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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뎀니스의 밴은 정확히 3분 후 이안의 앞에 도착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멈춰 선 차량의 보조석에서 까마귀 가면을 쓴 남자가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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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돌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곧장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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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습니다. 인뎀니스의 직원, 까마귀라고 합니다. 혹 카르텔 서비스를 통해 부르신 분 맞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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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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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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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돌에 담배를 지져 꺼뜨렸다. 까마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고 밴의 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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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탑승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용무를 해결한 후에 오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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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갈게. 목적지는 교통이 편하면서도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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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그럼 곧바로 출발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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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꺼트린 담배의 재를 툭툭 털며 차량으로 다가가자 까마귀가 꽁초를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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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네주니 그가 주머니에서 휴대용 재떨이를 꺼내 그 속으로 꽁초를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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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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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다만 흡연자인 고객분들을 자주 만나는 탓에 따로 구비 해두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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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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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리무진에 탑승했다. 유나가 그 뒤를 따라 들어가고, 까마귀가 보조석에서 단말기를 챙겨 그들과 같이 뒷좌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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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밴이 핸들을 돌려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안은 잠깐 창밖을 응시하다가, 까마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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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이 굉장히 빠른데. 혹시 무슨 특이한 수단이라도 쓰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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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비입니다. 카르텔에 입사하시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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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군. 의뢰 이야기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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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웃으며 유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유나는 그의 뜻을 이해하고 기타 케이스에 넣어둔 관리자의 심장을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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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색 빛깔에 여전히 박동하는 살점 덩어리. 유나의 마법은 진즉에 해제해 둔 상태라서 으깨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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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심장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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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내용인 관리자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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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한번 확인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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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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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이 떨어지는 순간, 까마귀가 단안경을 착용하고 심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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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에서 뿜어지는 걸쭉한 혈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장을 꼼꼼히 살펴본 그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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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의 심장, 확인되었습니다. 품질이 상당하군요.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뽑으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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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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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보수는 착오 없이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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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수에 관해 할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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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말씀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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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까마귀를 향해 상체를 살짝 숙이며 조용히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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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의 난이도에 비해서 보수가 너무 적어. 아무래도 추가 비용을 받아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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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의 공략 난이도는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일반인이라면 아예 탈출이 불가능한 수준의 어트랙션이 가득했고, 규칙을 하나라도 어기는 순간 목숨을 잃을 정도로 아찔한 구간이 사방에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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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관리자의 심장을 뽑으려면 어쩔 수 없이 놈을 죽여야 하는데. 그렇게 규칙을 어기고 난 후 탈출까지 감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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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마법사라고 한들,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난이도가 미쳐 돌아가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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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500만 원만 받아 가기에는 수지타산이 안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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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유나도 비슷했는지, 굳이 그를 만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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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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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새까만 눈동자에 빛이 반사된다. 딱딱한 부리 속에서 웅웅 울리는 목소리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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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안은 보란 듯이 마도서를 손에 쥐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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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가 정확히 어떤 곳인지 카르텔은 인지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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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희 측에서도 따로 조사를 했으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티켓을 지니고 일주일 후, 강제로 전이한다는 정보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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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1,500만 원인가? 공략 난이도가 어떤지는 모르는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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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가 사형수로 테스트했을 때는 얼마 못 가 모조리 죽어버렸으니 말입니다. 다만 관리자의 심장이 지니는 가치가 상당하는 걸 알아내어, 이렇게 의뢰를 내건 것입니다. 저희는 관리국이 아니고, 현상을 없앨 의무도 없으니까요. 그냥 돈이 되는 게 있으면 나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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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가치만 보고 금액을 책정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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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불어 테마파크의 분위기, 재앙 등급 판정을 통해 책정한 금액입니다. 하지만 직접 테마파크로 들어갔던 마법사님의 이야기라면 들을 가치가 있겠지요. 카르텔은 딱딱한 조직이 아닙니다. 부디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경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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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자세를 정자세로 바꿨다. 이안은 기억을 더듬으며 테마파크 안쪽의 상황, 어트랙션들의 특징과 규칙 등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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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까마귀도,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고개를 끄덕이는 빈도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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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그가 손으로 부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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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난이도 책정이 잘못되었군요.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본사의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금 바로 연락해서 검증을 진행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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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자신의 옆에 있는 버튼을 꾹 눌렀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과 까마귀 사이에 차단막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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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폭발로도 뚫리지 않을 두꺼운 방벽. 이안이 테이블 위로 마련된 냉수를 한 모금 들이켜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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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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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부작용은 아직 몸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은 상태다. 담배를 피우면 그나마 괜찮아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머리에 심장이라도 달린 것처럼 계속 통증이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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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지는 부작용이라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니라고 한들, 당장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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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아까부터 계속 진동하는 마도서를 꺼내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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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클럽. 테마파크. 세 번 참았다. 다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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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마자 제법 살벌한 문구가 이안을 반겨주었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시 마도서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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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테마파크에서 있었던 취급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세 번이나 참아준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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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에서 만약 한 번 더 마도서를 방패나 둔기로 사용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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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시험해 볼 필요는 없었다. 호기심도 적당히 품어야지, 무턱대고 머리부터 들이밀면 불나방이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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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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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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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까마귀가 방벽을 거두고 입을 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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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교차 검증 끝에 마법사님의 발언이 합당하다는 의견이 돌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의뢰의 보수를 상향 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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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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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당 1,500만 원에서 7,000만 원으로 대폭 인상. 또한 심장의 가치가 예상보다 훨씬 더 대단한 걸 확인하여 추가 보수 10퍼센트가 얹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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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럼 7,700만 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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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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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고개를 주억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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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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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짜, 짱이다! 카르텔이랑 이렇게 흐, 흥정하는 거 나 처음 봤어어……! 지, 집으로 돌아가면 마라탕이랑, 떡볶이랑 이것저것 다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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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덕거리며 중얼거리는 유나를 뒤로하고, 이안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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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교차 검증이라고? 방금 저 테마파크로 들어가기라도 했다는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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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는 이곳만 있는 게 아닙니다. 또한 테마파크도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죠. 전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난 이상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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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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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장소는 모두 같아서, 다른 테마파크를 통해 정보를 얻고 검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궁금증은 해소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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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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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산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보상은 어떻게 받아 가시겠습니까? 현금? 아니면 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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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망설임 없이 계좌 이체를 골랐다. 유나도 마찬가지였다. 까마귀는 고개를 끄덕이고, 단말기를 조작하여 두 사람의 통장에 거금을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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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운행 서비스 비용은 빼서 입금했습니다. 양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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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야 뭐 이해할 수 있었다. 이안은 입금이 완료되었다는 걸 까마귀에게 확인시켜 주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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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대충 8,000만 원 정도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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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을 하나 구하기엔 충분한 금액이었다. 이안은 흐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창밖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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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특유의 낮은 하늘은 푸른 빛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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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은 경기도 외곽의 자그마한 지하철역 옆에서 멈춰 섰다. 아직 사람이 다니는 터라 까마귀는 하차하지 못하고, 두 마법사를 향해 고개만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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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카르텔 서비스 이용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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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음에 또 이용할 일이 있으면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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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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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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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과 유나가 밴을 빠져나왔다. 차량은 두 사람이 내리자마자 도로를 달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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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찌뿌둥한 몸을 풀며 차의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유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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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라도 먹고 헤어질까. 뒤풀이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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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 뭐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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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이 땡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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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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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국밥집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지하철을 이용해 각자 집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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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안은 이번에도 그녀와 번호를 교환했다. 이제 그의 연락처에는 이서아와 두 뱀파이어 헌터, 그리고 한유나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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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세상에 몸을 담근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벌써 넷이나 되는 인연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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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도 마주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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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만남이 지금처럼 긍정적일 거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소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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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일이 부정적인 일보다 많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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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그렇게 생각하며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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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막 올라온 최신글에 익숙한 닉네임이 박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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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뉴비쟝이랑 의뢰 해결한 거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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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요거트스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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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이 ㅈ밥 새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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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릴 불렀으면 대접을 확실히 해야지 어디서 깝치냐에요. 죽어도 싸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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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죽어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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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비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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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무런 댓글도 달리지 않은 글이었다. 이안은 작게 소리 내어 웃으며 휴대폰 자판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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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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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컨셉 진짜 확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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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딸기요거트스무디: 조용히 해라에요. 죽는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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