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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냉장고: 두번째는 탑에 변화가 생겼다는 거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0층 대와 20층 대에서, 엘프와 드워프가 나타났어.
ㄴㅇㅇ(7F7.7Y7): 그거 혹시 나 때문?
ㄴ냉장고: 당연하지.
ㄴ냉장고: 사람들이 지금 난리야. 이유를 전혀 모르니.
ㄴ냉장고: 물론 나는 이 원인에 대해서는 절대 밝힐 생각이 없어. 그럼 네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하니까.
댓글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끼어들었다.
ㄴ마법은화력: 잘 생각했음. 여기 4명 말고 경쟁자가 더 늘어나는 건 사양이거든.
ㄴ풍뎅이: 경쟁자라니?
ㄴ마법은화력: 당연히 뉴비 쟁탈전이지.
“… 쟁탈전 같은 걸 생각하는 건 한 명뿐일 것 같은데.”
하여간 이 사람은 여전히 살짝 무섭다.
나 같은 아싸와는 파장이 맞지 않을 것 같은 느낌.
ㄴ냉장고: 학회 1일 차인데 덕분에 재밌었음. 엉뚱한 가설들로 서로 싸우는 거 보고 있으니 웃음을 참아야 했거든.
ㄴ냉장고: 지금까지 연구가 쓰레기가 돼서 울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 똑같은 주제로 연구 한번 더 할 수 있으면 이득인데 왜 울지?
ㄴㅇㅇ(7F7.7Y7): 아, 악마다이….
“아, 한번 따라가 볼걸 그랬나?”
아쉽다. 너무나도 아쉽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내게 집착하고 피폐해지는 걸 구경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랐는데.
“이러다가 나도 나중에 교수 같은 거 할 수 있는 거 아냐?”
생각해 보니 난 교수가 체질인 것 같다.
난 머리도 좋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다.
심심하면 내가 탑에서 본 것들에서 한 줄씩 뽑아서 이야기하면 될 거고.
“어쩌면 노벨상까지?”
노벨상이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처음엔 상 거절하거나, 수상 전화도 안 받아야지.
그게 더 멋있어 보일 테니까.
좋아, 결정했다.
정체를 밝히고 나면, 이 몸뚱이를 이용해서 최연소 교수의 꿈을 이루는 거다.
헌터 은퇴 이후 인생 2막의 꿈.
“아 맞아. 마법 뭐 있는 지도 물어봐야지.”
ㄴㅇㅇ(7F7.7Y7): 그러고 보니 안에 들어있는 마법은 뭐였어?
ㄴ냉장고: 매직 캔슬. 마법을 못 쓰게 하는 마법이야. 심플하지? 당연하지만 시전자는 영향을 받지 않고.
ㄴ냉장고: 마법 기술이 약한 드워프에게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매직캔슬이라…. 이게 그 녀석에게도 통해야 할 텐데.”
나는 벨트처럼 생긴 배터리를 내려다보았다.
1회용 마법을 쓸 강적이라면 당연히 정해져 있다.
통할지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이것도 똑같이 탑 안에서 나온 물건이니까 효과가 있지 않을까?
일단 착용해 둬서 나쁠 것은 없다.
나는 익숙하게 벨트를 차고, 그 위에 로브를 둘렀다.
탑을 오를 시간이었다.
[탑 34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이번에도 시작 지점은 요새의 작전 회의실.
거대한 지도 테이블을 둘러싼 심각한 얼굴의 장교들이 보였다.
“적들의 주력 부대가 동쪽 협곡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이 속도라면 늦어도 내일이면 전면전이 시작될 겁니다.”
“방어선을 더 뒤로 물려야 합니다! 지금 병력으로는 정면 대결은 무리입니다!”
“헛소리! 여기서 더 물러날 곳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가 나타났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
격렬한 논쟁이 오갔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테이블 상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기사단장 시모어.
33층에서 본 모습보다 몇 년은 더 늙어 보였다.
옆에는 낯익으면서도 낯선 여성이 서 있었다.
"방어선을 물리는 것은 하책. 오히려 우리는 적의 허점을 찔러야 합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장군들 앞에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모습.
앳된 티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 눈빛만은 여전했다.
5년의 세월이 흘러 성숙한 여인이 된 샤론이었다.
“결국 저들이 강한 이유는 뒤의 주술사들 때문. 저희 레인저 부대가 뒤를 친다면….”
바로 그때, 나와 눈이 마주친 샤론의 어깨가 살짝 굳었다.
“…!”
샤론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회의를 이어가던 목소리가 순간 멎었다.
샤론의 시선을 따라,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내게로 향했다.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회의실에 흐르는 정적.
“혀, 현자님…!”
정적을 깬 것은 샤론이었다.
놀라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목소리.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내게로 달려왔다.
“정말 현자님이시군요! 다시 돌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샤론은 내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기쁨이 가득해 보이는 얼굴.
샤론이 나를 품에 안으려 두 팔을 벌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어….”
“음…….”
샤론의 팔이 허공에서 멋쩍게 멈췄다.
나는 어색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원래 이렇게 활발한 성격이었나?
지난번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살아있구나.’
나는 내심 안도했다.
혹시나 샤론이 이미 죽은 시점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녀는 무사했다.
“아…. 죄, 죄송합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실례를….”
샤론은 그제야 얼굴을 붉히며 팔을 내렸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회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더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기 전에 화제를 돌려야 했다.
“괜찮아요. 그보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죠?”
내 질문에 시모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그는 예를 갖춰 깊이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번 왕국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자님.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얘네 상황이 좋았던 적이 없는 것 같긴 한데….’
나는 차마 그 말을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오크들의 대규모 공세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조금 뒤면 총공격이 시작될 겁니다.”
지도 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붉은색 말들이 놓여 있었다.
영토를 거의 다 집어삼킬 듯한 기세.
이대로라면 패배는 불 보듯 뻔한 상황.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늘 있던 일.
내 역할 또한 정해져 있었다.
“알겠어요. 그럼 제가 나가서 전부 쓸어버리면 되겠네요?”
[샌드웜은 아무리 그래도 군대 전체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합니다.]
‘… 그런가?’
확실히, 저 많은 군대를 혼자 처리하기엔 마나가 좀 부족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당한 병력은 갈아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번 층에서만큼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될 터.
한편, 젊은 장교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저게 무슨 자신감이냐 싶겠지.
하지만 시모어는 내 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모어도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아니오. 부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네?”
나는 의외의 대답에 눈을 살짝 찌푸렸다.
시모어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현자님의 힘은 우리 왕국의 마지막 보루이지, 그것이 첫 번째 선택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만약 모든 위기를 현자님 혼자서 해결해 주신다면, 우리 병사들은 싸우는 법을 잊고 말 것입니다.”
“… 그런가요?”
“네. 그저 현자님의 기적만을 기다리는 나약한 존재가 되어, 위기의 순간에도 기도만 하고 있겠지요…. 싸울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이미 그런 일이 몇 번이고 있었다는 듯했다.
위기가 되어도 전설의 현자님이 나타날 것이니 걱정 없다는 안일한 생각.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고작 세 번 도와준 건데, 벌써 메시아 취급을 받는다고?
시모어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볍게 치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자립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피로 승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그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다른 장교들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꽤 그럴듯한 이유.
‘이번 층은 그런 컨셉의 퀘스트인가 보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마 이것이 탑이 설계한 그림이겠지.
그렇다면 흐름을 억지로 벗어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이번 층의 진짜 목표는 따로 있기도 하고.
샤론을 살려보는 것.
‘내가 조금 더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었다면, 샤론이 죽는 과정을 한번 관찰해 봤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여러 번의 기회가 있다.
다른 선택지를 통해 결과를 바꿔볼 수 있는 기회.
샤론의 죽음을 방치하고, 다음 시도에서 그녀를 살려내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비교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탑을 공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리트라이는 없어. 이번 한 번에 끝낸다.’
회의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나 역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그들의 작전 계획을 들었다.
“주술사들의 도움을 받는 지금.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계획의 골자는 간단했다.
지금 오크들의 파괴력은 후방 주술사들의 도움에서 오는 것.
시모어의 본대가 시간을 끈다.
그 사이 샤론이 이끄는 별동대가 적의 후방을 기습.
주술사들을 암살하는 것이 목표.
“별동대는 왕국 최정예 레인저들로 구성될 것입니다.”
샤론이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별동대, 제가 같이 가죠.”
내 말에 시모어와 샤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나는 조건을 덧붙였다.
“대신, 다른 병사들은 필요 없습니다. 샤론과 저, 단둘이서만 가겠습니다.”
“네?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샤론이 기겁하며 반대했지만, 나는 단호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예요. 거추장스러운 병사들까지 지킬 수 있을 것 같진 않거든요.”
내 고집에 시모어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결국 내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국, 작전은 내 제안대로 수정되었다.
시모어는 본대를 이끌고 전장으로.
그리고 나와 샤론, 단둘이서 적진의 심장부로 향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