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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택시 뒷좌석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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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래도 오늘은 오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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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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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해가 뜰 때까지는 적어도 병원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 있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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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불행한 소식은 머릿속 쓰레기통에 처박아두고 이 짧고 소중한 행복한 휴식이나 즐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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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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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냉동 피자나 돌려서 맥주랑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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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쇼츠나 넘기다가 잠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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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행복 회로를 돌리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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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는 뭐 올라온 거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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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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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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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중독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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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귀신들과의 시답잖은 대화 없이는 이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없게 되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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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인터페이스가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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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글 목록은 예상했던 대로 온통 내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제목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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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헬노예가 좆되지 않을 경우의 수…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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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건 좀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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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의 파멸을 확신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감히 좆되지 않을 경우의 수를 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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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친놈이 쓴 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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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글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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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진 의학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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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헬노예가 좆되지 않을 경우의 수…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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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ㅇㅇ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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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없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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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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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저 미친 메스악귀를 두 번이나 빙의시킨 그 지점에서 넌 이미 탈락이다 이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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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의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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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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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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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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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실컷 놀려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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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나 징계 안 먹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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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이다 불문 이 등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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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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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려주며 스크롤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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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여러 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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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A 말고 환자를 살릴 다른 방법은 정말 없었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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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헬노예 REBOA 케이스, 적절성 분석해 봄 ㅇㅇ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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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ne 1 REBOA 이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 총정리 (헬노예 필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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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뭐, 내 얘기로 가득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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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법은 없었냐는 글을 클릭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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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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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의신 : 없었어. 내가 봤을 땐 그게 유일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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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심장내과망령 : 글쎄, ECMO를 먼저 걸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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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메스의신 : ECMO 걸러 가는 시간에 이미 어레스트 왔어 이 심장쟁이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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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 밑의 적절성 분석 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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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진 의학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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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헬노예 REBOA 케이스, 적절성 분석해 봄 ㅇㅇ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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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수술실망령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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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기 판단 및 MTP 발동 : Good. (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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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외상외과 콜 타이밍 : Reasonable.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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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BOA 시술 결정 : Controversial but inevitable.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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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술자 선정 : Fucking crazy. (*발 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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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과 : Miracle.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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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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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118.235) : 4번에서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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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 미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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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메스의신의 미친 짓이 갤떡으로 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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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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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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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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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미러를 힐끗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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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이 자꾸 거울로 나를 힐끗힐끗 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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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얼굴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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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 표정 관리 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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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글 보면서 혼자 풉 하고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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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을 찌푸렸다가, 욕설을 중얼거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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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하게 정신 나간 놈의 모습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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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버스에서의 악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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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이상함;; 정신과에서 갓 퇴원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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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늘도 미친놈처럼 보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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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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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대한 정상인처럼 보이도록 창밖의 야경을 응시하는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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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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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이랑 너무 오래 놀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현실 감각을 잃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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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흡-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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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뒷좌석의 가죽 시트에 몸을 묻은 채, 나는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밤 풍경을 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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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싫어서 버스를 최근 피한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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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버스 안에서 뇌졸중 할머니를 구했던 그 영웅적인 사건 이후로 나는 대중교통 이용을 극도로 꺼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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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자체는 좋았지만 허공을 보며 중얼거리고 혼자 웃는 내 모습이 주변 사람들에게 완벽한 정신병자로 비쳤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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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택시 기사 아저씨가 흘끗거리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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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뭔가 내가 환타 재질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런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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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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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타는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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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이상하게 응급 환자가 꼬이거나 유독 재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병원 내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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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미신 같은 건 안 믿지만 내 지난 2년간의 의사 생활을 돌이켜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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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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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온갖 미친 사건들이 유독 나에게만 집중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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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술, REBOA, TTP, 아동 학대 신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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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과연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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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가 귀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이 세상 그 어떤 의학 교과서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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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정말로 내 어깨 위에 무슨 액운이라도 타고 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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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내 머릿속에 상주하는 저 미친 귀신놈들이 재앙을 몰고 다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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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쓸데없는 철학을 고민하는 사이에 택시가 익숙한 오피스텔 건물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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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저씨는 내가 완전히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치 위험한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쉬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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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텅 빈 도로에 혼자 서서 내가 사는 낡은 건물을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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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피스텔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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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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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평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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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약 냄새 대신 어제 시켜 먹은 햄버거 냄새가 뒤섞인 나만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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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면 기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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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집을 향하며 조금 전 수련위원회에서 얻어낸 기적 같은 승리의 소식을 유일한 청중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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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진 의학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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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나 징계 안 받음 ㅇㅇ 불문임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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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헬조선노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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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수련위원회 불려 갔다 왔는데 결과는 불문이다. 아무 징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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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규상 REBOA가 응급의학과에서 시행 못 할 술기도 아니었고 (물론 감독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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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규정 위반한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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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외과 교수가 마무리했기 때문에 내가 ‘주도적으로’ 시술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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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소생실에서 제한적으로 참여한 수준이라서 어찌저찌 넘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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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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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10.94) : ? 무튼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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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말이야 : 천운인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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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망령3 : 팩트) 저 내규에 감독하에 가능하다는 조항이 없었으면 헬노예는 지금쯤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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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히포크라테스후예 : 그걸 누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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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수술실망령3 : 닥쳐 내과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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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전히 개판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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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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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삑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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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전자음과 함께 집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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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가방도 내팽개치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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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표는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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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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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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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숏폼 영상을 보건 뭘 하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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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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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푹신한 매트리스 위로 냅다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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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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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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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좋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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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한번 파란 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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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올린 ‘징계 안 받음 ㅅㄱ’ 글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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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예상치 못한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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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의신 :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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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는 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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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의신 : 내가 레보아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함? 눈깔 똑바로 뜨고 보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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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솔직히 말해서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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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몸이라는 극장 맨 뒷자리에서 팝콘이나 먹고 있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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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헬조선노예1 : ㅇ? 아니? 기억 안 나는데? 거의 멍때리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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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메스의신 : 어어어어어어????? 헬노예야 지금 무슨 소리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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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뭔가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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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의신 : 눈앞에서 봤는데 그걸 기억을 못 하니 헬노예야????? 그게 할 말이니?????? 이 몸은 지금 굉장히 화가 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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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헬조선노예1 : 아니 인마 정신이 안 들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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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메스의신 : 좋아. 뇌를 다시 포맷해 줄 필요가 있겠군. 지금부터 메스의신 속성 REBOA 강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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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안 돼!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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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외과의사의 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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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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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오프 날 저녁 시간을 침대에 시체처럼 누운 채로 귀신 강사의 1:1 속성 과외를 받으며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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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의신은 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도 모를 3D 인체 모델을 내 눈앞에 띄워놓고, 대퇴동맥의 정확한 천자 지점부터 가이드와이어의 미세한 각도 조절, 시스 삽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좆같은 합병증들, 그리고 Zone 1 벌루닝의 위험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해야만 했던 이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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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뼈와 살이 분리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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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쪽지 시험까지 쳐가면서 메스의신은 내 머릿속에 REBOA라는 술기를 강제로 구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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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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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두 시간이 흘렀을 무렵 강의가 갑자기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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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의신 : 자!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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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노예1 : ? 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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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의신 : 어차피 가르쳐줘도 못함 ㅇㅇ. 카테터 조작이나 벌룬 부풀리기 같은 섬세한 부분은 다음에 내가 직접 네 몸에 다시 들어가서 가르쳐 주도록 하마. 감사한 줄 아셈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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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의신은 아주 관대한 척하며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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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수업이 예상보다 짧았던 이유는 중간중간 ‘이건 네 손으로는 어차피 평생 못 할 테니 다음에 내가 직접 보여주면서 가르쳐 주겠다’며 건너뛴 부분들이 꽤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너무 지쳐서 그냥 알아듣는 척 영혼 없이 대답한 탓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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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나자 거짓말처럼 피로감이 조금 가시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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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피로가 가신 게 아니라 그냥 정신이 나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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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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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개운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진 상태로 마침내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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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일… 야간 근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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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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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휴일은 빨리 지나가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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