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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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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게임의 공식 프로 리그는 개발사에서 주최하곤 한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국적의 선수를 줄지어 놓고 최강자를 가리는 것이다.
허나 트리아키아의 프로 리그는 조금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지옥 불반도의 거주민들이 어찌나 트리아키아를 사랑했던지, 공식 프로 리그가 열릴 때면 본선에 한국인만 90% 이상이더라.
심지어는 외국인이 4강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트리아키아가 한국인의 민속놀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자리한다.
그러한 명예 아닌 명예도 시간이 흐르며 옛것이 되었다.
전 세계 유저가 상향 평준화되어 한국인이 밀려난 것이 아니라,
그냥 공식 프로 리그 자체가 증발했다.
그 이유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다른 게임이 연이어 떠오르며 인기가 식은 것도 한몫했으며….
모든 트리아키아 유저들이 듣기만 하면 발작을 일으키는 ‘승부 조작’ 사건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공식 경기가 사라진 이후.
기업들이 간판을 내걸고 창단한 프로게임단은 차례로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그리하여 프로게이머가 계약을 맺고 게임단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문화는 완전히 사장 되고야 말았다.
오래전. 아직 공식 리그가 존재할 무렵, 게임단의 유니폼을 입고 활동한 프로게이머.
그들이 흔히 트리아키아 유저들이 일컫는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다.
그리고 1세대의 몰락은 2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아무리 게임이 반쯤 망했다지만, 어디 한국인의 트리아키아 사랑이 사라지겠는가?
한국 토종 기업이자, 거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 소프트(SOFT)는 트리아키아 올드팬들의 성원을 받아 이벤트성 리그 하나를 개최한다.
추후 예상치 못한 큰 성공을 거두며, 단발성이 아닌 시즌제로 변경해 주기적으로 개최하게 되는 대회.
STL의 시작이었다.
프로 리그가 완전히 사라진 지금.
공신력을 인정받는 대회 중에서는 STL이 압도적 위상을 차지한다.
이 새로운 장에서 본선 무대를 통해 실력을 각인시킨 이들이 바로 2세대 프로게이머다.
소프트의 ‘프로게이머 스트리머’ 인증 역시 기본적으로는 STL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그리고 STL은 방금 막 끝났지….”
문제는 STL이 반년의 주기로 열린다는 것.
정식 프로 데뷔를 하려면 반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프로 인증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냐?
그것은 또 아니다.
공신력은 조금 떨어지되, 스폰서로 나선 기업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리그를 주최하는 경우도 잦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중규모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올라갈 경우, 프로게이머로 인정해 주고 있었다.
여기서 오해를 하면 안되는 것 하나.
중규모라고 한들, 결코 경쟁력이 낮은 것은 아니더라.
그저 상금의 규모가 STL보다 확연히 적기에 그리 이름 붙였을 뿐….
최정상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프로들은, 현상금 사냥꾼처럼 온갖 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들이밀기 때문이다.
마침 예선 신청 마감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대회가 존재했다.
경쟁률은 사실상 그대로.
허나 준우승자와 우승자만 프로로 인정받는다.
가혹한 조건이지만, 그럼에도 가능성이 읽혔다.
이번 STL 우승자인 강준오와 준우승자 임찬호가 참가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떻게 운이 좋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걸리는 게 여럿 있기는 하네.”
니코틴의 힘을 다시 한번 빌려, 냉정하게 장단점을 따져 보도록 하자.
만약 내가 무사히 본선에 진출했다고 가정하면….
공식 경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나에 대해서 자세한 인터뷰를 진행하겠지.
Q. 혹시 참가 동기가 무엇인가요?
A. 결승전 올라가서 인방 수수료 10% 쌀먹하려고요.
음.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나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문제.
당연하지만 본선부터는 대회장에 직접 참석해야 하므로, 얼굴 공개는 강제된다.
신상 노출 또한 큰 문제가 아니던가?
이쯤 오니 내가 확고부동한 ‘유서하’ 그 자체가 된 것은 이해했지만,
아직 스트리머를 직업 삼을지 확정 짓지 않았다.
만약 정식으로 프로 게이머의 길을 걷는다면, 더 이상 발을 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얼굴이 팔리게 될 테니까.
이번에는 장점.
당연하지만 스트리머로 활동하며 얻게 되는 수익이 올라간다.
이 수치는 확실하게 체감이 되는 부분인 만큼,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수익의 절반을 플랫폼에 바치는 것 자체도 좀 꼴받기도 하고.
또 가장 중요한 점이 남아있다.
솔직히 손이 멀쩡해진 이후, 부쩍 상승한 트리아키아 실력은 내 자존감을 상당히 채워주고 있었다.
랭크 상위권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하루 최소 15번은 랭크를 확인하고 있을 정도인데, 이것에 더해 프로 게이머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내 숙원을 유사하게나마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망상의 내용은, 학교 축제 때 무대 위에 서서 노래를 기똥 차게 불러서, ‘저 찐따가 이런 가창력을 숨기고 있었다고?’라는 평가를 받고는, 전교생의 선망을 한 몸에 받으며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이룰 수 없게 된 소원이(노래를 못 부르기에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다른 형태로 선망을 받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어쩌면 사장님을 제외하고도 다른 스트리머 친구를 사귀게 될지도…!
남은 것은 내가 결승에 올라갈 실력이 되냐는 부분인데,
이를 전제한다는 것부터가 다소 오만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으나….
세 손가락 시절 뼈에 새기듯 맞닥뜨리던 ‘벽’.
TOP10에 들어갔음에도 그때의 암담한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은 더 오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이 내 자신감을 굳건히 지탱해 주었다.
사람은 인생을 살며 몇 가지의 커다란 기회를 마주한다고 한다.
내게 있어서는 공기업의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가 그러했다.
그러면 지금이 바로 유서하의 삶에 전환점을 주는 기회인 것일까?
중요한 결정을 앞두었으니, 하나의 의식처럼 전자 담배의 연기를 깊게 머금었다.
내재 되어 있던 옅은 긴장과 초조함이 달콤한 향에 실려 날아간다.
잠깐의 고민.
그 끝에 결정했다.
“상남자 특. 시원하게 직진함.”
손을 뻗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내가 자신 있는 분야에서 스스로를 증명할 기회.
만약 실패한다고 한들, 내 남은 삶이 망가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원래의 계획대로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면 되는 일.
얼굴 좀 팔린 거? 장담컨대 인방 업계를 떠나면 며칠이면 잊혀진다.
사람은 나의 생각보다 타인에게 무관심하단 걸, 직장 생활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
대회 출전을 결심했다면 뒤따라 결정할 것이 있다.
계집처럼 애매하게 간을 보지는 않겠다.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사장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인터넷 방송 진지하게 한 번 해보려고요.]
*
우우웅———.
에너지 계열 음료가 대표 상품으로 유명한 기업에서 스폰하는 중규모 대회.
예선 참가 신청을 넣는 것에 시간을 꽤 쓰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잠에 든 것은 자정이 훌쩍 넘어갔을 무렵.
몸이 작아진 이후로 어쩐지 잠에 약해졌기에, 한창 늦잠을 자고 있었다.
우우웅——!
“으에….”
그런 나를 깨운 건 핸드폰의 진동이었다.
비몽사몽인 정신을 붙잡으며 핸드폰을 귀에 대었다.
누군지는 확인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사장님이겠지.
“네에…. 사장님….”
- 서하야! 문자 지금 봤어! 근데… 너 자고 있었어?
“어제 좀 늦게 잠이 들어서….”
- 하긴. 나도 매장 일이 아니었다면 자고 있었을 시간이긴 하지. 아무튼, 스트리머 한다는 거 정말이야?!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는 어제 먹다 남은 커피를 머금었다.
시럽을 잔뜩 넣었기에 혀가 금방 달콤함에 잠겼다.
이제야 정신이 좀 드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하기로 한 거, 열심히 해보려고요.”
- 와아! 응원할게!
“감사합니다.”
- 그럼 맨날 방종 때 하던 그 미친 짓도 더는 안 하겠네??
“예? 제가 그걸 매번 한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사장님한테 들킨 건 노래 방송 때만인데?”
- 네 방종 야랄쇼, 지금 온갖 스트리머한테 클립으로 떠돌고 있어…. 같이 보며 웃자는 목적보다는, 방송 테러 느낌으로….
“뭣.”
이게 무슨 소리지??
지난 기행은 오로지 육수를 털어내기 위함이지,
진짜로 내가 미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설마 소프트의 대부분 스트리머가 나의 노래자랑 쇼, 사장님 그림 그리기, 남돌 직캠 공연을 보았다고??
아니지. 분명 어제 다시 보기는 내렸으니, 남돌 직캠 쇼는 나돌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큰일 난 건 다르지 않다.
앞선 2개의 기행도 정말 작정하고 펼친 미친 짓이었으니까.
“어어, 이러면 나가린데…?”
분명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그러한 명성을 이용해 하나둘 친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는데….
대체 어떤 정상인이 저런 기행을 일삼는 사람과 친구가 되겠다고 들겠는가??
아니, 그보다도 치솟는 쪽팔림이 내 얼굴을 달구기 시작했다.
시청자는 내 지랄쇼를 보아도 상관없다.
그들과의 인연은 채팅창으로만 한정되어 있고, 결국 서로 대화 한 번 나눌 일 없는 남남이니까.
반면에 스트리머는 다르다.
언젠가는 같이 합방하며 소통을 나누게 될 예정이기에.
아….
“클립 그거는 제가 못 막아요?! 저작권은 저한테 있는데…! 그걸 왜 제 허락도 안 거치고…!!”
- 다시 보기를 내렸으면 몰라도, 남긴 이상에는 이미 늦었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새로운 스트리머와 대화할 때, 어떤 얼굴로 봐야 하는 거지?
분명 나를 병신 보듯이 볼 텐데…!
- 그… 서하야. 너무 걱정만 하지는 마. 클립이 돈다는 건 일단 유명세가 올라간다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반응이 좋은 클립도 있…고…….
“반응이 좋은 클립이라면?”
- 콜록…! 내 입으로 말하기는 힘든데.
“저 불안해요. 대체 뭐길래…?”
- 그거 있잖아. 네가 어제… 민성 님이랑 나눈 그, 고…아… 관련된 대화들. 웃참 실패하면 나락 가는 대화라고, 새벽 내내 엄청 클립 돌았대.
“네?? 어제 다시 보기는 전부 지웠는데?!”
- 민성 님 쪽 다시 보기가 남아 있어서.
“진짜 돌겠네……!!”
방송 결심 1일 차.
내 이미지가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
이 또한 하나의 업적일까…??
그리고 오늘 방송을 켜게 되면 어떠한 장면을 마주할지 눈에 훤히 읽혔다.
내 시청자들은 둘째 가면 서러울 악질 놈들.
분명 ‘내가 지랄 떠는 모습’을 본, 타 스트리머의 리액션을 영상 도네로 틀겠지.
“사장님. 저 급해요. 영상 도네 어떻게 막아요?”
- 서하야….
“네?”
- 선배 스트리머로서 조언하는데, 이미 늦었으니 그냥 즐기자. 그런 건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더라….
“…….”
- 그렇게 천안문하면 오히려 더 신나서 몇 달 몇 년을 태울 걸…? 그냥 눈 딱 감고, 며칠만 시원하게 맞아….
시발.
눈 앞이 깜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