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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득실거리는 거리를 달려 타워의 입구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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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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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의 1층에 마련된 안내 창구에서 머리 대신 구름이 달린 여직원 한 명이 마법사들을 맞이했다. 이안은 곧바로 그녀를 향해 달려가 창구를 양손으로 강하게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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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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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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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기 그지없는 물음. 여직원은 당황하지 않고 양손을 포개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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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관리자님의 위치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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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돌파는 안 통하는 모양이다. 이안이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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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가씨! 나 누군지 몰라? 나잖아, 나. 우리 테마파크 관리자님의 비즈니스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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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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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이 생겼는데, 이 관리자님이 전화를 안 받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온 거야! 내 돈이랑 시간 주고! 안 그래,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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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유나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유나가 곧장 지팡이를 손에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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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맞아요. 우리 사장님이 얼마나 바쁜 분이신데…… 하고 있는 사업만 해도 수십 개라고요. 그거 다 내팽개치고 가장 먼저 여기부터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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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시군요. 그럼 일단 관리자님께 제가 연락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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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수화기를 들며 고개를 살짝 숙인다. 이안이 그러지 말라는 듯, 손을 마구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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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지 마! 그 양반도 갑자기 지 필요할 때 내 사업장 아무 연락 없이 찾아온 적 있으니까, 나도 그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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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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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니까? 아, 아니다. 해. 그냥 해. 대신 우리 사업은 여기서 끝이라는 것도 확실하게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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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혀를 쯧 차면서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유나도 여직원을 향해 소심히 중간 손가락을 쳐올리고, 이안을 따라 타워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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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여직원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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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관리자님은 타워의 최상층에 계십니다! 지금 바로 가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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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렇게 나와야지. 쯧쯧,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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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불쾌하다는 티를 팍팍 내며 타워의 엘리베이터로 발끝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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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말인데, 나 진상 아니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그게 어떻게 진상이야,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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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맞는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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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일 열심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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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직원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모퉁이를 돌았다. 그와 동시에 승강기를 향해 달려갔다. 유나가 헥헥거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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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연기 진짜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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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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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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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버튼을 누르자 문이 양쪽으로 열렸다. 두 사람은 곧바로 최상층이 적힌 버튼을 꾹 누르고 전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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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한 손에 라이터를, 다른 한 손에는 리볼버를 쥐고 가볍게 호흡을 골랐다. 유나도 지팡이를 손에 쥔 채 미리 주문을 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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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승강기가 열렸다. 두 사람이 뻥 뚫린 복도로 발을 디디고, 그 끝에 달린 문을 벌컥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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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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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는 매끈한 머리를 지닌 외눈박이 인간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불청객을 응시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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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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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에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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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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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라이터를 점화했다. 주변 소음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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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이 사라진 세상에서, 그가 총구를 관리자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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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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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리가 이안의 머릿속에만 울려 퍼졌다. 뿜어진 화염 사이로 납탄 하나가 날아가 관리자의 눈을 박살 내고, 두개골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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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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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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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곧바로 놈의 복부와 하반신에도 총탄을 퍼붓고, 건홀더에 총을 넣은 후 마도서를 꺼내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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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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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하는 관리자의 옆으로 다가간 유나가 놈의 몸뚱이에 지팡이를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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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그의 몸이 순두부처럼 연하게 바뀌었다. 유나는 곧바로 지팡이를 크게 휘둘러 놈의 머리를 박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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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뇌수, 으깨진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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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흩어진 오물들을 밟고 쓰러진 관리자의 육체로 다가가 심장 부분에 손을 쑤욱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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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저항 없이 들어간 손이 심장에 닿는다. 으깨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심장만 툭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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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빛이 도는 살덩이. 육체를 잃었으나, 아직 박동하고 있는 그것을 유나의 기타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그녀가 기겁했지만, 이안은 망설임 없이 관리자의 방을 나와 다시 승강기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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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5분이다. 이안이 라이터를 꺼트리고 리볼버를 장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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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면 바로 달릴 거야. 관리자를 죽인 시점에서 이제 돌이킬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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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 쫓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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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잡히지 마라. 도와줄 수 있으면 그러겠지만, 가망이 안 보이면 놔두고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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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나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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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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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마법사다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승강기가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양옆으로 천천히 열리고, 그 사이로 창구에 앉아 있던 여성 직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손톱을 날카롭게 세운 채, 두 사람을 향해 아가리를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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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파트너라고 했잖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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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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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그녀의 심장에 납탄을 처박았다. 뒤로 밀려나는 놈을 무시하고, 두 사람이 타워를 빠져나와 책자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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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는 입구랑 같은 곳이다! 어딘지 기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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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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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대답하는 순간, 그녀의 옆에서 광대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유나는 당황하지 않고 마법을 발동. 자신의 몸을 무엇보다 단단하게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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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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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이빨이 유나의 피부를 뚫기는커녕 역으로 부서져 흩날렸다. 그녀는 당황하는 광대의 머리를 지팡이로 후려치고, 헥헥거리며 이안을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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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에엑! 방금으로 피, 피 300ml가 날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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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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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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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리볼버가 총구에서 화염을 내뿜는다. 2발의 탄환이 정면에서 밀려오는 직원의 머리를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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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잘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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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감탄을 뒤로하고 이안이 바닥에 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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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태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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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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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의 형태가 변형되었다. 짐승의 아가리처럼 세로로 벌어진 바닥으로 괴이들이 떨어지고, 그대로 다시 닫아버린다. 쩌저적, 하는 끔찍한 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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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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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사용한 대가로 이안의 머리가 순간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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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조 마법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원숭이 꿈을 상대할 때도 이런 현상이 있기는 했지만, 그때는 가벼웠던 반면 지금은 상당히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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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통째로 개조하는 미친 짓거리를 했는데 부작용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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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혀를 강하게 차고 미간을 찌푸리며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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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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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에서 날아오던 애벌레의 몸이 펑 터졌다. 이안이 놈의 피를 흠뻑 뒤집어쓰고, 시야를 가리는 핏물을 닦으며 남은 장탄 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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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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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 않다. 장전할 틈도 없었다. 한두 발 정도는 급하게 끼워 넣을 수 있겠지만, 완벽하게 장전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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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쩌겠는가. 죽기 싫으면 어떻게든 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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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아래에서 솟구친 괴이의 면상을 마도서로 내려찍고, 유나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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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엑! 헤엑! 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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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력이 딸리는 건지, 숨을 거칠게 헐떡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잘 따라오는 중이었다. 어차피 어지간한 괴이는 그녀의 피부를 뚫지도 못할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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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귀신의 집 바로 옆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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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 정조준! 전방 왼쪽으로 40도! 살기와 적의 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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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끝에 달아둔 역방향 조준기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이안은 본능적으로 유나의 옷깃을 잡아당겨, 40도 방향에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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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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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터치에 당황하길 잠시, 귀신의 집 방향에서 뿜어져 나온 탄환 하나가 그녀의 이마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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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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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튕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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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나는 멀쩡했다. 그녀는 원망 가득한 얼굴로 이안을 노려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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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사람을 고기 방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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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잖아. 잠깐만 쓰자. 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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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 으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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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두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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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탄환이 유나의 전신을 두드리고 맥없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튕긴다. 이안은 서럽게 우는 유나를 뒤로하고, 그녀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총알이 날아온 곳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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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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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귀신의 집을 클리어한 관리국 요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살벌한 얼굴로 총을 난사하며 이안과 유나를 향해 거리를 좁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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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독보적인 것은 미르였다. 마치 공간을 접어 달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다가온 그녀가 이안의 목덜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는 곧바로 유나를 손에서 놓은 뒤, 마도서를 그녀의 검로에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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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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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칼날이 박살 났다. 반대로 마도서는 멀쩡했다.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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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가 미련 없이 부서진 칼날을 버리고 주먹을 휘두른다. 그 궤적 그대로 이안이 마도서를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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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도 그대로 박살 낸 마도서다. 육체가 직접적으로 닿으면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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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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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가 휘두르던 주먹을 회수하고 뒤로 크게 물러났다. 이안이 그녀를 향해 부서진 거울을 투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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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튕겨내려던 미르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꺼림칙함에 곧바로 바닥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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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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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그녀가 서 있던 곳에 꽂힌 조각이 바닥을 유리 파편처럼 바꾸고 깨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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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살 난 바닥 조각들이 투명하게 바뀌어 바닥에 후두둑 떨어진다. 미르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려다가, 자신의 옆을 스치며 지나가는 파편에 혀를 차고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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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녀의 시야에 투명한 파편의 모습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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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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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반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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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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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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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지고 수복되길 반복하는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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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일렁거리는 손. 팔. 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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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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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나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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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인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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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알수없는신비의저편에는인간을벌레처럼짓이겨버리고구더기처럼터트리는존재들이무수히많이도사리고있는우주의바다이자하늘이자신이며어머니이고아버지인자들이이렇게아아신이시여어째서우리를구원하지아니하시고시련이자고난을이리도많이뿌리쎳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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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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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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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오는 목소리에 미르가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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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코와 눈에서 흘러나온 피가 얼굴을 뒤덮는다. 비릿한 혈향이 그녀를 현실로 끌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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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자, 산탄총을 들고 있는 박상철과 마법사를 쫓고 있는 김이서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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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합니다! 마법사를 여기서 놓칠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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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가 소리쳤다. 미르는 그녀의 얼굴을 잠깐 올려다보다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피를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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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닙니다. 마법사 추적은 여기서 관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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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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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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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들이 반발했다. 가면을 쓴 마법사가 자신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미르는 발언을 번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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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망각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이곳에 온 건 생존자 구출과 새로운 이상 현상의 조사 및 해결입니다. 갑작스러운 마법사의 등장으로 머리에 안개가 낀 건 이해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서지 마세요. 아직 공략법 작성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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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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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많은 정보를 얻어내지 못하면, 결국 다음 조사팀도 죽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조사에만 집중, 마법사는 놓아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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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뭔 짓을 할 줄 알고 놓아준다는 거야? 저 미친 족속들은 가는 곳마다 재앙을 일으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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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이 살기 그득한 얼굴로 소리쳤다. 미르가 곧장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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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목적을 망각해선 안 됩니다. 화를 식히세요. 당신의 과거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현실을 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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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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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진정하는 대로 다시 움직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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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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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점점 멀어지는 마법사들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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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도 덜덜 떨리는 손을 꾹 누르고 마법사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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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집에서 멀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마파크 출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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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빠르게 계단을 타고 내려가, 출구를 지키고 서 있는 짐승 머리 직원들의 머리통을 박살 내고 개찰구 너머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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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세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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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었던 하늘은 다시 푸른 색으로 돌아왔고, 끔찍한 괴이들 대신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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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이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으로 총알을 받아낸 유나도 엉엉 울면서 이안의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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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에에엑! 아파! 온몸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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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안하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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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흥! 미,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다야? 무, 무슨 보상이라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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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밥이라도 살게. 그걸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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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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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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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먹는 유나를 뒤로 하고 이안이 휴대폰을 꺼내 카르텔 안심 운행 서비스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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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분 뒤에 도착한다는 알림이 울리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갓길에 세워진 관리국의 밴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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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주문을 외어 밴의 형태를 압착시킨다. 이걸로 관리국 요원들이 밖으로 나온다고 한들, 곧바로 추적할 수는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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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쓰고 있던 가면을 대충 구겨서 라이터에 태워버리고, 담배 하나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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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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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연기가 폐부를 침투하니 두통이 살짝 가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안은 눈을 감고 가만히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달아오른 몸을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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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담배는 무슨 맛이야? 되, 되게 맛있다는 듯이 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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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자 유나가 슬쩍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이안은 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며 그녀에게 슥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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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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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 진짜 조금마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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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대로 이안이 불을 붙여주자, 그녀가 후욱 번지는 연기를 목구멍 너머로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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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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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눈동자가 부릅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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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서둘러 담배를 입에서 뱉어내고, 목구멍을 손으로 부여잡으며 연신 기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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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낄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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