문인지 몸은 조금 지친 상태였다. 이안은 오는 길에 사 왔던 삼각김밥을 대충 먹어서 저녁을 때우고, 샤워한 뒤 침대에 몸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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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오전 1시. 벌써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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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오늘부터 의뢰를 시작할 계획이니, 굳이 늦게까지 휴대폰을 만지며 노닥거릴 이유는 없었다. 곧장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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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침이 밝았다. 이안은 미리 만들어두었던 짐을 모두 챙기고, 카르텔의 의뢰를 수락하며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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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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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위치는 여기서 제법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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