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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355 lines
14 KiB
Markdown

나는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아 곧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원스타 매니지먼트입니다.”
“… 아 머리야.”
회사 이름, 이대로 괜찮은가?
아직은 나 밖에 없는 회사이고 남에게 소개할 일도 없지만.
나중에 유명해지면 어떻게 하라고?
나는 이마를 짚으며 본론을 꺼냈다.
“혹시 저번에 그 정령의 정수라는 거, 한 열 개쯤 더 구할 수 있어요?”
“열 개씩이나? 일단 알아보겠지만, 아마 어려울겁니다.”
브로커의 목소리에는 곤란함이 묻어났다.
“가격은 둘째치고, 매물 자체가 흔하질 않아서요. 이번에 구한 것도 운이 좋았다고 봐야죠. 그래도 최대한 수소문은 해볼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해요.”
나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끝나자 집 안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침대에 몸을 파묻고,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들어 은행 앱을 켰다. 화면에 찍힌 잔고를 확인했다.
0의 개수가 너무 많아서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숫자.
오리할콘 판매 대금의 일부가 막 입금된 참이었다.
아직 팔아야 할 물량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 저 숫자는 몇 배로 불어날 터였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평생은 물론이고, 다음 생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을 수 있는 돈.
내가 꿈에 그리던 목표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으음…. 따분한데.”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상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고요한 집 안. 들리는 소리라고는 컴퓨터 팬 소리가 전부.
텅 빈 공간에 혼자 누워있자니, 방금 전까지의 만족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대신 지루함과 허전함이 그 자리를 채웠다.
생각해보면 내 첫 번째 목표는 이미 달성되어 버렸다.
아무런 걱정 없이 편하게 잘 먹고 잘사는 것.
그런데 별로 즐겁지가 않았다.
“이게 끝인가? 생각보다 별거 없네….”
목표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은 너무나도 짧았다. 막상 손에 넣고 나니 모든 게 시시하게 느껴졌다.
나는 따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핸드폰을 켰다.
새로운 글을 읽으려는 게 아니었다. 나는 갤러리 앱을 켜서 내가 예전에 저장해두었던 게시글 캡쳐본을 열었다.
[제목: 님들 이거 좋은 템 맞음?]
[제목 : 뉴비 스킬북 먹었는데 이거 좋은건가요?]
[제목 : 치킨 100마리 사다리 인증 간다.]
나는 스크롤을 내리며 수백 개나 되는 글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감탄과 질투가 섞인 반응들. 나는 몇 번이고 그 댓글들을 곱씹어 읽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텅 비어 있던 가슴이 다시 무언가로 채워지는 느낌. 죽어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 같았다. 내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언제 읽어도 재밌네….”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돈? 물론 좋다. 평생 놀고먹을 수 있다는 건 분명 멋진 일이다.
하지만 역시 이 맛이 있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그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는 이 짜릿함. 이것이야말로 나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진짜 힘이었다.
“그래, 이걸로는 부족해.”
나는 또 새로운 것을 자랑하고 싶다. 사람들의 정신을 빼놓을, 더 대단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이상 침대에 누워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탑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다음 목표는 27층.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아이템과 스킬, 그리고 새로운 관심과 명성을 떠올렸다. 다시 몸에서 의욕이 솟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27층이면 옆집 아저씨가 주차한 곳이잖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27층. 옆집 정만호의 최고 등반 기록.
내가 27층을 클리어하고 28층에 오르는 순간, 대전 탑의 최고층 기록은 갱신. 그 순간 대전 탑의 소유권은 정만호에게서 나에게로 넘어온다.
“탑 주인이 바뀌면 내 닉네임이 찍히나?”
[대전 탑의 새로운 주인이 탄생했습니다!]
[28층 최초 클리어: ㅇㅇ]
전 세계 헌터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에 이런 식으로 공지가 뜬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내 닉네임 ㅇㅇ이 대전 탑의 주인으로 등록되는 순간, 전 세계 사람들이 내가 대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많은 길드와 국가가 나를 찾고 있는 이 상황에서, 내 위치를 스스로 광고하는 꼴.
물론 세계의 수많은 탑 중에서 대전같은 작은 도시에 있는 탑을 신경 쓰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은 꽤 불쾌한 일.
“흠….”
이건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조언을 구할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풍뎅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번 A급 등록때, 받기 싫었지만 억지로 쥐여준 연락처였다. 설마 이렇게나 빨리 쓸 일이 있다니?
[혹시 시간 괜찮음? 물어볼 게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어. 무슨 일인데?]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내가 대전 탑을 차지했을 경우, 내 신상이 특정될 위험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흠. 그거 아주 중요한 문제네.]
풍뎅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몇 분 뒤, 그의 답장이 도착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 세계 랭킹을 찍어본 적은 없어서. 닉네임이 연동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네.]
[다만 내가 처음으로 탑 주인이 되었을 때, 새로운 닉네임을 설정하라는 창이 떴던 기억은 있어. 아마 그때 설정한 닉네임이 표시될 거야. 기존 랭킹 닉네임이랑은 별개일지도?]
[확실한 건 아니야. 미안하네. 별 도움이 못 돼서.]
그의 말에서는 진심 어린 미안함이 느껴졌다. 나는 괜찮다고 답했다.
[아니야, 이 정도도 충분함. 땡큐.]
일단 한 가지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수확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왕 대화가 시작된 김에 다른 이야기도 꺼내기로 했다.
[아, 그리고 할 말 하나 더 있는데.]
[뭔데?]
[나 매니저 구했음.]
[매니저? 벌써? 누구?]
[유명 길드랑 계약한 거 맞아? 조건은 잘 확인했고?]
풍뎅이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걱정이 가득 담긴 질문들이 쏟아졌다.
[ㄴㄴ. 그냥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브로커 출신인데, 사람은 믿을 만함.]
[브로커? 설마 너 가짜 신분 만들어준 사람?]
[그거 너무 안좋은 생각 같은데…. 아는 회사가 없었던 거라면 내가 소개해 줄게. 조건도 최고로 해줄거고.]
[ㄴㄴ 괜찮음. 그런 곳은 나랑 안맞아. 이게 더 편해.]
풍뎅이의 우려 섞인 말에 나는 담담하게 내 생각을 전했다. 내 완고한 태도에 풍뎅이도 더는 권하지 못하는 듯했다.
휴대폰 너머로 한숨을 쉬고 있을 풍뎅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궁금한데 한번 소개시켜 줄 수 있어?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한번 보고 싶은데. 못 믿겠다는 건 진짜 아님. 그냥 궁금해서.]
[ㅇㅇ. 나중에 자리 한번 만들어 봄.]
나는 별 생각 없이 그 말에 동의했다. 서로 알아두면 좋겠지.
그때, 풍뎅이가 저번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래. 아, A급 헌터 공식 발표도 슬슬 준비하자. 자세한 시기는 다시 이야기해서 정하고.]
[A급 헌터들만 있는 단톡방이랑, 익명 커뮤니티도 초대해 줄게. 거기서 다른 사람들이랑도 정식으로 인사하고.]
A급 헌터들의 단톡방.
그 말을 들으니 조금은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내가 정말 최상위 헌터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구나.
다만 마냥 신나지만은 않았다.
실명이 필수인 톡방이라면 더욱.
[혹시 내 이름 밝히지 않고 들어갈 수는 없음? 그냥 익명으로 활동하고 싶은데.]
내 질문에 풍뎅이는 살짝 난감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원래는 안 되는데…. 꼭 그래야하는 이유가 있어? 익명 커뮤니티도 따로 있고. 실명 톡방은 반쯤 공지방처럼 운영되고 있어서 말할 일도 잘 없을 텐데.]
[아무래도 내 신상을 알게되면 가만있지 않을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그건 그렇네…. 일단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잘 말해볼게. 대신 거기서 분탕치진 말고. 저거 누구냐고 항의 들어오면 곤란해져.]
[감사감사.]
곧이어 풍뎅이에게서 두 개의 초대 링크가 날아왔다. 하나는 웹사이트 주소, 다른 하나는 단체 채팅방 링크였다.
나는 링크를 눌러 바로 가입하지는 않았다.
오늘 탑에 한번 들어갔다 나와서 천천히 확인해 볼 생각.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탑을 향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
[탑 27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전환되는 시야.
“이게 성문 안의 풍경인가?”
27층의 풍경은 도시를 생각나게 했다.
다만 그 방향이 수평이 아니라 수직이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협곡의 양쪽 벽에 따개비처럼 달라 붙은 무너진 건물과 끊어진 도로들. 복잡하게 얽힌 통로들은 개미굴처럼 보였다.
아무리 봐도 도저히 사람이 살 수가 없는 도시. 이 도시가 지어진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탑 안에 들어왔는데 또 다른 탑을 오르라고? 하아… 이거 또 시간 오래 걸리겠네.”
깊은 한숨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저 끔찍한 미로를 걸어올라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
내가 인상을 쓴 채 미궁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툭.
내 검지 손가락에 반지처럼 감겨 있던 샌드웜이 스르르 몸을 풀더니, 바닥의 모래 위로 떨어졌다.
나는 의아한 눈으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샌드웜은 자신이 길을 열겠다고 제안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발치에 있던 작은 지렁이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땅이 흔들리는 굉음과 함께, 녀석의 몸이 급격하게 부풀어 올랐다.
순식간에 건물 하나를 한 입에 삼킬 수 있을 법한 거대한 신체로 변한 샌드웜.
갈라진 거대한 입이 열리며 그 안의 어둠이 나를 반겼다.
[샌드웜은 당신에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것을 권고합니다.]
나는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입속으로 들어갔다.
아늑하고 편안하지만 여전히 적응은 안되는 내부 공간. 내가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였다.
쿠구구구구궁!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복잡한 미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정면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샌드웜.
미궁을 이루고 있던 수십 층 건물로 만들어진 바리케이드가 찢겨나갔다.
그때였다.
콰과과쾅!
미궁 곳곳에 숨겨져 있던 자동 방어 시스템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포탄과 마법들이 샌드웜의 갑각 위로 쏟아졌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내 행진을 멈추지는 못했다.
단단한 갑각에 부딪혀 허무하게 흩어지는 공격들. 샌드웜에게는 작은 흠집 하나 남지 않았다.
쿠르르르르릉!
샌드웜이 지나간 자리의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 쏟아져 내리는 미궁의 잔해들. 순식간에 하나의 도시가 소멸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세상을 뒤흔들던 굉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마침내 모든 진동이 멈췄을 때, 눈앞에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탑 27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역시나.
나는 샌드웜의 입에서 걸어 나왔다. 순식간에 27층이 정리되었다.
대전의 왕이 되기까지, 앞으로 한 걸음.
그 전에 A급 헌터들의 단톡방을 구경해 볼 시간이었다.
***
풍뎅이가 보내준 두 개의 링크.
하나는 단체 채팅방, 다른 하나는 웹사이트 주소였다.
“일단 단톡방부터 들어가 볼까.”
링크를 누르자 곧바로 프로필을 설정하라는 창이 나타났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기본 익명 프로필을 선택.
[눈물 바다에 빠진 타이거님이 입장했습니다.]
채팅방에 들어가자마자 채팅 참가자들의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김수호, 정태연, 은미래, 신세하. 익숙한 이름들은 물론, 처음 보는 이름들도 많았다.
내가 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친절한 이웃 정만호였다.
[정만호: 오, 신입이네?]
[정만호: 막내야, 들어왔으면 일단 자기소개부터 박고 시작해야지. 뭐해?]
자기소개라? 어렵다.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사실 이 톡방에서 별 다른 친목활동을 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실명 친목에 약했다.
원래라면 들어올 생각도 없었지만, 가끔 공지사항 같은 것이 올라온다니까 눈팅만 할 생각.
내가 뜸을 들이고 있자 정만호가 재촉해왔다.
[정만호: 왜 대답이 없어? 선배가 말하는데 씹어 지금?]
[정만호: 요즘 애들은 위아래도 없나?]
그가 끈질기게 말을 걸어올 때였다. 다른 사람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태연: 정만호, 너 막내 탈출했다고 아주 신났네?]
[정만호: 아니, 그런게 아니고….]
화연의 길드장 정태연. 그녀의 지적에 정만호는 바로 수그리는 이모티콘을 하나 보냈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때, 또 새로운 사람이 대화에 참여했다.