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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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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35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익숙한 알림과 함께 풍경이 바뀌었다.

30층 대의 중간보스가 있는 층.

퀘스트와 연계되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다.

“여긴….”

시작 지점은 어두운 통로 안.

마치 거대한 경기장 내부 복도 같은 장소.

그리고 내 옆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어?”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가죽 갑옷 차림으로 벽에 몸을 기댄 채, 숨을 고르고 있는 여성.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샤론?”

내 부름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나를 확인한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현자님! 어떻게 여기에….”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왜 샤론이 여기 있어요?”

NPC가 옆에 있는 것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러나 혼자 있는 것은 어색했다.

‘혹시 그것 때문인가?

나는 문득, 지난 층에서 샤론과 관계가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어쩌면 내가 샤론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샤론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아무래도 중간 보스전이니까.

위험하긴 할 것이다.

매번 쉽게, 랭킹 1위로 클리어하는 나조차도 보스 층에서는 힘들었으니.

“여기가 어딘데요? 적은 안 보이네.”

“저희는 오크들의 본진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상황입니다. 정찰 임무 중에 특이한 건축물을 찾아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본진? 전쟁에서 이겼나 보죠?”

“예. 덕분에 쉽게…. 전부 현자님 덕분입니다.”

매번 막아내기도 급급해 보이더니, 어떻게 잘 역전한 모양이다.

샤론은 갑자기 죄송하다는 듯한 얼굴울 지었다.

“왜 그래요?”

“사실, 오크들이 모래시계 문양만 보면 전부 도망가서요.”

“응?”

“처음엔 병사들이 갑옷에 그려 넣는 정도였는데….”

“좋은 거 아닌가요?”

“그래서….”

샤론은 왠지 모르게 뜸을 들였다.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사론.

“왕국의 국기를 아예 모래시계 문양으로 바꿨습니다.”

“?”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국기를 그렇게 쉽게 바꿔도 되는 거야?

샤론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현자님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상징을 사용해 버려서…. 아버지와 전 계속 반대했는데….”

“괜찮아요. 괜찮아.”

오히려 좋은 일이다.

내 문양이 한 왕국의 상징이 되었다고?

이건 탑 바깥에도 가져와야 하는 문화다.

오늘부터 대전시의 문양은 모래시계다.

뭐, 정만호 씨에게 모래시계 들고 다니라고 시키면 사람들이 알아서 오해해 주겠지.

“잘했네. 아주 마음에 들어요.”

“정, 정말이십니까?”

“그럼요. 이왕이면 위인전 같은 것도 만들어주세요.”

“위인전이 뭐죠?”

“음, 그러니까….”

우리가 대화를 나누며 통로를 걷고 있자, 마침내 끝이 보였다.

아치형의 출구 너머 거대한 공간이 보였다.

“여기 왠지 와본 것 같은데?”

원형의 투기장이었다.

관중석은 텅 비어있었고, 경기장 중앙에는 거대한 형체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저건 설마….”

샤론이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람의 팔뚝만 한 굵기의 쇠사슬.

그러나 그마저도 녀석을 묶어두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끼기기기기긱-!

우리의 등장을 알아챈 듯.

오크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쇠사슬.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운 소리가 텅 빈 투기장에 울려 퍼졌다.

퍼석! 우두둑!

바닥에 박혀 있던 쇠사슬의 고정쇠가 통째로 뽑혀 나왔다.

마침내 자유로워진 거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

10층에서 만났던 오크 대족장.

내가 처음으로 상대했던 보스 몬스터.

닮은 수준이 아니었다.

피부가 새까맣게 변색되었고, 온몸에는 끔찍한 흉터들이 가득했지만.

그 얼굴과 기세는 그때와 다를 게 없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녀석의 가슴 중앙의 거대한 흉터.

내가 10층에서 만들어준 도넛 모양.

그 구멍이 메워진 채 남아 있었다.

‘동일 개체라고? 왠지 그때 날 기억하겠다는 문구가 뜨더라니만….

녀석이 나를 발견했다.

증오와 분노. 광기가 이글거리는 붉은 눈.

나는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반갑다, 자식아.”

내 옆에 서 있던 샤론이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설마 현자님도 저 녀석을 아시는 겁니까?”

“응? 샤론도 알아요? 그게 더 신기한데.”

“네…. 저건 오크 대군주가 분명합니다. 전쟁 내내 발견되지 않아서 상상 속의 존재인가 싶었는데….”

“대군주라고?”

10층에선 대족장이었던 것 같은데.

승진이라도 한 모양이다.

이것도 내 덕분이려나?

이번에는 확실히 죽여놔야겠다. 특대족장으로 승진해서 나타나지 못하게.

“크워어어어어어-!”

대군주가 포효했다.

투기장 전체가 울리는 굉음.

녀석은 바닥에 놓여 있던 거대한 무기를 집어 들었다.

“아니, 기왕 묶어둘 거면 무기도 치워놔야지 이게 뭐야?”

10층에서 들고 있던 전투 도끼가 아니었다.

그건 이미 내 통장에 들어와 있다.

녀석이 집어든 것은 보기만 해도 그 무게가 짐작되는 거대한 전쟁 망치.

녀석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샤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녀석도 나를 알아본 것이 분명했다.

“현자님, 제가 어떻게든 시선을 끌 테니….”

“에이 또 그런다. 그냥 적당히 뒤에서 쉬고 있어요.”

샤론이 말이 끝나기도 전.

오크 대족장이 움직였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녀석.

마치 트럭이 돌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재회를 질질 끌 생각이 없었다.

첫 수에 끝낸다.

나는 한쪽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쿠구구구구궁-!

투기장의 단단한 석재 바닥에서 모래들이 솟구쳐 올랐다.

모래들은 내 팔을 축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거기에 텅스텐의 성질을 더한다.

곧 거대한 말뚝이 만들어졌다.

대군주의 육중한 몸체보다도 더 거대하고 굵직한, 신의 지팡이.

“혀, 현자님….”

내 옆에 서 있던 샤론이 숨을 삼켰다.

한 인간이 만들어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대군주 역시 본능적인 위협을 감지했다.

녀석의 두 눈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크, 크어?”

광기로 가득했던 눈동자에 이성이 돌아온다.

하지만 늦었다.

“대포동 미사일 발사.”

나는 짧게 명령했다.

콰아아아아잉-!

공기를 찢는 굉음과 함께 발사되는 텅스텐 말뚝.

피할 수 없다.

막을 수도 없다.

그것이 나와 샤론, 그리고 어쩌면 대군주도 내린 결론.

하지만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크워어어어어어어!”

대군주가 포효하며 앞으로 달려 나왔다.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어리석은 행동.

그러나 녀석은 자살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흐읍!”

녀석은 손에 든 거대한 전쟁 망치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온몸의 근육이 폭발할 듯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내리쳤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신의 말뚝을 향해.

카아아앙-!

투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반사적으로 샤론의 앞을 막아서며 모래 방벽을 펼쳤다.

“!!!”

방벽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대군주가 공격을 막고 있었다.

자신의 몸체보다 거대한 텅스텐 말뚝을, 고작 망치 하나로.

“끈질기게…!”

내 마력을 받은 말뚝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 끝에 매달린 대군주가 수십 미터를 밀려 나갔다.

석재 바닥에 길게 발자국이 새겨졌다.

대군주의 온몸에서 증기가 피어올랐다.

“크… 으… 아아아아!”

그 상태에서 녀석이 다시 한번 망치를 휘둘렀다.

카아앙!

두 번째 충격.

말뚝의 전진이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느려졌다.

카아아아앙!

세 번째.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네 번째.

녀석은 미친 듯이 망치를 휘둘렀다.

한 번, 또 한 번.

대군주의 일격이 가해질 때마다, 말뚝이 조금씩 깎여나갔다.

“무식하긴, 그딴 방법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콰지끈!

마침내, 대군주의 손에 들려 있던 전쟁망치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망치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기를 잃었으니 이제 진짜 끝.

하지만 나의 예상은 처참하게 빗나갔다.

대군주는 망설이지 않았다.

망치가 부서지자마자, 녀석은 자신의 주먹을 내질렀다.

콰자자작!

뼈와 살이 광물 덩어리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소리.

녀석의 주먹이 으깨졌다.

하지만 동시에, 텅스텐 말뚝의 앞부분이 움푹 파여나갔다.

“미친.”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저게 가능한 일인가?

A급 헌터의 신체 능력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크워어어어어!”

콰작! 콰자자자작!

대군주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오른 주먹이 으스러지자 왼 주먹을 휘둘렀다.

양 주먹이 너덜너덜해져 손가락이 남지 않았음에도 팔뚝을 내지르며 말뚝을 부숴나갔다.

“세상에….”

처절하고도 장렬한 광경.

샤론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콰아아아앙!

기어코 마지막 파편이 깎여나갔다.

나의 필살기가 허공에서 한 줌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무슨….”

나는 기겁했다.

내 최강의 공격이 저런 원시적인 방식으로 파훼당하다니?

“크… 흐으….”

대군주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녀석은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특히 양팔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뼈가 튀어나오고 힘줄이 끊어져 너덜거리는 팔뚝.

그럼에도 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 붉은 눈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나 역시 멀쩡하지 않았다.

방금 한쪽 팔을 소모했으니.

다시 회수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팽팽한 긴장감이 투기장에 흘렀다.

둘 다 섣불리 움직일 수는 상황.

바로 그 순간이었다.

대군주의 등 뒤에서, 허공이 미세하게 아른거렸다.

신기루 스킬로 완벽하게 모습을 감추고 있던 존재.

시작부터 쭉 숨겨두었던 초호기였다.

“…!”

퍼어어어억-!

초호기의 창이 대군주의 등 뒤를 꿰뚫었다.

정확히 심장이 위치한 곳.

창끝이 녀석의 가슴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크… 어억….”

대군주의 거구가 크게 휘청였다.

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창끝을 내려다보았다.

쿠우웅!

대군주의 육중한 몸이 쓰러졌다.

흙먼지가 날렸다.

초호기는 보란 듯이 내 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렸다.

자신만만한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해, 해치웠나요…?”

샤론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덕분에 더 남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게 됐어요. 준비하죠.”

“엣.”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변이 일어났다.

대군주의 육체가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연기는 한 곳으로 모여들더니, 이내 익숙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온몸이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오크 대군주.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역시 보스라면 2 페이즈 정도는 있어야지.”

초호기가 당황하며 다시 창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창은 아무런 저항 없이 대군주의 몸을 통과할 뿐.

“…!”

녀석은 초호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나를 향해 다가왔다.

고스트 타입인가?

까다롭게 됐다.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대.

30층에서 만났던 재의 골렘과는 다른 문제였다.

그 녀석은 먼지의 집합체라 어떻게 뭉치니까 처리할 수라도 있었지.

하지만 이 녀석은 아예 형태가 없는 순수한 영체.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땅 속성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타격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유령 타입에게는 상성이 최악.

[크… 아아….]

연기로 된 손이 내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카아앙!

내 몸 주위에 자동으로 생성된 미스릴 모래 방벽.

마법 저항이 있는 이 방벽은 영체의 공격도 방어할 수 있었다.

[……!]

유령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모양.

난감한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

내 공격도 녀석에게 통하지 않는다.

완벽한 대치 상태.

서로가 서로에게 유효타를 날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걸 어쩐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마법 배터리를 내려다보았다.

매직 캔슬.

저 녀석에게 통할까?

영체화 자체가 마법이라면, 해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회용이라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이게 통하지 않으면, 나는 정말로 손 쓸 방법이 없어진다.

바로 그때였다.

“재미있는 후배로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

나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크워어어어!]

대군주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니, 멈춘 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손에 붙잡힌 것처럼, 발버둥 치는 녀석.

그리고 내 눈앞에서, 공간이 찢어졌다.

찢어진 공간의 틈새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

흰자위가 없는 검은 눈.

그리고, 나와 완전히 같은 생김새의 로브.

중년의 마법사의 손으로 대군주의 영혼이 압축되어 빨려 들어갔다. 마치 구슬처럼.

마법 깎는 중년이 나를 보고 히죽 웃었다.

“자네, 아주 좋은 로브를 구했군?”

“샤론, 튑시다.”

나는 샤론의 손을 잡고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