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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35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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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알림과 함께 풍경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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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 대의 중간보스가 있는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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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와 연계되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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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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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지점은 어두운 통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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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대한 경기장 내부 복도 같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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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옆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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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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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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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갑옷 차림으로 벽에 몸을 기댄 채, 숨을 고르고 있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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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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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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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름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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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확인한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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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 어떻게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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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할 말인데. 왜 샤론이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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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가 옆에 있는 것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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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혼자 있는 것은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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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것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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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지난 층에서 샤론과 관계가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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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샤론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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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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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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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중간 보스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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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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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쉽게, 랭킹 1위로 클리어하는 나조차도 보스 층에서는 힘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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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딘데요? 적은 안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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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오크들의 본진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상황입니다. 정찰 임무 중에 특이한 건축물을 찾아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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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 전쟁에서 이겼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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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덕분에 쉽게…. 전부 현자님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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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막아내기도 급급해 보이더니, 어떻게 잘 역전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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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은 갑자기 죄송하다는 듯한 얼굴울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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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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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크들이 모래시계 문양만 보면 전부 도망가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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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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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병사들이 갑옷에 그려 넣는 정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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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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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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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은 왠지 모르게 뜸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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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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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국기를 아예 모래시계 문양으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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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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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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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국기를 그렇게 쉽게 바꿔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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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이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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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현자님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상징을 사용해 버려서…. 아버지와 전 계속 반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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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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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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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양이 한 왕국의 상징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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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탑 바깥에도 가져와야 하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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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대전시의 문양은 모래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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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정만호 씨에게 모래시계 들고 다니라고 시키면 사람들이 알아서 오해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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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네. 아주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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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정말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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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이왕이면 위인전 같은 것도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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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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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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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화를 나누며 통로를 걷고 있자, 마침내 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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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의 출구 너머 거대한 공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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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왠지 와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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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투기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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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은 텅 비어있었고, 경기장 중앙에는 거대한 형체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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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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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이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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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팔뚝만 한 굵기의 쇠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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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마저도 녀석을 묶어두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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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기기기기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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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등장을 알아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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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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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하게 당겨지는 쇠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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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운 소리가 텅 빈 투기장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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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석! 우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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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박혀 있던 쇠사슬의 고정쇠가 통째로 뽑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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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자유로워진 거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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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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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익숙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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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에서 만났던 오크 대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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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상대했던 보스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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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수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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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새까맣게 변색되었고, 온몸에는 끔찍한 흉터들이 가득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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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과 기세는 그때와 다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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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녀석의 가슴 중앙의 거대한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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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0층에서 만들어준 도넛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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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멍이 메워진 채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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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개체라고? 왠지 그때 날 기억하겠다는 문구가 뜨더라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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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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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와 분노. 광기가 이글거리는 붉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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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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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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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서 있던 샤론이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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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현자님도 저 녀석을 아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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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샤론도 알아요? 그게 더 신기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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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건 오크 대군주가 분명합니다. 전쟁 내내 발견되지 않아서 상상 속의 존재인가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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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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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에선 대족장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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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이라도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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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내 덕분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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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확실히 죽여놔야겠다. 특대족장으로 승진해서 나타나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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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워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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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가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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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장 전체가 울리는 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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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바닥에 놓여 있던 거대한 무기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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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기왕 묶어둘 거면 무기도 치워놔야지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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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에서 들고 있던 전투 도끼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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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미 내 통장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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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집어든 것은 보기만 해도 그 무게가 짐작되는 거대한 전쟁 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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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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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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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도 나를 알아본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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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 제가 어떻게든 시선을 끌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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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또 그런다. 그냥 적당히 뒤에서 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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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이 말이 끝나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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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대족장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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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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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트럭이 돌진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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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재회를 질질 끌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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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에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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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쪽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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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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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장의 단단한 석재 바닥에서 모래들이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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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들은 내 팔을 축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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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텅스텐의 성질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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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거대한 말뚝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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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의 육중한 몸체보다도 더 거대하고 굵직한, 신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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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현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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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서 있던 샤론이 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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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만들어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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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 역시 본능적인 위협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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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두 눈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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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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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로 가득했던 눈동자에 이성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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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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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동 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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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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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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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찢는 굉음과 함께 발사되는 텅스텐 말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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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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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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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와 샤론, 그리고 어쩌면 대군주도 내린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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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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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워어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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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가 포효하며 앞으로 달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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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어리석은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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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녀석은 자살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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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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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손에 든 거대한 전쟁 망치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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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근육이 폭발할 듯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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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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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신의 말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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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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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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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사적으로 샤론의 앞을 막아서며 모래 방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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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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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벽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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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가 공격을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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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체보다 거대한 텅스텐 말뚝을, 고작 망치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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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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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력을 받은 말뚝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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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에 매달린 대군주가 수십 미터를 밀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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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 바닥에 길게 발자국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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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의 온몸에서 증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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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으… 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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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태에서 녀석이 다시 한번 망치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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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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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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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의 전진이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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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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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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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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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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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미친 듯이 망치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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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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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의 일격이 가해질 때마다, 말뚝이 조금씩 깎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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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긴, 그딴 방법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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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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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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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대군주의 손에 들려 있던 전쟁망치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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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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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를 잃었으니 이제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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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의 예상은 처참하게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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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는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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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가 부서지자마자, 녀석은 자신의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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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자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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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살이 광물 덩어리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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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주먹이 으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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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텅스텐 말뚝의 앞부분이 움푹 파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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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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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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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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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헌터의 신체 능력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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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워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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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작! 콰자자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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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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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주먹이 으스러지자 왼 주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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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주먹이 너덜너덜해져 손가락이 남지 않았음에도 팔뚝을 내지르며 말뚝을 부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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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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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고도 장렬한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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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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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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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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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마지막 파편이 깎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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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필살기가 허공에서 한 줌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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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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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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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강의 공격이 저런 원시적인 방식으로 파훼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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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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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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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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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양팔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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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튀어나오고 힘줄이 끊어져 너덜거리는 팔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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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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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붉은 눈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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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멀쩡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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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한쪽 팔을 소모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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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회수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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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긴장감이 투기장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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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섣불리 움직일 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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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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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의 등 뒤에서, 허공이 미세하게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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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스킬로 완벽하게 모습을 감추고 있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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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쭉 숨겨두었던 초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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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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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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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기의 창이 대군주의 등 뒤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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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심장이 위치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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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끝이 녀석의 가슴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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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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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군주의 거구가 크게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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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창끝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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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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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군주의 육중한 몸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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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먼지가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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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기는 보란 듯이 내 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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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한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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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해치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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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론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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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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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더 남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게 됐어요. 준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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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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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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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의 육체가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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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는 한 곳으로 모여들더니, 이내 익숙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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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온몸이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오크 대군주.
|
||
|
||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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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래, 역시 보스라면 2 페이즈 정도는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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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호기가 당황하며 다시 창을 찔러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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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창은 아무런 저항 없이 대군주의 몸을 통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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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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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초호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나를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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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타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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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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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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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에서 만났던 재의 골렘과는 다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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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먼지의 집합체라 어떻게 뭉치니까 처리할 수라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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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녀석은 아예 형태가 없는 순수한 영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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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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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성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타격을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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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령 타입에게는 상성이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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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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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된 손이 내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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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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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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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주위에 자동으로 생성된 미스릴 모래 방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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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저항이 있는 이 방벽은 영체의 공격도 방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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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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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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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모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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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감한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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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공격도 녀석에게 통하지 않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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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대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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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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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가 서로에게 유효타를 날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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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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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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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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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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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마법 배터리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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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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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캔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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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에게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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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체화 자체가 마법이라면, 해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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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회용이라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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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통하지 않으면, 나는 정말로 손 쓸 방법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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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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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후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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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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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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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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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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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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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워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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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주의 움직임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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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멈춘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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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에 붙잡힌 것처럼, 발버둥 치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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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눈앞에서, 공간이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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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공간의 틈새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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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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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자위가 없는 검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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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와 완전히 같은 생김새의 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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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마법사의 손으로 대군주의 영혼이 압축되어 빨려 들어갔다. 마치 구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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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이 나를 보고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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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아주 좋은 로브를 구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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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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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론의 손을 잡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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