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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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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집 안은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
“이게 무슨…?”
바닥은 온통 모래 투성이였다.
게다가 사방에 제멋대로 뒹굴고 있는 이불과 쿠션.
내용물이 반쯤 쏟아진 채 바닥을 뒹구는 과자봉지.
바닥에는 정체 모를 끈적한 액체까지.
마치 도둑이 털고 지나간 현장 같았다.
아니, 도둑도 이보다는 깔끔할 것이다.
“사막의 작은 현자, 치킨 100마리의 재력을 가진 자, 토목 공사의 신….”
집 안을 가득 채운 것은 시각적인 충격만이 아니었다.
거실 한가운데 꽂혀 있는 깃발.
시끄러운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분명히 꺼두었던 기능인데…?”
집 전체를 울리고 있는 쓸데없이 우렁찬 효과음과 기계 목소리.
범인은 명백했다.
“초호기 이 자식….”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하루 종일 서울을 오가며 쌓였던 피로가 분노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런데 범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야! 어디 갔어?”
내 고함에 대답하는 것은 텅 빈 집의 울림뿐.
초호기는 어디로 간 것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아 머리야….”
나는 방이란 방은 전부 열어젖히며 그 녀석을 찾기 시작했다.
지하 훈련실, 침실, 화장실.
하지만 어디에도 녀석의 모습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곳은 뒷마당으로 통하는 유리문.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마침내 범인을 발견했다.
“여기서 뭐해?”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생명체와 기묘한 씨름을 벌이고 있는 초호기.
녀석은 완전히 정신이 팔린 듯, 내가 온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고양이?”
씨름의 상대는 검은색 털을 가진 길고양이였다.
고양이는 잔뜩 경계하며 초호기를 향해 하악질을 하고 있었다.
초호기가 자신의 모래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뻗어,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손이 닿을 때마다 솜방망이 같은 앞발을 휘두르는 고양이.
날카로운 발톱이 초호기의 몸에 닿을 때마다 돌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
초호기는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호기는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양이를 붙잡았다.
싸움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행동.
마침내 끈질긴 시도 끝에 초호기는 고양이의 허리를 붙잡고 그 위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다.
고양이는 초호기를 떨쳐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초호기는 신나할 뿐이었다.
“야.”
“…!”
내 낮은 목소리에, 초호기의 어깨가 화들짝 떨렸다.
녀석은 그제야 내가 온 것을 알아채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아….”
나는 한숨을 쉬며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나는 발을 가볍게 구르며 손을 휘저었다.
“야, 저리 가. 훠이.”
“캥!”
고양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담벼락 너머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후우….”
나는 이제야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내 옆에 서 있던 초호기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녀석은 사라진 고양이가 있던 자리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머리속으로 전해지는 선명한 한줄기의 의지.
나는 기겁해서 고개를 들었다.
“뭐?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
내 거절에 초호기의 몸이 축 처졌다.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의지를 보내왔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고?”
나는 집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개판이 된 집구석.
“집구석을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어놓고, 고양이를 키우자고? 얼마나 더 집을 작살낼 셈이야?”
내 지적에 초호기는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짓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녀석의 모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어깨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방금 전까지 치솟았던 분노가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약해졌다.
“… 아니야, 그래도 안되는 건 안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컥 고양이를 들일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도저히 살아있는 생명체를 키울 자신이라곤 없었다.
나는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전무했다.
사료는 뭘 줘야 하는지, 예방접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게으른 인간.
나에게도, 이 녀석에게도 그 정도의 책임감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
하지만, 여전히 초호기의 모습이 걸렸다.
축 처진 어깨로 바닥만 내려다보는 초호기의 모습을 더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하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시무룩해 있지 마.”
내 말에 초호기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녀석의 얼굴에 희미한 기대감이 서렸다.
나는 못 이기는 척,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집 안으로 들이는 건 절대 안 돼. 대신….”
나는 뒷마당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냥 이 마당에서만 노는 걸로 타협하자. 내가 없을 때, 마당에 찾아오면 같이 놀아주는 것까지는 허락해 줄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타협안이었다.
집사를 자처할 자신은 없었지만, 마당을 놀이터로 내어주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내 제안에 초호기의 침울했던 기운이 눈에 띄게 걷혔다.
녀석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완벽하게 만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
‘나중에 애완동물 관련해서 좀 알아봐야겠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혹은 둘째, 2호기를 만들어주거나.
이제 의수도 생겼겠다. 안그래도 대장간 전용 2호기를 만들까도 생각중이었다.
그래도 일단은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자, 그럼 이제 뭐 해야 할지 알지?”
나는 턱짓으로 엉망이 된 집 안을 가리켰다.
초호기는 군말 없이 몸을 돌려, 묵묵히 청소를 시작했다.
***
33층으로 향하기 전.
32층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었다.
바로 깃발의 중요성.
적어도 이 세계관에서는 깃발이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 중의 하나였다.
만약 나도 깃발을 들고 다녔다면 어리다고 무시당하는 일은 없었겠지.
나는 지난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이거 들고 있어.”
나는 황금빛 모래시계가 수놓인 새하얀 깃발을 초호기에게 건넸다.
초호기는 깃발을 받아 들더니 좌우로 힘차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흔들지는 말고…. 아니다. 그냥 맘대로 해.”
이 깃발에는 영역을 선포하고 자기소개를 거창하게 읊어주는 기능이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옵션을 활성화 시킬 생각은 없었다.
나는 아예 문구 자체를 짧고 간결하게 직접 입력해 두었다.
[탑 33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이번에도 시작 지점은 전장이 아니었다.
눈을 뜨자 나타난 곳은 테이블이 놓인 작전 회의실.
32층에서 보았던 풍경과 거의 흡사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나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진지하게 회의에 몰두한 사람들.
나는 조용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저 사람은….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궁정마법사 제라드.
그는 여전히 화려한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예전 같지 않았다.
얼굴의 주름은 한층 더 깊어졌고, 머리카락은 새하얗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모습.
“자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하지만 그 성격만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제라드는 젊은 지휘관 중 하나를 세워두고 날카롭게 쏘아붙이고 있었다.
“15년전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은 것들이!”
“하지만 제라드 님, 이대로라면….”
“조용히 하게! 어디 기사 나부랭이가 감히 마법사와 논하려 드는가?”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저 양반은 여전하구나.
자세히 보니 왕의 얼굴도 바뀌어 있었다.
32층에서 만났던 늙은 왕이 아니었다.
훨씬 젊은 앳된 얼굴의 왕이 불안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꽤 흐른 모양인데….
아무래도 지난 층으로부터 몇 년 정도는 지난 시점인 것 같았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들을 향해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내 목소리에 회의실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모든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그리고 그중에는 제라드도 있었다.
제라드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의 눈이 경련을 일으켰다.
“허억… 흐읍…!”
제라드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연신 뻥긋거렸지만,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제라드.
그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향해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저, 저것은… 아, 악….”
“오랜만이네요. 못보던 사이 많이 늙어셨네.”
“악, 아악… 악!”
내 해맑은 인사를 받아주지도 못하고, 제라드의 몸은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노인.
“어라?”
“제라드 님!”
“스승님!”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주변.
제자로 보이는 젊은 마법사가 황급히 달려와 스승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잠시 맥을 짚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절하신 것뿐입니다. 노환이 심해지셔서…. 갑작스러운 충격을 이기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제자는 병사들을 불러 스승을 부축해 나가게 했다.
그리고는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죄송합니다. 스승님께서 워낙 연로하셔서…. 그나저나 누구신지…?”
왕을 포함한 회의실의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
그들에게 나는 그저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어린 아이일 뿐이었다.
경계심 가득한 시선들이 내게 꽂혔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날 소개시켜줄 시모어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시간이 얼마나 흐른거야?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나도 아는 얼굴이 없었고.
“흐음…. 시모어씨는 없나요?”
내 질문에 회의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모두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젊은 왕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감히, 이 상황에서 시모어 경의 이름을 입에 담다니. 나를 우롱하는 것이오?”
기사들이 일제히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나는 꽤 일이 귀찮아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깃발을 가져온 것이었다.
나는 초호기에게 턱짓으로 명령했다.
“흔들어.”
초호기가 앞으로 나서서 깃발을 높이 들었다.
녀석이 신나게 깃발을 흔들자, 동작에 맞춰 우렁찬 고함 소리가 회의실을 흔들었다.
“왕국의 구원자이자, 사막의 작은 현자 납시오-!”
“흠흠.”
낯부끄럽지만, 이 정도면 내 소개는 충분히 되었을 것이다.
과연, 사람들의 눈에 어린 경계심이 곧바로 사라졌다.
대신 그들의 눈에 경악이 가득찼다.
젊다 못해 어린 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당신이 전설 속의 그 현자란 말이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나는 테이블로 다가가 빈 의자에 앉았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리고 시간은 얼마나 흘렀는지도?”
왕의 옆에 있던 늙은 재상이 앞으로 나서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15년이라….”
내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후,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그동안 왕국은 평화로웠지만, 최근 오크들의 대대적인 침공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그리고 며칠 전. 왕국의 자랑이었던 시모어와 그의 정예 기사단이 그들과의 전투에서 대패했다.
“시모어 단장님과 살아남은 기사들은 모두 포로로 잡혔습니다.”
왕의 얼굴에 다시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들의 야만적인 문화에 따라,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에서… 곧 공개 처형이 있을 예정입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암담했다.
구출 작전을 세우고 있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논의가 공회전 하고 있던 상황.
나는 조용히 모든 설명을 들었다. 머릿속에서 상황이 정리되었다.
‘결국 이번 층의 퀘스트는 시모어 구출 작전이로군.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들을 구해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